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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환기찬은 어딘가를 향해 자신의 애마를 타고 줄기차게 달리고 있었다. 그가 당도한 곳은 시 경찰청이다. 말을 맡기고 익숙한 발걸음으로 청사의 한 건물로 들어간다. 드넓은 대청을 돌아 민원인 대기실에 앉아있을 때, 전화벨이 두 번 울리고 그친다.
그가 즉시 일어나 어느 방안으로 들어가자, 녹의여경 매아리가 그를 바라보고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오늘 점심 데이트 신청하면 안 될까요?”
“안 될 거야 없죠.”
환기찬은 대답을 듣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가 다시 찾아간 곳은 민원인 대기실이다.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그가 의자에 앉아있자, 녹의여경 매아리가 그에게 다가왔다. 환기찬이 말없이 일어서서 대기실 밖으로 나간다.
녹의여경이 그를 따라가며 고개를 숙인 채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루비 운이 김일한에게 답시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김일한은 동요를 답시로 보냈어요.”
“무슨 동요요?”
그가 역시 아주 낮은 소리로 묻는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환기찬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럼 점심 때 황홀객잔에서 만나죠.”
환기찬은 헤어지고 곧장 경찰청을 빠져나왔다. 그는 말을 힘껏 몰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집에 당도했다.
‘그 시가 그런 뜻임을 내가 몰랐다니, 김일한은 역시 무서운 놈이야.’
속으로 혀를 차던 환기찬은 곧장 기독교 신비가神秘家들의 천제애련시天帝愛戀詩를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귀리Ida A. Guirey의 시 중에 적절한 것 하나가 상기되었다. 환기찬은 즉시 루비 운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린다.
“우선 급한 대로 답시를 하나 더 보내드립니다. 차후에 정식으로 액자에 담아 전해드리겠습니다.”
♬
Jesus, Rose of Sharon, bloom within my heart;
Beauties of Thy truth and holiness impart,
That where’er I go my life may shed abroad
Fragrance of the knowledge of the love of God.
예수여, 환꽃이여, 이 얼에도 피소서
임의 진리 성결미聖潔美 제게 전해 주소서
내 발길, 그리하면, 닿는 곳 어디서든
임의 사랑 향취를 널리 퍼치우리다
같은 시각 황궁의 황홀전에서는 루비 운이 환기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황홀공주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황홀공주가 환기찬이 보내온 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한다.
“액자에 담을 필요는 없다고 전해 주세요.”
“근데, 좀 이상해요. 다른 분들은 모두 시를 하나씩만 보냈는데, 환기찬씨는 왜 두 개나 보내죠?”
“아마, 정성이겠죠.”
“근데 이번 시는 지난번 것과는 사뭇 달라요.”
“첫 답시는 무어였죠?”
“그냥 자연경관을 읊은 한시인데, 남녀애정에 관한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곁에 있던 에머럴드가 대답한다.
“환꽃을 주제로 한 귀리의 예수애련시를 보낸 것으로 보아, 그 분도 이제야, 제 시의 뜻을 깨달은 것 같군요.”
“역시 환기찬 공자님은 탁월해요. 시의 수준이 김일한씨와는 판이해요.”
에머럴드 리가 그를 김일한과 비교하며 칭찬한다.
“언니는 그렇게 생각하세요?”
황홀공주의 물음에 에머럴드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의 가슴 속에서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이 싹트고 있음을 자각하며, 황홀공주를 감히 경쟁의 마당 안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황홀공주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창문 밖을 쳐다보고 있다가 말한다.
“내일부터 일대일 데이트를 통해 그 열 분의 도령들과 일일이 시간을 보내보고 싶어요.”
“열 분이 아니라 여덟 분입니다.”
“김일한 씨나 김이한 씨와도 가능하다면 연락해보세요.”
“저, 공주마마.”
에머럴드 리가 망설임의 어조로 부른다.
“네. 기탄없이 말씀해 주세요, 언니.”
“김일한씨 일행은 오늘 밤 자정을 지나 야간열차를 이용해 서울로 내려가기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 식당의 종업원이니 함께 내려갈 거예요.”
“그럼 어쩔 수 없죠.”
황홀공주가 갑자기 시간을 묻는다.
“지금 몇 시예요?”
“아직 사시巳時 정각(오전 10시)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속히 연락해 주시겠어요? 김일한 공자님에게, 제가 만나 뵙고 싶다고요.”
“어쩌시려고···?”
에머럴드가 우려 어린 낯으로 묻는다.
“오늘 그 분과 데이트를 해야겠어요.”
“네? 그 분 일행이 있는데, 응할까요?”
“응하지 않으면 그냥 두고요. 일단 연락해보시겠어요?”
“그럼 공주마마의 이름으로 보낼까요?”
“네.”
루비 운은 즉시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김일한 공자님, 정말 죄송스런 부탁인데요, 오늘 혹시, 지금부터 저녁식사 시간까지 제게 시간을 내 주실 수 없는지요?
황홀공주 올립니다.
일행과 함께 관광을 나서려던 김일한은 뜬금없는 문자전언傳言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곧 답장을 보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할 수 없음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래도 긍정의 답을 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일한 올림.
그 때 자신의 특수 전자수첩에서 신호음이 울리는 것을 확인한 녹의여경 매아리는 바로 수첩을 열었다.
황홀공주와 김일한이 주고받은 대화가 화면에 부상했다.
‘이것들이 아주 놀고 있네!’
그녀는 즉각 환기찬에게 글월기별을 보내려다 말고 전자수첩을 닫았다.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촉새도 아니고, 중간에서.’
그녀는 남몰래 깊은 한숨을 내쉬며 김일한의 준수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슴 속으로 떠올려 보았다. 그녀의 눈이 초점을 잃은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
그 때 누군가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봐, 매 경사, 요새 이상해? 자꾸 한숨을 쉬지 않나,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고 있질 않나?”
곁의 동료였다. 속으로 화들짝 놀란 여경 매아리는 즉시 김일한의 영상을 뇌리에서 닫았다. 매아리는 씁쓸한 웃음을 짓다가 전자수첩을 다시 꺼낸다.
즉시 면담 요망. 사건 처리 난항. 문자로는 설명 불가능.
그녀는 문자를 보낸 후 경찰청 정문 밖으로 나섰다. 십여 분도 채 되지 않아, 환기찬이 말을 몰고 도착했다.
김일한은 황홀공주의 글월전갈을 일소에 부치고 떨쳐버리려 애썼으나, 기이하게도 여름밤의 모기마냥 자꾸 달라붙어 영 성가시지 않았다. 번민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서울일행에게 털어놓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냥 무시해야 되겠죠?”
“아니, 총각은 제정신이야? 호박이 넝쿨 채로, 아니 호박琥珀보다 비싼 다이아몬드 보석, 아니지 아니지, 부마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마당에 그냥 무시하다니? 당연히 응해야지.”
서울한식집 할머니가 나무라는 투로 요구한다.
“부마 자리는, 솔직히 말씀드려 생각이 전혀 없고요. 그녀가 왜 하루 종일의 시간을 내달라 할까요?”
“그 속을 어떻게 알아? 그냥 맘에 드니까 그런가 보지.”
“그래요. 이것도 좋은 경험인데, 부마 자리를 떠나 응해 봐요. 공주가 대단히 지혜롭고 총명하다고 하던데, 어쩌면 만남에서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아요?”
“혹시 황홀공주와의 황홀한 데이트? 그것 참 좋은 경험이겠구먼. 설마 사람을 부려 먹으려고 시간을 내달라 하진 않았을 테니까.”
“우리가 일한씨를 빼앗기는 것 같아 좀 섭섭하긴 하지만, 어쩌겠어?”
서울 아줌마들도 대찬성이다. 백의녀 매아리만이 입을 닫고 있다. 김일한은 매아리를 돌아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가씨도 찬성이에요?”
“제가 반대하면 안 갈 거예요?”
일한이 대꾸를 하지 못한다.
“그런 걸 왜 물어요?”
단단히 심통 난 언사다. 김일한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매아리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라도 황홀공주의 요청에 응하기로 작심했다.
장소와 시각을 알려주시면 제가 그곳으로 찾아가겠습니다.
김일한 올림.
김일한의 글월전갈을 들여다보던 루비 운이 황홀공주의 눈앞에 말없이 자신의 전자수첩을 내밀었다. 황홀공주가 잠시 숙고하다가 말한다.
“사해제일관 터 정문, 열한시 정각입니다. 혼자 오시라고 해 주세요.”
일행과 헤어진 김일한은 마차를 타고 사해제일관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다시 가슴이 아려온다.
‘그녀는 내 아픔도 헤아리지 못한단 말인가? 하필이면 여기서 만나자니.’
열한시가 되려면 아직 15분 정도 남았다. 그는 담장을 뛰어 넘어 다시 폐허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변한 것은 없었다.
‘이렇게 흉물스럽게 방치해 두면 안 될 터인데? 시에서 조만간 연락이 오겠지. 건물을 짓든지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무슨 돈이 있어서 이곳을 정리하고 사해제일관을 재건한단 말인가?’
그가 이런 저런 상념을 굴리다가 시각을 보니 어느새 11시가 거의 다 되었다. 깜짝 놀란 그는 급히 담장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아뿔싸! 어떤 사람이 바로 그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지난번에도 이런 일이 있었으므로 소스라치게 놀란 김일한은 그 때처럼 몸을 공중에서 한 차례 공굴리며 간신히 행인을 피해 착지했다.
지나가던 행인이 몹시 놀랄 것은 당연하다.
“어머나!”
김일한은 너무 미안한 나머지, 얼른 허리를 숙여 백배 사죄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다치지는 않으셨나요?”
이렇게 물으며 상대방을 쳐다보는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사람이다. 스물이 될까 말까한, 자태가 매우 아름답고 고급스런 옷차림의 여인이었는데, 기품있는 모자를 눌러써 한껏 멋을 더하고 있었다.
그녀의 몸으로부터 은은한 향취가 풍겨왔는데, 기분을 아주 상쾌하게 하는 냄새다.
“네, 괜찮아요.”
그녀가 대답하면서 모자를 살짝 젖혀 올려 김일한을 바라다보았다.
“아! 아가씨···?”
그녀의 환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시야에 드러나자 김일한은 재차로 깜짝 놀랐다. 어찌 잊으랴! 천상에서 이제 막 내려온 듯 신비감이 가득한, 그 고고하고 청아하며 해맑고 아름다운 자색을.
황홀공주가 황홀한 미녀, 천하절색, 경국지색, 전대미문의 국색이니 어쩌고저쩌고 사람들이 떠들어대도, 평범해 보이는 이 소녀만큼은 빼어나지 못하리라. 속으로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칠 때 그녀가 그 해맑은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다가 말한다.
“어머나! 지난번에 저를 보호해주셨던 그 공자님이시군요.”
어쩜 이렇게 우연한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몹시 의아해하며 김일한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네, 그렇습니다. 참 우연치고는 기가 막히군요. 근데 아가씨는 지금 어디에 가고 계십니까? 아니, 아니지. 제가 왜 남이 가는 길의 향방을 묻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십시오.”
“호호호호 호호호!”
그녀가 우스워죽겠다는 듯이 입을 가리고 허리를 숙이며 웃는다.
“백악산 공원에 가는 길이에요. 공자님은 여기에 웬일이세요? 지난번에도 안에서 담장을 뛰어넘어 오더니, 오늘도 그러시군요. 혹시 경신술輕身術 무예를 연습하시나요?”
“아, 아닙니다. 아가씨도 경신술을 알고 계시군요.”
“그럼 이 안에는 집이 없는데, 왜 그 곳에 들어가셨나요?”
그녀가 천진무구하기 그지없는 맑은 눈동자를 굴리며 어린애처럼 묻는다.
참으로 곤란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네, 죄송합니다. 그냥 그럴 사정이 있어서요.”
“그렇군요.”
그녀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머뭇거리며 묻는다.
“저기요. 정말 죄송스러운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제가 백악산공원으로 가서 명상 좀 하고 싶은데, 지난번처럼 저를 오늘 하루 종일 보호해주실 수 없나요? 값은 충분히 치러 드리겠어요.”
“아,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제가 선약이 있어서요.”
김일한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꾸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황홀공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멀찍이서는 두 남녀가 은밀히 그를 흘낏흘낏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저 혼자 가야죠.”
“그곳은 위험한데, 왜 굳이 가시려고 하나요?”
“저희 집 안방보다는 그곳이 호젓하고 좋은데, 세상에는 참 나쁘고 험악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아, 안타깝습니다. 오늘 선약이 없었다면 제가 도와드렸을 터인데.”
김일한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말을 잇는다.
“그러지 마시고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셔서 명상하시면 어떨까요? 다음번에 제가 지켜, 아니 도와드리겠습니다.”
김일한은 이렇게 말해 놓고 속으로 아차! 했다. 오늘 밤이면 서울로 내려갈 터인데, 다음번이라니! 자기 말의 실수를 깨달은 일한이 어떻게 주워 담아야 할지 난감해 하고 있을 때 그녀가 반문한다.
“정말요? 그래 주실 수 있어요?”
“네. 그렇게 해야죠.”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말이 엉뚱한 곳으로 흐른다. 그녀가 재차 다짐했다.
“정말이죠? 시간 내 주실 수 있죠?”
‘에라! 모르겠다. 기호지세騎虎之勢다. 사나이가 한번 뱉은 말은 책임을 져야 하는 법.’
속으로 헤아리며 겉으로 대답했다.
“예, 예.”
“혹시 하시는 일 때문에 시간 내기가 곤란한 경우는 없을까요?”
“하는 일이요? 네, 있긴 하지만, 아가씨가 연락하시면 즉시 와야죠.”
“에이, 그러면 안 되겠네요. 어떻게 일을 제쳐두고 저를 도와 달라 할 수 있어요?”
그녀의 말이 옳았다. 김일한은 자신의 무책임한 발언을 자책하며 대꾸를 하지 못하고 쩔쩔맸다. 김일한의 그런 모습을 보고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속되지 않고 순결하며 고고한 그 웃음은 가슴을 요동하게 하기보다 오히려 가슴에 이상한 기쁨과 설렘과 평안을 안겨주었다.
김일한은 계속해서 속으로 기이하게 여기며 놀라고 있었다.
‘세상에서 경국지색, 천세국색千歲國色, 절세미녀, 천강선녀天降仙女 어쩌고저쩌고 하기에, 들으면서도 그게 무슨 뜻인지 전혀 몰랐는데, 오늘 좀 알 것 같구나. 이 여인이 어찌 이토록 놀라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을까? 세상에 이런 여인도 있었나?’
지난번 처음 만났을 때보다 더욱 큰 놀람에 사로잡힌 김일한이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는 사이, 그녀가 해맑고 고운 웃음이 가득한 낯으로 제안한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때요? 혹시 일하시는 곳이 토요일에 쉬나요?”
“아뇨. 쉬지는 않지만 사장님께 여쭈어 시간을 낼 수는 있습니다.”
“그럼 급료가 줄어들지 않나요?”
“그건 괜찮습니다.”
“그러면 좋아요. 제가 그 급료를 모두 보충해 드리고, 그보다 훨씬 더 보상해 드리겠어요. 괜찮을까요?”
“네, 네,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럼 우선 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을 내 주실 수 있어요?”
“토요일이면 사흘 후이군요. 지금은 휴가기간이라서 시간을 낼 수 있습니다.”
일한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은근히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황홀공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김일한이 자꾸 주변을 둘러보자 그녀가 눈치 챈 듯 묻는다.
“혹시 여기서 누군가를 만나기로 하셨나요?”
“아, 네. 그렇습니다.”
“그럼 제가 방해되면 안 되겠네요. 어서 가봐야 하겠어요.”
“네, 네. 그럼 이번 주 토요일 몇 시에, 어디에서 만날까요?”
“음, 이 자리에서 아침 10시, 어때요?”
“좋습니다. 사흘 후 그 시각에 여기서 뵙겠습니다.”
“근데, 그 분을 몇 시에 만나기로 하셨어요?”
“그건 왜 묻죠?”
“혹시 늦게 만나기로 하셨다면 오늘도 제게 시간을 좀···.”
그녀가 말끝을 맺지 못한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데,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아름답기 짝이 없는 얼굴이다. 지난번과 달리 얼굴에 약간의 화장기가 감도는데, 정말이지 김일한은 이렇게 잘 생긴 여인을 지금껏 살면서 책에서 읽어보거나 마음에서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다음 회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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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롬.
2026. 10. 23.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