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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자 시집 발문
온기 밴 사이의 발견
강영환(시인)
시인의 삶은 일반인의 그것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시인도 일반인들과 똑같이 먹고 마시고 잠들고 하는 생활인이다. 그러므로 시인의 삶은 일반인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다를 수가 없다. 그런데 다르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시인이 꺼낸 시를 보고 다르다고 추측할 뿐이다. 시인이 사용하는 언어가 일반인들이 즐겨 쓰는 언어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시인의 생각은 일반인과 확연하게 다르다. 시인이라면 일반인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지니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야만 시가 쓰여질 수 있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난다. 똑같은 사물을 바라보아도 시인은 그것을 달리 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시인이 가진 생리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대표주자인 말라르메는 현실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고 했다. 일반인들은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에 대하여 무관심이다. 그러나 시인은 그 수수께끼를 찾아내 그것을 해독하여 일반인들에게 보여 준다. 그 수수께끼는 상징이다. 상징을 해독하는 자가 시인이라고 했다. 수수께끼는 현실이며 시인이 해석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상징의 세계, 혹은 은유의 세계를 시인은 자신의 시적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 그러기에 시인의 생각은 다르다. 달리 말하면 시인의 언어는 일반인들의 언어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박희자 시인은 2015년 《대한문학세계》 봄호로 등단하여 한국문학 발전상,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전국시인대회 공모전 순우리말 글짓기 금상 수상, 전국시인대회 공모전 짧은 글짓기 동상 수상 등 많은 활동을 통해 주각을 드러내었고 문해교육지도사 자격을 획득하여 현재는 사하구청 성인문해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아주 적극적인 삶을 영위하고 있는 시인이다. 삶에 대한 평가는 누구라도 정확하게 내릴 수가 없다.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 삶은 아름다운 삶인 것이다. 무엇이 가치있고 행복한 것인가의 척도는 함부로 잴 수가 없다. 우리 삶에 정답이 없듯이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답고 훌륭한 삶인가에 대한 답은 없다. 남들보다 더 열정적으로 자신이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아름답다고 말할 수가 있겠다. 박희자 시인의 삶이 그렇다. 공동어시장이란 생활전선에서 생선을 보듬고 살아가고 있다. 그의 삶이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것도 시인의 억척스런 생활력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벽 어둠이 가시기 전에 집을 나서서 암남동 부산공동어시장으로 향한다. 새벽 경매에 참가함으로써 그날의 일과가 시작된다.
새벽이 밀어 올린 안간힘 속에
쏟아지는 고등어가
꼬리를 허공에 세우고 바다를 난다
불빛 훤한 어판장에
울리는 푸른 요령 소리 따라가는 아침
갈매기가 경매장 지붕에 앉아
끼루룩 끼루룩 큰 소리로 값을 부른다
가슴을 감추고 경매사를 향해
던지는 손과 손 사이로
쏟아지는 열 개 손가락이
눈빛에 실려 날아가는 화살이 멈추면
시간은 새벽을 지나가고
눈에 익은 번호가 바닷바람에 펄럭인다
바다 끌고 가는 굵은 손들 바다를 빠져나가고
경매장은 다시 갈매기 춤추는 바다에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전문
공동어시장의 새벽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시인이 아침마다 보고 느끼는 풍경 그대로이다. 어려운 수사도 없다. 읽으면 누구나 쉽게 느껴지는 풍경 그대로다. 여기에 무슨 설명을 덧붙여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새벽이 고등어를 밀어 올리고 꼬리를 허공에 세우고 날아간다. 시인만이 느낄 수 있는 풍경이다. 이외에도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경매사가 울리는 요령 소리에 귀를 따라가고 있다. 그런데 시인은 지붕 위에 앉은 갈매기 울믕 소리를 따라간다. 경매사가 값을 매기고 불러 대지만 시인의 눈에는 갈매기가 값을 매겨서 알려주는 것으로 듣는다. 경매사는 손가락을 펼챠서 값을 흥정한다, 그렇게 손가락 사이로 시간이 흘러가고 새벽이 지나가고 경매 입찰 받은 생선 상자들에 번호표가 매겨져 바닥에 뉘여 놓으면 바다를 끌고 가는 굵은 손들도 바다를 빠져 나간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경매장은 갈매기가 춤추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시인은 발견한다.
해가 바뀌면 공동어시장의 신년 초매식은 TV로 전국에 생중계된다. 일반인들에게도 공동어시장의 경매 모습은 익숙한 풍경 중의 하나가 되었다. 박희자 시인은 공동어시장의 경매 풍경에 숨어 있는 수수께끼들을 풀어서 해독하여 독자에게 보여 준다. 그가 보여 주는 상징은 값을 매기는 방법에 있다. 생선값은 경매사가 매기는 것이 아니라 어시장 지붕 위에 앉아서 울음소리로 값을 매겨서 알려주면 경매사가 손가락을 폈다 오므렸다하며 갈매기 울음소리를 사람들에게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 현장은 다른 시편들에서도 꾸밈없이 적나라하게 들추어진다.
동녘 하늘
아침햇살 불화살은
빈 바닷물 속을 휘젓고
뱃고동 소리 바람 타고
어둠 훌훌 벗어던진다
금빛 물비늘 속살거리며
고등어 등 무늬로 물갈이할 때
부지런한 어부는
빈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입안 가득히 침샘 굴리고 있다
해수에 던진 뜰채가
자맥질할 때마다
먹이 찾는 갈매기 날갯짓
하루 해 잊고
무거운 새벽 깃 젖힌
뱃머리 어시장
봄바람에 달음박질이다
―「생선비늘 빛 새벽」 전문
공동어시장에 새벽이 오는 풍경이다. 공동어시장 식구들은 새벽을 사는 사람들이다.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새벽은 바다에서 온다. 새벽이 가장 먼저 뭍에 오르는 곳이 바로 부산공동어시장 판장인 것이다. 새벽과 생선 비늘은 공동어시장의 상징이다. 박희자 시인은 새벽이 익숙하다. 24년여를 새벽 3시쯤 되면 어시장 판장에 도착하여 경매 시간을 기다린다. 그날의 경매를 성공적으로 참가하여 좋은 생선을 붙잡게되면 수월한 하루가 전개된다. 그러나 잘못 잡으면 큰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이런 가슴 졸이는 생활을 해오면서 느꼈을 가식 없는 우리 삶의 모습이 각인되었을 것이다. 그것들이 오랜 숙성기간을 통해 저장되어 있다가 이제야 고래가 숨결을 뿜어내듯이 시로 뿜어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인의 특별한 경험이 독자들에게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것은 낯선 세계의 의미를 새롭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추녀끝에 고드름 키 크는
새벽어시장 가보지 않고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하지 마라
얼음 바닥에 얇은 발 올려놓고
올 것 같은 누군가를
약속 없이 기다려 본적 있는가
지붕과 벽 사이를 뚫고 달려와
사정없이 때리는
칼바람에게 얼굴 맞아 본 적 있는가
성한 한쪽으로 리어카에 고등어 싣고
비틀걸음으로 달려본 적 있는가
바다 너울이 아픔을 밀고 와서
바위에 부서지고 또 부서져도
다시 바다로 돌아가 일어서서 너울거리는
포기 하지 않는 저 파도의 고집을 보라
차가운 가슴이라고 말하지 마라
누군가에게 겨울날 기대고 싶은
화롯불이 될 뜨거운 가슴이다
―「힘들다고 말하지 마라」 전문
포도를 오래 저장해 둔다고 포도주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쌀을 물에 담궈 오래 보관한다고 막걸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포도를 으깨어 오크통 속에 담아 두면 발효과정을 거쳐서 와인이 만들어진다. 쌀도 누룩과 함께 섞어서 독에 담아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발효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막걸리가 된다. 이렇게 포도와 쌀이 인간의 삶이라면 와인과 막걸리는 삶속에서 건져내 승화시킨 예술이다. 그러니까 삶은 그대로 삶일 뿐이고 그것이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발효과정이라는 내적 성숙단계가 필요한 것이다. 공동어시장에서의 삶을 가져다 꾸미고 발효시켜 시라고하는 예술로 창조해내는 작업을 하는 이가 바로 시인이다. 특별한 재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것들을 비유와 상징이라는 발효약과 시인이 발굴해낸 언어와 버무려 오랜 기간 숙성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편의 시가 탄생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고괴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인가?
흥정하는 소리 넘쳐나는
충무동 골목시장
밤잠 설친 할머니가 밀려오는
졸음 이기지 못하고 연신 고개 끄덕일 때마다
앞을 지나가던 장난기 많은 바닷바람이
빈 물통 툭 넘어뜨리고 달아난다
깜짝 눈 뜨자마자
“씹어갈 바람은 뭐한다고 불어 쌌노”
중얼거리며 얼음 한 바가지 휙 뿌린다
걸음 뜸한 단골 기다리는
할머니 곁에서 바닷바람이
눈치 없이 장난 걸며 시간을 당기고 있다
―「충무동 새벽시장」 전문
박희자 시인은 공동어시장이라는 특별한 삶의 공간에서 일구어낸 삶의 서정시를 보여준다.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는 삶의 향기들인 것이다. 그 향기가 잘 숙성되어 높은 예술의 경지를 보여준다면 개성있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특한 시의 세계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박희자 시인은 공동어시장에서 함께하는 이웃과 어시장을 찾는 사람들 또는 함께 사는 갈매기와 제비들까지도 한 가족이라는 시선으로 따뜻하게 품어주는 마음으로 대하고 있다. 그 마음은 예술 이전의 인간적 사랑이다.
겨울옷 벗지 않은 어시장
작은 날개가 봄을 풀어 놓는다
지난해 가을 떠난
제비 한 쌍 둥지로 돌아 왔다
햇살보다 먼저 판매장 문 열어놓고
배수관 위에 앉아서 둘이 나란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물건 사려고 온 사람들에게
‘문어는 이십만 원, 고등어는 십오만 원, 갈치는 삼십
만 원’
부리를 비비며 열심히 흥정을 거든다
제비 둥지 아래는
시장에서 다투는 것을 본 적 없는
독수리 오 형제와
어시장 사람들이 발끝 치며 달리고 있다
박씨를 물어 왔을지도 모를 한 쌍의 제비가
아침 햇살 끌어오며 판매장 봄을 순찰하고 있다
―「어시장 제비」 전문
누구나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풍경이다. 시인이 문해교실에 참가하여 강사활동을 하며 애써 글을 배워 읽고 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를 갈망하는 할머니들과 어울리며 터득한 따뜻한 마음 때문에 발견되는 풍경은 아닐까?
이 시집의 뒷부분에 수록된 가족들과 어머니에 대한 시편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속내를 보면 그 따뜻한 마음은 태생적으로 자져온 것들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거대한 철학적 사유가 이론적 배경이되는 것은 아니고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생활풍습 속에 깃들어 있는 삶을 대하는 태도들인 것이다. 그것들이 공동어시장이라는 현재적 삶에서도 우러나오는 은근한 맛이 된다. 박희자 시인은 잃어버리고 밀쳐두었던 속세의 쌉싸름하고 달달한 오미를 찾아내어 독자들에게 맛좀 보라고 들이미는 형국이다. 그래서 박희자 시인이 발견한 언어들은 토속적인 맛을 지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서정시다. 그 맛은 사이 즉 틈새에서 잘 두드러져 나타난다.
내 아이 어릴 때
어머니 찾아 며칠 지내고 돌아오는 길
차창 뒤를 돌아보면
아버지는 마당으로 들어가시고
어머니 혼자 골목에 서서
옷소매 눈물 찍고 계셨다
그때는 그 마음이 무엇을 말하는지
모두 헤아리지 못했다
마음은 정으로 흘러 닿는 것인지
내 자식들이
집에 왔다 가는 아침
어머니 마음이 울컥 내게로 왔다
―「어머니 마음이 오다」 전문
틈새는 관계를 의미한다. 어머니와 나 사이, 사물과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틈새인 것이다. 그 틈새가 말을 한다. 고향 부모님 댁에 갔다가 떠나오며 차창으로 바라다 보이는 어머니와 나의 거리가 멀어져 갈수록 더 가깝게 다가오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이 시는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집에 왔다 갈 때 비로소 고형에 남겨 두고 떠나올 때 늦도록까지 손을 흔들고 서있던 어머니 마음이 더욱 깊게 다가오는 걸 느끼는 것이다. 내 집에 왔다가 떠나던 나와 아들 사이에 흐르는 정이 나와 어머니 사이에서 진즉부터 흘러오던 것이 아니었나를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 박희자 시인의 작품 들에서는 이렇게 사이에서 발견되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들이 많이 드러난다. 비단 가족들간의 사이에서 발견되는 애틋한 정만은 아니다. 타인이나 사물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런 모습은 쉽게 발견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깃배 타고 갔다
생선 담아오는 그릇이오
양심 숨긴 손에서 생긴
울음 내 안에서 넘친다오
오일장 장터에서 새벽부터 해질 때까지
생선 팔아서 전부로 살아가는
고단한 한숨이 바다로 가고 있소
갈치 못 팔고 상자째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걸음 뒤에서 힘 잃은 신발 소리 슬펐소
냉동 갈치 상자 속 볼 수 없다고
보이지 않는 속에 상한 고기를 넣고 큰 갈치 속에
작은 갈치 흠 있는 갈치를 가운데 넣고 닫아버린 아픈
포장 따라다니는
양심 저버린 그 손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
가슴 치게 하고 우라지게 욕 듣게 하고
시장 던지고 떠나는 눈물과
식당에서 문 닫고 떠나는
아픔에 귀 기우려 보소
오늘은 내가 그 손 위에 술잔을 얹어
술을 한 잔 따르겠소
흥건히 부은 술 한 잔 마시고
생선 파는 시장마다
살맛 나는 웃음꽃 건네주소
―「생선상자 독백」 전문
위 작품은 어판장에서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생선 상자가 홀로 내뱉는 독백으로 이루어졌다. 어시장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생선 상자가 공동어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불합리하고 모순된 행태들을 하소연하고 있다. ‘갈치 못 팔고 상자째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걸음 뒤에서 힘 잃은 신발 소리 슬펐소’ 팔지 못하고 남은 생선이 상해 들어가기 시작하자 상품 가치가 없어진 갈치를 상자째 쓰레기통에 버리고 가는 상인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비쳐보이고 있지만 아픔이다. ‘냉동 갈치 상자 속 볼 수 없다고/보이지 않는 속에 상한 고기를 넣고 큰 갈치 속에/작은 갈치 흠 있는 갈치를 가운데 넣고 닫아버린 아픈/포장 따라다니는/양심 저버린 그 손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가슴 치게 하고 우라지게 욕 듣게 하고/시장 던지고 떠나는 눈물과/식당에서 문 닫고 떠나는/아픔에 귀 기우려 보소’ 에서는 소비자의 눈을 속이는 행위를 서슴없이 하는 상인에 대한 아프고 쓰라린 애증을 드러내 보여 준다. 그들에게 생선 상자는 술 한 잔 따뜻하게 올려 어시장마다 살맛 나는 웃음꽃이 피웠으면하는 바램으로 끝 맺는다.
친구 만나서 술을 사는 것까지는 좋아
시계바늘이 자정 넘을 때까지
병모가지를 틀어야 되나
술이 술을 마신 것까지는 좋아
대리운전 불러 왕복 두 시간 거리를
파수꾼으로 배웅해야 되나
두 시간 거리 배웅하는 것까지는 좋아
셀프주유소에서 자동차 주인 앉혀놓고
주유까지 해야 되나
주유한 것까지는 좋아
경유 자동차에
휘발유를 주유해야 되나
휘발유 주유한 것도 모르고
밤을 쫓아 배웅한 것까지는 좋아
술이 미친 건지 바람이 미친 건지
밤거리 마침표를 찍고 다닌
남편을 보고 웃고 마는
이런 아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친절한 남편」 전문
술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나 사이에 숨은 아픈 모습도 함께 읽혀진다. 호방한 남편의 뒤에는 이를 허용하고 이해해 주는 아내가 있기에 가능하다. 술 마시고 호기를 부를 수 있는 이해심 많은 아내를 둔 술꾼은 아내가 든든한 배경이다. 그런 배경을 믿고 맘껏 자정 넘어서까지 술추렴에 매달릴 수 있고 경유차에 휘발유를 주유하는 실수에도 무릅쓰고 밤거리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남자는 행복하다. 남자의 행복은 아내의 불행일 수도 있다. 긴 밤을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등불을 지켜야 한다. 술에 곤죽이 되어 새벽이 되어서야 기어들어 오는 남편을 바라보며 그냥 웃음으로 넘겨야 하는 아내, 세상에 이런 아내는 없다. 시인이 가진 세상을 바라보는 온기있는 시선이 그런 아내의 존재를 가능하게할 뿐이다. 그런 가능성의 세계를 위하여 시인은 존재한다. 박희자 시인이 추구해야 할 세계도 가능성의 세계일 것이다. 전통적 서정을 바탕으로 따뜻한 정이 흐르는 온기있는 세상을 독자들에게 보여 줌으로써 독자들이 행복한 삶에 기갤 수 있게 해주었으면 한다.
클로드 베르나르는 삶에 대한 정의를 명쾌하게 내려주었다.
“만약 내가 한마디로 삶의 정의를 내려야 한다면 ’삶은 창조이다‘하고 말할 것이다.”
그래서 시인은 시를 쓴다. 살맛 난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