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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필연
선비
2020. 11. 29. 14:33
이웃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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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스케쥴이 취소 되는 바람에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아들의 일을 도왔다.
27일에 잡혔었던 수향수필 출판기념회엔 불참을 통보하고.
그날 오후, 점심쨤에 만홍형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 왔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마산이란다.
어쩐 일이냐고 또 물었더니 한풀선사랑 같이 내 생각을 했더란다.
원언당 주소를 가르쳐 드렸더니, 내 제자 중에 누군가를 만나고 싶단다.
미리 약속이 되었단다.
그러면 통영이 아니라, 마산으로 가서 제자네 차실에서 보자고 했다.
내 차를 주차하는 시간과 거의 같은 시각.
자동차 두 대가 멈춰 선다.
만홍 형과 한풀선사가 탄 SUV한 대와 가수 L이 탄 승용차 한 대.
저녁 식사 때라 '노다지 횟집'에다 주문을 했다.
코로나 시국인데도 그집만은 부산했다.
한때, '사랑과 평화'의 멤버였던 이**가수는 부산에다 거처를 옮겼단다.
이번 성산 아트홀 공연에 같이 출연했던 인연으로 쉽게 친해졌다.
거기에다 용띠 갑장이라.
저녁 식사대를 지불하겠다는 제자를 만류하고 내가 계산을 치뤘다.
찻자리는 거나하게 차려져 있었다.
오래 전에 준비 해 뒀던 기물들인데 지금껏 주인을 기다렸단다.
옻칠과 금으로 치장이 된, 한 눈에 봐도 고급진 물건들.
공을 들인만큼 감동도 컸다.
만홍 형도 한풀선사도 친구도 매우 흡족해 하는 모습이다.
돌림 노래도 빠지지 않았다.
흥이 동하자, 이 가수가 음향기기랑 악기를 챙겨 왔다.
바리톤 색스폰.
아예 車에다 싣고 다닌단다.
茶에 술이 보태졌다.
권하는 바람에 덩달아 위스키 두어잔을 마셨더니 속에 불이 붙는 느낌이다.
그래도 즐거웠다.
야밤이라 이웃이 신경 쓰이긴 했으나 쉬이 끝날 자리는 아니었다.
지난 달 26일부터 시작한 잠행을 한 달이 지난 여지껏 이어 오고 있단다.
그런 던 중, 대전에서 만홍형을 만나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 술에 찌들였는데도 누구 한사람 일어설 기미가 없다.
결국은 내가 서둘렀다.
내일 수업을 핑게로.
어언 시계는 자정을 넘겼고.
오는 중에 음주 측정을 당했으나 다행히도 무탈하게 통과됐다.
다음날 아침, 복통으로 고생을 했다.
수업시간이 걱정되었는데 고맙게도 초희 선생께서 약을 지어 왔다.
덕분에 수업은 무사히 마쳤다.
그리곤 곧장 Y교수의 생일 파티.
창원에 있는 장어구이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입가심 차 한 잔을 하고 가라 했으나 그냥 자리를 떴다.
곤한 몸에 잠보다 더한 보약이 있으랴.
생각 해 보니 그렇다.
우리의 만남이.
만남도 가지가지다.
우연이 있는가 하면 필연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가졌던 이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