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23.11.19.(일요일)
날씨 : 흐림
참석자 : 박정호, 박종관, 엄재원, 유진경, 윤창섭, 한이현
지난 10월 중순에 선인봉 학교길에 다녀오길 잘한 것 같다.
아침 9시 상봉역에서 만난 종관형(회장님)은 보는 사람마다 '아니, 다들 뭘 이렇게 두껍게 입고 왔어~~'라고 핀잔이지만, 종관형은 그때 따뜻한 미국에서 즐겁게 등반하며 놀다 왔으니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왜 이러는지(정말 아무것도 모르면서 말이야...).
우린 그 날 똥 바람이 부는 선인의 학교길을 경험했던 사람들이다. 그날 4피치에 오르기까지 위아래에서 몰아치던 찬바람은 우리의 등반 의지를 꺾기에 충분했다. 덜덜 떨다가 등반도 제대로 못하고, 일부는 4피치에서 하강하고 일부는 5피치에서 하강했었다. 그래서 오늘은 핫팩이 필수였고 겹겹이 껴입지 않을 수 없었다(아마 이따가 후회하게 될 것이니다요).
상봉역
올해부터는 '쫑바위'라는 개념 없이 자연스럽게 동계시즌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선택한 등반지는 강촌 강선봉 5부 능선에 있는 '코브라릿지'이다. 종관형이 추위까지 고려해서 햇살을 등에 업고 등반할 수 있는 장소를 고른 것이다.
09시 상봉역 만나기로 했는데, 경춘선 시간표를 보니 08:59분 전철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놓쳤다는 말이다). 전철을 놓치고 막간을 이용해서 역사 1층 '부산오뎅' 집에서 간단히 요기한다. 꼬치 어묵이 1,500원인데 가격 대비 어묵도 부드럽고, 국물도 칼칼하니 맛있었다.
09:25 춘천행 전철 탑승, 10:39 강촌역 도착
강촌역 도착 후 들머리까지 약 1.4km를 걸어들어갔다. 들머리까지 걷는 동안 분식집에서 핫도그와 순대로 2차 요기를 했다(배가 무지하게 고파했던 사람이 있었다... 미국 갔던;;).
11:15 들머리 도착
강촌상상역(구 강촌역)에서 봄내길7코스 방향으로(구 기찻길) 걷다 보면 '화전민터'이정표가 보이는데 이곳이 들머리다. 조금 더 오르다 보면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는데 여기서 '전망대릿지' 방향으로 약 400m를 더 올라야 '코브라릿지' 1피치 시작점에 도착한다. 어프로치가 굉장히 나쁘다, 계곡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야 하는데 낙엽도 쌓이고 미끄러워 잘 살펴 올라야 한다.
강촌상상역에서 들머리로 걸어가는 봄내길7코스(구 기찻길)를 걷다 보면 콘크리트로 만든 아치형 터널이 나오는데, 종관형은 이곳을 볼더링 벽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한다. 터널은 길고, 높고, 넓고, 시원한 곳이라서 만들면 좋겠다 싶었지만, 강촌도 여타 지방 도시와 같이 죽어가는 도시 같았다. 경춘선 강촌역에서 강촌상상역까지 걷는 동안 문을 닫은 가게와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민박이라 쓴 곳은 거의 전멸...). 날씨마저 그래서였는지 도시 전체가 싸늘한 느낌이었다. '강촌랜드'라는 지역명이 무색해 보였다.
12:00 코브리릿지 1피치 시작지점 도착
너덜길을 올라오느라 몸에서는 김이 올라오고 머리와 얼굴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그것도 잠시, 10여 분이 지나자 찬 공기가 몸을 식혀 금세 한기가 느껴졌다. 바위는 말할 것도 없이 얼음장을 만지는 듯했다. 짧은 1피치 중간부터 이미 손가락과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지더니 몸도 경직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1피치를 마치니 손에서 열이 나는게 적응이 된 듯 싶다. 짧은 2피치를 마치고 오버행 구간이 섞인 3피치 구간을 시작한다. 3피치가 코스 중 가장 어렵고 길다고 하는데, 길이는 25미터에 난이도는 5.10b라고 한다. 모두 처음 온 곳이라 잼있기도 하고 우여곡절도 겪으며 3피치를 마무리 한다.
3피치에 오르니 약간 경사는 있지만 넓은 공터 같은 큰 테라스가 있었는데 자연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니 새삼 자연의 힘이 대단하다 느껴졌다. 시간상 '유선대암장'에 놀러가기에는 늦은 것 같아 여기서 점심을 먹고 4피치를 마치고 내려가기로 한다. 이 곳은 대단한 사진 맛집이었다. 고도는 300m 남짓인데 '춘클릿지'와 같이 멀리 산과 강이 있어서 사진이 아주 멋있게 나왔다.
15:00 등반 종료
4피치도 약간의 턱을 넘는 구간이 있긴 했지만, 홀드가 좋아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등반을 마치고, 강선봉에 오르는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니 예전에도 왔었던 종관형 단골집인 닭갈비 집이 있었다. 이 곳 닭갈비는 도심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닭내장을 넣어서 볶아 먹는데 맛과 풍미가 일품이었다. 밥까지 볶아 싹싹 긁어 먹었다.
등반지의 전체적은 느낌은,
어프로치에 비해 코스가 짧다는 점이었다(시간투자 대비도 같다). '코브라릿지' 오르기 전 '전망대릿지'가 있는데 이 곳과 연결되어 있었다면 좋은 릿지 코스가 되었을 것 같다.
산행 회비는 2만원씩 걷어 식대를 지급했고, 부족한 건 내가 냈다, 형들이 있었지만 내가 냈다, 건방져 보일 수 있었지만 양해를 구하고 내가 냈다, 잘 했다(그래봐야 얼마 안된다).
첫댓글 글도 사진도 좋네! 못가서 아쉽당.
담주에 봐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