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의 축제일?인 무자(戊子)년 "한가위 명절"이 꼭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른 새벽에 특별한 이유도없이 "한가위"라는 단어가 불현듯 떠오르기에 그에 대해 잠시
수상(隨想)해 보고자 한다.
"한가위 명절"이라는 마음의 고향 앞에는 누렇게 익은 들판의 벼들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 앞에
물결처럼 출렁이며, 그 출렁거림이 바쁘디 바쁜 도심생활의 일상을 보내고 있는 이 필부(匹夫)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에 아마득한 옛날의 기억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결실의 계절이 가져다 주는 풍요한 논과 밭의 풍경은 한 해 동안 제손으로 열심히 일한 농부들의 땀맺힌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임에 대한 치하는 차제해 두고라도...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우리네 마음들은 벌써 각자의 육신을 있게 해준 고향의 풍경과 정취속으로 빠져
"수구초심"의 향수에 젖어들기 마련이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의 한가위 명절과 유사한 풍속을 서양에서는 신(神)께 감사드리고, 인간이 수확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가을걷이(추수)후에 11월을 택하여 "추수감사제"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일찌기 우리네 조상들은 본격적인 가을걷이(추수)전에 풍만한 달이 뜨는 음력 8월15일 보름날을
잡아서 잠시 일손을 멈추고, 첫물로 거둔 햇곡식로 신도주(新稻酒)를 담고, 메를 짓고, 송편을 빚어
햇과일과 함께 신(조상)께 올리는 차례를 지낸다.
즉, 햇과일과 곡식을 사람의 입을 대기 전에 신께 드리는 경건한 신심으로 출발하여 모든 것을 조상의
은덕으로 생각하는 "추원보본(追遠報本)의 효심으로 차례와 성묘로서 이날의 중심행사로 보낸다.
차례가 끝나고 아버지의 손에 이끌리다시피 할아버지 산소에 갔던 기억을 생각하면 지천명(知天命)의
세월을 절반 가까이 살아온 이 匹夫도 그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이 필자가 나고 자란 곳(고향)이 경상남도 함안군에 소재한 "여항산"자락의 두메산골이기 때문에 이러한
풍경과 정취를 느끼는 감회는 어느 누구 보다도 낯설지가 않다.
차례와 성묘 때 마신 음복술의 기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오후에는 농악소리와 함께 열기를 더하여 인간의
기쁨으로 전환되면서 드높은 노래와 신명나는 몸짓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유희 속에는 반가운 사람이있고, 뛰는 가슴과 뜨거운 마음이 있다.
바로 이러한 정경들이 맑은 산천과 아늑한 마을들이 어우러져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정신적 고향이며,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다.
따라서 이날(한가위 명절날)이야말로 거민족적인 축제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한가위날의 뜨겁고 신명나고, 즐거운, 명절 분위기가 언제 부터인가 식어져 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러한 생각을 갖는 것이 비단 이 필부만은 아닐 것이다.
혹자는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태생된 명절이기에 현대 "산업사회에서 걸맞지 않아서 시들어 가는 것이
라고 한다." 또한 어떤 혹자는 과소비 조장,운-운하며 편협한 논리로써 한가위 명절의 참뜻을 평가절하
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이 무슨 천부당 만부당한 궤변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한가위 명절을 빼고 산업시대에 걸맞는 거족적인 다른 축제일 갖고 있다는 말인가!?"
또한 "정초(설날)에 만난 이후 수 개월만에 만나는 일가 친지들과의 상봉?"의 기쁨과 환희의 즐거움을
근간으로 저마다의 손에는 정성담긴 선물꾸러미를 들고 조금은 흥겹고, 흥청대며, 떠들며, 요란하게,
보내는 풍요의 광경을 과소비 운-운하는 논리가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때문에 이 匹夫는 그 혹자들의 표리부동한 뇌까림의 외침에 단호하게 반문하면서 강력하게 일갈(一喝)!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수천 년전(신라 유리왕)때부터 이어져온 한가위 명절은 그누가 뭐라해도 우리 고유의 명절중에
으뜸가는 명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기적으로 보아도 그해 하반기의 결산을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그러한 때(음력8월15일)이다.
한가위를 맞이하여 상반기의 성과를 기쁘하고, 남은 한 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 넣어
줄 지극히 알맞는 때이기도 하다.
일찌기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때를 선견지명으로 택일하여 수천 년을 넘게 대대손손 이어져 내려온
미풍양속을 "산업화 시대에 걸맞지 않다."운-운 하면서 편협한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은 그야말로 궤변을
늘어 놓는 것이나 진배 없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옛말에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 했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8월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8월 한가위를 수천 년전 부터 거족적인 축제일로 여기면서 오늘 날까지 계승
발전시켜 왔다.
이렇게 역사와 전통이 대대손손 살아 숨쉬는 한가위 명절을 비록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그 전통을
퇴색 시키려 하는 듯한 몰지각한 부류들의 가당찮은 표리부동의 궤변들로 인하여 행여나 擧민족적
축제일을 영원히 잊어버리지나 않을런지,..... 하는 노파심의 염려를 느끼는 것이 비단 이 匹夫만의
상상일까?..
2008.09.09일 이른 새벽,
황령산 자락 전포동 寓居에서,
첫댓글 한가위명절 연휴가 종착점에 다 달은 시점입니다....때마침 며칠전에 "한가위 隨想"이라는 제하로 써 놓았던 글이 있기에 옮겨와 보았습니다. 비록 '좋은 글 좋은 말' 감?의 범주에 속하지는 못하지만 날로 쇠퇴해가는 우리 것에 대한 심경의 일단을 피력한 것이오니 함께 되새김해 봤으면...합니다.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주 올려 주십시오. 잘 읽겠습니다.
네~~~~~~~~~~~~~~~~~~~~~~~~~~~~~~~~~~~~~~~~~~~
...저도 반성합니다...해마다 방아간에 쌀 빻아서 아이들이랑 송편 빗었었는데...올해는 생략하고 떡집에서 파는 빛깔고운 송편에 손이 갔습니다...매년 아이들이랑 함께 한 못난이 송편에서 잘 생긴 송편 고르고 골라 차례상에 올렸는데...지금은 웃음소리 가득한 그 못난이 송편이 가슴에 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