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급주의”
공항에서 짐을 붙일 때 함부로 취급하면 깨어지거나 부셔지기 쉬운 짐들은 따로 취급합니다.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국제 항공일 경우 그 짐에다 커다란 스티커를 붙입니다. “FRAGILE”이란 영어(불어)입니다. 이 단어는 ‘망가지기 쉬운’, ‘무너지기 쉬운’, ‘허약한’, ‘허술한’, ‘손상되기 쉬운’, ‘깨지기 쉬운’이란 뜻으로 “조심스럽게 다루세요!” “함부로 다루지 마세요!” “떨어드리지 마세요!”라고 부탁하는 용어입니다.
도자기나 유리그릇이나 병들, 액자에 담긴 그림들, 혹은 세심한 취급이 요구되는 아기 물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깨어지기 쉬운 것이 어디 그런 물품에만 해당되겠습니까? 국제간의 동맹관계도,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휴전 관계도,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들도 매우 취약적이고 깨어지기 쉽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귀중한 것들이 손상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우정, 사랑, 희망, 믿음, 건강 등과 같이 사람의 손으로 보호될 수 없는 것들이 그런 것들입니다.
친구간의 우정이란 것도 언제 어떻게 금이 갈지 모릅니다. 사랑이란 것은 정말 쉽게 상처를 입고 깨어지기도 합니다. 희망이 산산조각이 날 때, 믿음이 흔들릴 때, 건강이 악화되어 삶의 기반이 흔들릴 때 우리는 비로소 삶이 얼마나 깨어지기 쉬운 것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깨어지기 쉬운 것은 ‘사람’인 듯합니다. 하기야 먼지와 흙으로 지었으니 얼마나 쉽게 부셔지고 망가지겠습니까!
그렇다면 “fragile”을 뭐라고 번역하면 제일 좋을까요? - “취급주의!”
“취급주의!” - 모든 것들을 조심스럽게 다루세요. 남편도, 아내도, 자녀도, 친구도, 사랑도, 우정도, 신앙도, 희망도… 또 뭐가 있더라? 꺾기도? 내비도? 이건 아니지. ㅋㅋㅋ
어쨌건 “취급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