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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노희경 - 시놉시스
미니시리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제작: 엠아이 주식회사
감독: 김규태
작가: 노희경
1. 제목: 빠담빠담 (부제: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2. 형식: 70분물 * 20부작
3. 주제: 우리에게 기적은 천번만번 일어난다.
4. 기획의도 및 작가의도:
기적은 있는 것일까? 없는 것일까? 만약 기적이 있다면 누가 주는 것일까? 신이 주는 것일까?
그럼 신을 믿지 않는 자에겐 기적은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기적은 특정한 누군가의 소유물일까? 만약 기적이 없다면, 왜
기적이란 말이 생겨난 것일까?> 그리고 기적을 만났다고 하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바라고 원하는 기적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모두 크고 작은 기적을 꿈꾼다. 어느 사람은 기적같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길 바라고, 불치의 병을 가진 자는 기적적으로 쾌유하길 희망하며, 또 어떤 이는 죽지 않는 삶을 바란다. 또 아주 많
은 이들이 기적을 만나고 보고 느꼈다고 증언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간암말기 선고를 받았으나 결국엔 자연치유를 한 사람, 차가 휴지조각처럼 구겨지는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몸 어디에도 털끝만한
상처도 나지 않은 사람, 엄청난 재난 속에서, 땅 끝 바다 끝에서 살아난 사람, 그리고 크게 작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상 속에서
환타지같은 데쟈부를 겪은 사람들의 아야기는 우연이라고 하기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도 많다. 그렇다면, 기적은 분명 일어나고 있다.
'빠담빠담'은 인생은 공평하다는 전제하에서 이야기를 끌어가여 한다. 이야기의 시작은 자기도 모르게 불가사의하고도 기적적으로 시간
을 뛰어넘어 살아난 주인공 강칠에게서 시작하지만, 특별히 기적을 경험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드라마 빠담빠담은 기적은 특별한 누군가에게 신의 선심처럼 주어지는 얄팍한 선물이 아니라 인간에게 공평에게
언제나 늘 일어나고 있다는 희망적이고 가슴 벅찬 감동을 주는 이야기가 될것이다.
5. 등장인물:
1) 양강칠 (남, 30대 중반): 모범수. 살인죄로 15년째 교도소에서 복역중, 유머 있고 운동 잘하고 오기도 남달라, 감방 안에선 추종을 불허하는
짱이다. 현재, 너무도 모범적이란 이유로 석방 한 달 전임에도 불구하고 귀휴를 받아놓고 있다. 그런데 그는 세상에 나가기 싫다.
세상에 별 기대도 미련도 없기 때문이다.
강칠의 나이 12살, 그러니까 마냥 따듯하고 든든한 하늘같은 형이 살아있을 때까지 강칠은 또래의 남자애들이 다 그렇듯
귀여운 사고뭉치였다. 매일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고향 통영 앞바다에서 형과 동네아이들과 어울려 캐낸 해초며 해산물을 놓고
지칠 때까지 내기 수영을 하던 그때가, 강칠은 지금 생각해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다.
늘 그렇듯 아버지가 술을 먹고, 괜한 트집을 잡아 그를 팼다. 강칠의 머리가 터지자 형이 못 참고 달려들어 아버질 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칠은 형과 재밌었다. 절대로 아버지한테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형과 강칠은 재밌었다. 절대로 아버지한테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혼자가 아닌 둘이니 두려울 게 없었다. 그런데 하필 왜 꼭 그런 때 신발은 벗겨지는 건지, 형은 강칠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굳이굳이
허름한 강칠의 신발을 찾기 위해 도로로 달려들다 달려오는 덤프트럭 치여 그만 그자리에서 세상을 뜨고 말았다. 형은 대체 뭐한다고 나
같은 걸 위해 아프게 세상을 떠났는지, 강칠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죄책감에 맘이 아팠다.
그리고 그때부터 강칠은 점입가경으로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초라한 형의 초상을 치루고, 그렇게 아버지로부터 도망가자고해도 가만 있었던
엄마가 강칠의 손을 잡고 바라고 바라던 서울행을 했지만 기쁘지 않았다. 서울에 온 강칠은 대충 가방만 들고 학교문턱만 그나드는 날라리가
되었다. 서울에 온 강칠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죄책감에 맘이 아팠다.
그리고 그때부터 강칠은 점입가경으로 삐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2 짝사랑하던 수미(정이엄마)와 이른 첫 경험도 치렀는데,
말도 없이 수미가 떠나고 만다. 그리고 이후에 수미가 사귀던 대학생 놈과 헤어져 홧김에 그와 잠자릴 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나돌았다,
되는 일 없는 이생이었다. 그리고 졸업식, 친한 친구 찬걸이가 부탁을 해왔다. 인근 학교에 맘에 안드는 놈하고 졸업식하고
한판 붙을 계획인데 도와달라는 것이다. 밥도 사주고, 담배도 사준 놈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그러마 했는데, 거기서 돌이킬 수 없는 살
인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맨 주먹싸움인 줄 알고 갔는데, 상대편 놈(민식의 동생, 민호)이 그에게 칼을 빼든 것이다. 민호는 칼을 두어번이나
강칠의 배를 향해 찔렀다. 이대로 죽나싶은 순간에 옆의 쇠막대기를 보고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민호가 강칠의 앞으로 쓰러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앞을 보니, 찬걸이가 칼로 민호의 등을 찌르고 있었다. 강칠은 멍했다. 근데 이건 또 뭔가? 강칠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찬걸이가 민호를 찌렀단 칼 손잡이의 지문을 닦아 멍하고, 너무 놀라 묻지도 못하고 있는데, 이번엔 누워있던 민호의 친구(용학) 놈이 일어나 주머니에서
똑같은 칼을 꺼내더니, 민호의 등뒤에서 흐르는 피를 묻혀 강칠의 손에 든 칼과 맞바꿔 가져갔다. 다시 생각해도 그때 왜 그렇게 멍청하게 당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강칠은 그때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 이후, 강칠은 민호를 밀치고, 칼을 버리고, 찔린 배를 움켜지고 엄마를 찾아갔다.
미안하다 엄마에게 전화했는데, 주인은 엄마를 바꿔주지 않았다. 힘든 가운데도 가만 건너다 보니, 엄마가 바꿔주지 말라고 손사레를 친다.
그가 칼 맞은 줄 모르고 하는 거였지마, 그는 그때 엄마마저 자신을 버렸단 생각을 이후에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는데, 일어나니
병원이고 수갑을 찬 상태였다. 그리고 구치소로 가는 길에 갑자기 차가 멈추고, 형사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죄를 졌으면 일단 조사를 해야 하는데
다짜고짜 뭇매라니, 그는 왜 그러냐고, 아니 무조건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주변살람이 말려도 형사는 무자비한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며 저주 섞인 말을 퍼부었다.
"내가 이새끼, 다신 세상구경 못하게 해준다.!!"
그의 저주는 사실이 되었다. 강칠은 자신은 민호를 안 주였다고 찬걸과 용학의 짓이라 죽어라 했지만, 살인죄로 15년형을 받았다.
검사집안의 찬걸과 그의 친구 용학의 증언과 증거물인 피 묻은 칼은 그를 살인죄로 몰기에 충분했다. 그를 발길질한 형사가 죽은 민호
의 형이라는 사실을 안건 실형을 받고 1년을 복역한 후에 지나모가 그를 찾아와서였다. 세상은 돈과 빽이면,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쯤은 식은 죽먹기처럼 쉽구나 싶었다.
억울한 맘에 악밖에 안남은 그에게 지나모는 한줄기 빛같은 존재였고 희망이었다. 아이들 싸움에 이렇게 극악한 형을 주는 건 아니라고
한 지나모는 그의 편에서 늘 얘기해주었다. 첨엔 이여자도 한패일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맘을 주지 않았지만, 매달 한번 씩 찾아와 사식을
넣어주고 군것질을 넣어주는 지나모를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마저 그으 폭언에 발길이 뜸했으므로 그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세상사람
이었다. 말은 한했지만 지나모에게 자랑하고 싶어서 그는 모범수가 되고, 공정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가가 인증하는 자격증(토목이니,
공예, 전기, 원예 등등) 만 7,8개를 땄다. 그러던 어느 날, 지나모가 말했다.
"너를 위해 항소를 할 변호사를 찾았다, 내가 널 이곳에서 빼내줄게."
그러나 그 말을 하고 간 지나모는 다신 그를 면회 오지 않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번씩 지나모가 오던 날에
그의 속옷이나 갈아입을란 건가 싶었다. 강칠은 다시 한번 세상으로부터 배신을 당했다. 그리고, 1년 후 그는 3년
감형을 받고 나왔지만, 나온 첫날 다시 경찰에게 잡혀 들어갔다. 이유인즉, 강칠이 지나가 던 행인을 무차별 폭행했단 것이다.
감방에서 나온 지 24시간 만에 아무데도 간곳이 없는데, 아무도 만난 적이 없는데 다시 죄인이 되어, 그렇게 가중처벌로 4년을 감방에서
썩고 있는 중이다.
그런 그가 세상에 나가고 싶어 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함께 귀휴를 받은 동생같은 국수 놈이 자꾸 나가잔다. 그런데
함께 귀휴를 받은 동생같은 국수 놈이 자꾸 나가잔다. 그리고 때마침 17년 전 떠난, 기억도 가물가물한 첫사랑 수미에게서
꼭 한번 만나달라는 편지가 오는데...
1)정지나 (여, 20대중 후반): 통영의수의사, 야생동물보호를 위해 유학을 준비중이다. 정민식의 외동딸, 발랄하고 대차고, 영리하다.
열 살 무렵 그 사건만 없었다면, 지나는 어쩌면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아이가 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나의 어린 시절은 찬란했다.
친구처럼 놀아주는 엄마와 아내와 딸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아빠와 날이면 날마다 즐거웠다. 그런데 열 살 무렵 그 사건이 벌어졌다.
그날고 다른 주말 저녁처럼 가족외긱을 하기위해 지나는 엄마와 아빠의 경찰서로 향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와
그녀는 끔직한 광경을 목격하고 한다. 아직 어린 남자의 비명소리, 그리고 이어지는 아빠의 분노에 찬 욕설, 주변 형사들에 의해
어린남자는 간신히 아빠의 무서운 발길질에서 벗어났고, 엄마가 자신이 보지 못하게 품으로 자신을 끌어안았지만, 피가 철벅이 돼서 겁에
질린 채 "살려주세요"소릴 연발하는 어린 남자의 모습과 비명소린 커서도 잊혀지지 않았다. 아빠는 동생을 죽인 놈은 죽어
마땅하다는 것이었고, 엄마는 법이 있는데, 왜 당신이 나서서 폭력을 휘두르냐는 거였다. 그리고
텀으로 아빠가 엄마의 뺨 세레를 날렸다. '니 동생이 그렇게 좋았으면 살아있을 때 잘하지!라고 말하는 엄마를 아빠가 참지 못하고
친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엄마가 지병인 천식으로 돌아가셨다. 친구들이 집에 와서 공부를 하던 중이었는데, 엄마가 전화로
아버지와 다퉜다. 지나는 친구들도 있는데 챵피했다. 그래서 홧김에 아빠의 전화를 끊어버리고, 외출을 한다는 엄마에게
어서 나가라고 서둘러 한쪽의 가방을 집어서는 내쫓듯 보내 버린 게 화근이었다. 엄마는 강아지 땡이와 그길로 집어서는 내쫒듯
버린 게 화근이었다. 엄마는 강아지 땡이와 그길로 차를 몰고 외출하다, 거리의 차안에서 천식으로 돌아가셨다. 자신이
서둘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서둘지만 않았다면, 자신이 호흡기를 잘 챙겨주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나는 호흡기를
잘 챙겨주었더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었을지 모른다. 지나는 자책이 되었다. 그러나 자책한다고 엄마가 살아 돌아오진 않았다.
지나는 동물을 좋아하는 엄마의 유언대로 수의사가 되었다. 아빠는 검사나, 변호사, 사람 고치는 의사가 되라고 했지만,
귓등으로도 안들었다. 이미 아빠는 지나의 마음 밖에 있었다.
지나는 양강칠을 첨 봤을 때 그가 아버지에게 발길질을 당했던 그 어린 남자인 줄도 몰랐고, 자신의 차에 치인 남자인 줄도 알지 못했다.
만약 그걸 첨부터 알았다면 어설픈 동정도 주지 않았을 것이고 괜한 호기심도 갖지 않았을까? 이기적이고 차갑고 계산적이라고
스스로를 철석같이 믿어왔었는데, 지나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강칠에게 그 어떤 이기도 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어이없게도 이게
사랑인가 싶었다. 그와 첫 키쓰를 하던 날, 지나는 아마도 이 사랑은 슬프게 끝나버리고 말거란 예감에 가슴이 저렸다.
1) 이국수 (남, 20대 중반): 현재 수감 중, 귀엽고, 넉살 좋고, 엉뚱한 4차원이다. 스스로를 사람의 몸으로 태어난 천사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고 예지력이 있다. 강칠의 수호천사를 자처한다.
국수가 감방에 온 사연과 천사라고 믿게 된 사연을 말도 안되게 간단하다. 그는 농아인 형과 자신을 위해 평생 아버지와 청소부 일을
하며 고생만 하던 엄마의 위암 수술을 위해 병원비를 마련하기위해, 은행의 현금인출기를 털다가 잡혔다. 무식하게 도끼로 내려치다가
씨씨티브이에 걸렸는데, 때마침 들이닥친 경찰들과 몸싸움까지 했다. 근데 그때 경찰을 도끼로
내려치다가 엄마의 비명소릴 들었다. '안돼!" 주변을 돌아봤지만 엄마가 있을리 만무였다. 그는 '내가 무슨 짓을 하지?' 하며
그때서야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도망을 쳐선 엄마의 병원으로 갔다.
엄마 얼굴이나 보고 자수를 하겠단 맘이었다. 엄마 얼굴을 보고 자수를 해야겠단 마음이었다. 근데, 엄마가 숨을 할딱이며 그의 손을
꼭 부여잡고 말하는 게 아닌가?
"어쩌다, 니가 이렇게 됐니? 천사같은 놈이..니가 얼마나 이쁜 앤데, 왜 너는 그걸 모르니? 사람을 구하는 사람이 되렴...잊지 말어, 너는 천사란다."
엄마는 그 말을 하곤 그 길로 눈을 감아 벌렸다. 국수는 이내 들이닥친 경찰들에게 끌려가며.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나는 천사다. 엄마가 틀린 말을 할 리 없다. 엄마가 천사니, 나도 천사일거다. 이제부터 나는 사람을 살리는
천사가 되겠다. 열 명 스무 명은 몰라도 한사람의 생명은 반드시 살려내는 천사가 되겠다."
그때부터 그는 온갖 착한 일을 다 했다. 그리고 어느순간 앞일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얻었다. 그러나 그 예지력이란 게 영화보 듯 앞뒤가
딱 맞아떨어지는 확실한 건 아니다. 국수는 자신이 아직 덜 착해서, 그런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한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날, 자신은
진정한 천사가 될 거라 믿는다. 천사에 관한 책을 사서 천사에 대해 공부를 한다. 근데, 가끔 스스로도 궁금하다. 나는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일까? 아니면 그냥 살짝 미친 걸까? 강칠이 세 번의 기적으로도 살아날 가망이 없어보이던 날, 그는 자신이 수호천사가
아닌 저승사자가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데...그는 과연 그가 바라는 대로 강칠을 살리고 완전한 천사가 될 수 있을까?
2) 김영철 (남, 30대 초반, 강칠보다 한두 살 어리다) : 수의사, 지나의 동물병원 동업자. 한없이 따뜻아고 부드럽다. 대대로 큰 종합병원
을 하는 집안의 차남이다.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형과 같이 의사가 되려했지만, 자신을 경쟁자로 여기는 형의 스트레스를 (그는 형보다 공부를 잘
했었다) 이해하게 되면서, 전과를 해서 수의사가 됐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살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 생각한 때문이다. 늘 실실
웃는 그이지만 저 가슴 밑바닥엔 자신의 희생을 알아주지 않는 형에대한 원망이 조금은 있다.
지나와는 한때 사귄 사이였다. 처음엔 지나가 일방적으로 자기를 따라다녔지만,첫 키쓰 후 갑자기 지나가 등을 돌렸다. 왜 그랬냐고, 니가
좋다고, 사귀자고 한번 말했었지만, " 미안, 아무 느낌이 없어."하는 지나의 쿨한 거절에 물러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가 그의
전부를 걸지 않는 게 싫었다고 했다. 대충 계산해서, 자존심 다칠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 지나 자신과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그는 강칠처럼 맹목적이거나 앞뒤 가리지 않는 열정이 없었다. 수의사도 전과한 것도 형때문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형에게 뭐든 양보하는 착한 동생 소리를 듣고 싶었다.
형과 붙어 보자는 오기도 없었고,아버지에게 양보하는 착한 동생소릴 듣고 싶었다. 어쩌면 모든 게 그는 선의가 아닌 계산이었는지
모른다. 지나에게 가진 것도 없으면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강칠을 보며 그는 남자로서 열등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해도 지나를
강칠에겐 보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2) 민효숙 (여, 이십대 후반 초반): 통영에서 국수집 운영, 통영토박이, 세 살 난 천사 같은 딸과 단둘이 30평 아파트에서 제법 잘
산다. 정 많고 웃음 많고 생활력 강하고, 깡순이 소릴 들을 만큼 대차다. 어려서, 강칠과 강우(강칠의 형)는 할아버지와 사는
코찔찔이 그녀를 많이 챙겨주었다. 친오빠 아니 얼굴도 본 적 없는 돌아가신 아버지 같았던 강우가 죽고 강칠마저 떠나고, 남해는
그녀에게 한동안 재미없는 곳이었다. 이후, 강칠이 중,고등학교 때 방학을 하고 해마다는 못가도 몇 번 면회를 간 적도 있었다.
자주 가야지했지만 결혼생활에 먹고 살기가 바빴다. 효숙에게 강칠은 철없는 오빠였다.
할아버지가 눈 감기 전에 결혼할 생각으로 전문대를 졸업하자마자 동네의 그를 따라다니던 남자와 앞뒤 가리지 않고 결혼을 했다.
그런데, 남편은 착하고 살갑긴 해도 버는 족족 놀음을 해댔다. 그래서 한때 살부비며 애 낳고 살았던 남자고, 지도 살아보려고 하는데
안되니까 저리됐다 싶은 이해도 있고, 미운정 고운정이 든 탓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강칠이 나타났다. 그녀는 강칠을 보자 전과
다르게 이번엔 왠지 맘이 설랜다. 대체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그녀는 강칠이 무섭지 않았다. 그가 개꼬장을 부려도, 깊은 속내는
그렇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다. 그런데 이봐라 강칠이 언감생신 지나를 좋아하며 도구로 절 이용한다는 느낌이 든다. 지지리
남자 복 없는 인생, 효숙은 어는 날 맘 바꿔 국수를 좋아하기로 하는데, 이 인간은 저한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잘해주는 것도 ]
저한테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애가 천사라는데 정말 인간이 아니어서 사랑을 못하나?
2) 김미자(여, 60대 중반): 양강칠모, 통영 어물전 상인, 다들 상인회소속인데 상인회비 주기 싫어서 혼자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한다. 원래는 서울사람이다. 억척스러워 근처에 친한 사람이라곤 효숙이 하나다. 욕 잘하고 투박하지만 속정 깊고, 술은 물론이고
노래도 곧 잘할 만큼 흥도 있다. 강칠과 서울 살다가 강칠이 교도소에 가자, 놈이 출감하면 찾아오기 편하게 통영에 내려와 장사한지
십 여년이 넘었다. 그녀의 인생은 누가 봐도 기구절창이다.
팔자 사나운 년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술에 절어 살던 아버지가 싫어 공장언니 소개로 고향동생이라는 강칠부를 만났다. 아버지
있는 서울이 아니라 통영에 산다고 하는 소리만 듣고 얼씨구나하고 식도 안올리고 짐을 꾸려 통영에 내려왔다. 근데 이 인간 술을 안 마시기는
커녕 술에 폭력까지 휘두르는 게 아닌가, 연애할 땐 까맣게 속여 몰랐는데, 강우를 낳자마자 본색을 드러냈다. 몇 번을 도망갈까 싶었지만, 아비
없는 자식 만들기 싫어 참고 살다가 결국엔 강우를 잃어버렸다. 강칠모는 강우의 초상을 치르던 날 정말 혀를 깨물고 죽을까 생각했다.
몇 번을 아버지 떠나 살자고 하던 강우의 말을 왜 안들었을까 싶었다. 강칠이란 없었어도 강우의 뼛가루가 뿌려지던 바다애 뛰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겐 강칠이가 있었다. 그리고 강우가 죽기 며칠 전 강우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엄마, 엊그제 아버지가 강칠이 패는데 강칠이가 눈이 희번득해 칼을 빼들면 했다!"
있을 수없는 일이었다. 자식이 부모한테. 그녀는 여기 살다 자식들 다 잃어버리겠단 생각이 들어 강우의 장례식을 치르자 마자 강칠과 서울로
도망쳤다. 그리고 몇 년 동안은 공장 일을 해도 식당 일을 해도 편했는데, 어는 날 강칠부가 그녀를 찾아왔다. 그러며 강칠일 찾았다. 그날은
강칠이가 사고를 친 날이었고, 그녀를 찾아 그녀가 일하는 식당으로 전활 건 날이었다. 나중에 들으니, 강칠인 그날 제 전화를 받지 않는 에밀
보며 버림받았단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강칠부가 강칠일 찾을까봐 안 찾은건 모르고, 철없는 놈,에미가 자식을 어찌 버린다고, 암튼 그녀는 그
때부터 교도소의 강칠을 면회 가기도 두려워 거의 만나지 않고(혹시라도 둘이 부딪히게 될까봐) 강칠부의 뒤를 밟으며 10여년을 살아왔다.
그가 행여 강칠이 있는 곳을 찾아내 험악한 짓을 할까봐, 아예 자신이 재물이 되어, 일을 하고 기숙하는 여관을 찾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어는 날 강칠부를 놓쳤다. 일을 하고 기숙하는 여관을 찾았는데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녀는 그길로 통영으로 내려왔다.
강칠부든 강칠이든 반드시 이곳으로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벌써 5년 전 일이다. 가끔 그녀는 생각했다. 강칠부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죽었나? 살았나?
어느 여름 한날, 드디어 강칠이 출소를 해 남해로 왔다. 그것도 이쁘디 이쁜 손주 놈까지 달고서, 그녀는 혹이 혹을 달고 왔다 소리쳤지만,
살아 생전 희망이 생겼다. 손주 놈 대학도 보내고, 아들논 맘도 잡고 , 나 죽음 초상도 치르고...그녀의 불안한 희망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강칠부는 대체 어찌된 거지?
2) 정민식 (남, 50대 초반) : 형사, 지나부, 말수 적고 투박하다. 선과 악이 분명하다. 현재 지나와 떨어져
거제지역에 하숙을 하며 지낸다. 통영은 지나모와 신혼여행을 온 곳이었다. 지나모가 죽고 지나를 이곳으로 불러 같이
살고 싶었지만, 지나가 싫어해 어쩔 수 없이 거제로 발령을 받았다. 대체 왜 이렇게 외로운 인생이 된 건지, 그는 이즘 생각이 많다.
지나모와는 대학 때 5년을 쫒아다녀 결혼을 했다. 그리고 결혼하자마자 지나를 낳았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지나모와
지나와 함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였다. 그런데 만식의 죽음으로 평온했던 결혼생활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생은 늘
사고뭉치였다.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제가 업어 키우다시피 한 놈이었다. 신혼 때도 함께 살았다. 그런데 놈은 맘을 못 잡고. 휘청이더니
급기야는 중학교 때부터 주먹세계에 뛰어들어 소년원을 들락거렸다. 하나밖에 없는 피붙인데 속이 상해, 그렇게ㅣ 살지 말라고 수차레
어르고 달랬지만 패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동생이 죽기 전날도 민식은 밥상거리에서 놈을 죽게 했다. 새벽 2시가 넘어서 기어들어와
밥 먹는다고 식탁에서 달그락거리는 게 싫었다. 근데 늘 맞기만 하던 놈이 그날따라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며 슬픈 눈으로 "형은
나한테 안돼? 내가 참아주는 줄이나 알어!"하며 돌아섰다. 만식은 기분이 묘했다. 놈의 주먹을 맞으며 이젠 제법 놈이 컸구나 싶은 게
진지하게 술 한잔 먹으며 타일러 보리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불과 19살 놈이 칼을 맞은 것이다. 강칠은 동생을 죽인 놈을 법정에 세우기 전에 동료형사를 매수해 일단 죽게 팼다. 왜 난 동생을
그 지경까지 만들었나,형이라고 하는 난 대체 뭘 했나, 자책과 분노에 휩싸여 정신이 없었다. 근데, 그 광경을 지나모와 지나가 본
것이다. 상관 없었다. 강칠은 동생을 죽인 범인 양강칠을 다신 세상 구경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일은 쉬었다. 겁사인 동생의
친구 찬걸의 부친이 알아서 15년 중형을 주었다. 선과 악이 분명한 그에게, 양아치들 사이의 정당방위 같은 건 씨도 안 먹히는 얘기
였다.근데, 아내가 그를 멀리했다. 고, 합법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범인도 인간적인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내를 잠자린 물론, 그와 말도 섞지 안았다. 그리곤 지나에게 손끝도 못 대게 했다. 어느 하루 민식은 참을 수 없어서, 아내에게
뺨 세레를 날렸다. 그리곤, 타지로 전근을 했다. 미안하다고, 동생이 죽은 게 너무 맘이 아팠다고 말하면 될 일이 었지만, 민식은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한번도 누구에게 미안하단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곧 자신을 이해할거라고 믿었던 지나모가 천식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사인은 천식이었지만, 그의 탓도 없지 않았다. 그때까진 전혀 몰랐는데, 지나모가 동생 죽인 범인에게
물품을 보내고, 변호사를 찾아서 항소를 준비한다는 걸 알고, 운전하는 지나모와 전화를 하다 지나모가 흥분해 턴식이 급격히 돋은 것이다.
얼마나 사랑했는데, 얼마나 이쁜 여잔데, 민식은 아내가 죽던 날, 하늘이 무너져라 통곡했다. 그런데 이젠 지나가 그를 싫어라 한다.
참 인생이 이렇게 꼬이나. 강칠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지나의 학비를 끊어서, 종국엔 통여에 자리잡게 했다. 당찬 지나는 그와
함께 살지 않는단 조건으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만식은 지나와 화해하고 싶었다. 그런데 딸년은 소 닭 보듯 저를 본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 애와 이렇게라도 있을 수만 있다면, 민식은 아내가 죽은 것마저 양강칠탓만 같아,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런데,
동네에 소문이 인다. 지나가 양강칠을 좋아라 한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
2) 임 정 (남, 17세): 고등학교 2학년. 양강칠의 아들(?). 뻑하면 학교 안가는 쌩날라리처럼 보이지만 거의 천재수준이다. 전교 5위권
을 놓친 적이 없다. 장래 변호사가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가 가고 싶어하는 미국의 로스쿨은 연간 학비만 10만불리 넘는 곳이다.
그래서 최근엔 공부를 아예 포기할까도 싶다. 까칠하기 이를 데 없는 겉보기엔 산전수전 다 겪은 애어른처럼 보이지만, 사실 맘은 단둘이
살았다.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그런데 포장마차를 하던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고 말았다. 그는 친구들과 농구하고 노느라
임종도 못 봤다. 효도 한번 멋들어지게 해주고 싶었는데,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떠나보내다니, 어린 그의 맘에 한이 맺혔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의 친구가 말하길 그에게 아빠가 있단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지? 정이는 존재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어려서 엄마가 어떤
남자와 찍은 사진을 본 게 전부였다. 엄마는 아빠라고 하지도 않았고, 다만 그가 추측한 것이다. 그런데 사진속으 그 남자, 양강칠이
나타났다. 강칠은 수감 중인 죄수였고, 잠시잠깐 귀휴를 나온 것이었다. 엄마 살아있을 때 연락 달라 할땐 오지도 않더니, 죽고나서 나타나는 건
뭔지. 그런데 아빠란 작자가 그를 보며 하는 말, '웃기지 마라, 니가 왜 내 애야~ 누굴 재수없게 엮을라고!' 하며 침을 뱉고 돌아섰다.
바보 같은 엄마, 저런 남자를 만났다니, 정이는 엄마가 더욱 안쓰러웠다. 그리고 강칠이란 인간에 대해 복수심을 일었다. 때마침 국수가 찾아 왔다.
강칠과 자신과 같이 살잔다. 국수 하는 말 널 버린 아빠한테 복수하고 싶은 맘 같은 거 없냔다. 앗차! 그지 복수를 해야지!
정이는 강칠에게 가기 위해 짐을 꾸리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이는 국수가 제 간을 노리고 일을 벌인 줄 알지 못하는데...
3)이종민 (남, 20대 후반) : 한때 강칠의 교도소 동기. 사기로 수감생활을 하던 중 강칠을 만나 친해졌다. 말 많고, 사기성도 짙다. 강칠과
찬걸의 중간을 오가며 제 잇속을 챙긴다.
3)오용학 (남, 30대 초반): 약고 계산적이다. 찬걸의 친구. 약삭빠르고 냉혹한 찬걸의 성격을 아는지라, 찬걸이 민호를 불러내라고 한날
똑같은 칼을 두 개 준비해 그중 하나만 찬걸에게 주었다. 그리고 민호가 죽던 날 강칠의 손에 쥐어진 찬걸의 칼을 빼서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겼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자신도 강칠의 신세가 될 거라 생각한 때문이다. 위증한 대가로 가게를 얻었지만 이내 거덜을 내고,
이후 간간히 찬걸을 협박해 돈을 뜯고 산다.
4) 소미연 (여,17세) : 정이와 같은 반 학생, 다문화가정의 자녀다. 학교에서 늘 왕따다. 엉뚱하고, 대차고, 공부 잘한다. 정이를 좋아한다.
줄거리
수감자람면 다 원하고 바라는 귀휴를 받아놓고, 강칠은 이즘 머리가
복잡했다. 국수는 만약 귀휴를 나가면 강칠에게 운명적 여자를 만날
수 있다며 말도 안되는 소릴 떠들면서(그는 국수의 예지력을 믿지 않았다. )
함께 귀휴를 나가자 꼬득였지만, 사실 그 말도 진심이지만, 저 깊은 맘속
에선 한편으론 어서라도 세상에 나가 남들처럼 살아보고도 싶고, 자
길 이 꼴로 만든 찬걸에게 복수다운 복수도 하고 싶고, 밉네곱네해도
엄마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17년
만에 수미에게서 온 편지는 세상에 나가고 싶은 이유 하날 보탰다.
잘 지내나 궁금하기도 했고, 왜 말없이 날 떠았었냐? 내가 그렇게 니
가 가지고 놀만큼 웃긴 놈으로 보였었나? 새삼 따지고도 싶었다.
<저는 수미의 친구입니다. 수미가 강칠씨를 찾아요. 죽기 전에 꼭 한
번 보고 싶어합니다. 만나주세요. 전화번호 *******>
수미가 죽나? 죽든 말든 상관없는 맘, 아무리 그래도 한때라도 사랑했
던 수미를 보고 싶은 맘이 밤새 요동을 쳤다. 강칠은 작심했다. 그래
나가자! 어차피 감방에서 계속 있을 수 없다면, 한번 세상과 부딪혀보
자, 동생같은 국수놈도 위독한 아버지 얼굴 한번 보는 게 저렇게 소
원이라는데 그것도 들어주고, 그래 그래보자, 강칠은 그렇게 어렵게
작심하고 귀휴를 나왔다.
그런데, 힘들게 결심하고 나온 귀휴길. 가슴도 뛰었는데 세상구경에
들뜨기도 했는데 제길 벌어지는 일마다 죽을 맛이다. 차도 정신없고, 너무
변한 도시는 무슨 괴기한 꿈속에 있는 거 같았다. 게다가 지하
철 안엔 왜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지, 어쩔 수 없이 지하철 안 상황
에서 밀착이 된 여자(지나)는 자길 치한 취급하며 대놓고 무실하는데,
강칠은 문득 내가 세상에 나와봤자 이 꼴 밖에 더 당하겠나 싶었다.
게다가 2박 3일 신세를 지기로 한 국수의 집에 국수가 전활했는데 국
수부는 살가운 인사는 켜녕 전화통에 대고 "차라리 그곳에서 죽어버리
지, 왜 세상에 기어나왔냐" 며 욕설을 퍼붓는 게 아닌가?
천진한 국수놈은 그래도 아버지가 자길 보면 잘 왔다고, 울며 안아줄
거라며 강칠에게 함께 제 집에 가자 했지만, 강칠은 국수를 귀소하는
날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편지를 보고 찾아 간 곳은 납골당이었다. 일주일전 수미가 기어이
눈을 감았다 했다. 강칠은 납골당의 수미사진을 보며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가슴이 멍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는데, 돌아서려는 강칠
에게 수미 친구 하는 말, 수미의 아들이 있단다. 그러며 그게 강칠의
자식이니 맡으란다.
강칠은 장난하나 싶어 웃어넘기고, 돌아서려는데 수미의 친구가 팔을
잡으며 애 맡으라 앙탈이다. 웃기다 못해 돌아버릴 일이다. 가뜨이나]
성질이나 죽겠는데..이 친구가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알려줬다. '수미가 내 애를 났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하고 있
네. 딱 한번 자고는 딴 놈한테 간 기집애가 내 애를 낳다고? 이게 누구한
테 똥바가지를 씌울라고?! '젠장 근데, 이 말을 수미의 아들놈(정이)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애한테 좀 미안해도, 강칠은 여기서 물러설 순 없어서
더 무섭게 침을 뱉고 돌아섰다. 근데, 이 아들놈이 저를 보는 눈이 독사눈
같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내 아들놈도 아니니까.
근데, 가는 그를 정이가 돌려세우더니 얼굴에 침을 뱉는 게 아닌가.
이런 죽일 놈이. 그는 정이를 반 죽게 패고 싶었지만, 귀휴 때 그럴
수가 없어서, 냅다 그냥 머리통만 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그때 쾅!
경찰은 달려오는 지나의 차와 부딪히고 만다. 병원 응급실로 옮겨지며, 첨엔
정신이 없었는데 검사를 받으며 정신이 들었다. 강칠은 몰래
병원을 빠져 나왔다. 귀휴 중에 사고를 치면 독방행인데다가 뭐 별로
아프지도 않았다. 그리고, 국수를 만나 교도소로 오며 강칠은 막막했다.
세상에 나와봤자 이번같은 일만 당할 거고 그렇다고 감방에 계속
있을 수도 없고 삶이 쓸쓸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다고 강칠이 나가면 일인자자릴 탐하던 수감자
한명이 그간 강칠의 편에 있던 태민이 형을 대놓고 갈구기 시작한다.
국수는 상관하지 말라고 했지만, 강칠은 참을 수가 없었다. 수감자가
이 일로 앞으로 몇 년을 더 감방에 썩을 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꼬인 인생이란 생각에
무서울게 없었다. 운동장에서 체력운동이 있던
날 그는 있는 힘을 다해, 수감자를 쳤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얼결에 말리는 김교도관을 걷어찼는데, 자신을 자식처럼 돌봐준 김교
도관이 일어나질 못 하는게 아닌가.
강칠은 그 일로 재판을 받고, 이번엔 사형선고를 받는다. 죄질이 나쁘
고 늙은 판사 덕에 사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강칠은 김교도관이
죽은 건 맘 아팠지만, 자신이 사형선고를 받은 건 그닥 슬프지 않았다.
진짜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을 이제야 뜨는구나 싶은 생각도 있었
다. 그래도 교수대에 오를땐 왜 그렇게 막막하고, 목에 밧줄이 닿는 순간 떠
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형과 자신에게 따뜻했던 지나모(강칠은 지나모가
아닌 형상의 부인, 윤미혜로 알고 있다)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
면 지나모의 손이었다. 마지막 면회 때 자신을 안쓰럽게 어루만지고
싶어 하며 유리벽을 만지던 지나모의 손. 강칠은 눈물이 났다. 그리고
사형이 집행됐다. 그런데 이게 무슨 기괴하고도 기괴한 일인가?
분명, 강칠은 교수대에 올라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천국인가 지옥인가
싶어 눈을 떴는데, 자신이 정이를 만나고 교통사고를 당했던 장소
가 아닌가? 그리곤 다시 무슨 시간과 공간을 점핑을 하듯, 병원 그리
고 김교도관이 죽던 운동장, 그리고 다시 교수대, 그리고 다시 김교도
관이 죽던 운동장으로 자신이 가 있는 게 아닌가? 귀신에 홀린 건지,
이게 정말 지옥의 모습인건지 강칠은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교수형을
다시 당하는데, 이번엔 눈을 뜨니, 사고 당일날의 아침이다. 기상
사이렌, 감방안의 빛과 새소리, 그리고 언제나처럼 옷을 벗고 누워 자는 국수,
사고 당일인 수요일처럼 배식된 시금치국, 강칠은 자신이 정말 귀신에 홀린
건지, 이게 지옥의 참모습인지, 몰라 허둥대다 국수에게 입을 연다. 시간과 공간이
또 점핑하기 전에.
"내가 죽었는데, 자꾸 살아난다. 국수야.!"
그러나, 국수가 하는 말, 석방을 앞두고 불안감에 그런 것뿐이란다.
강칠은 그럴 리가 없다고, 나는 오늘 벌어질 일을 다 안다고, 목욕을
하고 우린 체력강화 훈련을 받기위해 운동장에 설 거고, 싸움을 말리던
김교도관이 죽을 거고, 그래서 자긴 독방에 갇혀있다 사형을 당할 거
라고, 그러며 자기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는 밧줄자국(사형집행 시)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국수가 버럭 소릴 지르며 말한다. 그자국은 어디
에 긁힌 거겠지! 형이 지금 한 얘긴 모두 꾸며낸 거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형이 감방서 짱먹고 싶으니까, 세상 무서워 안나가고
싶으니까, 빌미잡는 거 내가 모르는 줄 아냐? 쌈한지마라! 그럼 형말대
로 쌈말리던 김교도관도 죽지 않고, 그럼 사형 당할 일도 없지 않냐!
한다. 첨으로 놈이 눈을 부라리며 강칠에게 악을 썼다. 그러며, 강칠
에게 제가 가지고 있던 흰 돌천사를 하나 준다. 가지고 있으라는 것
이다. 그때, 다시 시간과 공간이 사고 장소인 운동장으로 바뀌었다.
바뀐 장소에서 이번엔 국수가 먼저 말을 건다. 수감자가 어떤 짓을
절대 말려들지 말라는 것이다. 강칠은 이젠 내 의지가 아니라고
지금 난 뛰고 싶지 않은데 뛰고 있다고 말을 한다. 거짓말이 아니라
그는 이미 자기 의지 없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고 있었다. 그러나
국수는 끝없이 "형의 의지야, 형이 사골 아치려고 하면 안칠 수 있어!
날 믿어, 난 천사랬지!" 한다.
그런데 그때 다시 수감자가 시비를 걸고, 강칠이 죽을 힘을 다해 말
려들지 않으려 용을 쓰는데 수감자의 시비는 멈추질 않고, 강칠은 또
자기도 모르게 수감자를 치는데, 그때 김교도관이 달려오고, 강칠은
김교도관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하는 순간 강칠은 제 의지로 주먹을
멈추었다. 국수가 때마침 비명 소릴 지르고 싸이렌이 울리고 이번엔
소리를 들으며 벽에 손을 들고 서서 분명히 보았다. 제 주머니속의 돌
천사가 구름에 끼어 어두워진 운동장에 흰 빛으로 된 날개 짓을 하는
걸, 그렇다면 국수는 정말 천사란 말인가?
그 밤 강칠은 국수를 다그친다. 니 정첵 뭐냐? 니가 준 돌천사는 뭐냐?
왜 내가 시간과 공간을 막 점핑하는 순간에고 너랑 말하는 게
가능했냐? 대체 니 정체는 뭐냐?" 그런데 국수의 대답이 너무 쉽다.
형은 석방 때문에 정신이 나가서 그런 거고, 만약 형의 모든 말이 사실
이라면 품에 품고 있고 잊지 말란다. 이번에 그 기이한 일에서 벗어난 건 오직
사람을 치지 않겠다는 강칠의 의지 때문이었다는 걸. 그리고 인정
하란다. 세상에 나가 잘살아보고 싶은 맘을. 그러면 원래 기적은 세 번
이상 오지 않는데, 형은 미련하게 제 성질을 못 이겨, 벌써 쓸데없이
한 번의 기적을 써버렸단다.
이게 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린지. 강칠을 곰곰 생각한다. 정말 국수가
천산가?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말이 안된다 싶었다. 은행강도를
해 감방에 들어온 놈이 천사라니? 그럼 세상에 천사 아닌 사
람이 없겠다 싶었다. 강칠은 차라리 자기가 그때 갑자기 살짝 미친걸로
생각해버리자 한다.
그렇게 강칠은 15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후, 국수와 함께 별 기대도 미련도
없는 세상에 나오게 되는데...
첫댓글 이거 진짜 보고 싶은데....길이 없네여..
노희경 작가...그.사.세 보고 무지 좋아하게 되거든요.
시놉 잘 읽었어요~~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