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보 선생님을 기억하는 백일장
포항문인협회회장 하재영
제17회 평보백일장이 열리기 며칠 전 정지용 시인의 시집 『백록담(白鹿潭)』을 넘겨보았습니다. 1946년 백양당에서 발간한 시집으로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책이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넘겨보며 정지용 시인과 관련된 이 지역 인물 중 한 분이 평보 하태환 선생님이란 것을 떠올렸습니다.
평보 선생님은 1945년 해방 전후 나라 발전의 동력은 교육이라 생각하고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만들어 준 분이었습니다. 포항대학의 모태라 할 수 있는 동지고등학교를 설립하고 학교의 교가 작사를 정지용 시인께 의뢰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필가 한흑구 선생님을 포항대학(수산대학)의 교수로 초빙하여 학생들을 가르치게 하였습니다. 문학을 아끼고 사랑했던 평보 하태환 선생님의 그런 뜻을 되살리는 평보백일장이 올해로 열일곱 번째를 맞이하였습니다.
이번 평보백일장은 제19대 대통령 선거로 많은 행사들이 미러졌기에 곳곳에서 동시적으로 행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진 백일장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초중고 학생부와 일반부에 많은 사람이 참가하였고,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글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좋은 글은 경험과 독서와 사색이 따라야 합니다. 한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내에 글을 써야 하는 백일장이었지만 참가자들은 최상의 글을 쓰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경험으로 쌓은 다양한 체험을 드러내는 힘든 과정이기에 글은 글쓴이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상자 여러분!
여러분의 입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 중에는 후일 문단에 등단하여 자신의 글재주를 맘껏 펼칠 문인도 탄생할 것입니다. 이미 평보백일장에서 입상한 사람 중에는 우리 문단의 중진으로 활동하는 문인도 여러 명 있습니다. 문학인으로 글을 잘 쓰는 일은 포항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하는 길이고, 이 지역의 선각자 평보 선생님의 ‘혜안(慧眼)’을 발견하고 닮아가는 일이며, 숭고한 뜻을 잇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 백일장을 위해 고생하신 포항대학교 정창조 총장님을 비롯하며 교직원 여러분, 그리고 포항문인협회 회원, 참가자 여러분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