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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소라의 껍데기는 집이자 옷이고 방패입니다.
또한 그 자체가 몸입니다.
자신의 몸을 녹여 단단하게 만들어낸 집안에서 먹고 자고 살아가다 죽음을 맞이합니다.
사람도 이만한 옷과 집만 가지고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라가 죽고 남겨진 단단한 집은 다른 생명을 살게 합니다. 작은 소라 껍데기에는 집게가 들어와 살아가고 큰 소라 껍데기에는 주꾸미나 낙지가 들어와 적으로부터 몸을 피하고 휴식을 취합니다. 따개비는 소라의 껍데기 표면에 붙어 살아가기도 하죠.
고둥 껍질에서 사는 집게
소라를 보며 사람의 집을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어처구니없게도 아이언맨 수트가 떠오릅니다. ;;
아이언맨 수트만 있으면 더위도 취위도 상관 없자너.
비와도 갠찮고 눈와도 갠찮고.
차도 필요 없고 뱅기도 필요 없고 말이죠.
전쟁무기로 만들자니 돈이 많이 드는거지 옵션을 많이 줄이고 생활에 필요한 기능들만 극대화해서 말이죠, 국가에서 배급을 해주는 거에요.
아이언맨 수트를 입은 사람은 노숙이 가능하다는 법 개정도 하고 ...;;;
개소리 그만 하고 하던 이야기 계속 하죠. 네...;;
무튼, 아이언맨 수트를 입고 바다에서 살아가는 소라는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실천자입니다.
소라처럼 혼자서 살아라 ;;ㅋ
소라의 ‘라’(螺)는 나사(螺絲)의 ‘나’자와 같습니다.
나사의 모양이 소라와 닮았죠. 나사는 소라의 모양을 보고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놈 이름마저도 나사고둥입니다
소라를 한문으로 표기할 땐 ‘螺’라고만 표기를 하는데 한국에선 ‘소’를 붙입니다.
어떤 언어학자인가는 분명 이 말을 연구했겠지만 아무리 찾아봐야 저의 능력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내 나름 상상해 봤습니다.
왜 한국에선 ‘라’앞에 ‘소’를 넣었을까를...
위키백과엔 ‘小螺’라 표기하고 있지만 일반적이지도 않을뿐더러 모양새나 크기가 작다고 말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일반적인 사전에는 ‘소螺’라 표기합니다.
소라에서 ‘소’는 순우리말 입니다.
소라를 일반적으로 고둥이라고도 부릅니다.
고둥에서 ‘고’는 상투를 틀 때 머리칼을 돌돌 마는 모양을 말하기도 하고
‘옷고름’에서 사용되어 매듭이란 뜻을 갖기도 합니다.
‘고’는 꼬여있는 고둥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인 듯 보입니다.
‘둥’은 한국고유음계에서 울림음을 표현하는 표기법입니다.
‘천둥’에서 ‘둥’도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죠.
고둥을 풀이하자면 ‘낮은음을 내는 돌돌 말린 것’이라 할 수 있겠죠.
‘라’(螺)는 虫(벌레충)자와 累(거듭할 루)자가 합쳐진 글자인데 모양을 나타내는 ‘고’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는 ‘소리’를 줄여 쓴 말이지 않을까요?
소라는 소리가 납니다.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악기 나각은 커다란 소라껍질로 만들어진 악기고 티벳에서도 소라껍데기로 만든 악기, 둥까르가 있습니다. 한국이나 티벳 말고도 수많은 나라에서 소라 껍데기는 나발로 사용됩니다.
나각
둥까르
또한 소라껍데기를 귀에 가까이 대보면 바람 소리가 들리죠. 소라껍데기 두 개를 귀에 가까이 대고 눈을 감으면 아늑한 공간에 와있는 느낌이 듭니다. 지난주에 까먹고 남은 소라껍데기를 귀에 대고 눈을 감았더니 어렸을 적 들렸던 그 소리가 여전하네요. ^^
아마도 소라나 고둥이라는 이름은 이런 소리를 듣고 지어진 이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게 아니다!
소라는 아까이 소라에서 온 말이다.
그것도 아니다.
소라는 아오이 소라에서 온 말이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거 잘 압니다. 네.
(짤방은 건너 뛰겠슴다 ㅎ)
소라는 껍데기의 쓰임만 있는 것이 아니겠죠.
그 맛도 대단히 훌륭하고 종류도 다양합니다.
소라는 복족류에 속하는데 복족이란 배가 발이란 말입니다.
복족류에는 담수조개에서 이야기한 다슬기, 우렁도 포함되고 달팽이도 한 축에 듭니다.
얼핏 조개처럼 보이는 전복과 삿갓조개도 복족류에 속합니다.
복족류 중 껍데기가 나선형인 것들을 통틀어 고둥이라 부르고 세세하게 이름을 나눠
피뿔고둥, 뿔소라, 위고둥, 물레고둥, 갈고둥, 대수리등의 이름으로 부릅니다.
지난회에서 웃으면 봊이와요님이 전라도에서 다슬기를 대수리라 부르지 않나 물으셨는데
패류도감을 찾아보니 대수리는 바다에 사는 고둥이더군요. 생김새나 크기가 다슬기와 비슷해서 같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대수리
분류는 위와 같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종이 크다 싶으면 소라라 부르고 작은 종들은 고둥이라 불렀습니다.
일반적으로 고둥을 소라라 부르기는 합니다만 엄연히 소라라는 정식 이름을 가진 고둥이 있습니다.
소라(뿔소라)
이놈이 소라입니다.
딱 소라처럼 생겼죠.
다른 여러 소라들과 구분하기 위해 뿔소라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정식 명칭은 소라입니다. 저도 구분하기 쉽게 뿔소라라 부르겠습니다.
뿔소라는 분화구 같은 뿔이 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크기는 사과만 하다고 하면 짐작이 가실까요?
대부분의 고둥들은 뚜껑이 가죽 같은 느낌이지만 뿔소라의 뚜껑은 촘촘한 가시가 돋아난 석회실 뚜껑입니다. 뚜껑이 딱딱한데다 뾰쪽한 바늘들이 촘촘히 박혀있어 적들의 쉬운 먹잇감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뚜껑 표면에 거칠거칠한 가시가 나있슴다
뿔소라는 난류가 흐르는 따뜻한 해역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한국에선 남해와 동해 일부지역에서만 서식합니다. 제가 살던 군산은 칼바람이 코벼가는 곳입니다. 야들이 살기엔 곤난한 지역이죠. 그래서 쉽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종종 먼 바다에서 잡혀온 것을 보긴 했지만 껍데기만 가지고 놀았지 그 맛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완도에 갔을 때 보았습니다. 그래서 으레 피뿔고둥을 소라로 알고 살아왔고 레알 소라는 뿔소라라는 이름으로 불렀습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을 것입니다.
뿔소라의 생활방식이나 맛은 피뿔고둥보다 전복에 가깝습니다.
미역, 다시마등 해조류를 먹고사는 초식동물이고 쓴맛 없이 달고 구수하며 담백하고 쫀득한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로 먹을 때 오돌오돌한 식감도 전복과 비슷합니다.
뿔소라는 따뜻한 난류가 흐르는 남해 일대에서만 서식하고 양식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양이 적습니다.
전복 양식이 활성화 되면서 맛도 좋고 양도 많고 값도 저렴한 양식전복에 완연히 밀려난 상태입니다.
생긴건 참 멋진데....
그치만 뿔소라만의 독특한 맛이 있습니다.
가을부터 봄까지 남도 여행길에 계시면 뿔소라를 찾아 맛보길 바랍니다.
여행에서 특별한 즐거움을 줄 것 입니다.
먹고나서 멋진 껍질도 챙겨오면 기억에 남을 소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피뿔고둥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라라 부르는 녀석은 피뿔고둥입니다.
서해안 일대에선 참소라라 부릅니다. 매물고둥과 구분 짖기 위해 참소라란 이름으로 부릅니다. 참소라와 매물고둥은 생김새도 비슷하고 서식지도 비슷해서 구분이 어렵습니다.
매물고둥은 참소라에 비해 크기가 작고 무엇보다 맛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구분 지으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매물고둥은 살에 모래도 많이 껴있고 참소라에 비해 감칠맛이 덜하고 탄력도 덜합니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그저 그런 놈입죠.
매물고둥 - 주둥이 끝 부분이 길죽하고 껍질 안쪽색이 희거나 보라색이다.
그치만 참소라는 얘기가 다르죠.
참소라는 껍질만 봐도 침이 고입니다.
저것을 어찌 먹으까....
회로 먹으까, 삶아 먹으까, 궈 먹으까, 죽을 낄여 묵으까......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참소라.
이놈은 보기와 다르게 육식성입니다.
지깟놈이 빠르면 얼마나 빠르다고 육식을 할까 싶지만 야보다 느린 애들이 있습니다.
어린 매물고둥, 어린 참소라, 전복, 비단고둥, 조개류등을 잡아먹고 삽니다.
그래서 양식하는 아자씨들은 가장 싫어하는 애들이 참소라와 불가사리입니다.
참소라는 먹잇감에 구멍을 내(지깟놈이 어떻게 그 딱딱한 껍질에 구멍을 내는지는 모르겠지만)속살을 녹여먹고, 불가사리는 조개고 뭐고 지보다 느린애들을 잡아 빨판으로 움겨쥐고 살을 빨아 먹는답니다.
피뿔고둥은 사냥중 - 같은 피뿔고둥을 잡아먹고 있네요. ;;
피뿔고둥을 가장 쉽게 알아 볼 수 있는 방법은 뚜껑 주변 안쪽 껍질이 주황색입니다. 대부분의 고둥류의 안쪽 껍질은 하얀색이거나 옅은 무지개빛인데 비해 피뿔고둥의 주둥이는 붉습니다. 이놈들, 나 고기 먹고 산다고 자랑질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피뿔고둥은 몸에 독을 품고 있습니다. 내장의 특정 부위에 독이 있는데 살을 반으로 갈라보면 나오는 하얀 덩어리가 있습니다.
그림에서 살 가운데 베이지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독을 품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만 제거하면 맛있게 소라를 먹을 수 있습니다.
아깝다고 먹으면... 음.... 쌉쌀하구, 머리도 아파오구요, 배도 살살 아프고요, 입안도 얼얼할겝니다.
맛의 달인이 되고자 한다!!
독소도 맛을 봐야 맛을 알지 않겠나!
그렇다면 과감하게 한 점, 아니, 적어도 세 점은 먹어야 머리가 아픕니다. 세 점 정도 과감하게 초장 찍어 드시길. 음.... 그러고나면 골치가 많이 아픕니다. 네.
참소라는 쫀득한 살도 맛있지만 고소한 내장이 더 맛있습니다. 소라의 내장 중에 투명하고 먹었을 때 쫀득한 부위가 있습니다. 곰의 쓸개를 키우듯이 이것도 키울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난 왜케 이게 그렇게 맛있지?? 이것 안 먹고 소라 먹었단 소리하지 말기!
참소라를 고를 때는 가장 큰 것으로 고르는 것이 좋습니다. 무게 대비 크기가 큰 것이 살의 양도 많습니다. 작은 것은 살의 양이 적어서 삶고 나며 먹잘게 없어요.
작은 것은 잡지도 먹지도 맙시다.
위고둥
피뿔고둥처럼 육식을 하는 위고둥이 있습니다.
이놈은 뿔소라보다 더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녀석입니다.
제주에서 발견된다지만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서식하는 종이 아닙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고동은 대부분 동남아시아산입니다. 껍질의 키기는 피뿔고둥보다 조금 크지만 살의 크기가 피뿔고둥 껍데기의 크기와 맞먹습니다. 살이 엄청 많은 녀석이죠. 살도 많고 요리를 하면 얼핏 전복같아 보이고 식감도 쫀득한데 문제는 아무런 맛이 없다는 것입니다.
위고둥 살 - 크기가 이정돕니다. 쩔져?
다 좋은데 맛이 없으니 값이 쌉니다.
비지떡 저리가라 맛입니다.
양 많고 값싸면? 당근 업자들에게 좋은 식재료겠죠.
껍데기와 내장을 재외한 살만 수입되는데 중식당의 짬뽕재료와 횟집의 스끼다시용으로 주로 납품됩니다.
짬뽕먹는데 전복이 들어갔나 하며 흐뭇해 하진 마시길 바랍니다.
전복 들어간 짬뽕을 파는 집이라면 현수막을 대문짝보다 크게 걸어 뒀을 겝니다.
쫄깃하긴 한데 이게 무슨 맛인가 싶은 것이 씹히면 고개를 갸웃거리지 말고 이놈이 위고둥이구나 하시면 되겠습니다.
골뱅이
고둥 중에 우리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아마도 골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골뱅이의 공식명칭은 물래고둥입니다. 동해에서 잡히는 것과 서해에서 잡히는 것이 차이가 나는데 동해에서 잡히는 것은 백고둥이라 부르고, 서해에서 잡해는 것은 수랑이라 부릅니다. 레알 골뱅이는 동해에서 나는 것이라지만 저는 아직 물래고둥을 맛보지 못했고 수랑의 맛만 알고 있습니다. 물래고둥이 수랑에 비해 크기도 크고 어쩐지 맛도 있어 보입니다.
물래고둥(백고둥)
수랑
자~ 여기서 골뱅이는 깡통에 들어 있는 것만 골뱅이라 부르는 줄 알고 있었다. 손!?
저도 수랑이 골뱅이란 걸 알고 깜놀했었습니다.
어릴 때 고향 앞바다에서 엄청 많이 잡히던 것이었는데 골뱅이 무침에 들어있던 골뱅이랑은 맛이 전혀 다르거등요.
사실 수랑은 깐스메 골뱅이보다 맛이 없습니다. 어떻게 요게 깐스메 골뱅이가 될 수 있는 것이가... 고민도 해 봤었죠.
이떻게 이 맛이 그 맛일 수 있을까....
참치캔도 마찬가지.
다 커서야 참치횟집에 가지 않았겠어요. 참치의 맛이란 동원이냐, 사조냐, 오뚜기냐에 달려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 삶은 참치 고긴 줄만 알고 있었는데. 김치찌개나 낋이고 도시락 까묵을 때 하나씩 따깍 따서 뻑뻑하게 먹던 그 맛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른데 참치가 이렇게 놀라운 맛 일줄이야.
세월이 조금 더 흐르면 닭의 벼슬도, 돼지의 코고, 소의 뿔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질 듯 해 알고나 먹자를 씁니다.
골뱅이의 본래 모습은 이러합니다.
삶으면 내장도 고소하고 맛있습니다.
골뱅이 캔에는 내장은 들어있지 않잖아요.
또한 수랑은 골뱅이 캔보다 달지 않습니다. 그렇게 끈적하지도 않구요. 그렇게 감칠맛이 진하지도 않습니다.
골뱅이 깐스메의 달콤한 감칠맛은 매혹적이긴 합니다만 가공된 맛입니다.
머릿속 골뱅이의 데이터를 버리고 백고둥이나 수랑의 맛을 새롭게 기억하길 바랍니다.
신선한 바다 냄새와 쫄깃하고 싱싱한 맛이 그 달콤한 맛을 이겨낼 것입니다.
그렇게 기억해 두었다가 그 맛을 아이들에게 알리세요.
맛이란 것은
사람이, 돈 버는 기업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준 것이다 라고 알려주세요.
참고도서
<현산어보를 찾아서> (이태원지음 - 청어람미디어)
<원색한국패류도감>(유종생지음-일지사)
작은 고둥들
참 예쁘죠.
비단고둥, 총알고둥, 밤고둥, 비틀이고둥, 맵사리등의 껍데기로 만든 목걸이입니다.
남해안 일대의 해안에서 주워 만들었다면 개오지도 분명 들어 있을 텐데 개오지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중부지방의 해안에서 주워 만든 목걸이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할 녀석들은 작은 고둥들입니다. 대체로 식용으로는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바다에는 먹을 게 부지기순데 삶고 까는 고생해서 이것을 먹자고 덤빌 이유는 없지요. 크기가 큰 맵사리나 대수리 같은 것을 아이들이 놀면서 불에 구워 먹기도 하지만 맵고 씁니다.
맵사리 라는 이름은 매워서 지어진 이름이죠. 고추처럼 톡 쏘는 매운 맛이 아니라 쓴맛이 강하고 매운맛이 나중에 입안에 남아서 먹어 본들 입맛만 버립니다.
맵사리
비단고둥이나 밤고둥은 그래도 먹기에 나쁘지 않지만 여타 조개들도 많고 앞으로 이야기 할 게들도 바다 가득인데 구지 이 녀석들까지 잡아먹으려 하지는 않았었죠.
데치고 까서 된장국을 끓이면 그럭저럭 먹을 만하지만 저 어릴 때도 일반적으로 먹지는 않았습니다.
어린 것이 뭣도 모르고 갯가에서 주워온 것 죽여서 버리지는 말아야 하기에 데치고 까서 국을 끓여줬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제가 이런 거 잡아오면 아주 인상이 험악해졌어요. ㅋ
잡어 먹을 놈이!! 허라는 공부는 안하고!!
숭어나 갈게, 꽃게, 장어, 여러 가지 조개 등을 잡아오면 아무 소리도 안하는데 말이죠. 오히려 어깨가 으쓱해졌는데 말이죠. 네. 쩝.
모양들이 얼추 비스무리하게 생겼죠
야들은 자유영혼들입니다. 서로서로 잡아먹고 잡혀 먹고 살아가지만 사람의 손은 별로 타지 않았습니다.
먹지도 않고 실용적이지도 않으니 종은 다양해도 이름을 알고 지내지 않았습니다.
맵사리와 비슷하게 생긴 것은 그저 맵사리. 째깐한 고둥, 그렇게 불렀던 것 같습니다.
갯고둥의 종류도 다양한데 얼핏봐서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저 모두들 비툴이라고 불렀고 특이하게도 그걸 삶아 먹을 때는 호래비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걸 먹고 있는 모습이 참 홀애비 스럽긴 합니다. 네 ㅋ
호래비 입니다.
겨울 되면 포장마차나 여느 난장에 가도 쉽게 만날 수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더군요.
뻔대기와 함께 군것질 꺼리로 갠찮긴 했는데 이제는 그거 먹자고 현기증 나긴 싫으네요.
모서리 끝을 니퍼로 잘라내면 공기가 통해 살이 빨려나오긴 하지만 몇 개 빨아 먹다 보면 현기증나요. ㅡㅡ;;
이런 애들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라고 놔두세요.
놔두면 죽어 껍데기만 남아 파도와 해에 쓸려 예쁜 색과 모양을 갖게 됩니다.
이걸 주워 모아 목걸이도 만들고 팔찌도 만들어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에도 걸어주고 손에도 걸어주면 얼매나 예뻐요 ^^
걸어주는 사람도 예쁘고 그걸 목에 건 사람도 예뻐 보일 겝니다.
호래비 면하려면 어서. 어서. 응?? 그거 빨아 먹고 있으면 평생 호래비 된다. 너거들.
내가 고둥껍데기로 목걸이 만들어주면 목에 걸 사람 거기. 거기... 있는 거야?? 응?
이런 자잘한 고둥 중에 가장 예쁜 녀석은 개오지입니다.
개오지
변산 해안가에서도 간혹 눈에 띄긴 하던데 찾기 쉽지 않습니다. 야들도 뿔소라처럼 난류성 어종입니다. 차가운 바닷가에선 보기 힘들죠.
인석들 무늬도 예쁘지만 모양도 아름답고 표면도 매우 부드러워서 조개껍데기 중 가장 고급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귀티가 철철 흐르죠. 그래서 야들은 고대에 화폐로 이용되었다네요. 그럴만도 합니다. 500원짜리 동전보다 이만오천배는 더 값져보이잖아요.
제가 개오지를 처음 본건 아마도.... 세상에 태어나서부터이지 않을까....
저는 집에서 태어났는데 말이죠. 어릴 때부터 있던 장롱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집에는 하나씩 있다는 그 장롱. 70년대 붐을 일으켰던 합판 자개농말이죠.
우리 집에도 하나 있었습니다.
그 자개농에 개오지가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태어났을 때 반짝이던 그것을 보고 방긋 웃지 않았을까 싶네요.ㅎㅎ
참 허술하게 만들어져서 학인지 닭인지 모를 새가 날아다니고 소나무인지 싸리빗자루인지 모를 나무도 그려져 있던 그 장롱에 박혀있던 개오지는 참 예뻤습니다.
개오지라는 이름은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패류도감을 찾아보고서야 그 이름이 개오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개오지라는 이름은 어쩌면 슬픈 이름입니다. 이렇게 예쁜 녀석의 이름이 개오지라니....
개보지라는 이름을 순화시켜 부르게 된 것이랍니다.
<원색한국패류도감> 유종생 선생이 이놈 이름 앞에서 엄청 난감했더랍니다.
개보지가 뭐꼬??
그랬겠지요.
그런데 현지에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는 거예요.
노인네. 고민에 빠졌겠죠.
어찌 학자된 사람으로서 입에 올리기 민망한 개보지란 이름을 쓴단 말이더냐.
저렇게 예쁘게 생긴 녀석에게 개보지란 이름이 가당키나 하단 말이더냐.
석 달 열흘 식음을 전폐하고 고심해서 ‘보’자를 ‘오’자로 고쳐 부르기로 하셨다능, 소심하기 그지없는 이름 짖기를 하셨다데요.
그냥 개보지라고 부르면 어뗘서!?
오랜만에 관습헌법 드리대기.
관습법상 개오지는 개보지가 맞다.
무튼, 그랬답니다.
이름은 그렇다 치고 예뿐건 예뿐 겁니다.
자개농에 박혀도 예쁘지만 목걸이, 팔찌, 단추로 만들어도 참 예쁠 것 같습니다.
바닷가로 놀러가서 조개구이에 쏘주만 빨지 마시구요
겨울 해변을 거닐며 예쁜 조개껍데기를 모아보세요.
꿰어서 목걸이, 팔찌를 만들지 않더라도 그것 자체가 즐거움이 될 거시며 뜨거운 밤으로 가는 지름길 이니라~
개오지로 만든 목걸이. 삘핀에서 만들었다네요.
전복/ 말조개
자개농 이야기가 나왔으니 전복과 말조개도 함께 알아볼게요.
전복은 겉 껍질은 우락부락 오무처럼 생겼지만 안쪽은 오색창연 곱디 곱습니다. 표면도 매우 부드운데다 단단하기까지 해서 자개를 만드는 최고의 재료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매우 귀한 것이 전복아니겠습니까. 전복양식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에는 오롯이 자연산이었습니다. 다시마 미역등 해조류를 먹고 사는 녀석인데 대식가에요. 먹을 게 부족하면 굶어 죽습니다. 해조류가 나는 곳은 한정되어 있고 그것을 배불리 먹고 살기도 어려웠겠죠. 게다가 번식력도 약해서 쉽게 번성하지 못하고 자연에선 5년은 자라야 성복이 되니 사람 손에 들어오는 전복은 귀하디 귀할 수 밖에요.
그래서 어떤 분들 어린시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복 껍데기로도 엿을 바꿔 먹었다능.ㅋㅋ
조선땅은 그나마 전복이 많이 났지만 중국은 전복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데요.
황제도 전복먹기가 쉽지 않았다 하니 말 다했죠.
전하는 말에 의하면 조조도 전복구경하기 힘들어서 서운했다 카더라.... 뭐 그랬답니다.
이런 전복이니 껍질도 구하기 힘들었겠죠.
이 전복껍질보단 못하지만 번식력도 좋고 가공도 손쉬운 조개가 있었습니다.
바로 말조개죠.
말조개는 민물조개입니다.
말조개를 먹기는 했는데 질기고 흙냄새도 많이나서 개나 끓여주던 것이었죠.
그치만 껍데기는 참 예뻤습니다.
게다가 크기도 엄청 커요.
검은 바탕에 알록달록한 무지개빛이 빛의 반사에 따라 달라보이는.... 이런걸 뭐라 카던데....
무튼 그런 신비로운 색을 냅니다.
그래서!!
우리 여왕폐하의 아빠가 가카이던 시절에 말조개 장려 정책을 펴십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자개산업 활성화 5개년 계획.
참... 다양하셨어....
전국토의 저수지에 말조개를 풀어 키우도록 카여라.
그것들이 다 자라면 수거하여 자개산업을 활성화 시키는데 활용토록 카여라.
그 즈음 합판생산이 초절정단계.
70년대 지어진 집을 부셔보면 온 집의 내장은 전부 합판. 천정은 덴조 합판. 벽은 삼부합판. 바닥은 오부합판.
그러니 씨부랄 것. 집들이 그렇게 추운거여.
무튼 그렇게 집들을 지었다구요.
그 합판을 어디에 더 써먹을 데 없을까 고민했겠죠.
집을 지었으니 장롱 하나씩은 들여야 할테고....끙.
자개장 하나씩 집에 들이면 가다도 나고 얼매나 좋겠어.
말조개 껍데기로 대충 그림 그려 오지게 팔아 먹었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학이 닭처럼 보이고 소나무에 대나무 잎이 붙어 있는 것도 보았다능. 끙;;
매난국죽 사군자가 매난국송 사군자가 되기도 하고 말이져.
그리하여 집집마다 싸구려 자개농 하나씩은 이고지고 살았습니다.
이런 자개농이 실려가는 걸 보면 어쩐지 서글퍼요 ㅜㅜ;;;
그러다 저러다 활성화고 나발이고 족보에 없는 합판자개농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조개는 천덕꾸러기가 되었습니다.
그 때 뿌렸던 종패가 새끼를 낳고 자라 저 어려 꾀벗고 수영하고 놀 때까지 저수지에 그득 했었습니다.
자개농은 인기가 시들해 사라지고 말조개들은 농약먹고 사라져 갔지요.
이제는 말조개 찾기가 어려운 시절입니다.
오래된 계곡저수지에서 종종 눈에 띄는데 예쁘지도 않고 먹을 것도 아니어서 물수제비 띄워 깊은 물로 돌려보내고 맙니다.
천수를 누려라~
말조개에 비해 전복의 껍질이 훨씬 고급스럽고 우아하지만 껍데기가 딱딱해 가공이 어렵습니다.
말조개 껍데기는 작두로 슥슥 잘리지만 전복 껍데기는 부서지고 깨지기 일수죠.
이 어려운 재료를 장인의 손을 거쳐 화려하고 품위 있게 만들어낸 자개농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가격을 보면 숨도 절로 멎을 것만 같긴 합니다.
장인정신이란 때때로 매우~ 피곤합니다 ;;; 어케 저걸 조개껍데기로 그릴 생각을 했을까나....
철재 캐비넷에 기대 잠이나 청해야지.. 쩝.
자개가 전복의 전부겠습니까.
껍데기는 전복의 부속물. 허드레 것.
모든 폐류의 제왕이자 바다의 보배로 불리는 이유는 그 맛과 영양에 있는 것이죠.
전복의 종류는 참전복, 말전복, 오분자기로 나뉩니다.
사진으로 보이는 모양과 색으로 얼추 구분이 가실 겁니다.
말전복은 확실히 색이 갈색여서 구분이 가지만 오분자기와 참전복은 얼핏 보기엔 구분하기가 여렵습니다.
자세히 보면 참전복은 구멍에 3~4개정도 뚤려 있고 오분자기는 6~7개정도 뚤려 있습니다.
구멍의 모양도 조금 다른데 참전복은 분화구처럼 올라와 있고 오분자기는 비교적 밋밋하죠.
전복을 보면 항상 오무가 생각납니다.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그 오무충. ㅋ
나만 그래?
아주 작은 전복은 오분자기만 못한 맛이지만 큰 참전복의 맛을 어디에 비하겠습니까.
전복은 크기에 따라 값이 달라집니다.
같은 1KG의 전복이라도 2~3마리가 1KG 나가면 30만원을 상회합니다.
이거슨 양식전복을 말하는 것이고 자연산 전복이 이정도 크기라면 부르는게 값.
반면 30~40마리에 1KG나가는 작은 것들은 오마넌 미만.
오분자기만한 크기지만 값은 오분자기보다 저렴합니다.
여름에 전복 삼계탕 먹고 보양식 좀 먹었다 하겠지만 별것 아니라능.
작은 것은 살에 탄력도 없고 향도 없습니다.
작은 전복은 그저 마음만 훈훈해지시라.
적당한 크기로 자란 전복은 아주 좋은 향이 납니다.
살에서도 향이나지만 내장에서 아주 진한 해초향이 납니다.
전복내장을 다져 그것만으로 죽을 끓이면 소화된 해초의 진한 향이 입맛 돌게 만들죠.
전복내장죽을 한 그릇 마시고 전복찜이나 전복회를 먹게 되면 입안에 남아있는 내장의 향과 쫄깃한 살의 맛이 어우러져 더욱 깊은 맛을 내게 됩니다.
전복내장은 젓을 담아도 일품인데 소금을 조금만 넣고 3~4일 상온에 두면 내장에 담겨있던 해초가 발효되면서 매우 진한 향을 냅니다.
너무 향이 진하고 끈적한 식감이 있어서 초심자들은 범접하기 어려운 맛이지만 일단 그 맛을 알면 절대 그 맛을 잊지 못할 겝니다.
삭힌 홍어간과 더불어 최고의 중독성 약물이라 말하고 싶네요. 쩝쩝쩝. 아... 쩝쩝.
전복은 어떤 요리에도 어울리고 장을 담아도 맛이 좋습니다.
오분자기나 작은 전복은 장을 담아 먹으면 짭짤하고 쫀득한 맛이 그만이죠.
전복요리중에요, 제가 개발하고 여지 것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던 극강 전복요리 비법을 더딴지 12호에 공개했습니다.
11월이 되면 鴨鰒불끈湯(압복불끈탕)이 더딴지 구독자들에게 공개됩니다.
이런거 그냥 갈켜줄 수 없자너!!
얼매?
단돈. 3300원.
쿵푸허슬 여래신장을 능가하는 극강비서.
이 비법을 알게 되는 순간 밤은 뜨거워질겝니다.
앗뜨거라~ 더딴지 12호
참고도서 - <원색한국패류도감> (유종생지음 - 일지사)
http://bric.postech.ac.kr/myboard/read.php?id=184&Page=1&Board=free_board&Ksearch=1&FindText=개오지
의 내용을 참조하였습니다.
<원색한국패류도감>은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1970년대에 전국해안을 발품팔아가며 써낸 책입니다.
그 시절에 이런 고생해가며 사람들이 관심갖지 않은 부분을 이렇게 열심히 써내신 유종생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패류에 관심있는 분들께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