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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용길 |
꿈처럼 돌아다녔습니다. 노숙인을 위한 문화센터! 민들레 희망 지원 센터! 어떤 집이 좋을까 화수동과 전동 그리고 인현동으로 또 동인천역 주변을 돌아다녔습니다. 얼마나 걸었는지 다리가 아픕니다. 집이 마음에 들면 돈이 모자라고, 돈에 맞으면 집이 마음에 안 들고. 그래도 몇 집을 점 찍어 놓았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민들레국수집에서 조금 떨어진 자유공원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집이 우리 VIP손님들을 위한 집처럼 보였습니다.
“1930년경 미국에서 피터 모린과 도로시 데이에 의해 시작된 ‘가톨릭 노동자’ 운동에서 ‘환대의 집’은 교부들의 전통을 이어받아 소외된 이들을 맞아들이고, 갇힌 이들을 방문하며,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집 없는 이들에게 방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이 집은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병든 이, 고아, 노인, 여행자, 순례자 그 밖의 곤궁한 사람들에게 열려 있었다.
이 집은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안식처이면서 독서실과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기도와 토론과 공부를 하는 곳이다. 누구나 환영하는 이 집에선 항상 커피가 난로에서 끓고 있었고, 있는 재료를 아무거나 넣고 끓이는 ‘잡탕 찌개’가 난로에서 굶주린 사람들을 기다려 주었다”(<잣대는 사랑>에서)는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모델로 민들레 국수집의 문을 열었습니다. 벌써 여섯 해가 지나고 일곱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처음 민들레 국수집을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기억합니다. 주머니를 전부 털어서 닭을 다섯 마리 사서 사분의 일로 갈라 닭백숙을 끓여 한 대접씩 손님들께 드릴 때의 즐거움, 바닥을 드러낸 쌀독을 살짝 엿볼 때의 안타까움, 가스가 떨어질까 봐 마음 졸이던 시절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어주는 만큼 고마운 분들이 더 많은 것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있는 것을 다 털어서 VIP 손님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면 더 맛있는 음식, 더 색다른 음식이 넘치도록 들어왔습니다. 영양탕도 드릴 수 있었고, 갈비를 듬뿍 넣은 갈비탕도 드릴 수 있었고, 육개장도 듬뿍 드릴 수 있었습니다. 오징어 젓갈도 듬뿍 드릴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배고픈 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하루하루 손님들을 대접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성만 씨가 동인천역에서 집 없는 동료 노숙인들과 이슬 한 잔을 하고 있다가 지나가는 저를 붙들고 이런 부탁을 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만 계란 프라이를 드리지 말구요. 내게도 계란 프라이 두 개씩만 해 주면 좋겠어요.” 이젠 성만 씨의 바람처럼 달걀을 아낌없이 우리 손님 모두에게 두 개씩 계란 프라이를 해 드려도 좋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계란 열 판이든 스무 판이든 대접해 드릴 수 있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멋진 자원 봉사자이신 윤 아우구스띠노 형제님은 기장님입니다. 민들레국수집에서 계란말이를 4년이 넘게 하셨습니다. 이제는 달인의 경지에 오르셨습니다. 계란 열 판을 혼자서 요리해 내십니다. 우리 손님들이 제일 좋아하는 반찬입니다.
꿈이지만 꿈을 꿨습니다. 민들레국수집에 식탁을 하나 더 늘리는 큰 꿈을 꿨는데 이뤄졌습니다. 또 꿈을 꿨습니다. 우리 VIP 손님들이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식사하실 수 있으면 좋겠다고 꿈을 꿨는데 한꺼번에 스물 몇 분이 식사하실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졌습니다. 우리 VIP손님들의 소박한 꿈인 “아! 잠 좀 실컷 자고 싶다!”는 꿈도, 병원에서나 도서관에서 쉬고 싶은 꿈도, 때에 찌든 몸도 씻고, 헌옷이나마 깨끗하게 갈아입은 다음에 낮잠도 잘 수 있고, 멋진 음악을 들으면서 차 한 잔 마시면서 쉴 수도 있는 문화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는 작은 문화 공간을 마련하고픈 꿈을 꾸었습니다.
방 한 칸 월세로 얻을 돈을 마련하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신 손님들 중에서 민들레의 집 식구들을 맞아드리느라, 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한 민들레 꿈 공부방을 마련하느라 문화적인 공간 마련은 꿈으로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꿈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VIP손님들이 절망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로 꾸밀 집의 열쇠를 오늘 받았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한 후에 곧바로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에서 민들레국수집에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맡겨주셨습니다. 하느님의 선물 같습니다.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는 건축가이신 이일훈 선생께서 리모델링 설계를 해 주십니다. 우리 VIP손님들에게 참으로 도움이 되는 멋진 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 VIP손님들이 더 이상 민들레국수집에 들르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기를, 민들레 희망지원센터를 통해 자신의 일자리를 찾고, 자신의 따뜻한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그런 편안한 쉼터 같은 문화공간이 될 수 있도록 애를 쓸 것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