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망산과 어부의 아내
고잔동, 성포동, 월피동에 바닷물이 들어올 때의 이야기이다. 초지동 둔배미와 별망뿌리는 나름대로의 많은 내력을 지니고 있었다. 둔배미는 안산의 큰 포구로서, 봄부터 성시를 이루어 멀리는 충남 당진ㆍ태안ㆍ안흥에서도 배가 드나들었다. 따라서 출어를 하는 배들은 둔배미에서 출발하였고, 초지 별망뿌리를 거쳐서야 뱃길이 열렸다.
별망산은 초지동 열병합발전소 뒷산을 가리키는데,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옛날 아주 옛날에 어느 여인이 어린 자식을 업고 이 산등성이에 올라 바다로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렸다. 그러나 한 사리(보름)가 지나도, 두 사리가 지나도, 세 사리가 지나도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물로 지새우기를 몇 달, 이제는 눈물도 마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물때가 되면 산에 올라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렸다.
어느덧 세월은 흘러 여인의 머리가 하얗게 희어졌다. 그래도 여인은 한평생을 한 결 같이 산에 올라 먼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산을 별망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별망뿌리는 갯골이 깊고 구불구불하다. 고기잡이배가 돌아가는 길목이라 어부들은 바다로 나가면서 산등성이를 바라본다. 마치 두고 온 처자식을 생각하는 것처럼 애틋한 심정이 그 산등성이에 심어져 있는 것이다. 돌아올 때도 먼 곳에서부터 아련히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별망산이다.
■민병기(73세, 초지동, 1997년 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