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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54
911독, 명(明) - 네 번째
이번 편지는 쓰려고 예상했던 날짜보다 이틀이나 늦어졌습니다. 막상 쓰려고 하니, 그 전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체크하고 확인하고 정리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렇게 ‘편지’는 저 자신을 공부시켜주고 있습니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 매일「정신게」를 한 번씩 외는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911독을 하셨습니다.
오늘도 ‘밝을 명’이 들어간 구절에 주의하면서 한 번 읽겠습니다.
귀명무량수여래(歸命無量壽如來) ⟶ 나무불가사의광(南無不可思議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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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장보살인위시(法藏菩薩因位時) ⟶ 재세자재왕불소(在世自在王佛所)
도견제불정토인(都見諸佛浄土因) ⟶ 국토인천지선악(國土人天之善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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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무상수승원(建立無上殊勝願) ⟶ 초발희유대홍서(超發希有大弘誓)
오겁사유지섭수(五劫思惟之攝受) ⟶ 중서명성문시방(重誓名聲聞十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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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방무량무변광(普放無量無邊光) ⟶ 무애무대광염왕(無碍無對光炎王)
청정환희지혜광(淸淨歡喜智慧光) ⟶ 부단난사무칭광(不斷難思無稱光)
초일월광조진찰(超日月光照塵刹) ⟶ 일체군생몽광조(一切群生蒙光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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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원명호정정업(本願名號正定業) ⟶ 지심신요원위인(至心信樂願爲因)
성등각증대열반(成等覺證大涅槃) ⟶ 필지멸도원성취(必至滅度願成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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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소이흥출세(如來所以興出世) ⟶ 유설미타본원해(唯說彌陀本願海)
오탁악시군생해(五濁悪時群生海) ⟶ 응신여래여실언(應信如來如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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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발일념희애심(能發一念喜愛心) ⟶ 부단번뇌득열반(不斷煩惱得涅槃)
범성역방제회입(凡聖逆謗齊回入) ⟶ 여중수입해일미(如衆水入海一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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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취심광상조호(攝取心光常照護) ⟶ 이능수파무명암(已能雖破無明闇)
탐애진증지운무(貪愛瞋憎之雲霧) ⟶ 상부진실신심천(常覆眞實信心天)
비여일광부운무(譬如日光覆雲霧) ⟶ 운무지하명무암(雲霧之下明無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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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신견경대경희(獲信見敬大慶喜) ⟶ 즉횡초절오악취(卽橫超截五惡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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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선악범부인(一切善惡凡夫人) ⟶ 문신여래홍서원(聞信如來弘誓願)
불언광대승해자(佛言廣大勝解者) ⟶ 시인명분타리화(是人名分陀利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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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불본원염불(彌陀佛本願念佛) ⟶ 사견교만악중생(邪見憍慢悪衆生)
신요수지심이난(信樂受持甚以難) ⟶ 난중지난무과사(難中之難無過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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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천지론가(印度西天之論家) ⟶ 중하일역지고승(中夏日域之高僧)
현대성흥세정의(顯大聖興世正意) ⟶ 명여래본서응기(明如來本誓應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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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여래능가산(釋迦如來楞伽山) ⟶ 위중고명남천축(爲衆告命南天竺)
용수대사출어세(龍樹大士出於世) ⟶ 실능최파유무견(悉能摧破有無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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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설대승무상법(宣説大乘無上法) ⟶ 증환희지생안락(證歡喜地生安樂)
현시난행육로고(顯示難行陸路苦) ⟶ 신요이행수도락(信樂易行水道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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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념미타불본원(憶念彌陀佛本願) ⟶ 자연즉시입필정(自然卽時入必定)
유능상칭여래호(唯能常稱如來號) ⟶ 응보대비홍서은(應報大悲弘誓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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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친보살조론설(天親菩薩造論說) ⟶ 귀명무애광여래(歸命無碍光如來)
의수다라현진실(依修多羅顯眞實) ⟶ 광천횡초대서원(光闡橫超大誓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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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유본원력회향(廣由本願力廻向) ⟶ 위도군생창일심(爲度群生彰一心)
귀입공덕대보해(歸入功德大寶海) ⟶ 필획입대회중수(必獲入大會衆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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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지연화장세계(得至蓮華藏世界) ⟶ 즉증진여법성신(卽證眞如法性身)
유번뇌림현신통(遊煩惱林現神通) ⟶ 입생사원시응화(入生死園示應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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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담란양천자(本師曇鸞梁天子) ⟶ 상향란처보살례(常向鸞處菩薩禮)
삼장류지수정교(三藏流支授淨教) ⟶ 분소선경귀락방(焚燒仙經歸樂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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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친보살론주해(天親菩薩論註解) ⟶ 보토인과현서원(報土因果顯誓願)
왕환회향유타력(往還廻向由他力) ⟶ 정정지인유신심(正定之因唯信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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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염범부신심발(惑染凡夫信心發) ⟶ 증지생사즉열반(證知生死卽涅槃)
필지무량광명토(必至無量光明土) ⟶ 제유중생개보화(諸有衆生皆普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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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작결성도난증(道綽決聖道難證) ⟶ 유명정토가통입(唯明浄土可通入)
만선자력폄근수(萬善自力貶勤修) ⟶ 원만덕호권전칭(圓滿德號勸專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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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불삼신회은근(三不三信誨慇懃) ⟶ 상말법멸동비인(像末法滅同悲引)
일생조악치홍서(一生造悪値弘誓) ⟶ 지안양계증묘과(至安養界證妙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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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독명불정의(善導獨明佛正意) ⟶ 긍애정산여역악(矜哀定散與逆惡)
광명명호현인연(光明名號顯因緣) ⟶ 개입본원대지혜(開入本願大智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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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정수금강심(行者正受金剛心) ⟶ 경희일념상응후(慶喜一念相應後)
여위제등획삼인(與韋提等獲三忍) ⟶ 즉증법성지상락(卽證法性之常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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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광개일대교(源信廣開一代教) ⟶ 편귀안양권일체(偏歸安養勸一切)
전잡집심판천심(專雜執心判淺深) ⟶ 보화이토정변립(普化二土正弁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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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악인유칭불(極重惡人唯稱佛) ⟶ 아역재피섭취중(我亦在彼攝取中)
번뇌장안수불견(煩惱障眼雖不見) ⟶ 대비무권상조아(大悲無倦常照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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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원공명불교(本師源空明佛敎) ⟶ 연민선악범부인(憐愍善惡凡夫人)
진종교증흥편주(眞宗教證興片州) ⟶ 선택본원홍악세(選擇本願弘惡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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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래생사륜전가(還來生死輪轉家) ⟶ 결이의정위소지(決以疑情爲所止)
속입적정무위락(速入寂靜無爲樂) ⟶ 필이신심위능입(必以信心爲能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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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대사종사등(弘經大士宗師等) ⟶ 증제무변극탁악(拯濟無邊極濁悪)
도속시중공동심(道俗時衆共同心) ⟶ 유가신사고승설(唯可信斯高僧說)
(『교행신증』 제2권)
‘밝을 명’자가 쓰인 네 번째 용례는 ‘필지무량광명토’인데, 담란스님을 찬탄하는 맥락에서 나옵니다. 그 구절이 들어가 있는 게송을 다시 확인해 봅니다.
혹염범부신심발(惑染凡夫信心發)
증지생사즉열반(證知生死卽涅槃)
필지무량광명토(必至無量光明土)
제유중생개보화(諸有衆生皆普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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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송에 대해서는 이미 「편지 제4권 47, 증명할 증 - 네 번째」에서 한 번 살펴본 일이 있습니다. 역시 담란스님 찬탄 중, ‘증지생사즉열반’이라는 구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특히 ‘증지생사즉열반’과 ‘필지무량광명토’의 순서가 바뀌어야 좀 더 이해하기 선명할 터인데, 그렇지 않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 점을 확인한 뒤, 어떻게 그 게송을 이해할 것인가 하는 점을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복습 삼아서 함께 읽어주신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만 ---.
오늘은 그때와는 초점을 달리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필지무량광명토’라는 구절에만 집중해 보려는 것입니다.
지금 신란스님은 극락이나 안양으로 말해지는 아미타불의 국토를 ‘무량광명토’라고 하였습니다. 아마 생소하신 분도 계실 것으로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이는 신란스님 개인이 만들어낸 말은 아닙니다. 대개 그렇게 창조해내는 것은 드물다고 봅니다. 이미 있는 말인데, 널리 쓰이지 않는 말을 가지고 와서 쓰거나, 이미 있던 말을, 의미를 좀 바꾸어서 쓰거나 합니다. 신란스님의 스타일이 그렇습니다.
이 말 ‘무량광명토’는 《무량수경》의 이역본 중에서, 《무량수경》보다 먼저 나온 것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초기 《무량수경》’의 하나인 《무량청정평등각경》(이하, 《평등각경》으로 약칭함)에 나오는 말입니다. 이 말이 나오는 《평등각경》의 해당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어차피 설명의 편의상 필요하므로, 그 앞뒤 부분을 함께 제시합니다. 먼저 한문만 제시합니다.
약보살갱흥원(若菩薩更興願)
욕사국여아찰(欲使國如我刹)
역념도일체인(亦念度一切人)
영각원달시방(令各願達十方)
속질초편가도(速疾超便可到)
안락국지세계(安樂國之世界)
지무량광명토(至無量光明土)
공양어무수불(供養於無數佛)
기봉사억만불(其奉事億萬佛)
비변화편제국(飛變化遍諸國)
공경이환희거(恭敬已歡喜去)
편환어수마제(便還於須摩提)
4구를 1송으로 보면, 모두 3송입니다. 《무량수경》에서 지금까지 보았던 게송과는 달리, 1구에 6자입니다. 우선, 이 3송의 번역을 제시합니다.
만약 (어떤) 보살이 다시 서원을 일으키되,
“(우리) 나라도 아미타불의 국토처럼 되고,
하나하나의 서원이 시방세계 (끝까지) 도달하여서
모든 사람들 다 제도하기를”이라고 한다면,
재빨리 (공간적 거리를) 초월하려 곧 바로
안락국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어서,
무량광명토(至無量光明土)에 이를 수 있어서
수없이 많은 부처님들을 공양하리라.
그 (보살)은 억만 분의 부처님들을 받들어 모시고
날아가서 (몸을) 변화하여서 모든 나라를 돌면서
(수많은 부처님들) 공경하고 (스스로) 기뻐하고서
곧바로 안락국으로 돌아가네.
첫 번째 게송에서 한문의 제3구와 제4구를 번역할 때는 순서를 바꾸었습니다. 그래야 뜻이 잘 통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게송의 제4구와 세 번째 게송의 제4구에 ‘於(어조사 어)’가 명사 앞에 나옵니다. 보통 ‘어’는 장소와 시간을 나타내는 어조사이지만, 이때는 목적격 조사 ‘을/를/에게’로 옮겨야 합니다. 그것이 불교한문의 한 가지 특성입니다. 불교한문이라는 것은 인도의 말인 범어를 번역하느라 어쩔 수 없이, 중국 자체의 한문과는 다소 달라진 특징을 보일 때 그렇게 ‘불교한문’이라 말합니다.
세 번째 게송의 제4구에 보면, ‘수마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는 범어 ‘수카바티(sukhāvatī)’를 소리로만 베낀 말입니다. 음사어(音寫語)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내용적으로 검토해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연 이 부분을 《무량수경》에서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대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문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세시합니다.
보살흥지원(菩薩興志願)
원기국무이(願己國無異)
보념도일체(普念度一切)
명현달일체(名顯達十方)
봉사억여래(奉事億如來)
비화편제찰(飛化遍諸刹)
공경환희거(恭敬歡喜去)
환도안양국(還到安養國)
(극락에 온) 보살은 (다음과 같은) 서원을 세웠다.
“나의 나라 역시 이와 같이 되기를,
(나의) 이름이 시방세계 (끝까지) 도달하여서
(내가 살던 나라의) 모든 중생들을 두루 제도하리라.”
(그렇게 서원을 세운 보살은) 수많은 여래를 받들어 모시고서
(신통력으로) 모든 국토에 날아서 가서
기쁜 마음으로 (수많은 여래에게) 공양을 올리고서
(밥 한 그릇을 다 먹기도 전에) 다시 안양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평등각경》에서는 12구 3송 분량인데, 《무량수경》에서는 8구 2송 분량입니다. 1송 4구가 차이 납니다. 그 비밀은, 바로 ‘무량광명토’라는 말이 나오는 《평등각경》의 게송이 무량수경에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즉 신란스님은 ‘무량광명토’라는 말을 쓸 때는, 《무량수경》이 아니라 《평등각경》을 인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무량수경》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신란스님이 《대무량수경》이라 부르는 텍스트는 다만 강승개 역본 《무량수경》만이 아니라, 비록 그것이 기본이 된다고 하더라도 《평등각경》을 포함하는 다른 이역본들까지 알뜰살뜰하게 살펴보면서, 새롭게 ‘상상속의 《대무량수경》’을 만들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작업을 《교행신증》을 통해서 했던 것입니다. 저 역시 이러한 신란스님의 해석학적 방법론을 따르고자 노력합니다.
이제 이 《무량수경》의 8구 2송 부분이 어떤 맥락에서 말해지는지 말씀드립니다. 《무량수경》 하권에 가면, ‘동방제불국(東方諸佛國)’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게송이 나옵니다. 1구 5자인데, 모두 120구입니다. 4구를 1송으로 치니까, 모두 30송 분량입니다. 제가 지금 위에서 인용한 부분은 30송 중에서 제19송과 20송입니다.
이 「동방게」를 살펴보았을 때, 특히 제18송에서 제20송 사이에 법장비구의 서원 제22원과 일치하는 사상이 말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즉 제18송에서 제20송까지의 세 송은 제22원을 시로써 한 번 더 노래하는 ‘중송(重頌)’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제22원은 극락에 오는 모든 중생들은 극락에 와서 다 같이 보처(補處)보살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극락에 가는 것을 왕상(往相)의 회향이라 합니다. 보처보살은 곧 성불할 보살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보처보살들 중에서는 본인의 원력이 다시 그 보살이 살던 나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다른 불국토로 가서 중생들을 제도하는 데 있다고 한 분들은 스스로의 성불을 포기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극락으로부터 돌아오는 모습을 환상(還相)의 회향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무량수경》 제19원과 제20원은 극락에 간 보살들의 환상회향을 노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무량광명토’라는 말이 나오는 《평등각경》의 게송을, 만약 우리가 《무량수경》의 동방게 안에 위치지우고자 한다면, 바로 제19송과 제20송 사이에 들어갑니다. 서원을 세운 보살은 극락에 먼저 가야 합니다. 그렇게 극락에 간다는 말을 《평등각경》은 ‘무량광명토에 이른다’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 다음에 제20송에서는 환상회향을 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신통력으로 날아다니면서 교화를 한다는 이야기가 제20송의 제3구에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무량광명토’라는 말은 《평등각경》에만 있습니다. 《여래회》는 물론, 《장엄경》에도 없습니다. 범본 제20송의 경우에는 “그는 빨리 극락에 가는 것이 좋다. / 그리고 아미타불 앞에 가서, 수도 없는 부처님들을 공양하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범본 제20송에 해당하는 게송은 《무량수경》에는 없습니다.) 이를 번역하면서, 《평등각경》의 역자는 극락(sukhāvatī)라는 말 대신에 ‘무량광명토’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방게」의 앞부분에서, 정확히는 《무량수경》이나 《평등각경》이나 공히 제10송에 ‘아미타불의 입으로부터 광명이 나온다’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까닭에 아미타불의 극락을 ‘무량광명토’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만, 신란스님은 ‘빛 光’을 좋아합니다. ‘무량광명토’라는 말이 나오는 《평등각경》의 동방게 중 18구 9송 분량을 《교행신증》 제2 행권(行卷)의 앞 부분에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 물론 ‘무량광명토’가 나오는 게송도 인용됩니다. 또 《교행신증》제5 진불토권(眞佛土卷)에서도 ‘무량광명토’가 들어있는 그 게송이 인용됩니다.
신란스님은 《교행신증》 제5 진불토권에서 “가만히 진불토를 생각해 보면, 부처님은 불가사의광여래이고 땅 또한 무량광명토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불가사의광여래’는 바로 「정신게」의 제2구 ‘나무불가사의광’여래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극락의 부처님이나 극락의 땅 모두 ‘광명’의 현현으로 파악하는 것이 신란스님입니다. 그래서 선도대사 찬탄에서도 ‘광명명호현인연’이라 하셨던 것이지요. 우리가 극락에 왕생할 수 있는 것도 아미타불의 ‘광명’과 아미타불의 ‘명호’라는 두 가지 인연에 의해서라는 것입니다.
무더운 여름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다음 편지는 도작스님 찬탄에 나오는 ‘유명정토가통입’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2023년 8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