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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밥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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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날씨가 너무 예뻐서 일하기 참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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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저녁에 한강둔치 산책했는데, 친구가 파리 세느강보다 낫다고 좋아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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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덕에 좋은 산책코스 알아서 잘 써먹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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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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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오면 제 운동 코스에요. 이만한 데 찾기 힘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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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도 타로를 좋아해서 아침에 작업하기 전에 타로카드를 뽑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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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마더피스를 사용했는데 웨이트 덱 하고는 또 다른 색다른 맛이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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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영성적이랄까, 내면적인 에너지를 좀 더 자극하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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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 카드 이미지를 나도 참고로 해 볼게요. 앞으로 뽑을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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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카드가 역으로 나오면 마음이 조급해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뭐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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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좋다 / 나쁘다 로 기분이 막 흘러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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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그렇지요. 나도 오늘 6개 지팡이 카드를 뽑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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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나오더라구요. 거꾸로 나올 때는 묘한 느낌이 들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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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온 카드 가운데 인상적인 게 있었나요. 그 얘기 좀 쭉 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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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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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위여사제와 여왕이 연달아 나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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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역으로도 나왔었는데 - 친구가 막 웃는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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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드로잉 중에 무너져가는 옥좌에 도도히 서있는 여왕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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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림을 가리키며 딱 저거다, 저거 그러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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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딱 저거일 때 있어. 알아? 그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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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맘에 무척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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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여사제, 여왕, 역 여왕 - 너무 탁월해서 혼자 있는게 익숙하다 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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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옳지만 내가 더 옳아 이런 마음이 보인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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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남의 입으로 들으니까 - 처연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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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주간 내내 '너에게 기회를 주자, 예전처럼 나를 중심으로 나에게 맞추려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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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그림은 내 식대로 그리는게 맞지만, 삶에는 그림 외의 것이 더 많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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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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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씩 이 생각을 하며 제 드로잉 -무너져가는 옥좌 위의 여왕- 을 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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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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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말이 떠올랐어요. 리듬을 타자는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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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종의 흐름을 탄다는 말로 해석해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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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 흐름을 탄다는 건 정말 힘든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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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여유 있을 때나 가능하지 않을까도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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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어떤 촘촘히 짜인 약속에 얽매어 사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리듬을 타기는 힘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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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만히 보면 우리는 무언가의 약속에 ?길 필요는 없을 것도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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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삶을 좀 즐길 필요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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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천안 작업실에서 점심 때 느림 공부 하는 분들하고 개고기를 먹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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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나서 몇 분은 광해를 보러 가고, 나는 영화를 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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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에 들러서 혼자 그림책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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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 시간, 2시간 동안 그림책을 보며 놀았는데, 좋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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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탄다는 것, 리듬을 탄다는 것이 무얼까. 어제 얼핏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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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타려면 혼자 놀 줄 알아야 한다. 절대 고독을 즐기는 몸과 마음이 에너지가 가장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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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여러 사람들과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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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나를 맞추자는 얘기를 듣다가 이런 생각이 떠올랐네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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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히 짜인 약속에 얽매어있는 사람을 - 스스로에게 많은 의무를 지운 사람 으로 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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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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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다시 더 덧붙여 보자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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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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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을 타는 삶을 살 때, 한 가지 감수해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가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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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유도 있고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최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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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은 사람은 어느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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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최대한 들지 않고, 삶의 흐름을 타는 지혜 같은 것, 몸의 에너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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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물론 어려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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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젊었을 때는 아이도 기르고 이런 저런 돈 쓸 일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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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사실 돈 쓸일도 줄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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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가난을 즐기는 지혜라 할까,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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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타로 카드 같은 거요. 날마다 점을 쳐 보는 놀이가 상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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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더라구요. 요즘 날마다 카드 한 장을 뽑고 명상을 하고 공부도 해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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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데 재미있어요. 무언가 언어가 몸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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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던 언어가 불러 일으키는 어떤 에너지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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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혼란스러움을 더 많이 느껴요, 좋은 일이지만 쉽지 않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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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카드도 역으로 두 번 뽑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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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일이 너무 재미없고 힘들기만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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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아니라 내 작업을 하고 싶고, 내 마음 안에서는 내 그림이 꿈틀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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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에너지는 일에 쏟아야만 하는 거예요, 생활이 걸려있으니 충실하게 해야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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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 내 글이 날아가버릴까봐 일이 점점 더 재미없어지고 에너지가 마른 걸레를 쥐어짜듯 소모적이고 힘들기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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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3배는 더 힘들게 한 권을 끝냈어요. 그런데 한 권을 또 시작해요, 막막하기까지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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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 내 글 작업을 하고 싶은데 - 도무지 짬이 나질 않아요. 이런 마음상태가 하반기 내내 지속되고 있는데 이번에 바보 역 카드를 연달아 뽑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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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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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작업실 동생을 오랜만에 만났어요, 제가 캔버스를 늘어놓고 어정거리고 있는 걸 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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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전시 준비하세요? 하는 거예요. 짬이 안나서 찔끔찔끔 건드리기만 하고 묵혀놓고 있어서 너무 초조해요. 했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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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혀두면 더 잘 풀릴 때가 있더라고요, 시작해놓으면 끝내는 에너지가 따라오던데요?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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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웃을 수 있었어요 - 다시 일하면서 짬짬히 그릴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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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지금 얘기를 듣다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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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깊어지면 거기에서 새로운 내공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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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어야 하는 절실한 생계의 문제는 숭고하고, 절대 창작에 걸림돌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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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도움이 될 거에요. 울면서라도 살아야 하니까, 그 재미없는 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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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지치고 상처받고 하는 일을 감당해야 해요. 바닥을 칠 때까지 내려가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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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서 어떤 창작에의 절실한 내공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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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삶의 유머에요. 두 개의 서로 맞서는 영역의 에너지가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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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데 까지 내려갈 때 거기에서 어떤 절실한 눈물, 감동, 처절함, 오기, 좌절, 감사 하는 온갖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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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겨나는 거지요. 그걸 거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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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얘기를 듣다 보니까, 오히려 지금 쉼표의 상황은 몸은 힘들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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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에서 탈출하여 삶의 리얼한 중심을 거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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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심으로 더 깊게 내려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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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올라오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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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라도 밥 먹는 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좌절하면서라도 창작하는 그림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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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을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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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서로 다른 기운이 맞부딪히는 갈등의 폭이 크면 클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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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결판이 날 거에요. 내 몸이 어디로 달려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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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를 새롭게 발견하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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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못하고 그저 밥먹는 그림을 그리는데 나를 다 소모하면서 살아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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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그것도 한 판의 인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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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하여튼 맡겨 보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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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그런 갈등을 지나면서 굶어가면서라도 어떤 내 작업의 시간을 갖는 시간으로 내 몸이 달려갈 때는 그리고 가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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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어떤 외부에서의 계기도 올 테고, 내부에서의 어떤 계기도 올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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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는 신에게 맡기고, 지금 내 몸의 절실함 데로 흘러 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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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맡김 - 참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요, 타인의 입에서... 한때는 목숨을 걸었던 말인데요 ^^ 제게 절실히 필요한 말씀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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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이랑 시간을 보내면서 많이 듣는 말씀 중 하나가 '놀다' 와 '유머' 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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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놀다' '놀이' 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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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를 발견한 것도 이 곳에서 쌤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된 놀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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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를 보면서 논다 - 에 대해 또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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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길 수 있는 사람이 즐기는 일을 하면 계속 즐기게 되는구나 -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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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즐기는 사람한테 모이게 되나 -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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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는 사람은 참 예쁘게 크는구나 -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는내내 경직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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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거리는 저를 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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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쌤이 '촘촘히 짜인 약속에 얽매인 사람' 이란 말씀을 읽으면서 제 자신이 떠올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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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규율, 제한 - 절제일 수도 있겠지만 - 에 저 자신을 재단해놓고 시작하고 마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유동적이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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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그림을 봐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 언니, 용됐어요 라는 친구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이 경직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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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기기보다는 잘 하고 싶다는 욕망에 저를 재단하고 경직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즐길 수가 없는 상태로. 답답한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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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긴다는 건 역시 타인으로부터 오는 게 아니고 나로부터 나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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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하루를 살면서 그런 생각이 요즘 더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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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즐기려면 나의 최소한의 공부, 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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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위해서 소풍을 가는 것 같은 설레임이 늘 있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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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예로 내일 아침에 나는 일본문학 공부를 해요. 아침 시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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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 작품 몇 권을 읽고 토론하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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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을 위해서 몇 권의 작품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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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책은 물론 억지로 읽을 필요가 없으니까. 아주 대충 속독으로 거의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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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듯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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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재미있는 작품은 즐기면서 정독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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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몇 권 소설을 재미있게 즐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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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재미 없어한 책을 어떤 사람은 분명 재미있게 읽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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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른 거니까요. 얘기 들어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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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후에는 우리 그림책 모임 하지요. 그것도 기대가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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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즐거움, 놀이, 유머라는 것이 어디에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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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내가 혼자서 즐기는 설레임 같은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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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면서 공부나 삶을 즐기려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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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요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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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들어요. 아, 지금 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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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걸 즐길 수 있는 시간과 힘과 머리와 건강과 하여튼 이런 저런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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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군가가 허락해 준 거니까요. 감사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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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되고 가슴 아픈 구석도 많지만, 그걸 다 생각하면 놀이와 유머는 안 생기지요. 일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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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이란 게 무언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감사, 자발적 가난, 공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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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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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 제가 잊고 있었던 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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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말씀드린 카드는 전부 다 메이저 아르카나였는데, 다음 주에는 마이너 아르카나 카드 뽑은 걸 좀 더 이야기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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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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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카드도 마이너였고요 ㅎㅎ 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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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2시에 뵈어요, 간식으로 떡볶이랑 순대 낙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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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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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다음 주에는 3장 마이너 아르카나랑 카드 나누기로 만나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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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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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했습니다, 너무 기뻐요 - 이렇게 이야기 들어주시고 나눠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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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내일 뵈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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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오늘도 휴식같은 공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