ꡐ은하수ꡑ는 한자어이다. ꡐ銀河ꡑ에 ꡐ水(물 수)ꡑ가 덧붙여진 합성 명사이다. 엷은 은빛으로 하늘을 흐르는 강이라는 뜻이다. 제주도 방언으로는 은하수를 ꡐ미리내ꡑ라고 한다. 한자어로는 은한(銀漢), 천한(天漢), 천하(天河), 우한(牛漢), 운한(雲漢), 하한(河漢), 성한(星漢), 성하(星河), 추하(秋河), 사한(斜漢), 은황(銀潢) 등의 이명(異名)이 있다. <孔在錫>
Ⅱ. 무속․민속
[저승길] 죽은 사람의 넋을 저승으로 보내는 무속 의례인 서울,경기 지방의 지노귀굿에서 불려지는 무가(巫歌) 바리공주에, 은하수는 망자(亡者)가 건너야 할 저승길로 나타난다. ꡒ넓고도 좁은 길은 지옥길이옵고, 좁고도 넓은 길은 시왕길이옵고,/은하수길로 가시다가 노간주 상나무 꺾지 말고 (후략).ꡓ망자의 넋을 은하수 너머 저승으로 보내는 이 제차(祭次)에서 무당이 입는 무복(巫服)을 몽두리라 하는데, 일명 은하수 몽두리라고도 한다.<金玟基>
Ⅲ. 풍습
[맑음, 비단] 수많은 별이 무리지어 여름밤 하늘 위를 하얗게 흐르는 데서 명하(明河), 즉 맑은 강이라 한다. 또, 운금(雲錦)이라고도 하며, 직녀성(織女星)의 다른 이름인 천손(天孫)과 같이 불러 천손 운금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직녀가 짠 구름 비단이니, 하늘의 비단이라는 뜻이다.
[이별, 슬픔] 은하수는 친하게 지내던 두 사람을 멀리 떨어져 있게 하거나,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으로 인식되어 이별, 슬픔 등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관념은 견우와 직녀 설화에서 비롯되었다.
[길조] 민간 풍습에서는, 은하수의 나타남을 대부분 길조(吉兆)로 여긴다. 따라서, ꡒ은하수에 말을 목욕시키는 꿈을 꾸면 경사스러운 일이 생긴다.ꡓ고 하고, ꡒ은하수가 부엌문 가까이 다가오면 쌀밥을 먹는다.ꡓ고 하며, ꡒ은하수가 맑게 보이면 다음날의 날씨가 화창하다.ꡓ고 한다.<金玟基>
Ⅳ. 종교
[유교: 진리의 빛] 시경(詩經)에서, 은하수는 하늘의 뜻인 ꡐ진리의 빛ꡑ으로 비유된다.
저기 밝은 은하수 빛이[倬彼雲漢]/훤히 하늘을 떠도는데[昭回于天],/왕은 애타게 하소연하네[王曰 於乎]./지금 사람들 무슨 죄인가[何辜今之人]?<대아(大雅) 운한(雲漢)>
분명한 진리의 빛이 하늘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따르지 않음을 왕이 안타까워 하는 내용이다. 사람이 삶의 길잡이로 삼아야 할 진리를 은하수에 비유하였다.
[불교: 신성함] ꡐ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ꡑ에 의하면, ꡒ제석(帝釋)과 수라(修羅)의 싸움 때, 제석이 탄 말이 토해 낸 흰 기운이 하늘로 흘러들어 은하수가 되었다.ꡓ고 한다. 인도에서는 이 은하수를 항하(恒河)의 하상(河床)이라 부르는데, 항하는 산스크리트어로 강가[Ganga, 恒伽]이며, 갠지스 강을 가리킨다. 무수히 많음을 항하사(恒河沙)라 하고, 항하는 복덕길하(福德吉河)라고 하며, 이 곳에서 목욕을 하면 모든 죄구악(罪垢惡)이 없어진다고 한다. 석가가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고, 이 강가 녹야원에서 최초의 설법을 열었다. 불교도들은 이 강을 성지(聖地)의 하나로 꼽는다.<金玟基>
Ⅴ. 동양문화
[중국: 하늘의 강] ꡐ천문도설(天文圖說)ꡑ에는 ꡒ양쯔강, 황허, 화이수이(淮水), 지수이(濟水)의 4대강의 정기(精氣)가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가 되었다.ꡓ고 하였다. 중국 문명은 황허를 비롯한 4대강을 젖줄로 해서 발달했으므로, 이러한 발상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 양천(楊泉)의 ꡐ물리론(物理論)ꡑ에는 한수이(漢水)의 정기가 증발해 하늘로 올라가 은하수가 되었다고 했다. 진(晉)의 장화(張華)의 ꡐ박물지(博物志)ꡑ에는 은하수를 항해하여 견우와 직녀를 보고 온 이야기가 전한다. 바닷가에 사는 한 사내가 뗏목을 타고 10여 일 항해하여 어느 항구에 도착했다. 그 곳의 성 안을 돌아다니다 보니 베틀에 앉아 베를 짜는 선녀들이 있고, 그 아래에는 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에게 그 냇물을 먹이는 한 장부에게 다가가 그 곳의 지명을 물었더니, ꡒ당신이 사는 촉(蜀)의 엄군평을 찾아서 알아보라.ꡓ고 했다. 다시 뗏목을 타고 해와 달과 별을 보며 항해하여 고향에 도착한 후 엄군평을 찾아서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ꡒ모년 모월, 객성(客星)이 견우와 직녀성 자리를 범하게 되는데, 당신이 다녀온 은하수의 그 곳이다.ꡓ하고 알려 주었다. 그는 미래의 세계를 다녀온 셈이다.<金玟基>
Ⅵ. 역사․문학
[경계, 근원] 조선 세종 때의 문헌에 은하수에 대한 기록이 다음과 같이 전한다. 천하(天河)의 다른 이름은 천한(天漢)이다. 대체로 하늘의 한 생성 현상으로 엉기어 커져서 이뤄진 것이다. 하늘은 이것으로 동서남북의 옷깃과 띠와 같은 경계를 삼는다. 하늘 아래의 하수(河水)와 한수(漢水)의 근원은 대체로 여기서 나온다.
은하수가 방위 기준의 한계가 되고, 지상의 강들이 은하수의 정기(精氣)를 받아 생겨났다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벽] 사랑하면서도 만나지 못하는 연인이 견우와 직녀에 비유될 때, 은하수는 두 사람의 만남을 가로막는 벽의 의미를 지닌다. 은하(銀河)에 물이 불어나니, 오작교가 떠내려간다./소를 이끄는 선랑(仙郞)이 못 건너가게 되었구나./직녀의 작은 간장(肝腸)이 다 타 버릴까 걱정된다.<이해, 은하에 물이 지니> 소를 모는 소리 구름가에 들리더니,/푸른 산 밭두둑 고르게 갈아 놓았네./견우 직녀는 어찌하여 까막까치만 기다리나./은하수 서쪽에 반달 배가 떠 있는데.<박지원, 칠석> 갑자기 불어난 물 때문에 오작교가 떠내려가 상봉이 불가능해진 견우와 직녀, 타고 갈 배를 두고도 까치가 다리 놓아 주기만 기다리고 있는 둘의 처지를 안타까워한 작품이다.
[정의] 하늘에 떠 있는 탓에, 지상의 복잡하고 불순한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의로운 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영웅들은 길을 잃어 슬퍼하건만,/형제들은 어느 때나 재산 싸움 부끄러워,/저 하늘 은하수로 말끔히 씻어서/맑은 햇빛 온 누리에 비치게 하였으면.<정약용, 견흥(遣興)> 함양땅 콧나루 높이 이는 하늘에서 내린 사람,/손으로 은하수 끌어서 진나라 폭정을 씻었네./전횡(田橫) 선생 어찌하여 돌아오지 않고,/원통히도 그만 보검으로 자결했던가. <이숭인, 오호도(嗚呼島)>
[여름밤] 은하수는 실제로 가을 밤하늘에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더위를 피해 뜰에 모깃불을 피워 놓고 식구들이 둘러앉아 바라보던 여름밤의 은하수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현대 시에서도 여름밤의 정경을 읊을 때 은하수가 나타난다.
벌써 은하수는 머리 위에 맑게 벗겨지고,/모깃불 뭉게뭉게 오르는 어스름한 마당에는/어느덧 저녁밥상들이 벌어졌네./집집마다 호박죽에 노란 호밀밥,/그것도 양껏 못 먹는 저들에게/무슨 즐거움이 있겠냐마는/-중략-/웃음꽃 피는 이야기가/항상 끝날 줄을 모른다네.<민병균, 촌락의 황혼곡>
풀 언덕에 누우니, 총총 반짝이는 은하(銀河)에선 유성이 가로질러 이 가슴에 떨어지고,/멀리 방앗간 밤방아 찧는 아낙네의 웃음소리에 단소 소리 구성지게 어디선가 들려 온다.<이서해, 농촌 하야 정취(農村夏夜情趣)>
궁핍하지만 인정이 넘치던 시절의 여름밤 정경을 은하수를 통해 그려 보이고 있다.
[그리움] 현대 시에서 은하수는 이별에 따르는 그리움으로 상징화되어 나타난다.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차마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 운다./그대 하늘끝 홀로 가신 임아.<서정주, 귀촉도>
오, 우리의 그리움을 위해서는/푸른 은핫물이 있어야 하네.<서정주, 견우의 노래>
하늘끝으로 혼자 가신 임을 애타게 그리워하는 새에게 은하수는 그리움 자체로, 목에서 흘러 나오는 울음소리이다. 또, ꡒ그리움이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은하수가 있어야 한다.ꡓ는 식으로 이별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달래고 있다.<金玟基>
Ⅶ. 현대․서양
[풍요] 영어의 ꡐMilky Wayꡑ는 그리스의 여신 헤라의 젖이 분출되어 은하수가 되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은하를 뜻하는 ꡐgalaxyꡑ의 어원 ꡐgalaꡑ는 그리스어로 젖이며, 그리스에서는 은하를 ꡐ젖이 흐르는 강ꡑ이라 부른다. 루벤스의 ꡐ주피터에게 젖을 주는 주노ꡑ와 틴토레토의 ꡐ은하의 기원ꡑ이라는 그림은 주노 여신이 갓난아이인 주피터에게 젖을 물려 주다 젖꼭지가 빠져 흘러 나간 젖이 은하가 되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스칸디나비아에서는 ꡐ젖소의 유방에서 흘러내린 젖의 강ꡑ이라 하는데, 바빌로니아의 초기 기록에서도 ꡐ하늘의 성스러운 강ꡑ이라고 하였다. 유대교에서는 은하수를 ꡐ빛의 강ꡑ이라 하고, 고대 아랍에서는 ꡐ아르 나아르[川]ꡑ라고 불렀다. 기원전 2000년경의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의 계곡에 있는 아카테야에서는 ꡐ큰뱀[大蛇]ꡑ이라 불렀으며, ꡐ양 치는 우리로 흐르는 강물ꡑ이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양 떼가 사막에 모래 바람을 일으킬 때, 그것이 마치 은하의 흰색과 같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처럼 은하수는 젖, 강, 양 등과 관련되는 풍요의 뜻을 지닌다.
[하늘의 길] 그리스에서는 신전으로 통하는 길은 은빛으로 빛나며, 그 길을 통해 위인(偉人)의 혼이 신의 나라로 들어간다고 믿었다. 이러한 생각이 발전하여 은하는 무지개로 변화되어, ꡒ무지개를 타고 하늘 나라에 갔다.ꡓ는 말이 생겨났다. 북유럽에서는 여러 신이 거처하는 곳 - 아스가르드(Asgard)로 가는 길이라는 뜻에서 은하수를 ꡐ아스가르드의 다리ꡑ라 한다. 한편, 스웨덴에서는 ꡐ겨울의 길ꡑ이라 부른다. 긴 겨울밤 추운 하늘의 겨울길은 망자의 넋이 무리지어 떨며 가는 모습이라고 믿었다. 핀란드에서는 죽은 사람의 넋이 해골의 입에서 나와 아름다운 새가 되어 천국으로 날아간다고 하는데, 새가 날아가는 길이 은하이며, 하늘의 흰 구름은 새가 된 혼들의 노래 소리가 모여 된 것이라고 한다.<金玟基>
Ⅷ. 도상
[풍속상, 천문 기준] 평남 진남포 덕흥리 고구려 고분의 전실 남벽 천장에 그려진 ꡐ견우와 직녀ꡑ에서, 은하가 녹회색 등나무 줄기와 같이 가늘고 긴 곡선으로 나타난다. 이 은하의 왼쪽에는 호신견(護身犬)을 이끈 직녀가 왕비차림으로 은하를 탄 듯한 모습을 하고 견우를 바라보며 서 있고, 그 오른쪽에 견우는 소를 끌고 호랑이를 사냥하는 기마인들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이 그림은 고구려 은하계의 상징을 당시의 풍속에 따라 그려 놓은 것으로, 고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 태조 때의 석각 ꡐ천상열차분야지도ꡑ는 송(宋)의 ꡐ천상열차분야지도ꡑ를 본떴으나, 고구려의 석각 ꡐ천상열차분야지도ꡑ가 세계 최고의 석각 천문도이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북극 투영법에 의해 28수를 비롯해, 282개의 별자리 이름과 여기에 망라된 1464개의 별 이름과 은하수가 그려져 있다. 천문도의 기준이 되는 평양 박물관의 석각 ꡐ천상열차분야지도ꡑ는 5세기 말~6세기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 나라에 고도의 천문학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자료이다.<金玟基>
참고 문헌 羅孫本 바리공주. 이순지, 天文類抄. 서정주, 歸蜀途, 선문사, 1946. 이두현 외, 韓國民俗學槪說, 학연사, 1983. 正法念處經. 詩經. 天文圖說. 張華, 博物志. 山下主一郞 外譯, 神話,傳承辭典, 大修館書店, 1988.
동아대백과사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