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세계 컨셉으로 써보잔아 (〃⌒▽⌒〃)ゝ
감자탕 만드는 거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데 도전해볼만 하잔아!!
오늘은 산중 독기님의 생일입니다
하지만 야생의 독기는 평범한 생일상을 거부합니다
산중 독기는 고기를 뜯어먹기로 결심합니다
돌솥에 밥을 하면서 큰 솥을 올려놨습니다
👥👤👥뭐야..👤👥👥👤무슨 솥이 저렇게 커...👥👤👥뭐야..👤👥👤👥웅성웅성..👤👥
재료는 대충 이렇습니다
등뼈 2kg , 시레기, 감자잔아, 깻잎, 양파, 대파, 고추, 마늘, 생강(생강 가루), 들깨가루, 소주, 청주, 소금, 국간장, 된장, 고춧가루, 커피
바쁜 현대인의 모습에서 착안하여 모든 재료가 다같이 사진을 찍지는 않았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 소모임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독기의 새끼들은 선조에게 배운 대로 등뼈의 핏물을 뺀다면서 차가운 물에 고기를 오래 담구어두곤 합니다
하지만 야생의 독기는 핏물을 제거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 잘못된 도축 과정과 육종의 문제로 인해 필요했던 과정일 뿐이며, 이 방식이 현대까지 전해진 것 뿐이라는 현직 종사자의 글을 참고하여 핏물을 빼지 않습니다
야생의 독기는 "핏물 빼기= 육즙 방출" 이라는 말에 고기 섬유 덩어리만 먹지 않겠어 라는 새로운 신념이 생겼습니다
사실 쫄아서 한 5분 담그고 뼈 부분 빡빡 씻었습니다
뼈 부분 씻어는 주세요 저도 바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핏물 안 빼니까 고기살이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 했습니다
솥에 등뼈가 잠길 정도의 물을 넣고 소주를 뿌립니다
술에 취하면 사람은 인성을 감춘다는데 등뼈는 냄새를 감춥니다
소주는 한 병을 넣었습니다(물만 4리터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지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합리화 하며 소주 한 병을 다 넣습니다
어차피 알콜 끓이면 날아가는 거 아니념 푸하하 ꉂꉂ(ᵔᗜᵔ*)
강불로 끓는 물에 5분 삶아서 건져내고 찬 물로 빡빡 씻어줍니다
야생의 독기에게 등뼈란 만만치 않은 존재입니다
독기는 토끼똥을 남기지만 등뼈는 기름을 남깁니다
고기 씻을 때 싱크대에 기름기 장난 아니니까 꼭 청소하십쇼
양파는 큰 것 2개가 필요합니다
자아분열을 하다못해 조각조각 난 양파의 모습이 보입니다
감자잔아
감자잔아
투 머치 감자
뼈가 물에 잠길랑 말랑 보다 살짝 아래로 물을 잡아줍니다
야생의 독기는 물을 3.5~4L 정도 넣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짜면 물 붓고 밍밍하면 양념을 더 하면 됩니다
야생의 독기에게 요리란 언제든지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좋은 훈련 방식입니다
야생의 독기는 오늘도 요리를 통해 인생을 배웁니다
때 묻지 않은 밝은 아이에게는 아직 순수함이 남아있습니다
인생의 짠 맛을 맛 본 어른에게는 진한 다크써클만이 남아있습니다
된장에는 집된장과 재래식 된장이 있습니다
밝은 재래식 된장은 아직 순수합니다 4스푼을 넣습니다
집된장은 인생의 짠 맛을 가득 담고 있습니다 3스푼 넣습니다
(된장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해서 넣습니다)
야생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무리와 비슷한 형질로 위장하여 무리에 침투해야 합니다
된장은 덩어리인 상태로 넣지 말고 그릇에 물을 덜어내어 풀어낸 다음 솥에 부어줍니다
두 스푼 같은 한 스푼
마늘의 민족 한국인은 마늘 한 스푼도 화끈합니다
감자잔아는 찬 물에 잠시 담궈서 전분기를 빼고 썰어줍니다
양파는 세력 싸움에서 감자잔아에게 패배 했습니다
세력 싸움에서 진 양파는 솥으로 후퇴하였습니다
따듯한 성질을 가진 생강은 양파를 위로하기 위하여 솥으로 뛰어듭니다
다진 생강은 반 스푼 or 생강 가루는 한 스푼 같은 반 스푼을 넣습니다
야생의 독기는 생강이 없다고 하여 주춤하지 않습니다
요리는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힘을 길러줍니다
빨간 맛이 필요한 동학 개미들에게 파란 맛은 고역입니다
야생의 독기는 고춧가루로 눈속임을 합니다
이제 개미들은 개미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고춧가루 6스푼
후추를 취향껏 묵사발 내줍니다
야생의 독기에게 순후추는 매운 먼지 같이 느껴집니다
미세먼지를 피하고 싶은 야생의 독기는 통후추를 선택합니다
대파를 1대 토막 냅니다 2대 넣어도 상관없습니다
요리란 모름지기 자신의 취향대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청주를 종이컵으로 반 컵 정도 넣습니다 40ml
혹시 모를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야생의 독기는 최선을 다합니다
자신의 냄새가 적에게 들통나는 것은 아주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믹스커피 말고 블랙커피!!! 2봉을 넣어줍니다
커피를 즐겨 마셨던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인들은 커피를 통한 카페인 섭취를 즐깁니다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들은 근육이 퇴화되고 지방이 늘어 말랑말랑 합니다
커피를 마신 등뼈의 육질 또한 부드러워집니다
고추 ◠‿◠
이것은 청양 고추 입니다
작은 고추는 맵다고 하지만 그렇게 맵지도 않습니다
혹시나 하여 다져서 넣기는 했습니다만...
독기의 요리에 고추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아보입니다
요리는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훈련 방법입니다
시레기나 배춧잎을 취향껏 씁니다
시레기는 물기를 뺀 뒤 적당한 크기로 찢거나 잘라줍니다
배춧잎은 살짝 데친 다음 찢어서 사용합니다
말려지고 삶아진 시레기는 본연의 색을 빼앗겼습니다
단조로운 색으로 이루어진 시레기는 어쩐지 외로워 보입니다
자신의 색 마저 잃어버린 잘려진 시레기는 큰 볼 안이 쓸쓸하게만 느껴집니다
시레기를 위하여 마늘 반 스푼, 고춧가루 한 스푼 반, 된장 한 스푼, 들깨가루 3스푼을 넣어줍니다
무친 시레기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닙니다
깻잎 두 묶음을 준비합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과 같은 존재에게 서로 도움을 받기 때문입니다
깻잎은 길게 잘라서 감자 옆에 놔줍니다
깻잎은 수적으로 불리하지만 존재감만큼은 확실합니다
깻잎이 없다면 묵직한 감자탕의 맛이 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하여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감자와 시레기 무침, 깻잎을 넣어주면 기다림만이 남습니다
강불에 물이 끓기 시작하면 20분을 기다립니다
요리와 인생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있습니다
살짝 먹어보고 짜면 물을 더 넣고
밍밍하면 국간장, 소금, 된장, 고춧가루를 물에 잘 풀어서 간을 맞춥니다
맛은 자신이 넣은 물, 고기, 채소의 양에 따라 달라지므로 간을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름지기 정답이란 없는 인생처럼 자신의 방법을 찾아가는 훈련을 요리를 통해 합니다
시작은 뜨거웠으나 그 열정이 오래가기란 어렵습니다
강불로 20분을 기다린 감자탕은 이제 중불로 1시간을 끓입니다
중불에 1시간 푹 고아내면 이렇게 됩니다
처음 반짝이던 눈은 사라졌지만 멍한 눈으로 최고의 퀄리티를 뽑아내는 전설의 부장뱅크 처럼 감자탕도 자신의 맛을 뽐냅니다
물이 졸아들어서 조금 짜졌습니다
역시 인생이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습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밍밍했던 감자탕은 이제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물은 언제든지 추가할 수 있고 간은 언제든지 맞출 수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단계가 추가되더라도 맛만 잘 내면 됩니다
늦는다고 조급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갓 지은 밥과 감자탕을 같이 먹으니 고생했던 기억이 조금은 상쇄되었습니다
요리는 인생과 같습니다 힘들다가도 좋은 일이 생기면 괜찮아지고는 합니다
고생 많았던 2020년이 지나갑니다
2021년에는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막국수로 찾아뵙겠습니다
와 미친거 아냐? 대박이잔아..ㅠ 집에서 감자탕이라니 대박... 나중에 부모님 해드려야지...
대박 어제 엄마가 뼈해장국 먹고싶다고 오늘 일끝나고 고기 사온다했는데 감자탕 해줘야겠잔아!!!!!!!!!!
때깔 대박
개쩔잔아 ㄷㄷ 막국수도 군싹
ㄷㄷ 금손이뎡 근데 완전웃겨ㅋㅋㅋㅋㅋ 토아앜ㅋㅋㅋㅋㅋㅋ
개도른놈
와..
오ㅡ 대단하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