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수곡화전가/수곡 류숙요 작. (연세대 이가원 교수 부인)
어화세상 제류들아 우리 말씀 들어보소
금년태세 을해로다 절후는 어느땐고
춘삼월 호시절에 녹음방초 승화시라 봉접은 쌍을지어 화지에 날아들고 강남에 갔던 연자 창 위에 우지지네 무심한 저 미물도 삼춘가절 알았거든 풍요롭게 놀던 제류 뒷쌀 말쌀 모아놓고
택일을 기대할제 삼월망일 오늘일세
우연이 세우 내려 수중에 잡힌 쌀이
사오일 묵단말가 야속할 사 지리 우수
홍화는 낙화되고 그 다음 남은 꽂은
피지않아 못꺽는데 화전놀이 굳은 맹세
오늘와서 허사되고 호피설기 황홀하다
차례대로 고루 나눠 포식토록 먹은 후에
산수경계 구경가세 화름산을 건듯 지나
성목이 잠간 넘어 황산사 구경하고
법당마루 올라가서 좌우로 구경할 제
여보게 새댁네야 부처님전 사배함은
무슨 욕망 빌었든고 금년태세 길운 받아
아들 낳을 대망인가
그 중에 한실댁은 이십사배 무슨 일고 우리 후원 제일명산 아기산을 구경가세
상상봉 올라서서 좌우 산색 살펴보니 기암괴석 층층한데 금병체를 둘러있고
층암절벽 폭포성은 들을수록 기이하다
원근을 살펴보니 금수강산 우리 수곡
상하좌우 명지로세 새색시네 인물보소
옥빈홍안 고운 얼굴 녹의홍상 의복들은
오색수를 놓음이라 견문있어 새장함이
오늘 와서 다알았소 목지목지 모디 앉아
잔 사담은 군자자랑 뿐이로다
고안첨시 우리 안목 실려온 줄 몰랐던가
어화 옥목 자천댁은 작약화의 기상이라
체다를 볼작시면 첫돌 아기 마치 맞다
옥모단장 평지댁은 괴상하고 기절하다
아전태도 무슨일고 헌출할사 청기댁은 신사 태도 고이하다 아릿다운 합강댁은 말할적에 볼작시면
고개짓세 무슨일고 이상하다 맛질댁은 장미화의 기상이다 장글시고
웃는모양 총쟁이와 몆 촌인고
허리슬적 대수댁은 홍초화의 기상이나
말할적에 볼작시면 관운장과 몆촌인고
외씨같은 쇄골댁은 난초화의 기상이나
사람마다 인사할제 너나두리 왼말인고
부굴부굴 한실댁은 모란화의 기상이나
일보이보 행거할제 지동소리 놀랍도다
사찰할사 지경댁은 웃니 뻐듯 왼일인고
애들할사 양숙댁은 존고의 명령으로
집지키기 왼일인고 오늘 놀이 상상하니
두 때 불식 무슨일고 화림 상이 한실댁은
유사지일 침입하여 오늘 불참 걸리어라
섭섭하다 오대댁은 살림살이 전패하고
시모 출입 왼일인고 여보게 새댁네여
우리행차 살펴보세 기봉할배 자손으로
한 분인들 범연할가 인물을 볼작시면
황후태자 흡사하고 빙옥결곡 그 인기에
풍정인들 없을손가 황홀하게 노는 양은
화단안에 봉접같고 정대하게 볼작시면
성인군자 분명하다 그중에 미성들은
금상첨화 되어 있고 무미 담당 새댁네여
이런 견문 어서 배워 명년 사월 화전시에
치솔없이 놀아보세 즐겁도다 즐겁도다
단애 숙모 반갑도다 중평 숙주 이칠지회
몇 해만에 귀녕 친당 하였고나 층노근력 기력 부쳐 함께는 못왔으나 산수경계 명승지를 봇곳마다 가르치니
아연하다 김서방댁 귀지 달려 못오다니
몇 몇자에 용렬하다 어화 여러 우인들아
장장춘일 긴 긴해가 덧없이도 빨리 간다
어느듯 석양이라 산수준령 내려올 때 아기산아 잘있거라 섭섭하고 아연하다
뒷기약이 있지마는 또 어째 기다릴고 황산사야 변치마라 명년 삼월 호시절에
녹음방초 당하거든 또 다시 반기리라 목지목지 둘러 앉아 미진 실화 토설할제
청산같이 쌓인 설화 녹수같이 솟았으니
일락황혼 애들하오 촌로를 밟아들제 옥수를 서로잡고 후일을기약하네 오월오일 추천일에 우리 다시 만납시다
어화 여러 제류들아 청산녹수 무한경개
다 그리어 생각하니 오로고봉 붓을 들어
삼강수도 부족이라 이만하고 그치노라
여보시요 새댁네여 자세자세 살피어서
감정지심 먹지말고 회답하고 대하네.
을해년(1935년) 삼월망일(음 3월15일)
*연민 이가원 선생의 젊어서 사별한 부인 류숙요(1913년~1936년)의 가사를 새로 찾아 내었다. 제작연도는 을해년 (1935년 음력 3월 보름날) 작으로 추정한다. 처녀.총각으로 만나 백년의 약속을 맺은 초취부인과 출산하다가 사별한 연민선생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감히 짐작도 못하겠다. 자료를 제공한 사람은 연민 선생의 질녀 이기문 씨이다.
장혜완 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