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택배
진퇴양난(進退兩難)이다. 흔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매우 곤란한 상태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살다 보면 가끔 이런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해결 방법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마땅하지 않을 때는 서둘러 주위의 도움이 받아야 한다. 놓쳐버린 객관성을 일깨워 주면 큰 도움이 된다. 향후 발생할 사람과의 관계 회복까지 정확하고 예리하게 살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머릿속에 백 년 된 구렁이가 한 마리쯤 있는 사람이면 딱 좋다.
주문한 물품을 배달했다는 택배 완료 문자가 왔다. 보통은 택배 물품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문자 메시지가 온다. 배달된 물품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사진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진이 백지다. 의구심이 생긴다. 사진이 정확하지 않으니 별의별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생각이 깊은 것과 많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불행하게도 이런 경우는 생각이 많은 쪽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 택배 물품이 없다. 문자 메시지의 불완전한 사진으로 인해 우선, 택배기사의 배달을 의심하게 된다. 사람이다 보니 더 깊이 있는 생각보다 눈앞의 흠을 찾게 되고 믿게 된다. 다음으로는 누군가 잘 못 가져갔을 가능성을 생각한다. 당연히 내 택배 물품이라 생각하고 어수룩하게 확인하고 가져갈 수 있다. 우연의 일치라 한다. 마지막 가능성은 나쁜 의도로 가져간 경우다. 그야말로 훔치는 것이다. 이러면 정말 곤란해진다.
CCTV는 모든 것을 증명한다. 하루에 내 모습이 몇 번 정도 CCTV에 찍힐까. 아니 이동 중에 찍히지 않는 비율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봐야 할 정도다. 건물 출입구 안팎이나 도로 주변에 흔하디흔한 게 CCTV이다. 최근에는 400만 화소의 해상도를 가진 카메라로 일괄 교체된 걸로 알고 있다. 경복궁 담벼락에 빨간 페인트로 낙서한 범인도 잡혔다. 물론 시일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렸지만, 경찰청 상황실에서는 찾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
정면 돌파만이 최선이다.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는 늘 같다. 정면 돌파! 단체 공지 카톡방에 “택배로 온 멜론 상자 잘못 가져가신 분 계시는가요? 한 번 더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멜론 상자 사진까지 올렸다. 단체 카톡에서 6분 만에 자기 것으로 착각해서 가져간 사람이 나왔다. 실수다. 덤벙대다가 빚어진 사소한 실수다. 사람 사는 세상에 그럴 수 있다. 실수 없이 살면 좋겠지만 실수한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사람이니까 실수하는 거다.
첫댓글 ㅋㅋㅋ 그냥 웃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