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고 간호사 월급 올려달라
요즈음 매일 신문이나 방송을 보고 듣기가 역겨움을 넘어서 은근히 겁이 날 지경입니다. 오늘은 또 누구 이야기가 나오나 하는 생각 때문입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성추행. 폭행에 대한 기사가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남자들이 잠재적 성추행범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금요일 아침 새벽기도를 바치고 한겨레를 펼쳤더니 오랜만에 가뭄 끝 단비같이 촉촉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의사와 의대생 740여명이 당국에 청원서를 냈는데, 우리는 이미 돈을 받을 만큼 받고 있으니, 함께 환자를 돌보면서도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간호사와 사무직원들의 월급을 올려달라고 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이 청원서에 서명한 의사와 의대생들의 이야기는 간호사와 사무직원들이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고생하는데도 오히려 임금이 삭감되고 의사들의 임금만 오르는 것을 양심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는 기사입니다. 결국은 환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으니, 우리는 놓아두고 간호사들의 월급을 올려달라는 청원을 했다는 것이지요.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할 정도입니다.
대학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해달라고 머리띠를 둘러매고 외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대학 교수들이 나서서 우리 말고 저 분들 월급을 좀 올려달라고 하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청소하는 분들이 화장실 한 켠에서 식사를 하고 쉬고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 “내 연구실을 내드릴테니, 오십시오”라고 하는 교수는 왜 없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에 비해서 훨씬 적은 월급을 받는 비정규직들에게 “우리 말고......”라는 말들을 왜 들을 수 없을까 하는 생각, 담임 목사보다 공부에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정신없는 부교역자들에게 “나 말고......”하는 소리를 도무지 들을 수 없습니다. 겉으로는 사랑이요 정의요 외치지만 속으로는 죄다 제 잇속만 챙기며 사는 것 같은 세상에서 ‘나 말고 저 사람’이라는 복음의 기쁜 소식이 메마른 세상 속에서 740여명의 의료진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문득 신학생일 때 읽었던 시 한 편이 떠오릅니다. ‘하늘을 혼자 못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김지하 시)- 나눠먹어야 여럿이 먹어야 맛있는 것이 밥이지요.
740여명의 아름다운 청원을 한 사람들은 캐나다 퀘벡주에서 종사하는 의료진이라고 합니다.
첫댓글 캐나다에서 있었던 일이라니..
우리나라 대학 병원에서 있어야 하는데...작은 곁을 내어주어야 하는데...이 노래처럼
우리나라가 아니라서 좀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