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칼 리스본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다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마드리드 차마르틴역 안에 있는 스낵바에서 바게뜨 샌드위치에 카페 콘 레체(coffee with milk)를 먹었다,. 아침의 마드리드역,. 여행하다 보면,. 직장을 나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어 마음껏 늦잠을 즐길 것 같지만,. 아니다,. 정말 부지런해진다,. 낮동안 실컷 걸어서 밤이면 픽 쓰러져 잠이 들고,. 아침엔 동트면 눈이 떠지고,.^-^
마드리드에선 아직 숙박을 정하지 않아,. 일단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까사 마드리드 민박,. 마드리드 10회권 교통카드(5유로)를 사가지고 민박집에 찾아갔다,. 내 몬스터(20kg짜리 배낭)는 어쨌냐고? 바르셀로나 쉼터 민박집에 맡겨두고 왔다,.^^V
아침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왔는데,. 까사 마드리드에 도착하니 아침을 준다,.헐,. 그래도 쌀밥에 국~ 또 먹었다,.-_- 내 위장이 터지는 한이 있어도 밥은 먹으리!!
여행한지 얼마나 됐어요? 상냥한 주인 아주머니가 물어온다,.
70일 조금 넘었어요,. 나 웃으며 대답한다,.
아주머니 말로는 대개 여행 막판에 스페인을 오기 때문에 피로에 절어서 얼굴이 힘들어보이는데,. 나는 너무 생생하단다,.
그런데, 참 신기한게 사람 인연인가,. 까사 마드리드 거실에서 TV를 보는 한 남자,. 여행자가 아닌 듯한 그 남자 "박재승" 이라는 남자와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거실에 있는 컴퓨터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었다)
박재승 그 남자 : 혹시, 30대 중반의 두 아저씨 여행하다 만난 적 있어요?
나 : (프라하 갈때 기차안에서 만났던 두 아저씨를 떠올리며) 그런 것 같아요,.
박재승 그 남자 : 그럼 혹시,. 그 아저씨들하고 체코에서 일행이었어요?
나 : 네,. 어떻게 아세요?
박재승 그 남자 : (웃음) 신기하네요,. 전 일때문에 이탈리아나 스페인 자주 오거든요,. 이탈리아에서 그 두 아저씨를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게 됐어요,. 저는 유럽에 자주 오니까 별달리 신기할 것도 없고 해서 기차안에서 잠이나 자려고 하는데,. 아저씨들이 반가웠는지 자꾸 말을 걸더라구요,.
나 : 네에,.
박재승 그 남자 : 근데, 아저씨들이 이탈리아에서 노르웨이 갈거라면서,. 한 용감한 아가씨가 노르웨이가 참 좋았다고 그랬다더군요,. 그래서 자기들도 노르웨이 간다고,.
나 : (웃음) 맞아요, 제가 노르웨이 좋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제가 그 여자인지 어떻게 아셨어요,.?
박재승 그 남자 : 왠지 그럴거 같았어요,. 그 분들이 말한 인상착의도 그렇고,. 혼자 여행하는 모습도 그렇고,. 정말 씩씩하시네요,.
그런가? 그리 씩씩해 보였나? 살면서 내가 나 자신인게 이토록 좋았던 적은 많지 않았던거 같다,. 나는 내가 나여서 참 좋았고,. 떠날 수 있는 내가 좋았고,. 살아 숨쉴 수 있게 해주신 부모님께 감사했다,.
까사 마드리드의 침대는 참 포근하다,. 이곳은 2층 침대도 없다,. 꼭 집같다,. 이불도 보송보송하다,. 럭셔리한 분위기의 민박이다,.푸푸,.(20유로)
마드리드에선 당일로 여행할 수 있는 똘레도와 세고비아를 다녀왔다,. 똘레도,. 성채도시,. 지도없이 그저 골목골목 발길 닿는데로 걷는게 좋은 곳,. 걷다가 마주치는 광장한 햇살 가득,. 좁은 골목 위로 보이는 대성당의 뾰족탑,. 구름,. 대성당 안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고 있다,. 무심코 지나가다가 나도 몰래 경청했다^^
역시 성채도시인 세고비아,. 거대한 돌로 쌓은 아치형의 로마식 수도관이 있고,. 길을 따라 죽 걸으면 연결되는 마요르 광장,. 대성당,. 백설공주 성의 무대가 되었다는 알카사르,. 그 아래 펼쳐지는 평야,.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간듯한 느낌,. 비가 와서 마요르 광장 내에 있는 한 카페에 들어가 카페 콘 레체(coffee with milk)를 시켜놓고,. 친구에게 엽서를 쓰고 있었다,.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비를 피해 몸을 녹이려는듯 카페로 우르르 들어왔다,. 얼굴이 익었다,. 어제 똘레도 대성당에서 마주쳤던 한국인 관광객들,.^^ 한 아저씨가 나를 알아보시고는 내 맞은 편에 앉았다,. 나는 조용히 쓰던 엽서를 덮었다,.
늘 그렇듯,.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혼자 여행해요? 네,.^^ 얼마나 여행했어요? 75일쯤요,. 혼자 여행하면 안무서워요? 네,.^^;
그렇게 질문 공세를 하고는 내게 멋지다며,. 아저씨 아주머니들은 다시 관광을 하러 나가셨다,. 내가 정말 혼자 다니는게 좋아서 이런걸까? 나는 외로움에 잠식당한 사람이다,. 외로움이 나의 가치관이나 사고까지 뒤흔들만큼 나는 외로움에 약하다,. 나는 지금 강한척 하고 있을 뿐이다,. 다만 한국에서 나를 구속하던 모든 것들로 부터 벗어나서,. 한걸음 물러나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나는 자유로우며,. 웃고 있으며,. 행복해지고 있었다,. 나를 막는건 아무것도 없었고,. 눅눅한 곳에 웅크리고 있던 내 영혼이 햇살을 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