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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km의 거제 라이딩
비토라이딩 이후 왕복 60km 정도의 옥천사까지 다녀오기는 했지만, 장거리 라이딩은 가지 못했는데, 겨울치고는 맑고 따스한 오후 다음 장소로 생각해두었던 거제로 출발했습니다. 차에 풍운을 태우고 신거제 대교에 도착했습니다. 차 세울 곳을 물색하던 중 대교 검문소에 세우기로 하고 경찰관께 차를 부탁하니 선뜻 허락해 줍니다.
전날 거제도 위성사진을 보며, 라이딩할 코스를 정하고 출발했는데, 출발부터 오르막길이 거제 라이딩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거라는 걸 예고해줍니다. 처음엔 구 거제대교 쪽으로 둔덕으로 해서(거제도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 첫 도착지를 잡으려했지만, 가보지 않은 길로 가보고 싶어 산업도로쪽을 택했는데, 그 길은 그리 적합하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거제면으로 넘어가는 삼거리에서(남부로 넘어가는, 거제는 크게 동부와 남부로 되어 있습니다.) 우회전하여 거제면으로 넘어가려는데,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은 시작부터 다리에 힘을 주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등성이에 다다르니 왼쪽으로 566미터의 거제 계룡산이 풍성한 느낌으로 반겨줍니다. 내리막을 시원하게 내려가서 첫 도착지 거제 기성관에 닿았습니다. 1442년 왜적 침입방지 목적으로 고현에 세었던 것을 임진왜란 때 고현성이 함락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습니다. 거제 7진의 통제영이기도 했는데, 관아로도 사용하다가 후에는 객사로 용도가 바뀌었습니다. 38개의 통나무 기둥에 바닥은 마루로 되어있고, 지붕은 팔작지붕입니다. 정면 뒷산은 계룡산으로 배경을 삼아 배산임수의 풍수를 기반으로 한 듯 보입니다. 안내문에 보면 배흘림기둥이라 되어 있는데 배흘림기둥은 아닙니다. 배흘림의 전형은 부석사 무량수전이 전형이지요. 완만한 곡선이 우아합니다.
(팔작지붕의 기성관 -38개의 기둥으로 되어있다)
지금은 여기 저기 건물들로 앞뒤가 막혀있지만, 세워졌을 당시에는 시원한 공간에 위용이 있었을 듯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들어와서 마루에 올라가 놀이를 하고 있는데, 바로 뒤에 붙은 초등학교 아이들입니다. 일제시대에는 잠시 보통학교 교실로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일제가 우리 정신을 훼손하기 위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진찍어 달라는 개구쟁이들 - 찍어 달라했으니 초상권문제는 없을 듯...)
남해와 비토라이딩 때 아쉬움이 풍광을 담지 못한 것인데, 이번엔 작은 디카를 가지고 몇 컷을 담아보기로 했습니다. 사정이(?) 허락하면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을 장만하고 싶은데, 아직은 꿈입니다. 라이딩하면서 사진을 담으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이제까지는 다니면서 사진을 전혀 찍지 않았습니다. 산행을 하든 여행을 하든 사진은 거의 찍지 않았습니다. 눈에 담아와서 기억에 남기는 것이었는데, 요즘 나오고 있는 DSLR은 이전에 가진 사진에 대한 생각을 다시 부추기고 있습니다. 보급형으로 70여만원 대까지 나왔습니다. 열심히 저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거제면을 출발해 남부 해금강쪽으로 풍운을 재촉합니다. 가던 길에 거제 예술랜드라는 곳을 지났는데, 입장료가 장난이 아닙니다.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화초나 나무로 조성한 곳인 듯 합니다. 해금강 방면으로 넘어가려면 예술랜드에서 조금만 가면 삼거리가 나오는데, 우회전해야 합니다. 직진하면 고현방면으로 나가고 포로수용소 방면입니다. 우회전하자마자 1킬로 남짓 지나니 노자산 재를 넘어가야 합니다. 아~ 길기도 하다!
노자산엔 자연휴양림이 있는데, 노자산 산세도 눈을 즐겁게 합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데, 왼편에 편백림이 보입니다. 곧은 푸르름이 좋다 생각하며 페달을 밟는데, 안타까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무를 심을 때 너무 조밀하게 심어서 위로는 길게 뻗지만 옆으로 자라나질 못합니다.
어찌 그렇게 심었을까....... 낭비도 낭비지만, 자라지 못하는 나무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했습니다.
오른 만큼 내려간다. 그렇습니다. 구불구불하지만 참 긴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앞으로 다가서는 바다가 눈에 가득 찹니다.
학동 몽돌 해변입니다. 모래로 된 해변과 사뭇 다릅니다. 바닷가에 내려가니 파도가 몽돌에 닿으면서 챠르르...... 모래에 닿는 것과 몽돌에 닿는 파도소리는 그렇게도 다릅니다.
(파도소리가 스며드는 몽돌)
학동 몽돌해변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해금강으로 가는 방향입니다. 해금강은 25년 전쯤 대학부 수련회 때 가보고는 가보지 못했습니다. 거기도 몽돌해변이 있습니다. 몽돌해변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백령도 몽돌해변을 꼽겠습니다. 그곳은 거제도보다 휠씬 작은 색색의 몽돌들이 길게 늘어져있습니다. 몇 개라도 가져오고 싶은 충동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요.
출발하려 해변을 올라오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검정색 봉지에 가득 무엇인가를 담아나옵니다. 소리가 몽돌 소리입니다. 이런 아주머니들이라니...... 아주머니들을 불렀습니다. “아주머니들 그러시면 되겠습니까?” 아주머니들 대답하시길, “여기 식당하는 사람들인데요. 잠시 쓰고 갖다 놓으려고요.” “아니 아주머니들 그게 말씀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잠시 쓰고 갖다놓으려고요.” “그러시지 마세요. 그러면 안 되는지 잘 아시잖아요. 여기 계시는 분들이 보존하지 않으면 누가 보호하겠어요.” 아주머니들 말없이 검정봉지에 든 몽돌을 해변에 붇고는 휘적휘적 식당으로 올라갑니다. 여러분 함께 보존해주세요!
학동을 떠나 구조라 방면으로 출발했는데, 산을 오르기 전에 철 이른 동백이 만개하여 페달을 멈추게 합니다. 어떤 것은 벌써 뚝뚝 떨어져 길을 덮어갑니다.
(철 이른 동백과 이미 떨어진 꽃잎 - 나무 아래를 자세히 보면)
구조라로 산을 넘어가니 오른쪽으로는 내도와 외도가 바다에 떠 있습니다. 거제도에서는 외도로 가는 배가 어디서든 있습니다. 온 김에 외도에 한번 갈까? 하지만 외도가 목적이 아니니, 다음에 가야지요.
(구조라 해안선과 왼쪽의 내도, 오른쪽의 외도)
내리막 끝에 하얀 펜션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도 하얀성 펜션, 오르한 파묵의 <하얀성>이라는 책도 있는데.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두 채의 건물이 정말 작은 성 같이 보입니다. 올라가서 사진 한 컷. 펜션은 예쁜데, 조망은 앞에 있는 키 큰 소나무들 때문에 툭 트이진 않았습니다. 구조라 해안조망이 툭 틔었으면 더욱 좋았을 듯......
우리나라의 펜션은 사실 펜션이라 이름 붙이기가 좀 그렇습니다. 연금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노후를 위한 사업도 아니니, 뭔가 펜션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것을 사용하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가는 곳곳마다 펜션이니 아직 연금수령도 되지 않는 형편에 이름만 그렇게 사용하니 실정에 맞는 이름을 새로 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소나무가 건물 높이만큼 올라와서 전망이...... 풍운도 바위에 기대 잠시 휴식)
구조라로 향하는데, 해는 넘어가고 있습니다. 노자산으로 떨어지는 낙조를 보고 싶었는데, 기다리려니 시간이 지체되고, 가다보니 낙조를 보기 적당한 곳이 아닙니다. 아쉽게 일몰은 접고, 구조라 해안에 닿았습니다. 해는 다 넘어갔고 구조라 해변의 모래사장과 잔잔한 바다가 마치 호수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사진 중앙에 살짝 고개를 내민 산이 노자산이고, 왼쪽 끄트머리는 해금강입니다. 노을이 은은합니다. 구조라 해변에서 서쪽을 보며 찍은 사진입니다.)
구조라에 머물 곳을 살펴보았지만 적당하지 않습니다. 지세포로 넘어가야합니다. 지세포는 막내동생이 첫 발령을 받은 일운초등학교가 있는 곳입니다. 감회가 새로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구 교사와 새로 지은 강당겸 체육관이 있어서 각각 한 컷씩 남겨 동생에게 보내주었습니다. 바닷가를 내다보니 하얀 등대가 작은 지세포항을 꾸며주고 있습니다.
오르막을 올라 장승포로 넘어갑니다. 날은 완전 어두워져 클리어 고글로 렌즈를 바꾸고 라이트를 켜지만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그저 바로 앞쪽만 밝혀줄 뿐이지요. 장승포에 도착해 여객선 터미널 앞에서 해물뚝배기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장승포항은 10여년 전에 부산에서 동기 목사님과 부산여객선터미널에서 공기부양 쾌속선을 타고 왔다 다시 그 배편으로 돌아간 기억이 있습니다. 일출을 볼 만한 곳을 찾았지만 여의치 않습니다.
아침에 다시 출발해 옥포로 가는데, 대우조선의 골리앗 크레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장승포와 옥포쪽은 서쪽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보이는 건 조선소, 아파트, 공장건물, 차량행렬....... 아무래도 거제도는 동쪽은 개발했으니 남서쪽면은 그대로 보존해야 할 듯 합니다. 그래야 거제가 남해안의 섬다운 면이 남게 되지 않을까요?
옥포를 지나지 삼성조선이 나오고 내륙을 마주보는 해안가를 따라갑니다. 이 길은 다소 삭막합니다. 길도 대형차들이 많이 지나가서 쾌적하질 않습니다. 다음에 오든지, 혹 거제 라이딩을 하실 분들이 있다면, 이 코스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쪽 면은 남기고 남서쪽 해안도로를 세밀하게 즐기며 가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물론 자동차로 가셔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제 라이딩을 마치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습니다. 남해 라이딩 때도 다랭이마을쪽, 스포츠파크쪽은 남겨두었었는데, 거제 라이딩에서도 해금강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아예 동쪽은 포기하고 그리 갔어야..... 하지만 시행착오도 경험이죠.
다음 라이딩은 아직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주는 비수기에 다녀올 예정인데, 아실 만한 모 목사님이 동행하실지 모릅니다. 그리고 승주 주암호 라이딩을 구상중입니다. 조계산 송강사를 끼고 펼쳐진 호수는 가을 정취가 참 좋았습니다. 이 모 목사님 본가가 그 호수 안에 있습니다. 모후산 아래로...... 호수 옆에.
첫댓글 정 목사님..멋있습니다^^ 이런 멋진 취미가 있으신 줄 몰랐네요.
멋지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운동과 기호를 겸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