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는 뉴캐슬의 타인 강변을 거닐고, 오후에는 근처 더럼(Durham)으로 향했다. 역사가 누적된 기록과 함께 이 다리를 걸었다.
사진 더럼 성당을 배경으로
사진 도시의 강가에서 한가로이 세월을 낚는 젊은 강태공
사진 더럼 성당 안에 있는 기숙사
신부님들의 기숙사로 160명가지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얼마나 큰 성당이었길래 구성원이 이리도 많았단 말일까 ? 내가 더럼 성당을 방문했을 때, 이 성당건물을 유지하는데만도 1주일에 4만 파운드(8천만원) 정도 소요되니 마음 내키시면 기부를 해주라는 문귀가 보인다. 이로써 미뤄보건대 과연 그 규모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에서 컨터베리와 더불어 신학의 3대 성지 중의 하나로서, 995년에 처음 교구장(bishop)이 파견되었다고 한다.
더럼 성당 기둥의 기하학적 무늬와 화순 운주사 석탑의 무늬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더럼 성당 안에서는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성당 규모는 실로 엄청난데 비해, 예배 참석인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근데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성당의 엄청나게 큰 기둥에 새겨진 마름모꼴의 기학학적 무늬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다. 퍼뜩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전남 화순에 있는 천불천탑의 신비를 간직한 운주사에 있는 석탑에서 보았던 문양이다. 불교미술에 문외한인 순전한 아마츄어로서, 한 때 운주사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몽고를 찾았었다. 우리나라 사찰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기하학적 무늬들이 운주사 석탑의 탑신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분이 이것은 몽고에서 전해져 온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나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운주사에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들이 많다. 예컨대 탑신에 새겨진 기하학적 문양은 무엇을 뜻하며, 그 문양은 어느 민족의 문화에서 기원된 것인가, 불교 교리에도 없는 남편불?아내불?아들 딸로 불리는 특이한 모습의 석상들이 과연 불상인가 아니면 석인상(石人像)인가, 불상은 절집 안에 봉안하는 것이 상례인데 왜 야산과 들판에다 배치했으며, 불교 교리와 상관없이 무리를 이루고 있는가, 개인의 기복을 비는 칠성신앙의 상징인 북두칠성을 조형물로 만들어 불탑과 석불속 에 포함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그 중에서도 운주사 석탑의 양식이 기존 절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인 것들이 많은 것에 관심이 갔다. 석탑의 층수도 3층탑, 5층탑, 7층탑, 9층탑 등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자연 암반 위에 높직한 탑신을 올려 기단으로 대체한 점이 특이한 것 이 외에도, 유달리 탑신석면에 X, ◇, V 형의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 놓은 점이 나에게는 무척이나 특이하였다.
그런데 몽고전래설을 주장하는 분이 그 근거 중의 하나로 이러한 기하학적 무늬들이 몽고에서 흔히 발견된다는 것이었다. 몽고사람들이 사는 전통가옥 겔(Gell)에서 며칠 자다보니, 그런대로 촘촘한 나무틀이 마름모꼴(◇)이다. 몽고 역사박물관 앞 계단에서 겉 표면이 한 껍질 벗겨져 나간 이면에 X ◇ 표현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시멘트가 서로 잘 엉겨붙으라고 해놓은 단순한 기교였다. X ◇ 양식은 몽고에서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우연하게 방문한 영국의 더럼 성당 안의 기둥에서도 볼 수 있었다. 여기에 무슨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개재가 못되었다. 외계인의 비밀코드도 아닐 것이고, 마름모에 특별한 종교적 상징으로서 애써 표현한 것도 아닌듯한 인상을 주었다. 아무 무늬가 없이 기둥을 만드는 것보다 좀더 멋있게 보이라고 그랬을 것 같다. 그러나 모르지, 거기에 무슨 코드가 숨겨져 있는지, ‘해리 포터’의 저자인 그 영국 여자분이라면 잘 알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상상의 날개를 펼 수가 없다.
몇 년전에 뉴질랜드를 방문했을 때, 백주 브랜드 이름이 XXXX이었다. 그것은 뉴질랜드에 이주해온 영국 사람들이 뭔가 맛있게 홀짝거리는 것을 본 원주민들이 그것을 보고, 영국사람들이 4음절로 된 ‘비~어’(Beer)라고 발음하는 것을 보고, 좌우간 뭔지는 몰라도 4자로 된 거시가(?)가 되게 맛있다고 하여 붙여진 재미있는 맥주 이름이다.
만일 새로운 천년을 맞아 타임캡슐 안에 라면봉지를 넣어두었다고 할 경우에, 지금으로부터 5천년 후에 그것을 발견한 미래의 후손들이 오늘날 우리들의 생활상을 어떻게 짐작할 것인가 ? 미래의 고고학자가 오늘의 우리에 대해 당시 주식은 라면이었다고 판단한다면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 전혀 앞뒤가 맞지않는 비유이기에 망정이지, 운주사의 탑신에 새겨진 기하학적 무늬 수수께끼는 나의 궁금증을 아직도 계속 자극하고 있다.
화순 운주사의 탑신에 왜 그들은 그런 무늬를 새겨 넣었을까 ? 보통 사찰의 탑에는 전혀 없는 무늬들. 무슨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을 법한데 왜 어떤 의미를 담고 싶어했을까 ? 당시 천여년 전의 석공을 만나고 싶다. 송광사에서 만난 어느 젊은 스님이 그랬다. 그 곳은 화엄도량이라고, 그래서 부처의 자비광명의 빛을 사방팔방 온누리에 비추게 하고싶은 염원을 담아 했을 것이라고. 왜냐하면 부처님의 진리를 가르키는 한자 '卍'자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중심에서 빛이 사방으로 퍼지는 모습니다. 그것을 45도 옆으로 살짝 기울이면 X 자가 된다. 다시 만자의 네 귀퉁이를 떼고서 네 꼭지점을 연결하고 가운데 십자를 지우면 바로 마름모 꼴 ◇이 된다. 운주사 중앙에 위치한 석불감에 안치된 불상도 자비광명의 비로자나불이다. 상당히 설득력있는 해석이다.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Nobody know. 왜 누가 어떤 의미를 담고 그렇게 하였는지를....
첫댓글 요즘 몇달은 집에 인터넷이 안되어, 학교에 와서 작업을 하고 있어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사진을 담아놓은 CD를 집에 두고 깜빡하는 바람에 그만...좀 기다리시면 최소한 사진 한장이라도 올리도록 하겄습니다요. 안녕히..
직접 뵙는 느낌이네요. 항상 뭔가에 열심히신 모습 ......
서교수임 고생이 참 많습니다 여기에다 이렇게 타문화의 연구까지 하고계시니 .... 귀국해서 소주한잔하면서 진하게이야기합시다
천년의 시공을 넘어, 함께 만나러 가고파...!
많이 뵙고 싶네요. 사진에 건강해 보이시네요. 한국은 많이 추워졌어요. 건강 조심 하시고 귀국하시면 화순해설사들과 한잔 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