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지탄(髀肉之嘆), 말 타고 전장에 나가지 않은 지가 오래되어 넓적다리의 살만 찜을 탄식하는 말로 촉한의 유비가 천하를 호령하는 몸이 되지 못하고, 능력을 발휘하여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헛되이 세월만 보내어 넓적다리의 살만 찌게 됨을 한탄하는 말로 삼국지(三國志) 촉지(蜀志)에서 유래, 현덕(玄德) 유비(劉備)가 한 말이다.
유비가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세력이 강한 제후들 틈바구니에서 이리저리 떠돌며 고생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유비에게 가장 큰 장벽으로 다가온 인물이 조조다. 유비는 한때 조조(曹操)와 협력하여 여포(呂布)를 하비(下邳)에서 격파하고 임시 수도였던 허창(許昌)으로 올라와 조조의 주선으로 헌제(獻帝)를 배알(拜謁)하고 좌장군에 임명된다.
조조는 처음에는 유비에게 호감을 느껴 벼슬을 주선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유비 역시 그를 의지했으나, 가슴 속에 웅대한 야망을 품고 있는 두 사람이 끝까지 협조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경계하기 시작하여 적이 되었고, 조조의 공격을 받아 큰 타격을 입은 유비는 허창을 탈출하여 관우(關羽), 장비(張飛), 조운(趙雲) 등 추종자들과 함께 비참한 유랑 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유비가 한때나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은 같은 皇族(황족)인 형주(荊州) 땅의 자사 유표(劉表)를 찾아가 의지하면서였다. 같은 한나라 종친이라는 정리로 유표는 유비를 반갑게 맞아들여 신야성(新野城)을 내주고 거기서 군사력을 기르도록 배려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유비는 유표가 마련한 술자리에 초대받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다가 소변이 마려워 뒷간에 간 유비는 문득 자기 넓적다리에 살이 붙은 것을 느끼고 크게 울다가 자리에 돌아오는데 유표가 낌새를 알고 왜 우느냐 물으니,“나는 언제나 몸이 말안장을 떠날 겨를이 없어 넓적다리 살이 붙은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말을 타는 일이 없다보니 넓적다리 안쪽에 살이 다시 생기지 않았겠습니까?‘고향을 떠날 때 어지러운 천하를 건지겠다고 맹세했는데, 이 나이에 이르도록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허송세월만 했구나" 싶고 "세월은 달려가 머지않아 늙음이 닥쳐올 텐데 공도 일도 이룬 것이 없는데다, 세월은 달려가 머지않아 늙음이 닥쳐올 텐데 공도 일도 이룬 것이 없어 그래서 슬퍼했던 것입니다”하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유표는 간곡한 말로 유비를 위로하며 어떻게 해서든 그를 도와주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중에는 유비가 형주의 주인이 되어 확고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였다.
2014년도는 말의 해이다. 그것도 힘이 철철 넘친다는 청마(靑馬)의 해이다. 어느 해인들 그렇지 않은 출발이 없었기는 하지만 금년에도 역시 처음에는 생각도, 포부도, 생각도, 자신감도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했다. 뭐든 다 해낼 것만 같았다. 정말 새로운 축복의 한해를 맞이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새해이기에 다리에 군더더기 살이 붙을 겨를도 없어야 했다. 지금쯤이면 넘치는 의욕과 새로운 기대감과 계속해서 끓어오르는 도전정신으로 정신이 없어야 옳다.
그러나 세상에서 넘기 어려운 것이 자기 극복이라지 않는가? 때는 겨울이라 몸은 자꾸만 움추려 뜨려지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방학이라 늘어지기 시작하고, 그동안 꿈꿔왔던 것들은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명목하에 의례히 하나씩 포기되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만 드는 것은 왜일까?
어느 사이엔가 벌써 조금씩 그 생활에 젖어 들어가고 잇다는 느낌이 든다. 1월의 중순이면 한참을 뛰고 또 뛰어도 여전히 새로운 힘에 넘쳐나는 말과 같아야 하고, 지칠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의욕과 포부에 넘치는 모습으로 하루하루가 이어져야 하는데 벌써 달리는 말의 속도가 줄어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 이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허벅다리를 둘러싸고 있는 살을 바라보며 한탄하며 눈물 흘리게 되는 그런 때가 곧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빈둥빈둥 노는 것을 싫어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월만 보내는 것을 싫어한다. 무엇이라도 쥐고 있어야 하고, 무언가라도 하고 있어야 한다. 살아있다는 것이 뭔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 아닌가?
금년을 비육지탄(髀肉之嘆)으로 보내고 싶진 않다. 신세를 한탄하며 또 다시 눈물을 흘리는 일을 본복하고 싶진 않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일어서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금년에 주신 말씀이『오직 강하고 담대하라!』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