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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1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 존 롤즈의 <정의론>에 대한 얘기로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롤스 정의론에 대하여 다른 전문가들이 많이 있는데, 사정상 제가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1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됩니다. 아래는 오늘 방송된 부분입니다. 방송 준비를 위해 작성된 것으로, 실제 방송내용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전체 구성과 질문은 방송 작가 '박유정'씨가 작성하였습니다.
오늘 <인문고전의 숲>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존 롤즈의 <정의론>입니다.
도움 말씀을 위해
인하대학교 법학대학 정태욱 교수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
1. 최근 들어 정말 “정의”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는 것 같다.
오늘 함께 읽어볼 책이 <정의론>인데..
이 책은 어떤 책인가?
--> 주지하듯이, 롤즈의 <정의론>은 20세기 최대의 정치철학, 헌법철학의 저술로 꼽힙니다. 이 <정의론>은 종종 서양 정의론의 원형인 플라톤의 <국가론>과 <법률론>에 비견됩니다. 플라톤의 저술이 이후 서양 정치철학을 지배하여 왔듯이, 롤즈의 <정의론>도 이후 후학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2. 롤스는 정말 말 그대로 <정의>라는 한 우물만 판 철학자이지 않았나?
--> 존 롤스(John Rawls)는 원래 신학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목회자의 길도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정치철학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의 철학 신조는 칸트의 명제, 즉 “이 땅에 정의가 없다면, 인간의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롤즈는 마치 구도자와 같이 이 땅에서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평생 ‘정의론’에 천착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의 정의론은 1957년과 58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논문에서 이미 그 대강이 나타나 있는데, 이후 더욱 깊은 연구들을 거쳐 1971년 마침내 <정의론>을 출간합니다. 그리고 다시 여러 비판과 토론을 수렴하여 1993년 <정치적 자유주의>를 출간하였고, 1999년에는 그의 정의론을 국제관계에서 적용한 <만민법>을 출간합니다. 이 세 저서가 롤즈 정의론의 3부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중 <정의론>이 핵심입니다.
3.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은 롤스가 살았던 그 시대나 지금이나.. 인류 문명의 영원한 화두인 것 같다.
따지고 보면 플라톤의 이상국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까?
-->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은 인류 문명의 영원한 화두입니다. 서양 철학의 본격적인 시작은 플라톤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 플라톤의 근본문제의식이 ‘정의’, 즉 이상국가였습니다.
플라톤 이후 서양에서 정의, 이상국가에 대한 열망과 탐구는 끊임없이 이어져왔습니다. 그 가운데 현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정의론은 바로 마르크스의 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동등한 인간으로 평등한 대동 세상을 꿈꾸었던 마르크스의 이론은 20세기 세계사적 실험으로 전개되었으나, 폭력혁명론이 너무 두드러져, 결국 부자유와 공포라는 파국으로 귀결되었습니다. 이후 정의와 이상국가에 대한 대담한 구상은 잦아들었습니다.
한편에서는 올바른 정치, 올바른 경제 등과 같은 규범적 판단을 단지 감정적 판단에 불과한 것으로 학문으로 삼을 수 없다는 실증주의가 지배하였고,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절차적 민주주의가 얘기할 수 있는 전부라고 주장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롤즈의 <정의론>이 세상에 나오면서 정치철학, 이상국가론이 다시 부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롤즈가 이 책을 쓰던 당시의 사회적 배경은 어땠는지?
--> 아까 공산주의의 실패 이후 정치철학이 길을 잃었다고 하였는데, 철학과 사상의 무기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삶 속에서의 정의에 대한 요구는 멈출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차별, 억압에 대한 정당한 분노, 인간다운 삶, 한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자존감에 대한 열망은 20세기 내내 역사를 움직여 왔습니다.
미국을 놓고 보면,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파탄에 맞서 경제의 공공성을 위해 노력하였고, 인종, 성 등 각종 차별, 그리고 베트남 전쟁 등 부당한 전쟁에 맞서 자유와 평등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롤즈는 바로 그러한 시기에 성장하였고, 그러한 시기에 <정의론>에 인생을 바친 것입니다.
** 그럼 여기서 롤즈의 <정의론>이 시작되는 부분을 듣고 얘기 나누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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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녹음 0112-1>
사상체계의 제 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간단하고 명료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전체 사회의 복지라는 명목으로도 유린될 수 없는
정의에 입각한 불가침성을 갖는다.
그러므로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하여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하여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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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수를 위해 소수의 권리가 희생되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단 말인데..
이게 시작 부분에 나오는 말인가?
이 안에 롤스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함축되어 들어있는 것 같다.
-->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롤즈 <정의론>의 첫 장 “정의의 역할”에 나오는 부분입니다. 롤즈는 그 자신, 그리고 많은 연약한 보통 사람들의 정의에 대한 직관적 열망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롤즈의 정의론은 보통 두 가지 원리로 얘기됩니다.
하나는 평등한 자유의 원리이고, 또 하나는 소위 ‘차등의 원리’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평등의 원리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롤즈의 정의론는 서로 다른 두 개가 아니라 하나의 기본정신이 관통하고 있는 것입니다.
롤즈의 기본 발상은 동등한 인간들의 상호 협력체계입니다. 불평등은 오직 사회 모든 구성원들 특히 불리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롤즈는 이를 일반적 정의관이라고 합니다.
** 그럼 그 부분을 듣고 얘기 나눠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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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녹음 0112-2>
모든 사회적 가치들 - 자유와 기회, 소득, 재산 및 자존감의 기반 -은
이들 가치의 전부 또는 일부의 불평등한 분배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한 평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 단순한 불평등은 부정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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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고 롤즈는 또 이 <정의관>을 두 가지 원리로 나누어서 설명을 한다고?
--> 롤즈는 이러한 일반적 정의관을 다시 나누어 체계화합니다. 첫째는 시민적 정치적 평등의 원리, 둘째는 사회적 경제적 평등의 원리로 제시합니다. 그리고 사회경제적 평등의 원리는 다시 기회균등의 원리와 복지평등의 원리로 나눕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의원리에는 바로 사람들 사이의 서로 존중의 사상이 있습니다. 롤즈 정의론은 사람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동등한 동료로서 상호 협력체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를 위해서 사회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 즉 다수 혹은 강자의 우월의식이 가장 피해야 할 일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러한 롤즈의 정의론은 바로 마르크스주의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마르크스주의의 국가주의에 대항하여 개인의 자유를 옹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경제의 무한경쟁의 논리에 대항하여 박애 정신을 옹호한 것입니다. 마르크시즘도 결국은 정치적 소수자들을 억압하는 체제로 귀결되었고, 자유주의 시장경제도 경제적 소수자를 핍박하는 체제로 귀결되고 있습니다. 롤즈는 그와 같은 약자들을 차별하여 다수가 기득권을 온존시키는 것을 가장 큰 부정의로 보았던 것입니다.
7. 그럼 롤스가 얘기한 <정의론>의 제1원리는 무엇인가?
-- 먼저 제1원리인 평등한 자유를 보겠습니다.
롤즈는 무엇보다 각인이 모두 개인으로서의 자유를 누리는 것을 정의의 제1원리로 봅니다. 각 개인이 공동체의 떳떳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을 형성해 갈 자유를 가장 중시합니다.
뒤에서 보게 될 제2원리인 사회경제적 평등의 원리도 결국은 그와 같은 자유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롤즈는 이러한 자유의 구체적 예로서 정치적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 개인적 소유권의 자유(주의할 것은 롤즈는 거대자본의 소유권은 여기 기본적 자유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등을 언급합니다.
이 기본적 자유는 사회경제적 복리의 증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유보될 수 없는 것입니다. 소수를 노예화하여 전체 사회의 복리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하여 노예제가 허용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자유도 무한한 것은 아닙니다. 롤즈 정의론의 특색은 그러한 제한은 오직 자유의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즉, 자유를 가장 잘 보호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만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그럼, 롤즈가 제1원리를 정리한 부분을 함께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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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녹음 0112-3>
각자는 모든 사람의 유사한 자유 체계와 양립할 수 있는
평등한 기본적 자유의 가장 광범위한 전체 체계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
제1우선성 규칙, 자유의 우선성 규칙이라고도 한다.
정의의 원칙들은 차례대로 이루어져야 하고 따라서 기본적 자유는
자유를 위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
이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덜 광범위한 자유는 모든 이가 공유하는 자유의 전 체계를 강화해야만 하고,
다음으로는 덜 평등한 자유는 보다 작은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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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렇게만 들으니까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는데?
--> 자유의 제한이 오히려 자유의 보호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부분이 잘 와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교통질서는 모든 이들의 보다 원활한 교통을 위하여 지키는 것이고, 전염병 방역도 모든 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것이지요.
보다 민감한 문제로 최근 통합진보당 해산결정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하여 얘기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당해산 결정은 특정 정당에 대한 차별, 즉 정치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롤즈의 이론은 이러한 불평등은 그것이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정치적 소수파들의 자유를 오히려 보호하는 것이 될 때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선동하는 정당이라고 하여 해산 결정을 내렸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참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위해서 폭력혁명을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우리 모두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정당해산은 우리 사회 소수자들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의 자유에 도움이 되는 결정일 것입니다. 그리고 롤즈의 정의론에도 부합합니다.
그러나 진보적 정당이라고 하여, 그리고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당이라고 하여 항상 북한식 사회주의를 위하여 내란을 선동하는 정당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만약 그러한 섣부른 단정으로 진보정당을 금지시키고, 관련자들을 처벌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소수자들에 대한 부당한 억압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 진보적 의제설정이 제한받고, 진보적 소수자들이 공포심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는 롤즈의 정의론에 비추어 잘못된 일이라고 할 것입니다.
참고로 롤즈는 <정치적 자유주의>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사회주의자들이 제1차 세계대전에 반대하는 연설들을 ‘방첩법’, 즉 이적죄로 처벌한 사례를 심도깊게 분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그에 대한 처벌은 정의에 반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경우는 어떤가?
--> 양심적 병역거부는 징집에 대한 반대인데, 징집이란 일반적인 국방의 의무로서 자유의 일반적 제한의 경우로 볼 수 있겠습니다.
앞서 얘기한 대로 롤즈에 따르면 자유의 일반적 제한은 오직 모든 이들의 자유의 체계를 강화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이로부터 롤즈는 징집이 과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인지 묻습니다. 즉 방어를 위한 전쟁인지를 묻는 것입니다.
오직 방어적 목적을 위한 징집일 경우에만 그것은 모든 이들의 자유를 강화시켜주는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방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징집은 단지 부당한 자유의 축소가 될 뿐입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거부는 정당하다고 봅니다.
나아가 침략적 전쟁을 위한 징집에는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의무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다만, 특수한 종교적 신념에 의한 병역거부의 경우 롤즈는 그것이 정의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회의적입니다. 다만, 이를 정의가 아닌 인권의 관점에서 새롭게 볼 여지는 있다고 하겠습니다.
9. 롤즈 자신이 반전 운동에 가담하기도 하지 않았나?
그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 롤즈가 <정의론>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롤즈 자신 대학생 시절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바 있고, 또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대하여는 큰 수치로 생각하였습니다. 그 전쟁 자체가 부당한 것임은 물론 징집에서 대학생들은 특혜를 누릴 수 있었는데, 롤즈는 이를 매우 부정의한 처사로 보았습니다. 롤즈는 수업과 컨퍼런스에서 전쟁의 부정의에 대하여 토론하였으며, 또한 동료 교수들과 함께 징집의 차별성에 대하여 항의하기도 하였습니다.
정치적인 이슈만 다루었는데, 롤즈의 평등한 자유의 원리는 광범위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는 그런 관점에서 롤즈 정의론 을 공존과 관용의 원리로 해석하고 싶습니다. 롤즈는 소수자들을 포함하여 가능한 한 넓은 범위에서 공존과 관용을 허용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0. 하지만 이런 공존과 관용은 그저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을 봐주는 것과는 좀 다를 것 같은데?
--> 중요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공존과 관용은 다수자들이 소수자들을 봐주는 것으로 오해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는 다수이든 소수이든 그들이 각기 추구하는 정치적 목적, 삶의 목적, 가치관에 대하여 누구도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없다는 인식에 터잡고 있습니다. 상호 존중과 겸허의 반영이지, 오만한 봐주기가 아닙니다. 특히 국가는 시민들의 삶에 대한 가치판단에서 신중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어떤 소수자들을 함부로 이상한 존재로 낙인찍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롤즈는 이를 국가의 중립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국가의 성격은 리버럴리즘 헌법철학의 중요한 측면이고, 마르크스주의의 국가주의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롤즈의 국가란 곧 공존의 틀이며, 국가의 일이란 그러한 공존의 삶을 북돋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국가는 그러한 공존의 틀을 깨는 행위에 대하여는 통제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신조 자체가 나쁘다는 판정이 아니라 공존의 틀을 깨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즉 공존의 틀을 유지하는 한도에서 그러한 소수파들의 자유까지도 보장한다는 의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소수파가 공존의 질서를 파괴하려 들 경우 그들을 제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사상을 발본색원하는 차원이 아니라 그들의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만을 제압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주의가 문제일 경우 그것이 폭력혁명으로 나아간다면, 그것은 제재를 해야하겠지만, 그 이상 사회주의 사상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입니다. 반전 평화주의에 대하여 그것이 폭력적인 저항으로 나아가는 경우 그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할 수 있겠지만, 부당한 전쟁에 대한 항의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롤즈에서 국가의 역할이란 다원주의 사회 다양한 가치관과 세계관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지만, 단순한 중립이 아니라 그러한 가치들이 모두 정당하게 추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심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바퀴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바퀴의 중심에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 중심은 전체 원의 형상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롤즈의 정의의 원리는 그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11. 롤즈의 <정의론>이 이 시대에 울림을 주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
현재에 이 <정의론>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 롤즈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전체 혹은 다수의 이름으로 차별하고 경멸하는 것을 가장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거꾸로 말하면 사회적 소수자이지만, 그들 나름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다양한 삶들의 공존을 사회의 이상적 모습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소위 ‘대세’를 중시하고, ‘유행’에 민감하고, ‘빠지기 싫어하는’ 이러한 풍조가 널리 퍼져 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롤즈의 정의론을 통하여 모두가 진정한 자존감을 회복할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정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존 롤즈의 <정의론>을 읽어보는 첫 번째 시간이었다..
지금까지 함께 얘기 나눠주신 분은..
인하대학교 법학대학 정태욱 교수셨습니다.
내일 이 시간에 재미있는 이야기.. 기대하겠습니다.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