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걸음에서 성인병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걷는 잘못된 걸음걸이의 후유증이 나이 들어 성인병이 된다는 것이다.
이정래(55)씨는 치과의사다. 치과의사는 직업이고 걷는 것에 더 관심이 많다.
나름의 걷기 이론을 정리해 지난해에는 <도마뱀처럼 걸어라>는 책도 펴냈다.
이 원장이 책에서 제안하는 걸음걸이는 내추럴워킹(Natural Walking)이다.
“기존의 걷기는 다 잘못된 것입니다.
인간은 척추동물인데 척추를 곧게 세우고 걷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내추럴워킹은 바로 척추에서 시작됩니다.
걸을 때 척추를 움직이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다 바뀝니다.”
척추를 세우고 걷는 것이 아닌 척추로 파동운동을 하며 걷는 것이 그의 내추럴워킹이다.
내추럴워킹에는 10가지 원칙이 있다고 한다
● 어깨를 움직이며 걷는다.
● 상체를 조금 숙이고 걷는다.
● 무릎각을 유지하며 걷는다.
● 발바닥을 수평 이동하며 걷는다.
● 팔을 좌우로 움직이며 걷는다.
● 팔자걸음으로 걷는다.
● 아랫배를 내밀어 처지게 하면서 걷는다.
● 턱을 내밀며 걷는다.
● 시선을 가까이에 두고 걷는다.
● 조심스럽게 걷는다.
원칙을 보면 기존의 걷기에 대해 정면으로 반하는 내용들이다.
구부정하게 팔과 어깨를 교차시켜 흔들며 걷는 폼을 보면 어색하고 웃음이 나기도 한다.
마치 크로마뇽인의 걸음걸이가 저렇지 않았을까 싶다.
이 원장은 “처음 보면 거부감이 느껴지지만 직접 해보면 효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계단에서 전혀 몸에 무리가 없어 유용하다고 한다.
“인간은 진화를 잘못 이해하고 있어요.
지구의 탄생이 우주의 조화와 자연의 흐름 속에서 수억 년 동안 서서히 이뤄졌는데,
지금 인간은 진화가 아니고, 변하고 있어요.
콘크리트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의 몸이 변하고 있고,
사료로 자란 동물성 음식을 먹으며 인간이 변하고 있어요.
척추를 고정시켜 걷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자연이 최고의 과학이며 진리라고 하는 그이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식은 아니다.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아니 인간은 자연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현대화로 자연의 본성을 잃어버렸기에 자연 가까이에 가도 오히려 자연을 해치게 될 것이라 한다.
내추럴워킹 연속 동작.
이정래 원장은 스무 살 때 절에서 2년을 살았던 것이 삶을 바꿔 놓았다고 한다.
이 때 대금과 곤충에 빠졌다.
30년 동안 대금을 불었고 곤충 3,000종을 전 세계에서 수입,
그 중에 예쁜 것들을 선별해 곤충 액자를 만들었다.
그는 “내추럴워킹을 만드는 데 이런 것들 모두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나
대금에 빠져, 대금을 하기 위해 여유 있는 직업을 찾다가
치과의사가 좋겠다는 생각에 치대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생각했던 것만큼 치과의사가 여유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하지만
중국에도 치과 분점을 낼 정도로 수완이 좋다.
뭔가에 잘 빠지는 그였기에 “요가 10년, 수영 10년, 등산 10년”을 했다고 한다.
등산은 7년가량 매주말 “무지막지하게 다녔다”고 한다.
그는 맨발로 산행한다.
“인간에게 가장 좋은 신발은 맨발”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6개월간 집필 과정을 거쳐 책을 냈는데 출판사 관계자가 워킹법에 대한 얘길 듣고 책으로 내자고 제의했단다.
척추로 걸으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직립보행이 잘못 됐다는 건 아니다”고 한다.
평소 걸음걸이에서 1%만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어깨를 조금만 숙이고 팔을 조금만 벌리고 하는 식이다.
“이렇게 내추럴워킹을 하면 질병의 50%는 줄어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다.
몸에는 원래의 기능이 있는데 그 원래의 기능을 하게 만드는 것이 내추럴워킹이란 것이다.
책도 내고 인터넷 홈페이지도 만들었지만 아직 내추럴워킹을 하는 이들은 얼마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해 그는 “원래 어릴 때부터 해야 가장 좋고,
워킹법 자체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적인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
“복근으로 임금 왕 자 만들기가 붐인데 잘못된 것이에요.
동물들, 맹수들 배를 보면 부드럽고 유연해요.
배는 출렁거려야 건강해요.
늘 골반에 내장이 담겨서 편안하니 온갖 병이 내장에 생기는 겁니다.
하루에 10초만 네 발로 걷기 운동해도 내장이 출렁거려 건강해집니다.
인간은 동물을 불쌍히 여기지만 동물한테 배워야 해요.”
이정래씨는 “다리로 걷지 말고 척추로 걸어라”며 파격적인 걸음법을 얘기하지만
“기인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고 한다.
생활 속의 작은 변화들로 자연에 가까운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내추럴워킹을 고안한 이정래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