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쩌다 상대성 이론을 발전시킨 사람이 되었을까, 스스로 묻곤 한다 내 생각에 어른은 보통 가만히 멈춰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이미 생각해본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렸을 때 나는 지능 발달이 더뎠기 때문에 어른이 된 뒤에야 시간과 공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책 148p에 인용된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다.
'영화를 만난 고래'는 내가 활동하고 있는 고래이야기에서 진행한 서울문화재단 토요꿈다락 문화예술프로그램이다. 2017년과 2018년에 진행되었으니 벌써 5~6년이나 되었다. 내 역할은 첫 해에는 보조강사, 두번째 해는 기획자였다. '세리와 하르'라는 영화를 만든 장수영 감독님을 메인 주강사로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이 15회차에 걸쳐 시나리오, 촬영, 편집까지 진행하며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를 발굴하고 그 이야기를 시나리오로 발전시키고 스토리보드도 짜고 역할을 나누어 촬영을 하고 심지어 편집도 프리미어를 사용하는 지금 생각하면 꽤 강도 높은 작업이었다. 이렇게 2017년에 진행되고, 2018년에는 조금 변형 발전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었다.
아이들 중에는 첫시간 오자마자 엄마가 시켜서 왔다며 이번주만 오고 다음주에는 안올 거라며 으름장부터 놓는 아이도 있고, 자기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꿈이라며 의욕을 보이는 아이도 있었다. 그중에는 용산 옆 마포까지 유명한 말썽꾸러기도 있었다. 그야말로 알록달록했다. 나는 이 아이들과 어떤 모양이 나올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장감독님은 어떤 모양이 나오던 망해보는 것도 경험이라며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가도록 하는 소신을 보였다.
초반 아이들은 각자의 가장 재미있는 경험들을 끄집어냈고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선정해 시나리오로 발전시켰다. 만든 시나리오를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촬영 계획을 했다. 초반의 "읭?"은 "오! 되네?"로 바뀌어 갔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를 찾는 게 신기했다. 글을 잘 쓰는 아이, 리더 역할을 하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했다. 한번만 하고 다음에 안오겠다고 했던 아이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자신의 주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을 뿐 자신 스스로의 동기가 생긴 후에는 등을 떠밀 필요가 없었다. 옆 동네까지 유명했던 말썽꾸러기 아이는 배우역할을 하며 감독의 큐싸인이 떨어진 후 상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연기했다. 아무것도 안할 것만 같았던 과묵한 아이도 촬영을 할 때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인내심과 지구력을 발휘해주었고, 미술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촬영 소품을 훌륭하게 제작해주었다. 모든 아이들이 반짝거리며 작품을 만들어갔다. 시간이 갈 수록 나의 느낌은 "이야!"로 바뀌었다.
영화는 종합예술이라는 표현이 맞았다. 그 안에는 각각의 아이들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있었다. 그것을 조화롭게 만들어가며 각각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게 한 것은 장감독님과 또 다른 주강사였던 윤심경감독님이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었으나 토요일에 진행을 해야했던 탓에 주말이 없어지는 부담과 주강산님들의 개인일정이 겹쳐 이후 '영화를 만난 고래'는 다시 진행하지 못했다. 단, 고래이야기에서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과 교육을 접목하여 "우리동네 문화예술 놀이터"를 시도해 보기도 했다. 그 안의 프로그램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이 언어로든 몸짓으로든 자신의 것을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빛이났고 옳았다. 아이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이유가 있어서였다.
이 책의 제목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왜 오늘이라고 할까 궁금했다.
"아이들의 이름은 오늘이다. 필요한 지도와 안정, 사랑을 지금 받아야 할 존재들이다." (179p)
그 소중한 존재들이 각자의 아름다운 빛을 낼 수 있도록 존중하고, 귀기울여 듣고, 쉽게 판단하지 말고, 선한것과 악한 것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며, 기다려줘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만든 여러 작품 중 몇개를 노워리 기자단 선생님들께만 공유해 봅니다.
<투명한 정연이> https://youtu.be/fK5bJOsMfaQ
<친구> https://youtu.be/iPbvf4rAdlY
<친구>란 작품에서는 맨 앞과 뒤에서 전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사용했던 문구가 들어가 있어요. ㅋ
<인형뽑기 속 판다> https://youtu.be/jUFrrUAs1co
첫댓글 오, <영화를 만난 고래>라니, 정말 특별한 프로젝트였네요. 그야말로 알록달록한 마음으로 찾아온 아이들이 어떻게 작업해 갔을까 흥미진진한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글이에요 .
근데, 짧은 글 안에 그 프로젝트의 전말을 다 소개하려다보니, 주마간산이 된 느낌이에요. 네번째 단락에서 읭?이 오, 되네!로 바뀌었다는 표현이 흥미를 당기거든요?! 그런데,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들이 각자 자기 적성에 맞게 역할을 맡았다, 연기, 촬영, 미술을 한 줄씩 소개하고 끝나서 어느 것 하나가 인상적으로 다가오질 않아요. (지금 저희 사무실 밖에서 엄청난 공사 소음 때문에 제가 글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서일 수도 있어요 ㅠㅠ)
다섯번째 단락도, 프로젝트 내부자에겐 중요한 내용일 수 있는데, '영화를 만난 고래'에 궁금했던 내용은 더 나오지 않고 마무리 짓는 거 같아 아쉽더라고요.
링크에 주신 작품 보는 대로 또 후기 남겨볼게요 ^^;;
'알록달록'한 아이들과, '어떤 모양이 나오던 망해보는 것도 경험' 이라는 생각을 가진 감독님 이라니 동화속 이야기 같아요. 주신 링크속 영상보다가 혼자 빵-터졌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고유한 잠재력이 있을 텐데 그것을 발견하고 발전시켜갈 기회와 시간을 주는 게 참 어렵단 생각이 들어요. 늘 어른들이 문제죠. ㅎㅎ 오타로 보이는 단어를 발견하였습니다;; 주강산님들의->주강사님들의
옆 동네까지 유명했던 말썽꾸러기 아이(참 궁금하네요 어떤 아이였길래 ㅋㅋㅋ), 과묵했던 아이, 아이들의 변화가 눈부시네요! 그걸 목도하셨다니 힘들지만 보람 가득한 프로젝트였을 것 같아요 :-)
전반적으로 샤악~ 읽히는 글이고 선생님의 경험이 담긴 글이라 좋았습니다. 아이들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았을텐데 편안하게 하셨나봐요. 부러워요. 사실 전 아이들이 좀 무섭더라구요ㅋ
뭔가 더 잘해야겠고, 내 계획대로 해야할 것 같고. 그러다보니 경직되고요.ㅜ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하셨네요. 글 소재가 많으실거 같구요. 선생님의 실행력은 어디까지 갈지 궁금해요.
아이들에게 재미난 경험이었겠어요~ 영상 속 아이들 귀엽네요^^ 은중 샘, 찬조출연도 반갑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