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소백산 신령님 품안에 안겨 이런 저런 생각으로
2011.06.07(화, 맑음)
동서울(06:58)→단양(09:10~20)→구인사(09:50~10:40)→임도(10:55~11:05)→샘터(12:20~30)→주능선초입(13:15)→민봉(13:20~25)→신선봉(14:20~45)→늦은맥이재(15:20)→상월봉(15:50~16:00)→국망봉(16:35~45)→초암사갈림길(16:55)→어의곡갈림길(18:10~15)→비로봉(18:30~19:00)→주목관리소(19:30~ 1박)
06.08(수, 맑음)
기상(04:00)→비로봉(06:00~20)→주목관리소(06:50)→제2연화봉 안부(07:20~50)→제2연화봉(08:30~40)→천문대(09:45~55)→희방사(11:50~13:00)→희방폭포(13:10~20)→)→버스정류장(13:40~14:20)→풍기온천(14:40~17:20)→풍기역(17:40~18:10)→청량리역(21:00)
특별히 하는 일 없어도 일주일이 하루처럼... 금년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고 있으니 그동안 무슨 일로 마음이 매어 있었는지?
소백산 신령님 이제 그만 골몰하고 연록색 천상화원에 피어난 철쭉도 보며 쉬었다 가라신다. 산행기록 보니 어느새 5년이 훌쩍.... 날씨도 좋으니 하룻밤 비박할 생각으로 무작정 집을 나선다.
느닷없이 떠나는 여행에 동참을 요구할 수도 없는 일... 온종일 사람 만나보기 힘든 깊은 산속일지라도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싱그러움이 가득한 소백산 숲길은 결코 고독하다 할 수 없지 않은가.
단양 터미널 들러 쉬는 동안 커피 한잔 마시는데 반바지 차림의 외국인이 버스에 오른다. 불자냐고 물으니 카톨릭 신자란다. 무슨 일로 구인사 가냐고 물으니 소백산 비로봉 간단다.
맨몸으로 더군다나 구인사에서 오르는 길은 흐릿한데다 온종일 사람 만나기 힘든 곳인데 한국 여행이 처음이라는 외국인이 혼자서?
하산해서 식사할 생각으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단다. 부산과 안동 거쳐 단양에서 1박 했다며 관광객용 간이 지도 한 장 들고... 이탈리아엔 해발 4~5천m 산들이 많다며 마치 산악마라톤 선수처럼......
지난번 공사중인던 곳이 이렇게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으로 계곡 최상부를 ... 황금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중국엔 바위 절벽에도 새집처럼 사찰이 있다는데...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마음이 합해지면 성사시킬 수 있는 것인지?
적멸보궁(묘역)으로 이어지는 계단길 오르며 조심스럽게 나이를 물어보니 41세라는데 중국 티벳 여행도 계획 중이란다. 묘역부근에서 좌측 능선따라 가라며 알려 주고 앞서 보냈는데 갈림길에서 기다리고 있다.
건너편에 뵈는 염소농장 위쪽 계곡으로 올라가라며 작별인사 나누고 뒤따라 숲속 오솔길을... 이 친구 잘 찾아갔는지 더 이상 만날 수 없다.
시원한 바람결에 산 목련 향기 은은한 계곡을 물 마시고 세수하며 이리 저리.... 너덜길에 가끔 얼굴 내밀던 물도 숨어 들었는데 나무껍질 대롱 타고 흐르는 물이 이후로는 없으니 쉬었다 가란다.
세수하고 발 담근채로 주먹 김밥을.... 어찌나 차가운지 30초도 견딜 수 없다.
민봉은 바위도 나무도 없는 말 그대로 민봉이다. 상월봉에서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중계탑까지 선명한 소백산 하늘금이 참으로 반갑다.
▼비로봉 자락에서 어의곡쪽으로 보면 민봉과 신선봉이 이렇게 보임
주능선은 이제 막 나무 잎새가 커가는 것 같은데 수목 아래가 마치 채소밭처럼 싱그럽다. 칡이나 산찔래 같은 넝쿨 식물은 전혀 보이지 않고....
둥굴레, 앵초, 노루오줌. 벌개미취... 수많은 종들이 저마다의 환경 조건을 쫒아 생명활동이 왕성하다. 무리지어 있는 곳은 왕성해 보이는데 타 식물군과 경쟁하며 뒤섞여 살아가는 곳도 있다.
하지만 산죽만큼은 아직도 새싹이 전혀 뵈지 않는다. 이 녀석들 수명이 다한 것일까? 주목도 한때 소백산 오대산 덕유산 지리산 높은 지역에서 번성했다가 지금은 대부분 고사목이 되어가고 있는데... 기온변화 때문일까? 오랜기간동안 미세한 변화정도야 적응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우리들 사람의 지혜로 알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얼었던 땅이 녹기 시작하는 이른 봄, 휘바람 불듯이 새벽을 깨우는 휘바람 새는 겨울을 어디서 보내고 왔을까? 이 녀석도 4월이 되면 또다시 어디로 떠나 가고 뒤이어 다른 새소리도 들리는데 5월엔 뻐국새가 찾아온다.
어떤 녀석은 북쪽 시베리아에서 남쪽 바다 건너 일본까지 오르내리는 녀석도 있다니... 아무런 고정점을 찾을 수 없는 바다 위를 어떻게 정확한 방향으로 날아 갈 수 있을까?
고층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애완견은 지하 주차장에 진입하는 주인까지 감지하고 반기는 동작을 하고, 완전 차폐된 용기내의 내용물을 알아내는 녀석도 있고...
개미는 큰 비가 올 것 같으면 줄지어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하고 지진 해일같은 자연재해가 일어날 것 같으면 미리 대피하는 녀석도 있다는데....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솔직히 이들보다 못한 부분도 많지 않은가? 다만 이들의 이같은 능력을 찾아내어 이용할 줄만 아는 것이고 그들의 그같은 능력을 그대로 흉내낼 수도 없는데 어째서 만물의 영장이라 할까?
비행기 타며 새처럼 흉내낼지라도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만물의 영장일지라도 모두가 외부의 도움에 의존하는 것인데.... 우리 주변이 알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다면 우리도 그와 함께 사라질 것 아닌가?
신선봉에 올라 백두대간상에 계시는 신령님 찾아보니 고치령 넘어 태백산도 뵈는 듯하고
▼태백산 천재단부근에서 본 소백산의 모습
상월봉, 국망봉, 비로봉, 연화봉 중계탑까지...
건너편에 형제봉 보이니 그 맞은 편 능선이 마대산이고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일 것이다.
시아버지가 단죄되자 하루아침에 지인들이 떠나갔고, 황해도로 피신하여 숨어 살다 친정 부근으로 되돌아왔지만 남편과 아들까지 병사했으니.... 생계가 막막함에도 10살 남짓한 아들 손잡고 첩첩 산중으로 숨어들 땐 그 녀만의 비밀스런 각오가 있었으리라.
조선 순조때 과거시험은 북쪽 출신을 차별하여 피해의식이 팽배했음, 함경북도 정주는 고려시대부터 초시 1등을 배출한 지역, 춘원 이광수, 김소월의 출생지.
정주 외곽 선천땅에서 홍경래가 불만세력을 규합하여 관사를 덥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선천지역 부사였던 김삿갓의 조부는 난이 제압된 후 위협에 굴복하고 협력했다며 사약을 들게 되었고, 김삿갓의 부모 역시 황해도로 일시 잠적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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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의 온갖 어려움에도 한문교육에 힘썼고 영월 여인을 며느리로 삼아 현지인 신분으로 확고히 한 후, 장원시험에 통과하자 과거 공부하는 사대부집 머슴자리 알아보라며 한양으로 보내고
자부와 함께 산자락 밭 일구어 감자 옥수수 심으며 금의환향하는 그 날만을 3년 넘도록 손꼽아 기다렸건만.... 머리 숙이고 하염없는 눈물로 그동안의 사정을 고하는 자식을 만났으니...
존심이 강한 사대부 출신 여인도 그만 자신도 모르게 네 집안도 한 때는 무시 못할 사대부 집안이었지... 하면서 그동안 목숨처럼 숨겨왔던 과거사를 하나 둘....
조상을 실랄하게 비판하는 글로 급제했음을 알고 서로가 얼굴을 들지 못하고 눈물바다가 한동안 계속되었으리라.
그동안도 버텨왔으니 집안 걱정 말고 바람이나 쐬고 오라 했을 것이고, 농사일이 서툴고 손에 잡힐리 없으니 처자식과 모친을 뒤로 하고 마음에 없는 이별을 고했을 것이다.
혹시 누가 아는 채 하지나 않을까 하여 삿갓모 깊숙이 눌러 쓰고 이 고을 저 고을 돌며 문벌 좋다는 현감을 만나 그들의 오만함을 시로써 책망도 해 보았지만 마음속의 응어리는 풀리지 않았는지...
남루한 걸인이 남기고 간 시를 남몰래 간직하며 음미만 했을 뿐, 붙잡는 자 없었을 테니 유랑생활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며 점점 멀어져만 갔으리라.
자식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의 기본적인 도리도 망각한 채 석양으로 깊어만 갔으니 ... 고향땅 바라보며 한없는 속죄의 눈물로 ....
방랑생활 뒤돌아보니 가슴 아파라
새도 둥지가 있고 짐승도 굴이 있건만 내 평생을 돌아보니 너무나 가슴 아파라.
짚신에 대지팡이로 천 리 길 다니며 물처럼 구름처럼 사방을 내 집으로 여겼지.
남을 탓할 수 없고 하늘을 원망할 수도 없어 섣달 그믐엔 서글픈 마음이 가슴에 넘쳤지.
초년엔 즐거운 세상 만났다 생각하고 한양이 내 생장한 고향인 줄 알았지.
집안은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렸고 꽃 피는 장안 명승지에 집이 있었지.
이웃 사람들이 아들 낳았다 축하하고 조만간 출세하기를 기대했었지.
머리가 차츰 자라며 팔자가 기박해져 뽕나무밭이 변해 바다가 되더니,
의지할 친척도 없이 세상 인심 박해지고 부모 상까지 마치자 집안이 쓸쓸해졌네.
남산 새벽 종소리 들으며 신끈을 맨 뒤에 동방 풍토를 돌아다니며 시름으로 가득 찼네.
마음은 아직 타향에서 고향 그리는 여우 같건만 울타리에 뿔 박은 양처럼 형세가 궁박해졌네.
남녘 지방은 옛부터 나그네가 많았다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몇 년이나 되었던가.
머리 굽실거리는 행세가 어찌 내 본래 버릇이랴만 입 놀리며 살 길 찾는 솜씨만 가득 늘었네.
이 가운데 세월을 차츰 잊어 버려 삼각산 푸른 모습이 아득하기만 해라.
강산 떠돌며 구걸한 집이 천만이나 되었건만 풍월시인 행장은 빈 자루 하나뿐일세.
천금 자제와 만석군 부자 후하고 박한 가풍을 고루 맛보았지.
신세가 궁박해져 늘 백안시 당하고 세월이 갈수록 머리 희어져 가슴 아프네.
돌아갈래도 어렵지만 그만둘래도 어려워 중도에 서서 며칠 동안 방황하네.
鳥巢獸穴皆有居 顧我平生獨自傷 조소수혈개유거 고아평생독자상
芒鞋竹杖路千里 水性雲心家四方 망혜죽장로천리 수성운심가사방
尤人不可怨天難 歲暮悲懷餘寸腸 우인불가원천난 세모비회여촌장
初年自謂得樂地 漢北知吾生長鄕 초년자위득락지 한북지오생장향
簪纓先世富貴人 花柳長安名勝庄 잠영선세부귀인 화류장안명승장
隣人也賀弄璋慶 早晩前期冠蓋場 인인야하농장경 조만전기관개장
髮毛稍長命漸奇 灰劫殘門飜海桑 발모초장명점기 회겁잔문번해상
依無親戚世情薄 哭盡爺孃家事荒 의무친척세정박 곡진야양가사황
終南曉鍾一納履 風土東邦心細量 종남효종일납리 풍토동방심세양
心猶異域首丘狐 勢亦窮途觸藩羊 심유이역수구호 세역궁도촉번양
南州從古過客多 轉蓬浮萍經幾霜 남주종고과객다 전봉부평경기상
搖頭行勢豈本習 口圖生惟所長 요두행세기본습 구도생유소장
光陰漸向此中失 三角靑山何渺茫 광음점향차중실 삼각청산하묘망
江山乞號慣千門 風月行裝空一囊 강산걸호관천문 풍월행장공일낭
千金之子萬石君 厚薄家風均試嘗 천금지자만석군 후박가풍균시상
身窮每遇俗眼白 歲去偏傷빈髮蒼 신궁매우속안백 세거편상빈발창
歸兮亦難佇亦難 幾日彷徨中路傍 귀혜역난저역난 기일방황중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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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인데.... 모친과 처자식 곁에서 밭 일구며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손재주 글재주가 뛰어난다 해서 재물과 명예가 뒤따르는 것도 아니고, 출신 배경이 좋고 언변이 뛰어나면 벼슬길에 오늘 기회가 많아질지라도 사람과 때를 잘 못 만나면 하루아침에 떨어지는 법인데....
상월봉에서 국망봉에 이르는 평원은 연분홍 철쭉숲이 여기 저기 그야말로 아름답다.
나플 거리는 풀밭에 누어 파란 하늘 보며 쉬어 가고 싶은데 초암사쪽 사면에서 동물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오다 잠잠해진다. 덫에 걸린 산돼지일까 어떤 분 말대로 고라니 울음소리일까?
국망봉에 올라 신선봉, 상월봉, 비로봉과 단양쪽과 초암사쪽으로 뻗어 내린 연녹색 계곡에 마음이 붙잡혀 있는데 비로봉이 어두워지기 전에 어서 오라 손짓하신다.
철쭉동네에 작별을 고하고 능선에 도열한 바위들 살피며 발걸음 재촉하는데 지리산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다.
어의곡 갈림길에서 비로봉까지 광활한 초원지대는 바람결에 보리밭처럼 아름답고, 저 멀리 천문대까지도 선명한데 석양 그늘 속의 주목관리소가 어머님처럼 반겨주신다.
발 디딜 틈도 없이 북적댄다는 비로봉은 아무도 없고 바람 속에 부드러운 석양빛만 머물러 있다.
그동안 무슨 일로 보냈느냐고 하시는데 내 놓고 고할 만한 것이 없다. 오로지 보다 잘 먹고, 보다 좋은 집에서 보다 좋은 것으로 살기 위함일 뿐.... 인생이 아침 이슬처럼 신속히 끝나버리는데 너에게 부여된 기본적인 숙제는 제대로 하고 있느냐?
아니 무슨 숙제가 주어졌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아니했는데... 어린아이처럼 순전한 생각으로 자연을 살피며 잘 생각해 보렴. 너는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니 진실한 마음으로 양심에 따라 궁구해 보면 네 스스로 알게 되리라 그렇지 않아도 내가 짐승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는데...
단양군은 예전 건물을 철거한 터에 목조건물을 신축하면서 출입로도 바꿔 놓고, 관계자 외에는 출입을 금한다며 벽면 여기저기에 부탁의 글도...
바람이 워낙 세차고 산장이 없는지라 주목 관리소라 할지라도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다수가 비바람 피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예전 건물의 절반크기로 줄여 놓았고, 접근기회가 많지 않은 곳까지 로프가 아닌 목책을... . 정작 중요한 것은 형식적으로 해 놓고, 이상한 명분 내세워 자연 파괴하는 것은 아닐 런지..
능선에 올라 영주시와 단양시 야경을 돌아보는데 달빛도 어두운 편이고 한기가 느껴져 그만 잠잘 준비를.... 바람소리에 문짝도 달그덕 거리고 캄캄하니 일찍 잠에 빠지는 수밖에...
한 잠 자고 보니 자정이 지나고 있다. 볼 일도 보고 날씨도 궁굼해 나가보니 북두칠성과 함께 보석같은 별들이 밤하늘 가득 초롱초롱하다.
저 별들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저렇게 한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작은 별 하나가 태양과 같은 존재이고, 태양보다 아주 멀리 떨어져 있어 작게 보일 뿐이라는데...
태양을 중심으로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모두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일정한 속도로 돌아간다는데.... 지구도 분명 우주 공간에서 떠 있는 저와 같은 존재중의 하나 아닌가?
셀 수 없이 무수히 퍼져 있는 별들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저 별들에게도 탄생과 소멸과정이 반복되고... 도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그렇게 구속해 놓았을까?
사람도 소우주라는데 엄청난 규율로 생명활동을 유지시키고 있지 않은가 뵈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일정한 규율로 조율해 놓은 조물주의 의도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생각 없이 태어난 것 같지만 이미 그 속엔 엄정한 조물주의 규율이 함께 하고 있지 않은가?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데 동물이 찾아 왔는지 바람결에 이상한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3시를 지나고 있는데 말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나가보니 비로봉 오름길 중간지점에서 불빛이 보인다.
다시 누어 뒤척이다 보니 4시다. 떠날 채비하고 샘터 갔다 오니 제법 밝아졌는데 선명한 날씨가 아니다. 뒷 정리후 디카만 챙겨 비로봉으로 향하려는데 능선 위로 붉은 햇님이 불쑥... 국망봉까지 보이지만 사진작가들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비로사 쪽으로 하산한다.
연화봉을 향하여 오르락 내리락 철쭉터널 빠져 나오니 부드러운 풀밭에 철쭉이 여기 저기 가득하다.
제2연화봉에 올라 어제부터 오늘까지 걸어온 능선에 눈인사 드리고 바로 전면의 제1연화봉과 천문대를 향하는데 죽령에서 시작하여 고치령까지 홀로 대간하신다는 중년분도 만난다. 고치령에선 택시를 부른다며...
연화봉에 올라 깔끔하게 단장된 천문대와 육중한 모습으로 솟구친 중계탑을 바라보고 죽령에서 비로봉까지 아쉬운 작별을...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오나, 6학년이 지나 올 것인지..
희방사 대웅전도 화려한 모습으로 재건축된 것 같은데 기와불사 중이다. 가족 이름 새겨 놓으면 평생 화를 면하고 복 받는다며...
내생에 좋은 삶을 위해선 현세의 나쁜 업을 소멸해야 하고, 현세에 불행을 피하려면 전생의 나쁜 업을 소멸시키는 공을 드려야 한다며,
현세의 소경은 전생에 남의 눈을 속인 업이고, 벙어리는 남의 말을 막은 업이고, 귀 먹어리는 남의 귀를 막은 업이라는데? 고위직에 있는 자들은 전생에 금의를 입힌 자라면서 내세를 위해 금옷 입히는 사업에 동참하는 것이 좋다하고...
어떤 이는 하나님을 믿는 신도가 많아져 오늘날 이렇게 잘 살게 되었다 하고...
대부분의 종교단체가 신의 축복을 앞세우며 황금의 위력으로 겉치장에 힘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금은 또 다른 황금을 낳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이 세상의 황금을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한 그들간의 경쟁 일까? 아니면 하늘나라의 황금을 보다 많이 차지하기 위한 경쟁일까?
지나치게 궁박해도 문제 되겠지만 재물과 명예가 지나치게 많아도 사색능력은 떨어지고 또다른 구속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인데....
사람에게만 뛰어난 사색능력을 부여하고 양심으로 마음을 지키도록 한 이유가 무엇일까? 여전히 숙제를 품고 하산하는 나그네를 향하여 소백산 신령님, 양심에 따라 조물주의 의도를 헤아릴 줄 알아야 진정 사람이라 하시는 것 같은데...
양심의 채찍을 묵살하고 남의 눈을 속이거나 귀를 막거나 입 막기를 반복하면 자신의 양심이 소경이 되고, 벙어리가 되고, 귀 먹어리가 될 것이다.
양심이 소경, 귀먹어리, 벙어리가 되면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숙제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을 테니 그만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입고, 즐기려는 욕심으로만 한 세월 보내는 것은 아닐런지... 다른 것을 이용할 줄 알고 이같은 욕심이 있다 해서 만물의 영장이라 하지는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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