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데,
정상 도전에 나선 1진 10여 분은 넘어야 할 가짜 봉우리 2개가 막판에 만만치 않았고, 이미 흩어질 대로 흩어져 식사나 휴식이나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칠십이 넘으신 연세에 새로운 도전, 희망을 위해 정상 근처까지 거의 오르신 분들의 열정에, 감동적인 도전에 흠뻑 물들기도 하고,
정상에 오르신 일부는 내려오시고, 일부는 올라가시고,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주말 드라마를 보는 듯했지만,
처음 오르는 산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이 넘치는 분들이 시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원하는 꿈을 이루시도록 힘찬 응원으로 안내해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
능선마다 올라 너무 벌어진 앞, 뒤를 살피고, 확인하다 보니
어떻게 여름이 가는지 모르듯, 어디로부터 가을이 오는지 알 수 없는데 마주한 주위의 색이 바뀌고 있는 것을 보니 가을인 듯하고,
산행내내 일부만 빼고는 햇볕을 품으며 오른 길에 우울증에 좋다니 나름 건강효과도 얻고, 그런 다가감에 햇볕이 달다는 느낌도 들고,
나무그늘에 앉아 여기저기 자리 잡은 나무, 풀잎과 노란 꽃의 촉촉함과 예쁜 새들의 노랫소리, 작은 나무들 사이로 지나쳐 땀에 흠뻑 젖은 빰에 닿는 바람의 감촉도 느끼고,
너무 빨리 걷는다는 칼산악회, 그렇다고 많은 것을 보는 것은 아닐 것이고, 뒤쳐질세라 앞을 향해, 정상을 향해 열심히 걷기는 이미 넘어버린 시간이 되었고,
마지막 정상을 앞둔 20여 분의 깔딱 경사면 앞에서 늦은 오름을 선택하신 분들을 안내하고 다시 능선에 올라 발걸음을 멈추고, 힘써 오르시는 분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살펴보니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보물의 풍경들과 함께한 날인 듯..
특히나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칼산악회 전용 산 길에서 선선하게 불어오는 건들바람, 높고 부드러운 햇살이 앞사람의 등을 어루만지며 만들어 낸 긴 그림자, 역시 가을은 여기를 보고, 저기를 봐도 아름답고 질리지 않는 풍경뿐..
오늘 산은 멀고도 먼 약 16 mile 산길,
지나치게 웅장하고 높은 산으로 압도하지도 않고,
너무 거칠고 날카롭게 내치지도 않고,
너무 밋밋해 지루하지도 않은 산..
만만한 높이인데도 쉽게 오르기 힘들지만,
다정하게 품어주고 아낌없이 내줄 듯한 포근한 산..
끝없이 이어지는 굽이굽이 산길은 운치가 너무 뛰어나 언제나 아름다운 산으로 기억했던 산,
여기저기 산길도 많지만 너무 힘들고 지치게 오른 산이라 특별히 기억에 오래오래 품고 있던 산,
오를 때마다 비밀스러운 다른 세상으로 가는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던 산..
지금껏 갔던 길 미루고 알량한 세상의 마음으로 지름길을 택했다가 큰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묵묵히 버티어 주시고, 굳게 입 다물고, 긴 한숨과 아쉬움 속에서도
포기보다는, 뒤돌아감보다는
말없는 격려와 응원으로 힘이 되어 주신 감사한 분들..
먹고살기 급급했고, 어찌어찌 살아온 삶이 운도, 기회도 좋았지만
그 모든 길에는 언제나 산과 산에서 뵌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었고,
스스로 징검다리가 돠어 한 발 한 발 이끌고 다른 길로 가지 않도록 겸손과 배려의 가르침을 주신 소중한 분들..
오늘 같은 잠시의 소란틈에는
울컥한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앞으로 아무것도 아닌 일에 더 껴안고, 더 사랑하는 일,
울리는 사랑하는 분들을 늘려갈 것이라고,
그것이 바로 행복이지, 무엇이 과연 행복일까!!!
갑자기 마주한
익숙함과 낯익음에서 떨어져 나온 낯섦,
너무 힘이 들고 아팠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예쁜 날”
예쁜 분들의 웃음, 예쁜 꽃, 예쁜 길, 예쁜 격려와 예쁜 하루..
차츰 달도 차오르고 마음도 부풀어 오르는 한가위,
고향을 찾은 지도, 떠나온 지도 참으로 오래,
일 년 열두 달의 보름달 중에서도 고향의 한가위 달이 가장 크고 넉넉해 보였는데..
오늘은
술도 마구 들이킴이 아닌 예쁘게 취해보고(물론 안 되겠지만)
한참 취한 후에는 “고향생각과 엄마 생각”을 켜놓은 채 깊은 잠이 들렵니다.
김정호 님의 “작은 새” 노래를 들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