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6차 어비산 정기산행기 "일만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3)
2013-08-11 09:58:29
제456차 魚飛山 정기산행기
“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산행일시 : 2013년 8월 10일 12:00 ~ 4:30(알탕놀이 포함)
•산 행 지 : 어비계곡-1등산로-2등산로-어비계곡(공개 알탕)
•동행산우 : 항선달(산행대장), 도다리, 단풍, 영수, 겨울여행(5인)
佛家에서 물고기는 자유(悟性)을 의미한다고 한다.
새벽예불시 북과 징 운판과 함께 수생동물을 일깨우는 木魚가 있음도 그 연유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魚자가 붙는 山과 사찰들이 많다.
삼량진(밀양)의 만어산-만어사, 포항 오어사, 부산 범어사, 김해의 神魚山...
어비산도 그 범주에 있는 산이라 할 수 있다.
어비산에 큰 사찰은 없지만 인근의 유명산계곡과 더불어 물좋은 계곡으로도 유명하다.
계곡이 범람하여 물길이 치솟아 오르자 물고기들이 산을 날아올라갔다는 전설의 산~!
집사람과 수차례 어비계곡을 다니고 인근 평원을 훑었지만 정작 산행은 처음인 산.
그래서 기대도 많고 이번 기회에 꼭 산행하리라 생각했던 魚飛山이다.
압구정동 한강공원입구에 영수와 기다리고 있으니 갑자기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어비계곡에서 우리들 모두 물고기 신세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시작된다.
올림픽대로를 거쳐 경춘고속도로입구에 도달하니 휴가객들의 차로 인하여 주차장이다.
차 안에서 다섯 산우가 한담을 나누며 팔당댐 공도교에 도달하니, 공사중-출입금지~~!
어쩔 수 없이 퇴촌쪽으로 간 김에 선달대장이 분원리-귀여리-수능리의 아름다운 강길로 드라이브하며
분위기를 차분하게 정리한다. 그리고 도다리회장은 산당(山堂)이라는 맛집을 소개하고
열심히 기록하는 영수.
양평까지 지연되는 도로사정으로 벌써 11시 30분... 이러다가 오늘은 드라이브로 산행을 마무리 하게되는 것 아니냐며 차라리 사나사를 거쳐 설매재로 올라 유명산-어비산 순환 드라이브를 하자는 이야기까지...
어렵사리 어비계곡의 길가에 주차하고 들머리인 “어비산등산로” 입구에 오니 12시 땡~!
들머리 인증샷하고 산행 시작하니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하고 천둥까지 우루르 꽝광~!
초반기 물길같은 오르막과 깔딱고개를 습한 공기속에 올라가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 물속의 고기신세다.
늦게 시작한 산행이라 허기가 오기 시작하여 식사 후 산행재개하기로 결정하고 자리를 물색한다.
주능선을 타면 비바람으로 인하여 식사가 곤란할 것이라는 단풍의 의견으로 마침 제법 넓고도 완만한
경사지가 있어 식사하기로 하고 자리를 준비하니 12:50
판쵸우의 2개를 잇고 밸트와 스틱을 연결하여 4귀퉁이를 나무에 걸고 가운데 큼지막한 나뭇줄기를 구해 세우니 제법 세찬 빗속에서도 훌륭한 자리가 준비되었다.
다섯사람의 각각 맛있는 식사류와 소주, 간장치킨으로 속을 채우며 시원하고도 여유로운 식사시간을 가진다
식사를 마치고 능선길을 오르기 시작하니 오늘 하루치의 비를 다 쏟았다는 듯 서서히
주변경관이 안개로부터 해방되고 가까이 유명산 정상과 계곡까지 보이고 그 너머로 중미산이 자리한 모습이 첩첩산중, 엣 문인화같은 안개속의 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부엉바위에서 주변산 전망과 경관을 즐기고 약 900미터 가니 드디어 어비산 정상~~!
한껏 벗겨낸 안개위로 뜻밖에(사실은 당연하지만) 용문산 정상이 너무도 가까이, 그리고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이웃집 아주머니처럼 수더분한 모습으로~~~
정상에서 갈라지는 네가지 길 중에서 처음 올라올 때 선달대장이 가려던대로 제2등산로로 하산한다.
하산길은 약 1.5km..... 제법 경사도가 있고 비가 많이 온 후라 미끄럽기도 하지만
차분하고도 능숙하게 하산을 마무리하고 설매재에서 어비계곡으로 내려가는 좁은 도로를 만난다.
약 500m 내려와 도로와 계곡이 만나는 곳...천혜의 알탕자리로 항선달이 지명하며 바로
옷갈아입고 입수...
네명의 산우들은 잠맥질과 수영을 즐기는 동안 겨울여행은 홀로 물가 바위덩이에 앉아 간장치킨에 소주잔을 기울인다.... 미시동화 거시관조(微視同化 巨視觀照) 겨울여행의 여행지론.
잠시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알탕놀이를 마치고 선달의 차로 운길산 아래 개성만두집에서 오이소박이국수와 만둣국, 산삼주로 뒷풀이하고는 각자 찐만두용 냉동만두 2개씩 포장하여 집에가서 집사람 챙기기로하며 고정뒷풀이인 당구도 생략하고 해산.
자유와 오성(스스로 깨달음)의 상징인 어비산행을 마무리한다.
魚飛山
물고기의 등에 산이 솟아올랐다
등에서 산이 솟아오른 물고기는 탱화속에 있다 고구려 고
분 벽화속의 물고기는 날개를 달고 있었다
탱화속의 물고기를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커다란 산
을 지고 물속을 떠다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아도 등에 돋아난 죄의 무게는 가벼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魚飛山에 가면 물고기들이 날아다녔던 흔적을 볼 수 있을까
산에 가는 것을 미루다 물고기의 등을 뚫고 나온 사리를
본다 물고기는 뼈를 삭여 제 몸 밖으로 산하나를 밀어내었다
날아다니는 물고기가 되어 세상을 헤메고 다녔다
비가 쏟아져내리면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정에서 푸덕이
며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는 萬魚山과 그 골짜기에 있는절
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일만 마리 물고기떼의 적멸, 폭우가 쏟아
지던 날 물고기들이 내는 장엄한 풍경소리를 들어여 만어사
의 옛스님은 열반에 들었을 것이다
탱화속의 물고기와 어비산과 만어사가 내 어지러운 지도
위에 역삼각형으로 이어진다
등이 아파오고 남쪽 어디쯤이 폭우의 소식에 잠긴다 萬魚
石 꿈틀거리고 눈물보다 뜨거운 빗방울은 화석이 된다
조용미 詩 “魚飛山” 全文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