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떠나고 싶지 않냐..
타이티 ( TAHITI )
" 아오라나 ( LAORANNA ) ~
마우루루 (MAURUURU)
여행은 나를 위한 시간이다.
일상생활을 있는 그대로 잠시 내버려 두는 행위다.
그것은 삶의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투닝(Tuning)이다.
잠시 물러났다 재충전해서 세상에서 다시 돌아오는 삶의 휴식인 것이다.
천천히 걷고, 느리게 여행하면 삶이 행복하다.
여행에도 엄연히 급수가 존재한다. 그것은 어디를 얼마만큼 가봤느냐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얼마나 재미있게 다녀왔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현대사회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아날로그 시대가 그리워지게 된다. 다소 느리고 불편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여유롭고 사람사이에 정이 흘러 관계가 따뜻해지는...
여행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다. 모름지기 숨겨진 매력을 찾아 에메랄드 해변이 만든 파라다이스,
무척이나 큰 야자수와 이름모를 꽃들이 있는 남태평양의 섬,심신의 행복을 웰니스(Wellness)로 꾸려메고 하얀
파도에 부서지는 해변을 이곳에서는 서서히 걸어야 제맛이 난다.
목적지까지 와서 듬성듬성 여정을 건너뛰면 나의 인생 여정도 많은 것을 건너뛰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발들인 순간부터 눌러 앉고 싶은 곳..
타이티 ( TAHITI )
꾸밈없는 대자연의 품에 안겨 여행에서 얻는 여유로움, 그리고 시간이 멈춘곳에서 만날 수 있는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신비로움을 또 어디서 누릴수 있을까...
이국의 하늘을 이불처럼 덮은 채 잠이 든 오수의 젓기에는 너무 아쉽다.
하늘과 살 섞은 바람이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 바람에 매달려 떠나온 마음의 여행지.
한가한 휴식이 졸음을 부른다. 가늘게 뜬 눈으로 펼쳐진 풍경이 "현실 세계일까" 의심이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천천히 걷고 또 걷고 해안가, 섬, ...
오늘 나는 이런 “같은 하늘 아래로” 떠나왔다. 그렇게 떠나와 말갛게 세수한것 같은 이국의 하늘을 보니
어디선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파도소리 들리고, 투명한 물결따라 흘러가는 구름도 보인다.
전에는 보려고 해도 볼수 없었던 귀한 것들이 꽃봉지 환하게 터뜨린 꽃처럼 내 마음속에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한다.
타이티 매력속으로-
그 경치가 점입가경 ,漸入佳境
漸入佳
오클랜드 공항에서 에어 타이티를 타고 남태평양 한가운데 도착한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마중 나온 현지인이 "아오라나" (LAORANNA ) "마우루루" (MAURUURU) 를 외치며 조개 목걸이와
꽃목걸이를 목에 걸어준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란 뜻에 타이티어다.
쉽고 재미있는 발음에 미소를 머금은 채 따라해 본다.
타이티는 남태평양 한가운데 118개 섬이 모여있는 프렌치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섬으로 유일하게 번화한 도심가와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고갱과 타이티여인" 정도로만 다가오는
생소한 곳일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휴양지이다.
그 명성만큼 연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띤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않은 시내거리는 상점이 잘 정돈 되여 있어 마치
유럽에 온듯한 느낌이다. 단 야자수 가로수만이 이곳이 아열대 지역임을 알려준다.
파폐에데(papeete)는 폴리네시아의 수도로 행정중심이지만 인구는 24만명의 2/3이상이 타이티에 살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타이티는 한 마리에 물고기였는데, 그 물고기가 해저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게 되자 할수 없이
꼬리에 일부를 잘랐고, 이것이 지금의 대소 두 개의 화산섬으로 되었다고한다. 이두 타이티 연결부가 타라바오 지협인데,
이해안 일대는 온통 바닷물에 의한 침식을 볼수 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풍물. 정열적으로 삶의 환희를
표현한 민속춤 타무레 춤을 보면 남태평양의 “비너스 섬”이라는 유럽인들의 찬사를 알수 있다
유럽풍에 느낌을 받는것은 프렌치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가 그 이름에서도 알수있듯이 프랑스령인 관계이다.
프랑스는 1844년 이곳을 자기네 령으로 넣었다.
거리에는 서양인과 아시아인, 고갱의 그림에서 방금 걸어 나온듯한 현지 여인들이 인파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 아시아인은 일본 관광객들이 많고 20세기 초 프랑스가 노역자 이민으로 데려온 중국인 후예들이 대부분이다.
타이티에서 한국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바다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곳이지만, 산이 바다로부터 시선을 앗아간다. 오르락 내리락, 울퉁불퉁한 모습이 독특하다.
봉우리 사이사이에는 물안개를 피우는 폭포가 신비롭게 흘러내린다. 야자수가 온산을 뒤덮고 있다.
종종 타이티와 비교되는 팔라우, 몰디브,보다도 그 경치가 점입가경이다.
산과 바다가 자아낸 영상은 잠에서 들깬 몽롱함과 뒤섞여 아름다운 환영(幻影)으로 각인된다.
작은 섬들이 미풍에 실려
바다위를 떠다니는 남태평양, 모레아 (MOOREA)섬
30분간 배를 타고 건너간 섬은 15Km나 떨어진 작은 모레아 섬(MOOREA).다양한 국적의 사람들 입에서 탄성이 나온다.
와 와우- 선실안에 앉아 있을수 없어 갑판위로 올라온 사람들..
출렁거림에 배를 잡고 머리카락이 맞바람에 빠저버릴듯이 휘날린다.
배아래 물빛이 온통 산호초위에 하늘빛 바다로 접어든다. 수백만년전의 화산활동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모레아 섬은 중앙에 솟은 1,000m 높이의 산들 탓에 험하고 강한 인상을 안겨준다. 고갱이 이섬을 보고 표현한
"고성같은 섬"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망치로 방금 깬 돌의 단면을 보는 듯한 산도 있고, 숟가락으로 푹
아이스크림을 떠먹은 듯한 모양도 보인다. 산위로 올라가 내려다 봤다. 아름다운 광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크나큰 감동은 행복감을 동반해 주는 것일까..
하늘빛 바다위에 떠있는 워로방갈로와 바람에 휘날려 모두가 한쪽 방향을 보고 서있는 야자수, 계속 보고 싶어서
절대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카메라 셔터보다 마음의 셔터를 더 많이 누르고 있었다.
셔틀 보트를 타고 모레아 섬 가까이에 무인도 섬으로 이동했다. 태평양에 아주작은섬 멈춰선 시간이 왔다.
무인도 야자수 숲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안경과 스노클을 착용하고 물위에 엎드려 본다. 산호가 보이고
떼 지어 다니는 물고기가 보인다. 양 날개를 너울거리며 겁도없이 다가오는 가오리, 조련 받은 가오리가
무인도 바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하루가 아쉬어 수평선위 붉은 낙조에 걸려있다
감동의 도가니 속을 헤매던 일과도 마무리하고 숙소로 향했다. 환상적인 분위기에 워터방갈로 테라스에
누워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한 하늘의 별들을 보며 잠을 청한다. 꿈속에선 바다로 연결된 계단을 걸어
내려가 옆 방갈로로 헤엄쳐 갈지도 모를 일이다.
타이티에 왔으니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시내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한 타이티의 전통적인 주거형태를
모방하여 만든 둥근 모양의 모습을 풍기는 고갱 박물관.
이방인으로서 타이티에 완전 반해버린 고갱의 심정을 나누고자 박물관을 찾아 나선다. 타이티의 연인들,
목욕하는 타이티 여인, 자바처녀 등의 작품을 남긴 그는 프랑스 후기 인상파 화가로 1891년 타이티에 왔다.
“발들인 순간 눌러 앉고 싶은 곳”이라고 한 고갱. 타이티에서 고갱은 후세에 전할 그만의 특색을 아름다운
경치와 순박한 타이티 여인에서 특색을 잡아간다.
고갱의 그림을 전시해둔 폴 고갱박물관, 그러나 이곳은 이상하게도 고갱 박물관이라고는 명성처럼, 이름답지
않게 단 한점의 고갱작품이 전시되어 있지 않다.
이곳에서 파는 복사품도 고갱의 작품이 아니다. 그리고 고갱의 생가에도 작품이 없다. 타이티와 고갱은 대체
어떤 관계일까. 도시 타이티가 아니라 단지 고갱의 그림무대 타이티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곳 계절로는 해가 짧은 겨울이다. 날이 더워 잠시 잊고 있었는데, 이곳은 우리가 떠나온 곳과는 계절이
정반대인 남반구이다.
시내 차도로 달리는 자동차 사이사이 트럭 짐칸에 사람들이 지하철 좌석 마냥 마주앉아 실려가고 있다.
트럭이 멈추면 사람들이 내리고 또 줄서있던 사람들이 운전수에게 돈을 건낸후 올라탄다.
우리네 버스같은 대중교통 수단이라 한다. 그 이름은 "르 트윅". 더운 나라여서 창문도 필요 없으니 편리해 보인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 자동차를 애용하고 있다. 때때로 현대 자동차가 눈앞으로 쌩 지나간다.
한국인 보다 한국차가 먼저 도착해 있는 것이다.
티인래(치자꽃)를 귀에 꽃은 폴리네시아 여인이 활보하는 거리 타이티에 와 있음을 다시 한번 알려준다.
쪽빛바다는 두루마리처럼 달려온다. 흰 거품을 입에 물고 몇초 터울로 차락차락 제몸을 펼치는 파도,
바다보다 더 푸른 하늘을 이불처럼 덮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책을 한권 읽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파랗게 번진 하늘빛을 보는 걸까. 아니면 구름과 해와 달과 별까지 보는 걸까..
생명부지의 누군가가 하늘을 향해 쏘아올린 사랑과 눈물과 그리움까지 보는 걸까.
네가 생각날 때마다 바라보는 하늘 , 넌 참 사이사이 곱구나,
하늘을 우러러보기 위해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고개를 젖히는 순간, 그냥 자연스러운 반사작용 처럼 알게된다.
마치 떠나보내고야 알게 되는 그리움을....
세상에, 그리고 나서 올려다본 타이티의 하늘은 너무 푸르러서 마치 거짓말 같다.
빠름을 추구하며 목적만을 향했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사미광의 독락원(獨樂園),
그 속에 사람도 담고 자연도 담고 아름다운 기억도 담아서 삶을 풍성하게 하는 모든이에 여행이었으면 좋겠다.
2007. 6.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