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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키빛 바다, 코발트 블루의 하늘. 인어를 찾아 떠나는 여정은 '가을날의 눈부심' 그 자체다. 그 곳엔 정말 반인반어(半人半魚)의 천사가 살고 있을까. 장봉도행 뱃머리를 맴도는 갈매기들의 날갯짓이 잔뜩 상상을 부풀렸다.
삼목도선착장을 출발한 지 40분. 저만치서 짙푸른 신록으로 뒤덮인 섬 하나가 다가온다. 큰 봉우리가 많아 이름 붙여진 '長峰島(장봉도)'. 크고 작은 기암괴석들을 바라보노라니 불현듯 백령도가 연상된다. 세종5호를 따라온 바다는 섬과 포옹하며 하얀 웃음을 토해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허리까지 내려온 치렁치렁한 머리칼, 물고기의 하반신, 저건 인어가 아닌가.
장봉도 앞바다엔 '날가지'란 어장이 있다. 연평·대청과 더불어 조선 3대어장으로 꼽히던 곳이다. 어느 날 한 어부의 그물 안에 인어가 들어가 있었다. 어부는 인어를 놓아주었고, 이후 날가지 어장에선 그물을 칠 때마다 하나가득 물고기가 잡혀 올라왔다. 주민들은 이 전설을 기리어 '인어상'을 세웠다.
바다의 여신을 뒤로 한 채 낚시대들이, 바다를 향해 길게 드리워져 있다. 낚시대는 그리움이다. 스쳐지나간 모든 것, 잃어버린 꿈을 향한 노스탤지어….
옹암 한들 진촌 등 장봉도엔, 갯벌과 모래사장이 한 데 어우러진 천혜의 해변이 4㎞ 간격으로 삼각띠를 이룬다. 지난 여름 이 곳에선 무수한 웃음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부서졌다.
가을엔 망둥어낚시가 제 격이다. 성이 차지 않는 사람들은 숭어 우럭 놀래미를 찾아 야달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 다 함께 참여하는 동죽, 민꽃게(박하지) 잡이 재미에 비할 수는 없다. 별빛을 등불 삼아 하는 '밤 게잡이'는 특히 아이들이 컴퓨터게임보다 좋아하는 자연놀이다.
해변을 걷는 연인들에게 철 지난 바닷가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진촌해수욕장에서 만나는 낙조는 가을바다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도 한다.
장봉도의 '팜스테이'(농촌체험)은 여느 농촌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섬인 만큼 활어처럼 펄펄 뛰는 어촌체험을 겸할 수 있는 것. 팜스테이는 수확의 기쁨과 자연의 소중함, 농촌의 현실을 한꺼번에 깨닫는 1석3조의 체험프로그램이다.
바람쐬러 간 김에 가슴 뿌듯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혜림재활원'을 찾을 일이다. 그 곳엔 장봉의 햇살 만큼이나 해맑은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웃음이 반짝인다. 닮아가는 가을의 하늘과 바다 색깔, 진분홍빛 해당화, 장봉도는 가을이 더 아름다운 섬이다.
장봉도 고운모래 울창한 해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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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이와 함께 걷고싶어라 |
첫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