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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선도인 -
한중약초한약업사에서 사흘을 보내며 필요한 약재들을 구입한 인후는 신승수와 베이징으로 향했다.
탕페이 약재상으로 가서 주문해 두었던 약재들을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허름한 약재상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장은 특유의 거만함으로 인후와 신승수를 바라보며 개기름이 잔뜩 낀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우야. 어서오시오. 약속은 칼 같이 지키시는군요.
혹시나 안 오는 줄 알고 공연히 마음만 졸였군요 껄껄”
“중국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우리 한국 사람은 약속 하나는 칼 같이 지킵니다.”
인후가 짐짓, 뼈있는 한 마디를 던지자 뚱보 사장은 무안한 얼굴을 애써 감추며 차를 내오겠다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주문한 물건들은 모두 구입하셨는지요.”
“금계가 좀 모자랍니다 15개 구했는데 그것도 사방팔방 다니면서 겨우 얻어낸 것입니다.”
뚱보 사장은 자신이 부지런히 돌아다녔다는 점을 강조하며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야기가 늘어질 것 같자 인후가 용건을 말했다.
“알겠습니다. 물건들을 봅시다.”
한 쪽 사무실로 들어간 뚱보 사장이 물건들을 가져와서 탁자에 늘어놓았다.
그것을 신승수가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인후를 바라본 신승수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인후와 신승수는 택시를 타고 베이징 호텔의 뒤쪽에 있는 중궈 만물상으로 들어갔다.
한지와 벼루 먹 등과 호신용 무기들을 사야만 했다.
한지는 천부경을 탁본하기 위해서였고 표창 등은 만약을 대비한 보호용 무기였다.
표창 33개를 특수 혁띠에 차고 필요한 것들을 구입한 후 만물상을 나온 인후와 신승수는 막 땅거미가
내려오기 시작한 번화가를 걷다가 베이징 종합시장으로 들어가서 딤섬과 용설면 국수를 먹으며 저녁식사를
마쳤다.
모텔에 방을 잡아두고 근처 공원으로 나온 인후와 신승수는 북한으로 들어가서 묘향산까지 무사히 가기 위한
작전을 짜고 있었다.
“문제는......”
신승수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의 서두를 꺼냈다.
“인후 네가 달빛마을로 제대로 찾아갈 수 있느냐인데......”
“형님. 염려마세요. 제가 이미 표식을 해두었으니까요.”
“표식?”
“그렇습니다. 달빛마을을 나올 때 눈에 띄는 거대한 나무들에 저만 알 수 있는 표식을 해놓았으니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현실과는 시공간이 틀린 달빛마을을 표식을 해둔 나무가 있다고 쉽게 찾을 수 있을지......”
“하하하. 형님. 제가 누굽니까? 표식도 표식 나름이지요. 염려 마십시오. 저만이 아는 방법대로 표식을
해두었으니 달빛마을 근처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못찾으면 현도자 스승님이 나오시지 않겠습니까?”
‘음...“
베이징의 거리에 하나 둘 씩 네온이 켜짐과 동시에 어둠은 소리없이 명멸하며 수많은 구명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거리를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체 무얼 먹으며 살아가는지 의구심이 잠시 들 정도로
밤이 깊이 익어가는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공원과 길거리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지리산 천왕봉을 그처럼 많이 올랐어도 덕을 쌓지 못했던지 일출도 못보는 처지를 한탄하고는 했었는데
묘향산에서 민족의 비문인 천부경을 볼 수 있을런지.......”
신승수가 호흡을 내쉬며 낮게 말하자 인후는 그런 신승수를 어깨를 감싸안으며 토닥여 주었다.
“형님. 형님답지 않게 약하신 말씀을 하십니다. 걱정마십시오.
천부경은 형님 두 눈으로 분명히 볼 수 있을 겁니다. 저를 믿으시지요?”
인후의 힘있는 말에 신승수는 가만히 인후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똥별 하나가 베이징 호텔 저편으로 길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갔다.
지금 바라보는 별똥별은 먼 먼 과거로부터 날아온 이미 죽은 별일진데 나는 지금 이 순간 죽은 별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겨있다는 이 현실이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자 새삼 인생의 허무함이 뼛 속 깊이
박혀져 와서 가슴 한 쪽에 폐허의 바람 소리를 내며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인후는 자신이 신승수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보람이 있는 일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왜 몸이 병든 자들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왜 처음부터 의과대학을 가지 않고서 지금 이런 일을 하는가?
나는 왜 스스로 고생길을 자초하여 지금 외국 땅에 있는가?
나는 왜 돌팔이 흉내라도 내려는 듯 이런 일을 하고 있는가?
많은 의문들이 번개처럼 머리를 뚫고 지나갔지만 인후는 자신이 하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었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한다’ 이런 생각에 도달하자 인후는 모든 것이 운명이라 여기고 죽는 그날까지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그제서야 맘이 편해짐을 느꼈다.
24시 편의점에 들러서 한국산 맑은 소주와 오징어와 구운 계란을 사온 인후는 신승수와 모처럼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술잔을 비웠다.
“대구 팔공산에서 뱀에 물려 전전긍긍 하던 자네를 보고 약초를 발라주고 치료했던 기억이 떠오르는군”
“독이 없는 풀뱀이었는데 생색이 심하십니다 형님 하하핫”
“그랬지. 껄껄.......그래도 치료는 해야 후환이 없게 되는 법이라네.”
“네, 덕분에 치료가 빨리 되어서 신기해 했습니다. 그 때 사용하던 풀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풀 이름이 뭐 별건가. 사방을 둘러보니 직감이 가는 풀이 보이길래 즉시 찟찧어서 환부에 발라준 것 뿐일세”
“그래도 다음 날 물린 곳을 보니 말짱히 나앗더라고요 그때 참 신기하단 생각을 하고 약초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요.”
“그래서 내가 머물고 있는 암자로 찾아와서 그리 쌩떼를 쓴 것인가. 약초를 배우고 싶다고?”
‘하하하...그랬습니다 그 때 저는 자동차 딜러를 그만두고 염세주의에 시달리며 전국을 여행 중에 있던 차에
뱀 사건으로 형님과 이처럼 인연이 되었으니 오히려 나를 물어준 뱀이 이쁘게 보입니다 하핫“
신승수가 인후가 따라준 소주를 쭈욱 마시고는 그때를 회상하는 듯 지긋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멀리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인연이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는 법일세. 사람들은 마치 인연이라는 것은 뭔가 큰 사건이라도
있어야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쳐 지나가는 것들 중에서 우리가 조금만 주의를 집중하거나 사색과 성찰만 깊이 해도
먼지만하던 인연이라는 게 비로소 크게 나타나는 법일세”
“네. 알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인연이 신기하고 뭔가 의미를 부여하길 좋아라 하지만 알고보면 인연은 내가
생각을 돌리는 그 순간에 갑자기 튀어나올 수도 있다느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 그게 바로 인연이라는 참 모습일세.
그래서 현자들은 아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소중히 갈무리 한다고 했지 않는가.
자네가 뱀에 물리고 다음 날 상처가 깨끗이 낫자 약초 같은 것에 관심이 생긴 것과 나를 찾아온 것 등도
자네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성찰과 사고를 깊이 한 그 순간에 이런 길을 가도록 인연의 그림자가 튀어나온 것일세”
“네. 동감하고 있습니다.”
밤이 야심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인후와 신승수는 모처럼의 추억에 젖은 탓인지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를 즐기며 소주 3병 째를 비워가던 중이었다.
그때였다 한 무리의 그림자가 비추더니 카랑한 금속성 목소리가 공원의 정적을 깨우며 비둘기들을 날아오르게
했다
“이봐. 가진 것 다 내놓아야 겠다”
인후와 신승수가 돌아보자 다섯의 사내들이 장승처럼 서서는 가진 것들을 다 내놓으라며 윽박지르고 있었다
“하하하. 인후야.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딜 가나 다 똑같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지구에 사람 수가 많아지니 별별 사람들 다 있는가 봅니다.”
인후와 신승수가 주눅들지 않고 농담처럼 말을 하며 웃는 모습을 보자 다섯의 사내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얼씨구.....이 새끼들이 취했나. 니덜 가진 것 다 내놓으란 말이다.
우리들은 강도여 새끼들아 어서 내놓고 꺼져라 죽기 싫으면”
“이봐들. 소주가 아직 조금 남았으니 좀만 기다려줘. 다 마시고 상대해줄게 응?”
인후가 싱긋 웃으며 말하자 맨 뒤쪽에 있던 호리호리한 녀석이 앞으로 나서며 인후를 발길로 걷어차자
인후는 뒤로 한바퀴 구르며 발길을 피하며 일어섰다.
“중국인들은 만만디가 주특기라고 알았는데 너는 성미가 급한가 보지?”
발길질을 한 녀석을 보고 인후가 웃으며 맗하자 녀석은 험악한 표정을 짓더니 재차 발길질을 하며 공격해 왔다.
그러자 신승수가 벌떡 일어나며 발길질을 한 녀석의 정강이를 맞받아 걷어차자 녀석은 비명을 내지르며
정강이를 부여잡고 쓰러져 버렸다.
“호오.......제법 한가닥 하는 한국인들 이구만. 무술깨나 했나본데 좋아 나도 한번 당해보시지”
운동깨나 한 듯이 다부진 몸매의 사내가 나서며 신승수를 공갹해 오자 인후가 재빨리 나서며 녀석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이봐. 너희들.......우리가 한국인인 줄 알고 있었단 말이지?”
“곧 죽을 녀석이 짹짹거리긴.......네 놈들이 뚱땡이 약재상한테 진귀한 약재들을 대량 사고 돈도 많다는 걸 알고
있거든. 그러니 잔말말고 순순히 내놓고 꺼져라 아니면 니덜은 죽는다”
“니놈들은 뚱땡이 사장이 보낸 놈들인가?”
‘알 것 없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다부진 몸매의 녀석이 현란한 발길질을 하며 인후와 신승수를 몰아붙이자 나머지 놈들도
합세해서 공격해왔다.
녀석들은 쿵푸라도 배웠는지 요란한 동작들을 취하며 인후와 신승수를 겁박해왔지만 불무도로 단련된 인후와
신승수는 순식간에 다섯 사내들을 제압하고 상황을 종료하였다.
“이봐. 너희들은 뚱땡이 사장이 보낸 놈들인가?”
“...........”
“솔직히 밝히지 않으면 강도상해로 경찰을 부를테다.
다시한번 묻는다 너희들은 우리가 한국인임을 어찌 알았지?”
“저기.......저희들은 그냥........약재상에서부터 당신들을 뒤따라 왔습니다. 돈이 많은 줄 알고”
“뚱땡이 사장과 너희들 관계는?”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 우리들은 그냥.......약초 사냥꾼들입니다.”
“약초사냥꾼? 말로만 듣던 비열한 작자들이었군.
사지육신 멀쩡한 몸으로 남의 물건이나 노리다니......사내로서 부끄럽지 않더냐”
“미안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쇼”
“인생이 가련해서 그냥 보내주겠다. 다신 강도짓 하지 말고 노동이라도 해서 먹고 살어라.
맘이 변해서 공안 부르기 전에 꺼지시지”
녀석들이 부리나케 도망치자 신승수가 인후의 어깨를 감싸안고 싱긋 웃었다.
“15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별별 인간들 다 있겠지”
“중국이 쪼개지면 좋겠습니다. 너무 거대한 땅이라서 너무 작은 한반도를 생각하면 영 불안하기만 합니다 형님”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다르잖는가. 쪽수로 이기는 시대는 지났고 과학으로 이기는 시대일세.
중국인의 만만디는 우리의 빨리빨리를 당해내지 못할걸세 하하핫”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하하하”
장춘으로 돌아온 인후 일행은 철저히 준비를 마친 후. 의주 땅을 통해 들어가서 녕원군으로 야행을 하기로
합의했다. 얼마 전. 신의주에서 군부 반란이 일어났던 것을 역이용하기로 하였다.
길거리는 철저히 통제가 되겠지만 산은 다니는 사람이 없거나 군인들도 없을테니 의주를 통해 녕원군으로
들어가기가 수월할 듯했다.
준비를 마친 인후 일행은 의주까지 안내해준 사람을 보내고 밤에만 이동하며 녕원군으로 산을 타며 걸었다.
그리고 큰 탈 없이 이틀만에 묘향산 식당에 도착하였다.
“어허? 어떻게들 또 오셨슴메까? 경비가 장난이 아닐텐데요?”
“열 명 순사가 있어도 마음먹은 한 도둑 못잡는 법이지요”
장기호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러게요. 여하튼 반갑슴메다. 얼마동안 머물 생각이라요?”
정확히는 않지만 우선 일주일치 방값과 식대로 300위안 드리지요”
“와이구..그렇게나 많이요. 궁색하던 판인데 참마로 고맙구먼요”
“요즘 심마니들이나 약초꾼들 근황은 어떻습니까?
“김정일 때문에 한동안 약초캐기 열풍이 불더만 아니나다를까. 약초를 캐는 일이 보통 중노동 입메까?
전문 약초꾼들이 아닌 이상 지쳐서 떨어져 나가게 되어 있슴메”
‘그럼 지금은 별로?“
“당연합메다. 그리고 이제는 약초를 캐도 밖에 내다 팔수도 없으니 산 속은 오히려 조용하기만 합메다”
“그러면 식당 영업에도 지장을 받을텐데요?”
“단골 약초꾼들은 꾸준히 오고 있으니 그럭저럭 버팁메다”
“단골 약초꾼들은 판매 경로가 있는가요?”
“글치요. 판매경로가 없으면 뭐하러 약초를 캐갔습메까?”
“허기는.......”
“근데 손님들은 이번에도 황제더덕을 캐러 오신 겁메까?”
인후와 장기호 박경서 신승수는 식당 주인의 말에 서로의 얼굴들을 한 차례 마주보더니 그 중 장기호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황제더덕이 제법 돈이 되니 목숨 내놓고 이렇게 캐러 오는 것이지요”
“그러다 잡히면......”
“안잡히도록 조심해야겠지요”
‘여튼 조심하시오.“
“네. 우리가 머무는 동안 수고 좀 부탁 드립니다.”
리경철이 알려준 방향을 답사하고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나흘 동안 황제더덕을 108뿌리나 캔 인후와 일행은
그동안 캔 약초들과 박경서를 식당에 남겨두고 오일 째 되는 날 아침에 준비한 물건들을 몸에 걸치고 인후를
따라 묘향산으로 오르고 있었다.
여우바위 앞까지 와서 휴식을 취하며 인후는 다시한번 묘향산이 전하는 메시지를 느껴보기 위해서 조용히
결가부좌 후 호흡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장기호와 신승수도 인후를 따라 조용히 호흡을 고르며 운기조식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뭔가 심상찮은 살기 비슷한 것을 느낀 인후가 눈을 뜨더니 훕-하며 숨을 들여마시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늑대 같았다. 늑대의 무리들이 인후 일행을 에워싼 채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장기호와 신승수도 눈을 뜨더니 내심 놀라는 얼굴을 지으며 인후를 바라보았다.
“승수형님. 거기 배낭에 내 표창 좀......”
신승수가 조심히 움직이면서 배낭을 열고 표창을 인후에게 던져줌과 동시에 대장 늑대로 보이는 녀석이
인후를 향해 덮쳐온 것은 동시였다.
인후는 몸을 옆으로 굴리며 늑대를 피함과 동시에 표창을 꺼내서 일발을 날렸다
대장늑대로 보이는 녀석은 정수리에 정확히 꽂힌 표창에 몸을 떨며 드러누웠고 나머지 늑대들이 한꺼번에
인후 일행을 덮쳤지만 인후의 양손엔 이미 표창들이 꽂혀져 있었고 인후는 침착하게 늑대들을 향해 표창을
던졌다.
몇 마리의 늑대들이 피를 토하며 드러눕자 나머지 늑대들은 안되겠던지 꼬리를 말고 도망가 버렸다.
“허어.....난데없이 늑대라니......지금까지 수없이 묘향산엘 올랐어도 늑대는 마주친 적이 없었는데”
장기호가 한숨을 길게 내뱉으며 말했다
“아마도 다른 산에서 이동해온 늑대들 이겠지요”
“음....그렇겠구먼 여하튼 시껍했네. 근데 표창까지 준비하다니......
한군의 철저한 준비성에 우리들 목숨이 살았네 그려 하하”
“꾸물거리지 말고 지금 움직여야 하겠습니다.”
인후는 여우바위 옆쪽의 가시덤불을 헤치고 길을 만들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나무들을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형님. 장선생님. 여기 나무에 우물정자(井)와 숫자 7이 보이지요?”
“음....틀림없구먼”
“숫자 7번을 마지막으로 제가 여우굴 바위로 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6자와 5자를 찾아나가면 된다는 뜻이지요”
“그렇군”
“그렇다면 우리 세 사람이 조금 흩어져서 찾아보면 어떨까?”
“그 방법도 좋겠군요”
세 사람은 더불을 헤치며 각자 방향을 달리해서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얼마 안가서 장기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숫자 6일세”
“그렇다면 이 주변을 좀 더 찾아봅시다. 비교적 키가 큰 나무들만 살펴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숫자 2까지 표시한 나무를 발견한 일행은 인후의 직감을 따라 덤불 숲을 헤치며 나아가자
비로소 천부경 비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선생님. 천부경 비문입니다.”
“오오......!!! 국조 단군이시여!! 여기 미천한 단군의 후예가 국조 단군의 신물을 엎드려 뵈옵니다.”
장기호는 비문 앞에 꿇어 엎드리며 감격에 겨워 몸을 떨었다.
그 얼마나 보고싶었던 비문인가......우주의 생성원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천부경을 해동공자 최치원이
묘향산에 와서 비문에 새겨뒀다는 그 천부경......
행여나 전쟁통이나 난리가 날 때를 대비해서 아무나 찾지 못하도록 천라지망을 펼쳐서 은밀한 곳에 새겨둔
천부경 비문......
그 오랜 세월이 흐를동안 오직 계연수 한 사람만 발견했다는 천부경이 눈 앞에 펼쳐지자 장기호는 끝없이
오열했다.
신승수도 감개가 무량했던지 비문 앞에서 9번 절을 하고 석벽을 세심히 살펴보았다.
그 오랜 풍파를 버티는 동안 많은 이끼와 비바람에 닳았어도 글씨를 알아보기엔 무리가 없었다.
“형님. 지필묵을 준비하세요 이끼들을 털어내고 탁본을 해야 겠습니다.”
“그러지. 바로 준비하겠네”
신승수가 배낭을 풀러 지필묵 등을 준비하자 장기호는 기도하는 자세로 천천히. 그러나 힘있게 천부경을
암송하고 있었다.
그 때 뒤에서 인기척이 남과 동시에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일행은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탁본은 필요 없느니라 껄껄”
“아......사부님”
인후의 스승 현도자였다.
그리고 현도자 옆에는 소선부인도 함께 있었다.
인후는 즉시 현도자에게 예를 취했다.
“사부님.인후가 사부님께 인사 드리옵니다.”
인후는 엎드려 절을 하며 환희에 가벼운 몸짓을 했다.
“소선낭께서도 그간 잘 계시었는지요”
“네. 저야 늘 잘 지내옵니다”
소선낭의 맑고 청어한 목소리가 천부경 비문을 휘돌아 멀리 퍼져나갔다.
“그런데 스승님. 저희들이 올 줄 알고 계셨는지요”
“껄껄.....비문에 가까이 다가오는 생명체가 있으면 달빛마을로 신호가 오느니라.
그리고 금선 대스승님께서 말씀하시길 오늘 반가운 손님들이 오시니 마중나가라고 하더구나”
“아....!!”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감탄사만 토해놓았다.
“금선 대스승께선 과연 도인이시군요 저희들이 올 줄 알고......”
“하하하, 오래 살다보면 지혜는 저절로 터득되고 만물의 움직임을 살펴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알 수가 있느니라”
“아, 놀랍습니다. 진정 도의 세계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부지런히 수행하면 누구나 깨치느니라”
달빛마을로 세 사람을 안내한 현도자와 소선낭은 좁은 협곡의 바윗길을 지나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동굴같은
입구를 지나자 마을과는 떨어져 있는 곳에 꽤나 큰 너와집 앞에서 멈추었다
“스승님. 손님들을 모셨습니다.”
현도자가 너와집 앞에서 나즉한 목소리로 말하자 큰 방으로 보이는 방문이 열리며 눈부시게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났는데 순간, 인후와 신승수는 너무 놀라 두 눈울 크게 떠야만 했다.
“아니? 몇 년 전에 서거하신 노환경 대통령님?”
그도 그럴것이.......몇 해 전에 정치검찰의 부당한 수사를 받고 스스로 집 앞 바위에 올라 투신하며 자살로
생을 마감했던 노환경 전 대통령의 얼굴이 아니던가?
흰 머리카락과 흰 수염만 다를 뿐, 아무리 보아도 노환경 대통령의 얼굴이었다.
“허헛......네가 현도자가 말한 인후구나. 어서오너라”
인후가 즉각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자 신승수와 장기호도 무릎을 꿇었다.
“아니......노환경 대통령님 아니십니까?”
인후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하자 금선 도인은 성량이 풍부한 목소리로 인후 일행을 다정하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허헛...아니란다. 나는 금선일 뿐이다.”
“하오나......몇 해 전에 서거하신 노환경 대통령과 너무 닮은 얼굴 이옵니다만.....”
“허헛.......왕을 하신 분의 얼굴과 닮았다고 말해주니 기분은 좋구나.
허나 난 노환경이 아니고 금선이란다. 허헛.....”
인후가 꿈인가 하고 자세히 금선도인을 살펴보니 노환경 대통령과 쌍둥이처럼 닮기는 했어도 분명 노환경
대통령은 아니었다.
“아...너무 닮으셔서 잠시 착각을......죄송하옵니다 금선 대스승님”
‘죄송할 것 없느니라 왕을 하신 분의 얼굴과 닮앗다 하니 기분이 좋구나 허허.....
모두들 방으로 들어오고 소선은 솔감차 준비하거라“
금선 도인의 방으로 들어서자 이제까지 맡아보지 못했던 약초향이 코를 자극했다.
그리고 더없이 마음이 평온해졌다.마치.....갓난 아기였을 때 엄마 품에 안겨서 젖을 뻘던 엄마 냄새라고나
할까. 신승수와 장기호도 같은 느낌였는지 더없이 평온한 얼굴이었다.
“오..... 현도자가 말한대로 인후의 기상이 영웅에 버금가는 기상이로다. 좋은 탈을 가졌구나 인후는”
‘과찬이십니다 대스승님“
금선도인이 칭찬을 하자 인후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인후는 벼르던대로 이 참에 금선도인에게 알고 싶었던 궁금증을 모두 물어봐야 겠다며 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열었다.
‘대스승님께서는 고구려 때 사람이옵니까?“
“그렇느니라 허헛....”
“아,,, 어찌 그럴 수가.......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아무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겠구나. 사람들이 믿어달라고 내가 살아가는 건 아니니라 허헛......”
“고구려 때라면 거의 1000년인데 어찌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무슨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는지요?”
“인후야. 너의 몸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느냐”
‘네?“
금선도인이 정색을 하고 묻자 인후는 당황스러웠다.
‘너의 몸. 즉 너의 생명을 지탱하여 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게다“
‘네에.....저의 몸은.......밥.....그러니까 음식과 물 산소 등이 있기에 살아있는 것입니다만“
인후가 땀을 흘리며 간신히 답하자 금선도인은 인자한 얼굴로 인후와 일행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반만 맞는 말이로구나 허헛.....“
인후가 현도자를 슬쩍 바라보자 현도자는 한 쪽 눈을 지긋히 감고 코믹한 표정으로 인후를 안심시켰다.
‘인후야 잘 듣거라. 우리들의 생명은 수많은 세포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물에 다름 아니란다.
세포가 세포 번식을 통하여 끝없이 나고 소멸을 반복하면서 수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잔화에 진화를
거듭한 결과가 현재 우리들 인간의 몸이란다.
산소? 물? 물론 중요하지 그러나 그에 못잖게 바람,태양.흙.세균들도 중요하단다.
그런 것들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내어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 뭔가가 또 필요한 것들을 끝없이
찾아내서는 또 뭔가를 만들고 하는 것을 수없이 반복하다가 마침내는 진화를 통해 우리의 몸이 만들어지고
몸의 향체는 천과 지를 닮아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란다.“
“..........”
인후와 일행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금선 도인의 입에 집중하고 있었다.
“ 우리 몸 속 세포들은 쉼없이 번식을 통하여 우리들이 살아가게 해주고 있지.
그런데 그 세포들의 번식이 약해지면 우리 몸은 늙어가고 세포들의 번식이 끝나게 되면 우리는 마침내 죽는
이치란다. 그러면 이렇게 묻고 싶을 것이다 나는 왜 1000년이나 살아있는거냐고?”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방안에 퍼지며 묘한 침묵을 깨트렸지만 누구 하나 금선 도인의 입을 바라보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금선 도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충격 그 자체였다.
“내 몸 속 세포들을 긴장시키는 것이지. 지금 너희들이 나에게 집중하는 것처럼 그런 긴장감을 세포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먹는 것은 굶어 죽지 않을만큼 먹고 잠을 조금만 자거나 추울 때는 마치 얼어죽을 정도로 춥게 지내고
더울때도 마찬가지다.
너무 더워서 곧 쓰러질 것처럼 말이다.
즉, 몸과 마음을 모두 비워내고 걸치는 게 없어야 세포들이 늘 긴장하고 끝없이 새로운 세포분열을 일으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지. 지구가 보내주는 계절들에 맞춰 지내며 섭생의 욕심을 줄이고 소식을 하며 늘 마음을 밝혀
살아가노라면 너희들 세계에서도 100년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시대가 올 것이다”
“아아......대스승님. 머리로는 이해하기가 좀 어렵지만 가슴으로는 이해가 되옵니다.
추우면 덥게 지내고 더우면 시원하게 지내는 것들이 모두 좋지 않은 방법들이었군요.
저는 지금 벅차오르는 가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 때 소선낭이 솔감차를 갖고 들어오자 방안에는 더욱더 향내가 진동하였다.
모두가 솔감차를 마시며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인후는 새로운 지식을 접한 흥분으로 솔감차를 게 눈 감추듯
비워내고 금선 도인께 궁금증을 물었다
“대스승님. 지금 제가 사는 사회는 암이라는 병이 증가 일로에 있습니다 왜 그런겁니까?”
‘허헛...인후야. 무릇 병이란 먹는 음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더냐.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제일 많이 먹는지를 살펴야 하느니라“
‘제일 많이 먹는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옵니까?“
‘그러게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겠지? 암이 증가한다면 필히 먹는 음식에 문제가 있을 것이다
지금 너희들 세게에서 자주 접하는 음식들과 간식거리 같은 것을 각 다섯 개씩만 말해볼테냐“
“음......자주 먹는 것으로는 쌀. 밀가루. 라면. 소금. 술이 있군요. 간식거리로는......그건 너무 많아서 잘........”
‘그러면 네가 한 말을 토대로 해서 이야길 풀어보자꾸나.
우선 쌀은 주식이니 항상 먹겠지? 그런데 만약 쌀에 문제가 있다면?“
‘농약을 말씀하시는 것인지요?“
”그렇느니라 그리고 굳이 농약까진 아니더라도 땅에도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죽어버린 쌀이니라
그래서 우리 지혜의 조상들은 농자가 천하지대본이라 했느니라.이미 죽어버린 땅에 농약을 친 쌀로 밥을
만들어 먹으니 우리 몸에 농약이 쌓여가는 것이 아니겟느냐?
그리고 밀가루도 그렇느니라.밀가루 설탕 쌀 등......
하얀 것들은 그 섭취를 줄이고 검은 것들을 대체로 하여 소식을 해야 하느니라“
“검은 것들이라 하심은?”
“검은 콩. 검은 깨. 검은 쌀 미꾸리.장어 메기 등.....검은 것들은 영양이 풍부하여 가히 생명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단다. 그리고 소금은 더 줄여야 한다.
너무 많은 것들이 소금으로 만들어지니 가급적이면 먹는 반찬들은 소금을 배제해야 한다
주 반찬인 김치를 짜고 맵게 만드니 이는 대단히 잘못되었다
우리 한국인에게 위암이 제일 많은 이유가 바로 맵고 짠 김치 때문이라면 믿겠느냐”
“아.......”
인후는 평소 생각해둔 문제들을 금선도인이 풀어주자 흥분으로 몸을 떨었다.
동시에 지혜의 문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술과 담배가 있구나. 대단히 어리석은 기호품들을 만들고 그것이 독약인지도 모르고 마구 먹고
피워대는 사람들이 그 얼마더냐.
희석식 소주는 우리 몸을 산성체질로 만들고 담배는 말 그대로 백해무익이라 모든 암의 숙주같은 것이렷다.
밥알을 띄워 만든 동동주나 막걸리를 하루 정도 묵힌 후에 마시면 변비에 안걸리고 대변을 잘 싸는 이치는
몸에 이로운 효모균이 무진장 들었기에 그렇단다 그래도 지나치면 좋지 않음은 불문가지겠지”
금선 도인이 말을 할 때마다 방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도 감지할 정도였다.
“그리고 내나라 내 땅에서 나는 것들로만 먹어야지 바다 건너 산 넘어 들어온 것들은 배제해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우리 땅이 보내주는 정.기.신과 맞지 않는 것들을 먹으면 유전자 변이가 일어나서 세포들이 분열을
그치고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데 요즘 사람들은 햄벅이다 핫도그다. 피자다 콜라다 하면서 수시로 먹어대니 우리 몸인들 견뎌내기가
용이하겠느냐. 배가 나오고 뚱뚱이 몸으로 변해가는 건 영양덩어리가 없는 껍데기같은 음식들만 먹으니 우리
몸이 신호를 보내는게야 주인님 살려주세요 지금먹는 음식 중단하셔요........
하고 신호를 보내는데도 계속 먹어대니 암에 걸리는 이치가 아니겠느냐”
인후는 대스승이 햄벅이니 피자니 하고 말하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려는 것 억지로 참아내며 대스승의 말에
집중하였다.
‘무릇. 음식이란 맛이 없게 만들어서 먹어야 하느니라. 맛나게 만들어서 먹는다고 화학조미료가 듬뿍 들어가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들은 병으로 안내하는 지름길이니라. 그처럼 죽어버린 음식들만 먹어대니 우리 몸 속
세포들인들 견뎌낼 재간이 있겟느냐?
음식이란 내 손으로 받아와서 덜 조리하며 생식에 가깝게 먹을때가 가장 좋으니라.그래야 영양파괴 없이
세포들이 힘차게 돌아다니는 법이란다.“
“네. 명심토록 하겠습니다.”
“대량 생산되는 음식들은 필히 부작용을 불러오고 키는 커지지만 체력이나 면역력은 파괴하여 수수깡 같은
몸으로 만든다. 그리고 옛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육고기들의 가공스런 섭취로 인하여 몸은 좋아져도
윤활제인 피를 더럽게 만드니 이 모든 것은 향락에민 취해서 한 치 앞도 바라보지 못하는 무지가 길러내는
비극이다.
생명체인 육고기를 취하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인과가 나타나고 그로 인한 병의 증가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압박하는 이치다.
즉,,,잘못된 먹거리 문화가 병을 부르고 암을 증가시키는 원이이니 인후는 이것을 잘 헤아려서 병자들을
구제하거라”
“네. 대스승님.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현도자는 듣거라”
“네 스승님”
“이번에 인후와 함께 나가서 고구려 제민원을 정식 한약방으로 만들어서 찾아오는 병자들을 위해 헌신하거라
기회를 봐서 소선낭까지 필요하면 보내겠노라”
‘소선낭까지요? 알겠습니다 스승님“
인후는 갑자기 소선낭은 어떤 일을 하는지가 궁금해져서 현도자에게 물었다.
“사부님. 소선낭께서도 의학에 종사하십니까?”
“물론이다 하하”
“저기.......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인후가 소선낭을 바라보며 현도자에게 묻자 현도자와 소선낭은 빙긋이 웃기만 하였다.
“소선낭은 뼈와 뜸 담당이니라 하하”
현도자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자 좌중은 일순간 분위기가 밝아졌다.
“뼈와 뜸이요?”
인후가 약간 당황한 얼굴로 말하며 금선도인을 바라보자 금선도인은 지긋이 두 눈을 감고 온화한 얼굴이 되었다
“뼈라는 것은 오장육부를 담당합니다. 사람들은 뼈는 우습게 알고 오장육부를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뼈의
건강을 잘 잡아야 오장육부도 건강해지는 법이지요”
소선낭이 말하자 인후는 평소에 가졌던 궁금증을 물었다.
“우리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나오는 순간, 물려받은 부모의 유전자로 인하여 뼈의 생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꼽추 부모는 꼽추의 자식을.......키다리를 둔 부모의 자식은 키다리가 되는 것 아니온지요?”
‘맞습니다. 다만........“
“다만?”
“부모가 아기를 어떻게 키우냐에 따라서 부모의 몸과 다르게 성장이 가능합니다”
“ 아아.........그렇군요. 맞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인후는 일행과 함께 딜빛마을을 나오면서 너무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묻고 싶었던 것이 너무 많았는데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때문이었다.
“인후야. 여기 천부경을 탁본한 종이를 줄테니 세상에 널리 알리거라”
“아......”
현도자가 천부경 비문을 탁본한 종이를 건네자 인후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세계 최고이자 인류에게 있어서 최후의 경전이 될 천부경 탁본......
도합 81자의 쉬운 한문으로 새겨졌지만 해석은 그 누구도 못한다는 절대비문.......
오로지 해동공자 최치원과 격암 남사고 선생만이 해석하였다는 천부경.......
그러다 인후는 문득 의문이 들어서 현도자에게 물었다.
“스승님. 대스승님께서는 천부경을 해석하셨습니까?”
“껄껄....물론이지 해석하셨고 말고”
“아! 놀랍군요....도인이시니 보통분이 아님을 알았지만.....”
“뿐이겠느냐. 대스승께서는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든지 가시는 분이란다
환인 천제께서 건네주신 신물 세 개 중에 하나인 만파식적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이다”
‘네? 만파식적....말입니까?“
인후가 놀라움에 두 눈을 크게 뜨며 되묻자 현도자는 미소만 빙긋이 지었다.
“차차 알게 될 것이니라”
“하지만......만파식적은 그냥 전해져 내려온 전설같은 것 아니온지요?”
“진실된 것들은 생명력이 있기에 결코 사장되지 않는다 만파식적도 진실이므로 지금까지 이야기가 이어져 온
까닭이니라”
“아.......”
“자. 여기까지만 배웅하마 이 길로 쭈욱 가면 여우굴 바위가 나올게다
나도 준비가 되는대로 나갈 것이니 나중에 만나자꾸나”
“네 스승님. 한시라도 빨리 뵙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소선낭께서도 내내 강녕히 계십시오”
“네. 조심해서 살펴가소서”
세 사람은 흥분된 마음을 억누르며 날아갈 듯한 발걸음으로 하산하여 묘향산 식당에 도착하였다.
땅거미가 내려오며 시원한 미풍을 불어주고 있었다.
인후는 대스승께 너무나 많은 것들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오늘 들은 것만 해도 엄청난 것들이라 생각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서 내내 생각하며 꿈길을 걷는 듯이 그렇게 걸으며 자신이 해야할 일들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하고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때 이르게 어디선가 올빼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