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출판사:마시멜로
1. 처음에 ‘남편의 비밀’ 이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는 영화 ‘메티슨카운티의 다리’처럼 남편의 숨겨놓았던 과거의 애인 얘기가 아닐까 했는데, 세실리아의 남편인 ‘존 폴’이 17살 때 여자친구 ‘자니’를 죽인 비밀에 관한 얘기였다.
이 책은 여성작가 특유의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묘사가 많은데 그 섬세함이 단연 돋보인다. 이 책의 배경은 주로 호주인데 그 곳에 사는 인간들의 그 심리상태와 감정표현들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상태와 비슷했다. 특히 부부를 포함한 남녀의 사랑의 방식이나 관계형성 같은 것이 많이 닮아있다. 물론 사소한 데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하다는 얘기다. 인간의 유전자에는 사랑이나 관계형성의 방식이 각인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가 미개한(?) 사회로 취급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심리상태도 비슷하겠지! 그런 것을 생각하면 인간 자체가 신기하다. 작가는 앞부분에서 여자들의 수다를 소상히 묘사해 놓았는데 아마도 여자들의 수다는 동서고금과 노소를 막론하고 비슷하겠지!
고부간의 갈등도 그렇고!
“로렌이야말로 완벽한 며느리였다. 레이첼도 완벽한 시어머니였다. 두사람의 완벽함은 모두 두사람이 서로를 싫어한다는 증거였다.” (422쪽)
2. 이 책의 구성도 탄탄하다. 모든 사건이 부활절을 앞둔 1주일간의 사건으로 이루어졌지만(그것은 나에게는 약간 불만) 그 1주일간에 과거에 일어났던 살인사건과 현재의 애정관계 가족관계들이 치밀하게 엮이면서 전개 되었는데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존 폴의 편지내용과 관련된 자니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도 긴박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윌과 펠리시티’의 연애사건은 충분히 흥미거리가 될 수 있었다. 펠리시티가 몸무게를 40kg정도 빼고 예뻐지면서 연애사건이 생겼다는 것을 보니 예쁜 것(美)에 대한 전세계 남성들의 감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6년에 ‘미녀는 괴로워’라는 영화에서 여성이 갑자기 예뻐진 것이 소재가 되었었는데, 여기서는 성형수술을 통해서 변신한다.)
초반에는 외국인 이름이라 생소하고 복잡한 것 같았던 세가족에 대한 인적 관계가 제대로 파악하고 나면 줄거리가 잘 들어왔다. 그날 승종이가 얘기했지만 카톨릭적인 사고 때문에 다 좋은 결말을 유도해 냈지만 어차피 (비극적인 결론 보다는) 내 맘도 편했다. 그렇다고 아무리 cool한 호주라 해도, 테스와 윌이 재결합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아마도 부부간의 후유증은 꽤 오래가겠지!!
소설가들이 이야기를 꾸며낼 때는 직접적인 혹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간접적인 경험이 토대를 이룬다. 막연한 상상만으로는 어떤 특정한 상황이나 심리묘사를 하기가 힘들 것이다. 내 생각에는 이 작가도 상당한 애정편력이 있었을 것 같다. 하기야 다양한 인생경험은 소설의 소재가 될 수 있겠다.
3. 곳곳에 날카로운 묘사도 나온다.
딸 자니를 잃은 레이철의 심리 묘사
“강철 바이러스가 레이첼의 가슴을 움켜잡고 강하게 조이는 것 같았다. 숨이 막혀 질식해 죽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고통 아래에서 침울했지만 차분한 경험이 말하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미 겪어 본 일이잖아. 이것 때문에 죽지 않아.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숨을 쉬고 있잖아. 이것 때문에 죽진 않아.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지만, 사실은 숨을 쉬고 있잖아. 결코 눈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지만, 결국 멈추게 될 것야.”
“사람들은 보통 비극을 겪은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훨씬 높고 고상한 차원으로 올라간다고 믿지만, 레이첼이 보기에는 반대였다. 비극은 사람을 옹졸하고 편협하게 만든다. 위대한 지식이나 영감을 주는 일 따위는 없다. 레이첼은 인생이 잔혹하고 제멋대로라는 사실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세상엔 처벌받지 않고 자기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는 사람이 있고 조그만 잘못에도 끔찍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람이 있다” 195쪽
(지금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해방후에 조직적 깡패들과 함께 폭력적으로 반탁운동을 하면서 호의호식하고 오래오래 살았던, 어제 죽은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가 생각난다.)
테스가 코너와 맞바람을 피운 후에 느낌!
“절묘하게 고통스러웠고 날카롭게 아름다웠다”
4. 전체적으로 이 책은 세계적으로 많이 팔릴 만큼 구성과 내용이 좋았다. 이 책은 ‘바람을 피면 안 된다’, ‘살인을 하면 안 된다’라는 교훈을 주려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책에서 어떤 교훈과 지식을 구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은 이런저런 것을 소재로 인간의 복잡하고 오묘한 심리와 감정을 표현해 내는, 그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재미란 책이 가져다 주는 가장 커다란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