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새로운 진용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변화는 공주출신 정진석 비례대표 의원을 정무수석 비서관에 임명한 것이다. 박형준 전 수석이 앉았던 그 자리는 무겁기가 천근도 넘어 중천금이라 할 일인데 공주에 정운찬 총리에 이은 또 한 인물이 났다. 그러나 정 총리는 충청도를 泥田(진흙탕)으로 만들어 버린 충청인의 부끄러운 몰골이 되어 버렸다. 웬 세종시 수정안에 충청도 총리가 앞장서다니 이거야 말로 내 부모 형제가 망가지는 일 선봉에 서버린 격이라 왜 하필 그런 일이었나 싶은 안타까운 마음이 아직도 가슴 아프게 한다.
그나마 이제 세종시 원안추진에 이어지는 후속 자족기능에 대해 정부와 대통령이 많은 생각을 하는 듯한 분위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입빠른 말을 하라면 어느새 고마운 생각도 든다. 여기에 더욱 힘찬 격려가 정진석 정무수석비서관이 박형준 전 정무수석 비서관과 배치되는 말을 하였다는 사실이다. 박 전 수석은 세종시 원안추진 통과에 관하여 국제과학 비즈니스벨트는 세종시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말을 해온 터였다. 이에 대해 정 신임 정무수석은 자신이 결정권자는 아니지만 과학비즈니스벨트는 대통령 공약으로 충청도에 한 말이었으니 잘 추진 될 것으로 믿어진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충청도민들 눈물 나게 고마운 말 처음 듣는 것 같아 감동 먹게 생겼다. 일단 안 되더라도 이런 말 한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감싸주는 아름다운 말이다. 정 신임 수석이 무슨 힘이 이런데 까지 미칠 것 이냐마는 말이라도.
물론 그것은 그의 희망사항일 뿐이지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과는 먼 얘기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사람의 감정부터 뒤집어 놓고서는 그 다음에 타협하자 하고 말의 의미를 달리 설명해도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게 바로 소통부재라 하는 불통다. 대통령실 정무수석 비서관이 원칙과 신뢰를 떠나 멋대로 지껄여 대려면 덕담을 해야 하는데 악담만 퍼붓던 지난 정무수석과 격세지감이다. 그러니까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인데도 수정안 반대표를 던진 정진석 의원답다고 보이면서 우리 이명박 대통령이 복덩이를 얻었다는 생각도 들어 훈훈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지금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어떻고 정무수석이 어떻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도대체 국무총리는 누구를 앉힐 것인지 송심증이 나고 걱정 반 기대 반이라는 뜻이다. 청와대 참모가 중요하지만 국무총리는 더 중요하여 이는 천근보다 만근의 무게다. 대통령의 머릿속에 지금 어떤 인물이 다음 총리 후보로 스쳐 다니는지 모를 일이나 때맞추어 무시하라 하고서 생각을 말해보는 것도 무익하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는 정운찬 총리 유임이다. 필자는 누차 말해 이번으로 세 번째다. 정운찬 총리는 충청도의 자존심을 구긴 사람이다. 싫다면서 빨리 해임시키라 하고 정말 보기도 싫다 하기로 말하면 필자도 뉘게 지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보면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충청도에서 밉고 싫고 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국가지중대직분이라고 하는 점이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해 일할 여력도 가진 정운찬 이었으나 세종시에 발목이 잡혀 소신껏 일 한번 못해본 사람이다. 더불어 세종시를 시궁창에 쳐 박다 실패한 사람이니 본인도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거듭나 달라는 것이다. 충청도의 망가진 자존심 복구에 나서 주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겠는가. 충청도와 국민에게 들이댄 수정의 칼날을 멈추고 이제 원안+@에 매진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음 총리감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이다. 호랑이를 피하니 범을 만난다는 옛말처럼, 이제 또 어떤 인사가 총리로 오면 그는 또 어떤 사람일까에 대하여 상당한 우려와 불안감이 솔직한 속내다. 그간, 김종인, 박세일, 백영호, 임태희, 김태호 등등 여러 명의 총리 후보감 등마평이 언론에 떠돈 적이 있었다. 이제 그런 이름들이 잦아들고 백영호와 임태희는 자리를 잡았다.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 이사람 저 사람을 돌려가며 인터넷을 뒤져봐도 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건지. 그럴 바에는 정운찬 총리가 더 일을 하는 것도 절대불가는 아니라고 보이는 것이다. 박근혜 총리론 이야 되지도 않을 말 같고.
셋째는 과연 국정안정이 될 것인가의 우려다. 국회인사청문회는 무시하고 아무리 반대해도 그냥 대통령이 밀어붙이면 임명이 되기는 된다. 그러다 보면 다시 또 사회적 갈등비용이 커질 우려도 크다. 국민이 반기는 총리감은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보이지 않으니 어찌 걱정되지 않겠는가. 이것이 깊은 고심에 잠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