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에 멜번에 사는 큰 아들이 왔는데 시내에 투표를 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뜬금없이 무슨 선거냐?” 물었더니 빅토리아 주의회 선거가 있는데 부재자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주는 외국에 나가지 않는 한 다른 도시에 있어도 투표일에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가서 투표를 해야 벌금을 물지 않는다.
그러면 호주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으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10년 동안 택시에서 정치 이야기 하는 사람을 보지를 못했다. 국내 정세는커녕 세계정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들어 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점잖은 부부가 타서 정치 이야기를 하길래 뒤돌아 보니 전 자유당 당수였던 MP 말콤 턴불이었다.
의원 내각제가 정착되어 있는 호주 정치는 중산층 이상이 사는 지역은 만년 자유당이 서민층이 사는 지역은 만년 노동당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변수가 일어날 수 있는 몇몇 지역에서 항상 판세가 결정된다. 그러다 보니 대강 예상 하는 대로 되기 때문에 출마한 당사자들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한국정치에 비해서 보는 사람으로서는 재미가 훨씬 덜하다.
호주는 갑자기 정치판에 나타나서 물고 뜯기만 잘해도 각광을 받기도 하는 전여옥 의원처럼 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없다. 지난 15년 동안 연방 정부 부수상 두 명, 주 수상 3 명이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하여 혹은 건강상의 이유로 스스로 사임하는 것을 보았다. All or Nothing의 한국 정치판만 보던 사람들로서는 참으로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투표를 하고 돌아 온 아들에게 어느 당을 찍었느냐고 물었더니 보수적인 자유당을 찍었단다. 이민자들은 보통 노동당을 지지하는 법인데 조금 의외라서 왜 자유당을 찍었느냐고 하니까 이유가 복잡했다. 그전에는 깊은 생각 없이 자신이 사회적 소수라고 생각되어 노동당을 지지 했는데 자신의 입장에서 보다 깊이 생각해보니 자유당을 지지해야겠다는 것이다.
호주는 교수들의 월급이 똑 같은데 자기는 미국처럼 전공별로 교수 월급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렇게 바뀔 가능성이 없는 노동당보다도 바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유당을 지지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자유당이 교수월급을 전공별로 차등화 시키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도 없는데 자유당을 지지한다는 것이 막연한 이야기로 들리지만 아들로서는 노동당과 자유당의 철학적 기초로 볼 때 자유당이 보다 구체적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희미하게나마 무엇이 나의 유익과 관련이 있나 하는 것으로 정당의 지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이 히틀러 때문에 지옥의 문 앞에까지 갔다 이유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제대로 안 읽은 탓이었다.
투표는 나의 이익에 따라 예민하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문도 보고 뉴스도 듣고 해야 하는데 세종대왕이 만들어준 말만 열심히 배운 사람들로서는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요즘은 동포신문들이 호주 뉴스를 많이 다루어 주어서 형편이 나아지기는 했다. 한국 동포들이 제대로 선거 판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유권자 연대’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스탠드에서 구경만 하는 것보다는 운동장에 직접 뛰어들어 똥 볼이라도 발로 차야 재미가 있는 법이 아닌가?
첫댓글 오, 목사님. 이거 톱신문에 올리실 건가요? 무효투표가 많다는 얘기도 덧붙여 주시면 좋겠네요. 유권자 연대도 아주 좋은 아이디어인데...
맞습니다. 이번 주 신문에 낼 칼럼인데 검증 차원으로 올렸는데 좋은 지적 감사 합니다. 하여간 글은쓰고 보아야 한다니까......
추가로 삽입할 것은, 후보자를 잘 모르고 또 여러 후보로 선거가 복잡한 모양인데요.
종이에 적어 가서 찍은 것이 있습니다. 한국 6.2 지방 선거에 여덟 번 찍는데 많은 유권자들이
종이에 적어 갖고 가서 찍었거든요.
그래도 그건 누가 누구인줄 알 수 있으니 그렇게라도 할 수있겠지요. 여기선 당최 누가 누인줄 몰라서 그냥 당 보고 찍어야할까 봐요.
이민자가 많은 동네에 무효투표가 많은 것이 문제가 되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특별히 이민자 커뮤니티 대상으로 교육을 시키고 있다. 한인복지회에서도 워크숍을 한다. 어느 당을 찍을 지는 말 안해주지만 내 표가 유효하게 되기 위한 방법은 제대로 가르쳐 주니 가보는 게 좋을 듯 하다. 8월 14일 토요일 파라마타 8월 17일 화요일에 웨스트라이드라고 하니 자세한 사항은 http://www.koreanwelfare.org.au로 가보시길.
이런 내용을 좀 첨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톱신문에 광고가 나긴 하지만 많이 언급될 수록 좋겠지요. ^^;;(땀방울 백만개..)
업씨가카! 알긴 어케 뭘 알아요? 생전 첨보는 잉간들이 태반이당깨요.
교육의원 후보자 교육감 후보자 ...이름도 첨봐 얼굴도 첨봐 정당도 업써 뭘 모른다는 건 도찐개찐(피장파장)이지요.
민병희교육감 당선은 기적에 천운.기호도 없는데 맨 꼭대기 이름이 올라서 그나마 행운이지요.
기초광역의원,단체장들도 일반인들은 첨 듣는 이름에 첨보는 얼굴(상판때기?)이 태반이엇당깨요.
호주나 한국이나 5십보백보구먼...
이쯤해서 민주주의니 선거제도 가튼 나부랭이는 때려치고 독재하는게 조치 안카써요?
호주는 사회안정망의 예처럼 경제 민주주의가 이미 어느정도 확보되어 있지 않나 하네요. 그래서 정치가 일상인의 삶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 없기에 한국처럼 정치과잉이 발생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정치민주주의에 대한 관심 또한 중요하지만
정부의 예산정책과 같은 경제 민주주의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함 생각해 봅니다. 내가 낸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가 실은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 합지요. 어느 당, 어느 양반이 뭐 그리 대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