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에는
조 순 자
어릴 적 정월은 풍성한 먹을거리가 있고 때때 옷 입고 마냥 좋은 달이다. 그러나 어른들은 노동의 시작이다. 섣달부터 어머니의 손은 물마를 새가없다. 산자며 강정, 쌀 담가놓고 엿기름 물과 시루에 꼬두밥 쪄서 뜨끈뜨끈한 아랫목에 항아리 가득 채워 이불로 덮어두고 저녁 내내 삭히고 나면 식혜가 완성된다.
큰 무쇠 솥에 하루 종일 불을 지펴가며 젓고 젓다보면 해질 무렵이면 검붉은 갱엿이 탄생한다.
화로에 숯불 담아 밑에 놓고 어머니와 올케는 주거니 밭거니 정담을 나누어가며 한참을 치대고 나면 어느새 붉은 기가 가시고 새하얀 알몸으로 콩가루 위에서 뒹근다.
잘된 엿을 툭하고 쳐서 부러뜨리면 구멍이 송송 뚫린걸 보면 예술이고 신비감마저 든다.
다음날은 미리 닮가 두었던 불린 찹쌀을 물기를 빼고 디딜방아에 쿵덕 쿵 찧어 곱게 체에 내린 가루를 보자기 깔고 쪄 내어 꽈리소리가 나올 때까지 처서 안반에 밀가루 묻혀가며 네모나게 모양을 내어 잘 말린다. 기름에 이른 다음 튀밥가루로 옷 입히고 나면 눈꽃송이가 광주리에 소복이 쌓인다. 쌀강정, 흰 참깨, 검정 참깨, 들깨, 콩강정, 다식, 정과를 준비하고 나면 손 쉴 틈 없다.
명주 옷감을 형형색색 염색을 하고 풀 먹이고 어느 정도 물기가 가시면 차곡차곡 개어서 잘 밟아둔다.
저녁이면 잠까지 설쳐 가며 오랫동안 둘이 마주앉아 두드리고 나면 유리알 같은 아름다운 명주배가 눈을 의심 할 정도로 변신하고 다시 홍두깨 허리에 감겨 몇 번 치고 나면 간난아이 살결같이 부드러워진다.
제일 먼저 아버지 옷을 비롯해 남자들 한복 먼저 정성 드려 만들고 나면 여자들 설빔이 만들어진다.
여자들 옷은 다양한 색깔로 어머니 옷은 옥색 치마저고리, 내 옷은 꽃 분홍치마 색동저고리. 올케들 옷은 남치마 삼호장 걸어 노랑 저고리, 예쁜 코 만든 외씨 같은 버선 짓고 나면 몇 날 몇일 (칠)이 더 걸린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나가고 어느새 섣달 그음 내일이 정월 초하루다.
떡국 떡, 인절미 쑥떡 하루 종일 머슴들은 떡 메질하고 어머니는 우겨 넣고 만들어 채반에 닮아 바람 통하는 선반에 언지고 나면 저녁때는 파김치가 되어 매우 지쳐 보인다.
생선, 산적, 전, 탕국, 나물, 등등 차례 음식이 준비가 되고나면 놋그릇, 병풍까지 챙겨 두고 잠을 청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원단의 새해를 맞는다.
한 달 동안 힘든 노동에 비하면 정월은 쉽게 얻어 지는 것이 아닌가싶다. 정월에 1년 계획과 뜻을 세우기 때문에 정성 들이고(삭제)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저 노동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준비 한다는 것은 대대로 내려온 선조들의세시풍습이 이어진 게 아닌가 싶(삭제)다.
일찍 일어나 설빔 입고 부모님께 세배 먼저하고 올케언니는 떡국 끓이고 차례 상을 차린다.
아침식사나 아무리 맛있는 음식에도 관심도 없이 복주머니에 돈 받아 채우는 재미에 푹 빠져 정신이 없다.
차례가 끝나고 나면 큰 아버지 댁, 작은 아버지 댁, 을 돌며 세뱃돈을 받는다. 많은 돈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동무들과 누가 제일 많이 받는 것이 중요했다.
새댁이나 과년 한 처녀들은 정초에는 대문 밖도 나가지 못하게 하고 나들이를 금 한다.
보름이 되어서야 밖에 나들이도 하고 친정에도 보낸다.
떡국 끓여서 쟁반에 받쳐 들고 친척 어른들 찾아보랴 사랑방 아버지 세배 온 손님 술상 차리며 몇일 칠(삭제)을 보내다.
날짜가 흐르고 흘러 장만한 음식도 거 즘 떨어지고 세배객도 줄어들고 나면 정월 대 보름이 온다.
찰밥 찌고, 토란 대, 호박꼬지, 피마자 잎, 나물, 부럼용 호두와, 땅콩, 귀 밝기 청주, 오곡밥을 고봉으로 닮아
김, 한 장으로 덮어서 외양간, 장 고방, 우물가, 여러 곳에 차려 놓는다.
동무들은 만나면 내 더위 한다 먼저 당하게 분해서 울기라도 하면 어른들은 말씀 하신다. 그러면 ‘울지 말고 내 더위 네 더위 맏 더위 하면 둘이다 더위 안 먹고 건강하다 쌤쌤 ’이라고 하신다.
보름에는 동네 사람들이 당산제 지내려고 내려오는 풍습대로 동구 밖에 금줄치고 상 당한 집이나 아이 낳은 집은 참석도 못한다. 왜 그 예쁜 아이를 낳았는데 반대한지 지금도 궁금하다.
남자들은 청결하게 하얀 옷으로 차려 입고 소반에 음식 받혀 머리에 이고 당산나무 아래 조심스레 내려 놓는다. 논다 삭제
갓 쓰고 도포 입은 할아버지들이 절하고 축문 읽고 나면 걸궁 치고 한바탕 신명나게 놀고는 액 맥이 한다고 동네 집집마다 지심 밟는다고 돌아다닌다.
마당에 대나무를 높이 세워 달집 태우고 대나무 튀는 소리 들으며 흥에 겨워서 장독대, 부엌, 우물까지 돌아가며 놀고 간다.
오빠들은 구멍 난 깡통에 관솔조각 불을 넣고 뱅뱅 돌리며 쥐불놀이에 열중 한다.
동네 처녀들은 보름이 되자 마음 놓고 삼단 같은 댕기 머리를 휘날리며 그네, 널뛰기 기와 밟기 강강술래 등등 욱신욱신 해 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뛰놀며 정월을 보낸다.
머슴들은 농번기가 시작 되니 농사 일 하기 싫어 썩은 새끼 줄 들고 뒷동산 소나무에 목메 달러 간다고 한다.
20018년 1월 28일 조 순 자
p.s: 정월 세시풍습을 재미나게 쓰셨서 민족의 명절을 일깨워주는
수필입니다.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어린이들이 읽고 싶어하는 다작
잘 쓰셨습니다. 빨간색은 교정할 부호 띄어쓰기와 조사가 애매할 때
에는 한글맞춤법 검사기에서 검색하시면 됩니다.
첫댓글 2월 과제는
2월
2월에는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