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협동조합 아파트’ 남양주 위스테이별내
관리소장 등 주요 관리업무도 입주민이 맡아
“계속 살고 싶다” 95% “만족도 향상” 74%
국내 최초의 사회적 협동조합 아파트 모델은 성공적인가. 협동조합원들이 짓고 운영하는 임대아파트 입주 2년을 맞아 새 모델의 운영실태와 부동산 정책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본다.
위스테이별내아파트는 커뮤니티 센터가 일반 아파트의 2.5배 규모로 중앙 잔디공원을 둘러 자리잡고 있다.
협동조합이 직접 참여해 건설한 임대아파트에 조합원들이 싼값에 임차해 공동체 활동을 즐기며 살아가는 국내 최초의 사회적 협동조합 아파트 모델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신도시의 위스테이별내 단지는 2020년 6월 491세대가 입주해 만 2년이 지났다. 이 아파트는 국내 아파트와 사뭇 다르다. 우선 임차료가 싸다. 3개 평형 중 34평형 옵션II는 임차보증금 2억3370만 원, 7월부터 2년간 적용되는 월 임차료는 5만6000원, 커뮤니티운용비는 월 5만 원이다.
월 임차료까지 보증금에 얹어보면 전세금 2억5000만 원 정도인 셈이다. 별내 다른 아파트의 같은 평형(매매가격 9~10억 원)의 전세금이 5~6억 원인 것과 비교하면 위스테이별내는 인근의 45% 수준인 ‘반값 아파트’다.
이 아파트 입주자는 모두 협동조합원이며 일부는 아파트 설계부터 참여했다. 공간위원회가 수십 차례 토론해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커뮤니티를 설계하고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 그 결과 일반아파트의 2.5배 규모의 커뮤니티 센터가 탄생했다. 공유부엌·동네카페·도서관·체육관·창작소·유아키움방·어린이놀이방 등에서 10여 개 소그룹, 120여 명의 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아파트 관리 업무를 입주민이 한다. 김동신 관리사무소장은 조합 이사였는데 관리업무를 맡기 위해 2019년 주택관리사(22기) 자격을 취득했다. 입주민들은 소장을 ‘동네지기’라고 부른다. 김 소장은 “마을공동체는 갑질 없는 곳으로 선언됐다”며 “커뮤니티 청소미화를 맡은 6명의 입주민은 ‘나와 이웃의 어머니’로 동네에서 가장 사랑받고 존중받는다”고 전했다. 단지 내 협동상회, 동네카페 등에서도 입주민 30여 명이 일한다.
협동조합아파트는 정부 지원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2016년 국토교통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시범사업을 공모했다. ‘뉴스테이(New Stay)’라는 이름으로 중산층이 8년간 이사 걱정 없이 적정 수준의 임대료로 양질의 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도입하고자 했다.
사회적 개발기업 더함(대표 양동수)이 남양주 별내와 고양시 지축의 공공택지에 협동조합이 참여하는 임대주택사업을 제시해 통과된 것이 2017년이었다. 이어 정부 70%, 조합 30%의 지분으로 부동산투자전문회사 리츠가 설립됐다. 더함의 김종빈 이사는 “부동산이 재산증식과 투기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북유럽, 캐나다에서 시행되는 협동조합 주택을 우리 실정에 맞춘 새 모델로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리츠를 주체로 해 총 2000억 원을 조달했다. 리츠가 건설사업비의 20%인 400억 원을 투입했고 나머지는 정부기금, 민간차입 및 임대보증금으로 충당했다. 아파트 부지 9200여 평은 LH로부터 조성원가로 매입했다. 땅값과 순수 건설비가 1500억 원, 세대당 평균 건설원가는 3억원 남짓이다. 정부는 배당을 받는다.
입주는 2020년에 시작됐다. 김 소장은 “현재 입주민은 30대 30%, 40대 25%로 30~40대가 55%로 가장 많고 50대(16%), 60대(15%), 20대(14%)가 비슷한 비율”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나이 드신 분은 ‘어른들이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말하고 젊은 엄마들은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이라며 좋아한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무주택자여야 한다. 특별공급 대상은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이하인 청년, 신혼부부, 고령층 등으로 현재 22%를 차지한다. 그만큼 저소득층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소셜믹스 아파트다. 한 전문가는 “비싼 집값 문제, 주거 안전망 확보, 고령층 복지 및 저출산 대책 등 한국의 여러 난제를 풀 수 있는 많은 힌트가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말 별내 위스테이단지 사업 1년을 평가하는 조사보고서를 내놨다. 491세대 전수조사 결과 사회적 편익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고(74%), 지속적인 거주 의사가 있다(95%)는 평가였다. 육아친화아파트라는 인식(69%)도 높았는데, 세부적으로는 ‘급할 때 내 아이를 맡길 이웃이 있다’(72%), ‘우리 아이 친구의 부모와 알고 있다’(81%)는 응답이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주택공급과 관련해 “현대판 주거신분제를 해소하고 끊어진 주거 사다리를 회복하며 품질과 국민 생활 편의까지 고려한 공급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소셜믹스를 도모하고 임대주택과 생활서비스가 결합된 다양한 주거모델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별내의 협동조합 주도 임대아파트야말로 이들 정책과제를 종합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우선적으로 연구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