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 날짜 : 4월 27일 토요일
백남준아트센터에 왔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새로운 기술에 대응하는 과거의 장면들을 통해 현재를 마주한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암울한 근 미래를 묘사했다. 35년 후 백남준은 미래에 대한 경고와 화려한 쇼를 오가며 뉴욕과 파리를 연결하는 위성 쇼를 전 세계에 선물하며 "굿모닝 미스터 오웰, 당신은 절반만 맞았다"고 말했다. 오웰이 우려한 통제의 기술을 즐거운 소통의 기술로 전환한 것이다. 오웰이 예고한 감시 사회와 백남준이 바랐던 전 지구적 연결은 일상이 되었다. 전시는 현재를 연결의 기술이 정점에 이른 인공위성 시대로 진단하고 40년 전 백남준의 위성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 평화의 가치에 다시 주목한다.
백남준, <과달카날 레퀴엠>, 1977(1979)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큰 TV다. 과달카날 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 미군으로 구성된 연합군의 전투지역이다. 백남준은 과달카날 섬에 직접 찾아가 참전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했다. 같이 간 무어먼이 연주를 하며 동행했다. 레퀴엠인 것이다.
백남준, <TV 정원>, 1974(2002)
화면에 재생되는 영상은 <글로벌 그루브>(1973)라는 비디오 작품이다. 백남준은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자유롭게 소통하는 즐거운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연물과 인공물이 함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백남준, <TV 첼로>, 2002
세 대의 모니터에서는 <과달카날 레퀴엠>이 재생된다.
퍼포먼스에 사용된 <TV> 첼로는 현을 켤 때마다 충돌하는 전자음이 만들어져 모니터의 이미지에 영향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기술과 예술을 조합한 환경에서 기술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인간화하여 사용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백남준, <로봇 K-456>, 1964(1996)
백남준의 첫 번째 로봇 작품이다. 백남준은 이 로봇을 활용해 각종 퍼포먼스를 하였고 198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린 백남준 회고전에서는 길을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이는 교통사고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백남준은 이 퍼포먼스를 "21세기 최고의 참사"라 명명하며, 기계적 합리성의 허구를 드러내고 삶과 죽음을 경험하는 인간화된 기계를 제시했다. 이 작품은 기술에 대한 백남준의 집요한 관심과 협업을 잘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이다.
백남준, <TV 부처>, 1974(2002)
부처 조각상이 카메라에 실시간 촬영중인 스스로의 모습을 테레비전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설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서로 묻고 답하는 쌍방향 텔레비전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생방송에 대한 백남준의 구상을 함축한다.
백남준,<칭기즈 칸의 복권>, 1993
과거 인류가 수레와 말, 자동차 따위의 운송 수단으로 물자를 이동하고 권력을 쟁취했다면, 21세기는 광역 통신망을 통한 정보 중심 사회가 될 것을 예견하며 "전자초고속도로"라는 개념으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인터넷으로 대체된 것을 시각화한다.
어항과 텔레비전이 함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작품들을 보며 전 세계가 각자의 문화를 공유하고 받아들이며 서로 전쟁을 그만하고 공존하자는 인상을 받았다. 작품들이 거의 동영상과 결합된 작품이다보니 사진으로 다 담아낼 수는 없어 직접 가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신선하고 재밌는 관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