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랑하는 막내를 보내려니 감회가 남다르다! 내 가슴 깊숙한 골에서 흐르는 이 눈물은 기쁨인지 슬픔인지 나 스스로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기쁨은 나누고 슬픔은 위로 받고 싶어 이미 올렸던 글이지만 다시 올리니, 부디 간청컨대, 재탕을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재독의 번거로움을 일종의 부조금으로 간주하시기를!
드디어 떠나는구나, 내 사랑하는 막내가!
만혼이다만 아직 그리는 늦지 않은 나이에 예쁜 색시를 만나서 가주니, 이제 마음이 놓인다. 세월은 유수와 같으니 네가 어영부영하다가 짝 없이 좋은 청춘을 다 보내버릴까 봐 나는 여간 노심초사하지 않았단다.
어디 마음이 놓이는 정도겠냐, 기뻐서 춤이라도 추어야 할 경사인데, 내 눈시울이 자꾸만 뜨거워지니 이게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떠나보낼 시기가 되니, 네 성장 과정이 새록새록 바로 어제의 일처럼 떠오르는구나.
네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을 것이다. 급우들과 장난하다가 너는 한 동무를 다치게 했다. 연락을 받고 급히 달려가 보니 너는 양호실 한 구석에서 울상이 되어 앉아있었다. 내가 나타나자마자 네 얼굴에는 비로소 화색이 돌았다. 선생님은 “아빠가 오셨으니 됐다. 인제 좀 웃어봐라.” 하며 오히려 네가 상처 받을까 봐 걱정하셨다.
중학교 때 너는 아침 자율학습을 위하여 아직 해도 뜨기 전에 급우 중에서 일착으로 등교하기를 고집했었지. 어느날, “교실에 들어가면 어떤 발자국이 뚜벅뚜벅 찍히는 것 같고 나의 목덜미를 누가 잡는 것 같아 무서워요.” 하고 울먹였다. 나는 하늘이 노래졌다. 주님께 의지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우리는 묵주 기도를 무기한으로 날마다 바쳤다. 네가 피곤하다고 핑계를 대면 나는 네 목덜미를 잡고 십자고상 앞에 앉혔다. “아빠. 이젠 안 무서워요.” 하고 우리가 기도의 응답을 받았을 때는 9일기도를 연속으로 6번이나 바친 54일째였다.
너는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 흔한 과외 한번 받지 않고도 네가 어려운 미적분 문제를 척척 풀며 우등했을 때 나는 네가 ‘불초해서, 그러니까, 아비를 닮아주지 않아서’ 여간 자랑스럽지 않았다. 나는 수학이라면 젬병이었거든.
진학을 앞두고 네가 서강대학을 우습게 여기고 ‘스카이’ 대학만을 고집했을 때 나는 섭섭하기 짝이 없었다. 네가 고맙게도 내 뜻을 따라 서강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감격했다. 나는 마치 너를 통해 환생한 것처럼 신비한 황홀감에서 한동안 헤어나기 어려웠다.
네가 떠나고 나면 나는, 사실이지, 어찌 살까 막막하고 아득하다.
집에 누전 사고가 나서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고 있을 때 너는 즉각 수습에 나섰다. 119를 부르는 등 대응 조치를 취하고 모든 후속 처리를 다 했다. 핏기 잃었던 내 얼굴에는 비로소 화색이 돌았다. 네 초등학교 시절의 사건이 역할을 바꾸어 재연된 것이다.
인터넷에 문제가 생기면 네가 즉각 해결해준다. 바이러스 치료, 희소자료의 검색, 주기적 업데이트 등등. 컴퓨터가 고장 나면 나는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무 비싸니 살 날도 얼마 안 남았으므로 그냥 어찌어찌 지내려고 했을 때 너는 선뜻 보청기를 선물했다.
네 방이 비어버리면 내 가슴이 텅 빈 것 같아 들여다보기도 겁날 것 같다.
어쩌겠니, 그러나, ‘회자정리’가 삶의 이치인 것을!
잘 살으렴! 너희들의 잘 사는 모습이 나의 텅 빈 가슴을 메워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손주를 어서 여럿 낳아서 내 가슴에 안겨 다오. 하나를 내보내고 여럿이 들어올 터이니 이렇게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느냐!
장사를 잘 하고나서 불원간 다시 한번 잔치를 치러야 하지 않겠니?
첫댓글 눈물이 핑도네요. 정말로 라는 노래를 생각게 하는구나. 축하한다.
고맙다.
아들 장가 보내는 감회가 글속에 너무 잘 표현되여있군요. 하여간 시원섭섭한거죠?
What a bittersweet thing!
소야소님 아들이 까마득한 우리 후배네요. 기쁨과 섭섭함을 이리도 감명깊게 표현하시다니...
97학번 - 64학번 = 33년! Thanks!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네~~ 청첩장 받았습니다...
유달리 기뻐하시는 소야소님을 보니 저도 기쁘답니다....
축하!! 축하!!! 드려요~~~
근데,, 결혼식이 아직도 멀어서 내 정신에 잊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되겠는걸요.. ㅎㅎㅎ
Thanks!
메모 해 두세요. 늙으면 깜빡한담니다.
축하 축하합니다.
장가 보내는, 시집보내는 날을 받어 놓고 보면, 그 아들 그 딸의 성장과정이 흔한말로 영화속의 한장면 한장면....
누구나, 거의 모든이들이 소야소님과 같은 마음이지만, 이렇게 그 마음을 선명히 표현? 글로 남기기란....
축하합니다. 또 축하합니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