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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박인환추모백일장 입상작품
초등부운문장원
가을 운동회
상남초등학교 3학년 김연아
입장할 때 틀릴까봐 조마조마
공연할 때 틀릴까봐 조마조마
달리기가 시작되면 두근두근
우리 편이 질까봐 두근두근
조마조마 두근두근
운동회가 끝이 나고
부모님께 달려가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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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차상
고추 잠자리
기린초등학교 5학년 이서영
고추잠자리가
높고 높은 가을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네
가끔 내가 고추잠자리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저 높고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 요리조리 날아다니면서
세상을 다-구경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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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차상
고추잠자리
부평초등학교 5학년 강예인
파아란 가을 하늘에
새빨간 고추잠자리가
춤을 춘다.
흔들흔들
사뿐사뿐
하늘 무용수가 춤을 춘다
빠알간 발레복 입고
뱅글뱅글 춤을 춘다.
가끔씩
한가로이 앉아서
산도 보고
하늘도 보다가
다시 일어나
우아하게
춤을 춘다.
뱅글뱅글
흔들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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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차하
코 스 모 스
인제남초등학교 3학년 이세환
가을이면 우리집 화단에
방긋 웃는 코스모스
엄마가 심어 놓은 미소 천사
내가 학교가는 길에도
방긋방긋
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방긋 방긋
내가 화났을 때도
내가 혼나고 슬플 때도
언제나 웃고 있지요
우리집 화단에
가을천사 코스모스
나는 언제나 방긋방긋 웃는
코스모스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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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운문차하
고추잠자리처럼
한계초등학교 6학년 김지은
화려한 나비도 아닌
귀여운 참새도 아닌
빠알간 고추잠자리야
나도
저 파아란 하늘에서
빙빙 날아다니고 싶어
너처럼
자유로운 마음으로
마음껏 내 꿈을
펼쳐보고 싶어
옥수숫대 위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고추잠자리야
소박한 내 마음
간직하고
너와 함께 날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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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차하
내 마음은 코스모스
용대초등학교 4학년 신지현
바람이 오랜만에
놀러와 기뻐서
하늘하늘 춤추는
코스모스
길옆에서 기다리다
우리가 지나가면
반가워 손 흔드는
코스모스
황금들녘의 친구 되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야기 나누는
코스모스
귀여운 아기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나를 반기는
코스모스
내 마음은
코스모스를 많이
닮은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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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장려
운동회
인제초등학교 2학년 최현민
운동장에
우리들의 힘찬 소리에 놀란
은행잎이 떨어져서
함께 뛰어놀아요
운동장에
우리들의 씩씩한 모습에 샘이 난
단풍잎이 놀러와
함께 춤을 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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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장려
추 석
인제남초등학교 1학년 이지우
이지우
알록달록 무지개색
내가 입은 색동옷은
동생이 입겠다며 투정부리고
울퉁불퉁 쪼물쪼물
내가 만든 쑥송편은
오빠가 먹겠다고 약을 올리고
울긋 불긋 엄마솜씨
이쑤시개 산적들은
아빠의 솜씨라며 자랑하시네
마음 풍성 몸은 튼튼
오손도손 가족모여
한가위만 같아라 즐거운 명절
초등부운문장려
추 석
부평초등학교 4학년 박찬미
추석에 무엇을 할까?
친척들과 재미있게 놀지.
추석에 무엇을 할까?
맛있는 요리를 하지.
추석에 무엇을 할까?
친척들과 성묘를 가기도 하지.
추석에 무엇을 할까?
강강술래, 달맞이를 하지.
추석에 무엇을 할까?
송편과 햇과일로 정을 나누지.
추석은 우리나라
즐거운 명절.
초등부운문장려
가을 운동회
서성초등학교 4학년 김 민 용
으쌰 으쌰
모두가 힘을 내는
가을 운동회
모두 모두 모여서
부모님들은 응원을 하고
그 소리에 아이들은 힘을 내고
달리기에 져도
기분 좋은 가을 운동회
점심시간을 기다리는
즐거운 가을 운동회
청팀이 이겼든 백팀이 이겼든
청팀 백팀 모두 같이
신나는 가을 운동회
초등부운문장려
코스모스 팽이
서화초 1학년 유채원
바람이 분다.
코스모스가 흔들 흔들
팽이놀이하자 한다.
코스모스를 꽃잎 4장만 남기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아래로 빙글빙글
떨어지는 코스모스는
알록달록 팽이다.
초등부운문장려
고추잠자리
원통초등학교 5학년 서창현
고추잠자리야
너의 꼬리는
외 빨갛니?
하늘을 날다가
빨간 고추장에
픙덩 빠졌니?
개구쟁이 꼬마가
물감으로 빨갛게
색칠을 했니?
고추잠자리야
너의 꼬리는
도대체
왜
빨간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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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장려
가을 운동회
인제초등학교 가리산분교 4학년 고영중
가을은
가을은
단풍이 드는 계절
운동회는
운동회는
아이들이 노는 날
아이들은
청팀백팀으로 나누어
이어달리기도 하고
박터트리기도 하고
너무 재미있는
가을 운동회
가을이 운동회를
보면서 잎을
떨군다
가을 운동회
추억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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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운문장려
송편 만들기 대작전
하남초등학교 6학년 김 연
알록달록 반죽에
밤 하나 콩 하나
붙으면 안 되니까
매끄러운 기름으로
목욕시키고
별모양 달 모양
친구 얼굴 내 얼굴
입에 쏘-옥 들어가게
만들어야지
냄비에 송편 넣고
푹-찔 때
나하고 친구하고
사이좋게 얘기하지
다 익고 나면
친구 입에 쏙!
내 입에 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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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장원
추 석
인제남초등학교 4학년 한빛반 엄 로사
우리나라 최고의 명절인 추석. 나는 이번에 추석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음력으로 8월 15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중의 하나이다.
추석을 다른 말로는 가배, 한가위, 가위, 중추절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추석 연휴가 되면 모든 집들에서 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엄마들과 할머니들이 모여앉아 전도 부치고, 송편도 빚고 하면서 그 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며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낸다.
추석날 아침이 되면 분주하게 움직인다. 큰 상을 펴놓고 전날 만들어 놓은 갖가지 음식들과 과일들을 올려놓고 차례를 지낸다. 차례 상에 올라가는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등이 올라가는데 작은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말씀이 차례 상에는 씨가 하나뿐인 과일은 올리는 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에게 차례 상을 차리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홍동백서” 라고 붉은 색의 음식을 동쪽(오른쪽)에 놓고, 붉지 않은 음식들을 서쪽(왼쪽)으로 놓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어동육서”라고 하여 생선을 동쪽으로 놓고, 고기를 서쪽으로 놓는 것이라고 알려주셨다. 그 것 말고도 차례 상을 차리는 방법은 많았고, 어려웠다.
그리고 차례를 지낸 후에는 모두들 두루 앉아 밥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조상님들의 묘를 찾아간다. 나도 추석날 가족들과 함께 우리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계신 양구에 있는 산소를 갔다.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가 돌보는 일을 성묘라고 한다고 들었다. 돗자리를 펴고, 술을 따라 묘 앞에 놓고, 가져온 음식들과 포를 놓고 절을 올렸다. 자주 찾아가지 못하고, 이런 명절 때에나 가끔 찾아가서 왠지 모르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서도 좋은 곳에서 즐거운 명절이 되셨으면 한다.
추석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민속놀이를 말해보라고 하면 나는 강강술래라고 대답하겠다. 그 외에도 소 놀이, 거북놀이, 줄다리기, 가마싸움 등이 있지만 난 추석하면 강강술래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여럿이서 손을 맞잡고 한 명이 노래를 부르면 거기에 맞춰 빙글빙글 도는 게 마치 우리가 자주 하는 ‘둥글게 둥글게’ 같이 재미있어 보인다. 재미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고운 목소리의 노래가 들리고, 넘어지지도, 흐트러지지도 않고 빙빙 도는 게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강강술래는 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일본과 싸우던 때에 모닥불로 연기를 피우며 강강술래를 추었다고 한다. 강강술래에는 ‘경계하라.’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강강술래, 가마싸움과 같은 요즘에는 많이 겪어보지 못한 민속놀이도 가족끼리 또는 친구끼리 하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그런 즐거운 명절 추석에도 안 좋은 게 있다면 고향으로 떠나는 가족들의 차들로 인해 교통정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도 차들로 꽉 막혀 고향 한 번 가기가 너무 힘들다. 차가 막히는 만큼 대기도 심하게 오염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지금 우리나라의 환경 시계가 9시 51분이라고 하는데 조금만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1년에 단 한 번 뿐인 우리나라 고유의 명절 추석을 노는 날이라고만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추석은 조상님들께 인사를 올릴 수 있는 중요한 날이고,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척들과 만나서 웃으며 떠들 수 있는 소중한 날인 것 같다.
이런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가 많으면 어색하던 친척들과도 더 친해질 수 있고, 사이좋은 집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는 더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는 해결방안이 생겨서 ‘명절대이동‘라는 말없이 수월하게 고향 길을 찾을 수 있는 도로가 되어 환경 시간을 반대로 되돌렸으면 한다.
이미 지났지만 정말 즐거운 명절이 되어서 기쁘다.
지금 와서 이렇게 생각하는 건 이미 추석이 지나서 조금 늦은 것 같지만 앞으로는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추석을 지금처럼 생각하고 지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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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 차상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
어론초등학교 6학년 이다예
어느새 벌써 여름이 지나고 2009년의 가을이 다가왔다.
난 가을 하면 떠오르는 많은 꽃 중에서도 코스모스가 가장 처음으로 떠오른다.
언제는 가족끼리 차를 타고 가는 길이었다.
그때는 가을이 구나 라는 생각이 없었을 때였는데 창밖에 아름다운 코스모스가 소풍가는 유치원생들처럼 줄을 지어 서있었다.
나는 이제 가을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이 되면 하는 축제 중에 코스모스 축제도 빠지지 않고 있다.
코스모스 축제를 보면 그 만큼 사람들이 가을에 코스모스란 꽃을 많이 찾는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는 코스모스의 대해 검색한 적이 있었다.
나는 코스모스의 꽃말이 알고 싶어져서 ,꽃말을 검색해 보았다.
코스모스의 꽃말은 소녀의 순정, 애정, 조화였다.
난 그중에서도 소녀의 순정이라는 꽃말이 너무 마음에 든다.
소녀의 순정이란 이제 곧 우리들에게 다가 올 것 같기 때문이다.
정말 코스모스하면 생각나는 꽃말 같았다.
가끔가다 길 양쪽에 코스모스가 피어있으면 난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내가 보았을 때 코스모스는 뜨거운 햇살아래 활짝 피어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다.
난 코스모스의 노래를 좋아한다. 재밌으면서도 귀여운 코스모스의 매력이 보이는 사실적인 노래 같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코스모스 노래를 부르던 것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코스모스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나도 친구가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같다.
꽃이란 모두 예쁘지만 그중에서도 난 코스모스가 제일 좋다.
왜냐하면 가을은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고 맑은 하늘과 잘 어울리는 꽃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스의 이름에 뜻이 가끔 궁금할 때가 있었다.
코스모스의 뜻은 그리스어의 코스모스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였다.
어렸을 적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었는데 이제는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좀더 코스모스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코스모스를 참 좋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지금도 코스모스가 좋다.
어렸을 때 처음으로 코스모스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참 난 참 희한하면서도 웃기다.
처음에는 코스모스는 길가에만 피어있는줄 알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참 어리고 순수했던 것 같다.
저번에 코스모스를 보았을 때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그때 세찬 바람을 이겨내며 웅크리고 있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갑자기 꽃이 불쌍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듯이 꽃은 예쁘지만 움직일 수 없고 우리는 움직인다는 점이 있다.
또 가을은 지나갈 것이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올 것이고 2010년의 가을에는 또 새로운 코스모스를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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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 차상
고추잠자리
인제초등학교 3학년 이아랑
지난주에 우리 가족은 서화에 사시는 외할머니 댁을 찾았다.
그 이유는 오미자 농사를 많이 짓고 계시는 외할머니를 돕기 위해서이다.
외할머니 댁에 도착했을 때 이모, 삼촌, 이모부도 오셔서 함께 오미자를 따게 되었다.
그날은 유난히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고, 오미자 색깔처럼 예쁜 고추잠자리들도 함께 밭에서 시간을 보내주었다.
고초잠자리와 오미자가 함께하는 가을 들녘에서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 동안 시원한 가을 바람이 내 마음을 감싸주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흘렀고 이마에 흐르던 땀방울은 시원한 가을 바람이 닦아 주었다.
다섯 가지 맛을 지닌 오미자보다 가을은 더 많은 맛과 향기를 나에게 주는 계절인 것 같다.
신선하고 향기로운 가을 바람이 고추잠자리의 비행을 돕고 고추잠자리는 우리가족이 힘들지 않게 우리 주위를 맴돌며 날개짓하며 땀을 닦아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우리가 힘들어 쉴 때면 잠자리도 나뭇가지를 찾아 잠시 쉬어가고 우리가 일을 시작할 때면 잠자리의 날개짓이 시작된다.
잠자리의 마음은 가을 들녘처럼 넉넉함을 내 마음속에 채우준다.
내가 바구니에 가득한 오미자를 들고 자루에 담기위해 발걸음을 옮기면 잠자리도 내 뒤를 따라 함께 밭고랑을 따라온다.
'고추잠자리야 오늘 나와 함께 놀아줘서 고마워'
'고추잠자리야 오늘 날개짓으로 내 땀을 닦아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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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 차하
송편 빚기 대소동
부평초등학교 2학년 꿈반 이 혜 진
추석 전 날 , 서울 할아버지 댁에 못가게 되어서 잔뜩 화가 나 있었다. 아빠가 부대를 지키는 당번이라고 엄마께서 말씀하셨지만 나는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아침에 나는 송편을 빚기 위해 식탁주위에 앉았다.
그런데 엄마는 언제 준비를 하셨는지 동생 승현이와 먼저 만들고 있었다. 그래서 속으로‘너무 부지런한 엄마와 동생이 부럽기도 하였다.
내가 화가 나 있는 것 같으니까 유치원에 다니는 승현이가 갑자기 밀가루를 자기 얼굴에다 묻혔다. 그렇게 되어서 이상하게 흰가루를 얼굴에 뒤집어쓰고달걀 귀신처럼 되어버렸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한바탕 웃게 되었다. 한 시간이나 빚고 나니까 손가락이 쑤셔서 소파에서 쉬고 있었다.
승현이가
“누나, 이거 망쳤어. 누나가 다시 만들어줘.”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잘난척하면서
“네가 할 줄도 모르면서 혼자 하겠다고 너무 까불어서 그래. 난 너무 많이 만들어서 피곤해서 도와줄 수 없어.”라고 툭 쏘아 붙였다.
그 때 “띵동 띵동”하는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었더니 아빠였다. 아빠는 오시자마자 빙그레 웃으시면서 우리 아들, 딸이 최고라고 하시면서 손을 깨끗하게 씻고 식탁에 앉으셨다. 그것도 승현이랑 터치를 하며 앉으셨다.
승현이는 뭐가 그렇게 신이 났는지
“나는 인디언, 인디언, 똥 사는 인디언, 활 잘 쏘는 인디언”하면서 가사를 막 지어서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었다.
엄마, 아빠랑 모두 가족이 있으니까 신이 나서 까불면서 노래 부르는 것 같아서 약간은 얄미웠다.
이제 송편을 찔 때가 되었다. 엄마 옆에서 천을 붙들어 드리고 깨끗하게 씻어서 물기를 뺀 솔잎도 집어 드렸다. 송편이 찌어질 동안 엄마랑 잠시 앉아 있으니까 아빠가 쥬스를 컵네 담아서 가지고 오셨다. 꼭 아빠는 요리사 같았다. 그리고 행복하였다. 난 서울 할아버지 댁에 이번 추석에 못 가게 되었는데 너무나 쓸쓸했다. 전학을 와서 잘 지내고 있지만 서울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우리를 기다리실 걸 생각하면 눈물이 막 났다. 그런데 군인이신 아빠는 이상하게도 추석 날에 부대를 지키는 당번이 되신 것이다.
아빠가 원망스럽지만 토요일, 일요일에 서울에 다녀오시자고 우리를 달래주셨다. 추석 기분도 낼겸 먼저 송편을 만들어서 먹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빚을 때는 힘들고 팔도 아팠지만 엄마, 아빠가 우리를 칭찬해 주시고 맛있는 쥬스를 마시면서 솔향기가 솔솔 나는 꿀 송편을 먹는 것은 정말 좋았다. 아니, 이게 진짜 행복이라고 말씀하셨다. 송편을 잔뜩 먹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소화제를 다 먹었다.
힘을 내어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갈 거다. 추석 날에도 나라 지키는 훌륭한 우리 아빠다.
안타까워 하면서도 떡을 열심히 만드신 우리 엄마, 뭐가 뭔지 아직 잘 모르지만, 밀가루를 뒤집어 쓰고 춤을 추던 철부지 동생, 열심히 송편을 빚은 딸인 나, 우리가족은 모두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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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 차하
즐거웠던 추석
상남초등학교 5학년 김혜라
우리민족의 명절 추석이 올해는 10월 3일 개천절이었다.
이번 추석에는 우리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서 송편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다운 추석을 보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는 추석연휴가 짧아서 고향에 가지 않고 선물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추석에는 고향집에 가고 싶었을 것이고 고향에 있는 부모님들도 자식을 그리워하셨을 것이기 때문에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번추석이 정말 최고의 추석이었다.
작년에는 친척들이 아무도 오지 않아서 즐겁지 않았지만 이번추석에는 큰고모와 작은고모께서 오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국에 계시는 작은아빠께서 오시지 못하셔서 조금은 속상했다. 이번추석에 우리가족들은 참 화기애애했다. 서로서로 돕고 다정하게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번 추석 때 송편 만드는 것과 마늘 까는 것을 도와드리고 심부름도 했다 그랬더니 어른들께서 칭찬을 해주셨다. 나는 마음속으로 내년에도 도와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가족은 송편 만드는 것과 여러 가지 요리를 하고 난 후에 웃고 떠들며 오리고기를 구워먹었다. 참 맛있었다. 그렇게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자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나와 친척들은 아쉬웠지만 다음에 또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나에게 이번추석은 정말 즐거운 최고의 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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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 차하
조금 더 자란 추석
원통초등학교 3학년 김지인
추석에 할머니, 고모와 함께 송편을 빚었다.
콩, 깨, 밤을 넣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편을 다 만들고 나서는 솥에 솔을 넣고 소편을 쪘다.
고소한 냄새가 부어 가득 맴돌았다.
그 냄새는 나의 코를 자극하였다 .
드디어 송편이 다 쪄졌다.
가족이랑 친척이랑 둘러 앉아 맛있게 송편을 먹었다.
깨가 들은 것을 먹으려 했는데 자꾸 밤만 나왔다.
그래도 정말 맛있었다.
다음날 아침, 차례를 지낼 준비를 하면서 내가 사과도 깎고 밤도 깎았다.
배도 깎으려고 했는데 너무 크고 무거워서 못 깎았다.
그리고 절도 했다.
절을 하는데 너무 오래 엎으려 있어서 가족들이랑 친척들이 웃었다.
조금 창피앴다.
차례를 다 지낸 뒤 아빠가 차례상 위에 있는 촛불을 손으로 끄셨다.
무척 뜨거워 보였는데 아빠의 손은 멀쩡했다.
천만 다행이었다. 아빠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엔 가족이 모두 모여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제 4살인 내 조카 수빈이는 내 무릎에 앉아 생긋 웃으며 '수빈이 사과 먹여 주세요'라고 말했다.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사과를 작게 잘라서 먹여 주었다.
참시 후 수빈이가 나를 보고 '나 업어줘요'라고 해서 업어 주었다.
많이 무겁지 않았다. 2살짜리 애기보단 훨씬 더 가벼웠다.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아무 문제는 없다.
수빈이가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금방 잠이 들었다.
내 베게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새근새근 잠을 자는 모습이 꼭 천사 같았다.
밤 8시쯤에는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우리가족 모두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게 해 달라고....
이번 추석은 정말 뜻 깊다는 생각을 하고 보니 나도 픙성한 가을 추석만큼 조금 더 자랐나보다.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어쨌거나 정말 내 소원대로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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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 장려
가을 운동회
용대초등학교 4-1 권나연
높다란 하늘 파랗고 흰 뭉게구름 가을 햇볕 따가운 “용대초등학교”에서는 만국기들이 팔락거리고 있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운동회 연습으로 힘들었던 아이들이 그동안 배운 무용들을 보여주기 위해 들떠있었습니다.
달리기, 공굴리기, 무용, 박 터트리기, 마지막 계주.
탕 !
화약 냄새가 퍼지면서 요란한 출발 총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은 즐겁게 뛰어나갔습니다. 팔에 찍힌 도장 하나가 자랑스럽기도 하였습니다. 무용은 어린 동생들이 하는 귀여운 춤으로 “으뜸”이었습니다.
드디어 찾아온 점심시간 !김밥에 음료수와 통닭까지 먹거리들이 잔뜩 펼쳐져 있었습니다. 모두모두 즐거운 표정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계주 달리기는 정말 신났었습니다. 모두 “청군 이겨라 ! 백군 이겨라! ” 목청이 터져라 응원하였습니다. 모두들 가을하늘아래 열심입니다. 이어 학부모님들의 경기를 끝으로 가을운동회 일정 전부가 끝났습니다. 학교도 작고 사람들도 적지만 가을운동회 축제의 행복점수는 높았습니다.
코스모스 한들거리고 벼 이삭 고개 숙이고 누런빛이 반짝이는 시골마을 속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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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장려
송 편
서성초등학교 6학년 김 영 찬
추석에 먹는 송편은 참 다양한 것 같다. 제주도 UFO 송편은 송편 안에 완두콩을 넣어서 만든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UFO로 만드는 이유는 달님에게 풍요와 건강을 비는 마음에서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그리고 강원도 지방에 감자송편이 있다고 한다. 특히 감자송편을 빚을 때 손자국 모양을 꾹 내 산간지역 서민들의 소박한 멋을 내기도 한다. 그리고 평안도 해안지방에서는 신기하게 조개처럼 생긴 송편을 만든다고 한다. 이유는 해안지방인 만큼 조개가 많이 잡히게 해달라고 그렇게 만든다고 한다. 전라도 고흥지방에서는 푸른 모시 잎으로 색을 낸 송편을 정갈하게 빚어서 차례상에 올리는데 푸른 모시 잎 송편은 맛이 쌉쌀하여 별미이기도 하고 빛깔이 푸르고 청정하여 돋보인다. 그리고 북한의 송편은 어른의 거의 손바닥 만하다고 한다. 정말 송편을 먹다가 배가 찰 수 있는 크기 같다. 이렇게 추석음식은 종류가 다양하나 모두 그 지방에서 많이 생산되는 재료로 만들었고, 또 많이 생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조상에게 올리며 감사의 차례를 드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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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산문장려
영원한 코스모스 나의 증조 할머니
어론초등학교 6학년 고명희
우리 학교 길 옆에 코스모스를 보니 정정하시고 내가 본 할머니 중 가장 아름다우시고 고우셨던 나의 증조할머니가 생각난다.
할머니는 코스모스 옆에 서 있어도 꽃이 무색 할만큼 아름다우셨다.
그런 증조 할머니가 어느 무렵부터 몸이 안 좋아 지시자 증조할머니의 딸 (고모할머니)와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미국의 큰 병원으로 옮기 셨다.
그 뒤 아무일이 없이 몇 년이 흘렀다
2007년 10월 초저녁 쯤이였다. 잠을 자고 있는데 사진에서만 보았던 증조할머니가 여러 가지 색의 코스모스 꽃밭을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 꿈을 꾼지 한 6일 뒤였다. 미국에서는 증조할머니가 어제 밤 위독하시다가 결국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난 증조할머니의 얼굴을 실물로 본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고 할머니에 대한 추억도 없지만 가슴이 뭔가 비고 아파오는 듯 하였다.
또한 나는 언젠가는 증조할머니와 함께 같은 방에서 이야기 할 수도 있고 할머니가 날 만나서 예뻐해 주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하였다.
이런 생각을 해왔던 나에겐 이 소식이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증조 할머니를 싸늘한 유골으로 만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만의 아픔이 아니였다. 고모할머니에게는 엄마가 없어진 것이였다.
첫날은 모두가 괜찮은 척하며 손님을 접대하였지만 다음날 무덤에 묻히실 때 그때 만은 누구도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고모할머니의 오열을 보자 나도 우리 엄마가 돌아가실 때 저렇게 아프고
슬플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건 상상하면 안돼는데 고모할머니의 눈물을 볼때마다 그 생각이 든다.
나는 나 스스로도 생각한다 꿈을 꾼 다음 미국에 전화해 마지막 목소리라도 들을 껄..이라고 너무나도 큰 후회가 되었다. 이렇게 고모할머니는 미국으로 돌아가시고 조용해 지는 가하였더니 장남인 우리 아빠에게 증조할머니가 꿈에 나타나 자꾸 춥다고 하는 것이였다. 나는 그 전화 내용을 듣고 ‘혹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아빠는 부대에서 휴가를 내고 할머니 댁 4-5시간이나 걸리는 그곳을 다녀오셨다. 아빠와 엄마는 소나무 때문인 것 같다고 하였다.
이는 내꿈과 너무나도 흡사하였다.
내 꿈에도 증조 할머니가 코스모스 꽃밭을 걸어오시다가 소나무에 가려져 할머니가 사라지셨던 것이다. 꽃과 함께 있어도 꽃이 무색할 정도로 정정하시고 아름다우셨던 백발의 우리 증조할머니 ....... 코스모스를 볼 때마다 유골 앞의 사진이 생각난다 . 또 할머니를 원망했던 적도 있다 왜 나에게 이런 아픔을 주실까 하고 말이다..
그로 인해 내가 시험기간인데도 집중도 못하고 울고 그 생각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험 결과는 놀랍게도 평균이96.2였던 것이다.
나는 이때 생각했다.
‘할머니가 나 마음 아프고 힘들게 하시지 않으려고 하늘나라에서 도와주셨나 보다라고’ 생각하였다. 이로 난 mp4까지 얻게 되었다.
코스모스라는 꽃이 존재 할때 까지 나의 증조할머니는 영원히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또 증조할머니는 하늘나라에서 우리 모두를 지켜주실 것이다.
이번에 열흘 동안 아프신 우리 외할머니도 맹장 수술로 병원에 입원하신
친할머니도 모두 증조할머니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고 사랑하기에 나의
증조할머니는 우리 모두를 지켜주실 것이다.
그리고 “증조 할머니 고모할머니가 너무 힘들어해요. 증조할머니가 고모할머니한테 잘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꿈에서 말해주세요. 안그러면 고모 할머니가 많이 힘들어 할꺼에요.”
증조할머니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마세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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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차상
그 꽃(철쭉)
원통고등학교 1학년 조선미
내 고향 우리학교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내 마음은 떨려오지요.
초록이 가득한 교정에
홀로 붉은 얼굴을 하고 있던
그 꽃이 나는 떠오릅니다.
내 고민,
내 우정,
내 웃음,
고 꽃망울 안에 숨기곤
발그레한 얼굴로 깔깔 웃었습니다.
내 비밀 하나 그 웃음에 있어
혹시나 누구에게 말할까
조마조마 발만 동동 구르고
내 고향 우리학교에
분홍빛 꽃망울이 입을 열때면
내 마음은 두근두근 떨려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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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차상
合江
인제중학교 3학년 최다영
내린천과 임북천 하나되는
그곳에 인제人의 삶이 깃들고,
푸른 빛 강물 흐르는
그곳에 인제人의 혼이 녹아든다.
인제人의 삶 그리고
하늘내린 내 고장의 젖줄
나의 정신적 푸른 나침반이여
아! 영원하리라! 그 이름도 굳세어라!
合江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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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 차하
합강
원통고등학교 1학년 최미옥
새파란 봄내음
얼어있던 합강을 깨우는구나.
조용한 합강에
유유히 흐르는 산뜻한 강물이
원통과 인제를 잇는
듬직한 길이 되어주는구나.
산뜻한 산바람
조용한 강물을 깨우는구나.
시원한 합강에
따스히 흐르는 새파란 강물이
어른들 아이들 쉴 수 있는
편안한 쉼터 되어주는구나.
쌀쌀한 가을바람
긴장감 도는 강물이 되어
손닿으면 시릴 듯
유유히 흐르는 가을의 강물이
붉게 물든 나무들과
어울려 멋스런 풍경 이루는구나.
시려운 겨울바람
조용한 합강을 얼리는구나.
차갑게 얼어버린 합강에
조용히 잠들어버린 강물이
빙판이 되어 아이들에게
재밌는 놀이터 되어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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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 차하
오색령
기리중학교 3학년 김연주
기린중학교 3학년 2반
김 연 주
꽃맹아리 움터
높고 험한 산길
힘찬 줄기 뻗어 내린
더위를 무찌를 듯
시원한
물줄기가
굽이굽이 휘돌아나가는
고운 옷 갈아입고
내가 산이 되고
산이 내가되는
나그네 발목 잡는
눈 꽃 활짝 피어
은빛 세상 문 열고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백두대간에 동해를 굽어보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오색령
중.고등부 운문차하
그 고개, 한계령
기린중학교 1학년 조민경
이른 새벽, 하얀 이불을 덮고 아직 비몽사몽 한 듯
따뜻한 솜이불을 벗어놓지 못한 한계령의 산봉우리들
얼른 일어나라는 우리아빠의 엔진소리가
그들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솜이불 같은 안개를 걷힌다.
이 고개고개를 넘어 올라오는 동안
좌로 우로 흔들리는 내 몸을 따라서
꼬불꼬불 길게 뻗어있는
한계령의 산길.
빙글빙글 머리가 어지럽고
부글부글 끓는 내 속에게 한계령은 말한다.
이 고개를 넘어
정상에 도착했을 때에
남겨지는 고통보다
얻어지는 경치의 아름다움.
이것이 우리 한계령의 매력인 듯,
진정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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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차하
한계령
원통고등학교 1학년 장은진
꼬불꼬불 한계령 길 지나가다가
나를 부르는 향긋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아름다운 꽃들 살랑살랑 인사를 한다.
구불구불 한계령 길 지나가다가
나를 부르는 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맑은 강물 졸졸졸 흐르며 인사를 한다.
꼬불꼬불 한계령 길 지나가다가
나를 부르는 찌릇찌릇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예쁜 새들 나에게 딸랑딸랑 인사를 한다.
구불구불 한계령 길 지나가다보면
나는 숲속의 공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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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장려
그 고개, 한계령
기린고등학교 조 민 경
이른 새벽, 하얀 이불을 덮고 아직 비몽사몽 한 듯
따뜻한 솜이불을 벗어놓지 못한 한계령의 산봉우리들
얼른 일어나라는 우리아빠의 엔진소리가
그들 사이사이를 지나가며 솜이불 같은 안개를 걷힌다.
이 고개고개를 넘어 올라오는 동안
좌로 우로 흔들리는 내 몸을 따라서
꼬불꼬불 길게 뻗어있는
한계령의 산길.
빙글빙글 머리가 어지럽고
부글부글 끓는 내 속에게 한계령은 말한다.
이 고개를 넘어
정상에 도착했을 때에
남겨지는 고통보다
얻어지는 경치의 아름다움.
이것이 우리 한계령의 매력인 듯,
진정한 절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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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장려
합강
원통고등학교 2학년 김은혜
합강은
대자연의 태동을 품는
어머니
요동치는 강줄기들이
엉켜 흐른다.
담채화 그 소박한 물빛으로
물들어 있는
또 지금 마악 피어오르는
첫 불꽃처럼 늘 새로운 생명의 웅덩이
합쳐진 강은 한 뜻으로 섞여
촤-아
곧게 뻗어흐른다.
합강은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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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장려
그 곳
인제중학교 3학년 강 혜란
한계령
그 차디찬 곳.....
무슨 한이 있는지
아무런 말 없이
뒤돌아 서있습니다.
무슨 슬픔이 있는지
아무런 말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습니다.
무슨 아픔이 있는지
아무런 말 없이
아픔을 참아냅니다.
무슨 한이 있는지
무슨 슬픔이 있는지
무슨 아픔이 있는지
말 없이 말 없이
그저 혼자서만 삼켜냅니다.
차가워 보이지만
차갑지 않은.....
이제는
그 한과 슬픔, 눈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함께 나누면
언젠가는 그 곳이
마음을 열고 웃으며
우리 앞에 서 있을 것입니다.
차디찬 그 모습은
잊어버린 채
따뜻한 모습으로
우릴 바라봐 줄 것입니다.
따뜻한 그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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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운문장려
한계령
인제중학교 3학년 김상은
그 곳은 청춘을 자아내던 터전
흐르는 시간속에 햇빛 한 줌 내리어
빚어낸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창성함
그늘진 하늘아래 고동치는 속삭임
매서운 바람마저 감동하는 메아리
울리는 외침소리에 외로움을 달래네
나약한 산악속에 피어난 희망 한 줌
반가워 손흔드는 애잔함에 힘입어
못다핀 한서린마음 흘리우며 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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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산문장원
한계령
원통고등학교 1학년 곡정아
한계령, 그곳은 그저 고개 중 하나로만 인식될지도 모른다. 미시령은 자주 다녔어도 한계령은 자주 다닐 일이 별로 없었다. 한계령 근처에 사는 나인데도 말이다. 이런 말이 있다. 자기 고장에 있는 유적지나 관광지는 그 지역 사람들이 더 모르거나 가보지 않는다고. 아마 근처에 있기 때문에 ‘언젠간 가게 되겠지.’라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아니면 지인들에게 들은 것들이 많으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한계령에 있는 대승폭포에 놀러왔다. 더위를 피하러 오기엔 늦은 감이 있고, 단풍구경 오기엔 이른 감이 있지만 가족들끼리 온 거라 여유 있게 다닐 수 있어 좋다. 그렇지만 나는 바닷가도 나쁘지 않았을 텐데 왜 굳이 이 산으로 간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동네가 아무리 시골일지언정 여기만치 길이 구불거리진 않는다. 설악산에 있는 또 다른 고개인 미시령은 시원하게 뚫려 멀미를 하거나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데 한계령은 다르다.
“어머, 도현아, 도진아 창 밖 좀 봐봐.”
우리보다 더 들뜬 어머니의 목소리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시다. 슬쩍 든 단풍이 예쁘다며 호들갑이시지만 나는 멀미에 질려 고개를 돌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믿었던 형마저 창밖을 내다보더니 감탄하기 시작했다. 형이 감탄을 하자 난 믿을 수 없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은 어기적어기적 몸을 움직여 창 밖을 내다보았다. 미시령 터널이 생긴 지금, 한계령은 강릉 혹은 오색약수터에 가는 이들 외엔 인적이 드물어진 곳이다. 그래서 창밖을 내다보며 10월 중순쯤에 다시 한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계령에 옅게 물든 단풍의 모습은 정말이지 끝내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벽하지 않아 어설픈 느낌마저 갖게 하는 주변의 경치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완벽하게 물든 단풍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천천히 그 경관을 즐길 만했다.
“얘들아, 우리 10월 중순 쯤에 다시 오는 건 어떨까?”
내심 기대에 찬 어머니의 목소리인 듯해 보였지만, 나 역시 다시 오고 싶은 맘은 적잖게 있었지만 고교생인 나로서는 앞으로 어딜 놀러갈 일도 줄어들 텐데, 가까운 곳보단 내륙 혹은 시골과는 다른 곳에 가보고 싶다. 이런 산은 이미 사방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소나무 같은 활엽수가 많긴 했지만……
“10월엔 다른 데로 가요. 여기 멀미 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버지는 무드 없는 놈이라며 혀를 차셨고, 어머니께선 실망하셨는지 말없이 창 밖만 바라보신다. 그렇지만 우리 형은 나랑 맘이 통했는지 연방 실실거린다. 대승폭포에 도달했을 땐 안내소에서 설명을 듣고 아버지께서 앞장서신 뒤로 우리들은 그 뒤를 따랐다. 형은 어머니와 딱 붙어 다녔다.
-형이 제일 좋으니까. 어머니께서 넘어진다 해도 거뜬히 들어올릴 것 같아서-
패기 좋은 나는 아버지보다 앞장서서 걸어 나갔고 폭포에 도달했을 때도 남들보다 좀 더 가까이서 폭포를 보고 싶은 맘에 아슬아슬하게 걸터앉아 멍하니 폭포를 바라봤다.
‘예쁘다, 멋지다’
“대승아, 대승아.”
상시 귓가를 울린 그 이름에 잠시 놀랐지만 -아마 내가 좀 위험하게 앉아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내 이름이 아닌 거에 조금 안심했다. 근데도 그 이름을 부르는 아줌마의 목소리는 간절하게 들린 듯 했다. 갑자기 조용해지나 싶더니 대승이란 이름 대신 내 이름으로 바뀌어 들려왔다.
“도진아, 도진아”
분명 우리 어머니 목소리는 아닌데. 게다가 이 목소리는 조금 전 대승이를 찾던 목소리 같은데……
순간적으로 소름이 돋아 그 자리를 얼른 피해 우리 가족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내가 앉아있던 곳을 다시 뒤돌아보자 스믈스믈 기다란 뱀 한 마리가 바로 내가 앉았던 자리 뒤에 있는 풀숲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때 내 이름을 불러줬던 분이 너무 궁금해져서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나를 알만한 내 지인, 우리 가족들의 지인들이 있는지 찾아다니기 바빴다. 그러다
“정신 나갔냐, 권도진?”
“뭐라고?”
“아니, 네 꼴이 그렇잖아. 그나저나 뭐야. 뭘 찾는 건데?”
“됐거든.”
“하여간 동생이란 놈이 형한테 만날 반말이나 찍찍하고…… 암튼 가자. 해가 곧 질 거야.”
“...엥? ...벌써?”
“벌써라니? 어두컴컴해진 거 안 보여? 얘가 뭐에 홀렸나……”
형이 내 눈앞에 대고 손을 좌우로 흔든다. 근데 정말 이상하다 분명, 난 폭포밖에 본 기억이 없는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단 말인가? 폭포에 갈 때와는 다르게 내려올 때는 내가 가장 늦었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니 늦을 수밖에…… 차에 오르고 나서 나는 부모님께 아까 폭포에 갔을 때 있었던 일을 말하자 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면서 내가 한 말이 대승폭포에 얽혀있는 전설과 같은 내용이라며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렇지만 나로선 처음 듣는 이야기여서 어리둥절했다. 한계령에도 전설 같은 것이 있었던가? 한계령하면 한비령이란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것 외엔……
아버지께서 해주시는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옛날에 대승이라는 착한 청년이 살았는데, 그의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다. 대승은 어머니께서 살아 계실 적에 효자였다. 하루는 대승이 물을 긷고 있는데 그가 물을 긷고 있는 곳 위쪽에 지네가 그를 물려고 했었다. 그때 어머니께서 ‘대승아, 대승아’하고 불러서 그는 지네에게 물리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폭포 이름이 대승폭포라고.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대승의 어머니께서 나 역시도 구해주신 걸까? 아니면 우리 어머니께서 장난치신 걸지도 모르지. 그 폭포에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도 역시 이런 일은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 그리고 전설을 알고 나서 슬쩍 고개를 디미는 호기심이란 녀석 때문에라도 이 곳 한계령에 다시 오고 싶어진다. 어쩌면 대승폭포 말고 한계령과 관련된 전설도 있지 않을까?
자기지역에 있는 유적지나 관광지를 잘 모르는 한심한 지역주민 꼴이 된 나는 좀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계령에 가기 전에 비하자면 조금은 대견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새로 알게 된 전설 때문이지 않을까. 나는 약간의 애교가 섞인 목소리로 운전석과 보조석 중간으로 몸을 디밀면서 말했다.
“아까 낮에 한 말 취소! 우리 10월 중순에 다시 와요, 한계령.”
내 말에 희비교차가 생기는 듯 어머니, 아버지께선 조금 놀란 눈치셨다. 하지만 이내 좋아하셨고 우리 형은 조금 인상을 구겼다.
“좋네, 한계령 다시 오는 거.”
하며 웃음 짓는다. 하긴 형은 대학생이니까. 나에 비해선 놀러가거나 여행갈 기회가 많을 테니 나보다 아쉬운 건 없을 것 같다. 하여튼 나는 10월 중순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화려한 색으로 물들어져 있을, 그때쯤이면 관광객이 많을지도 모르는, 내게 기괴하면서도 재미있는 일을 선물해준 이곳 한계령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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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산문차상
내가 바라는 사람
기린고등학교 조아라
누군가 파란 물감을 곱게 펴 발라 놓은 듯 정갈한 가을 하늘 아래, 구름이라도 한 점 있으면 좋으련만 하늘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기만 하다. 합강교를 지나치며 그런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하루에 세 번 이상 하늘을 보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언제, 그리고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 말이 나를 아프게 하는 건 사실이다. 처음 들을 때는 전혀 어려워 보이지 않았지만 가장 행하기 어려웠던, 그 말. ‘살다보니 깨달아 지더라.’라는 말을 내가 쓸 날이 오게 되다니. 괜스레 어른스러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잠깐 하늘을 보는 여유를 잃어버린 것일까.
내가 17년 동안 살아온 이곳 강원도 인제. 천혜의 자연을 가득 품은 이 곳 인제에는 합강이 흐른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곳에 오래 살아왔어도 강 이름이 왜 ‘합강’인 지 그 이유를 알 지 못했다. 얼마 전 군청에서 근무하시는 고모부께 설명을 듣고 왜 이곳의 이름이 합강이 되었는지 알았다. 이 곳은 기린방면에서 흐르는 내린천과 서화방면에서 흐르는 인북천, 그리고 용대 방면에서 흐르는 북천이 만나는 강이라 하여 ‘합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내린천의 물이 합강 쯤 와서 원통방면으로 100m가량 흘렀다가 다시 역류하는 현상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감사히 느껴졌다. 무엇보다 여러 강줄기가 하나가 되어 흐른다는 것이 나에게 불현듯 그 친구가 떠오르게 했다.
그 때가 언제였더라? 초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한 번 크게 다툰 일이 있었다. 그 땐 둘 다 예민했던 상태였고, 괜히 내가 친구 기분을 건드린 게 원인이 되어 우리는 서로에게 해서는 안 될 말을 해 버렸다. 그 날의 말다툼 이 후 우리 사이는 서먹해졌고, 마주치면서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싸운 이 후, 나에겐, 아마도 그 친구에게도 미움이라는 감정은 남아있지 않았지만 괜한 자존심 세우느라 서로가 먼저 미안하다 말을 꺼내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이전과 같이 회복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지내면서 우리는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시 조금 친해졌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그 친구는 전학을 가 버렸다.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친구였는데, 조금 더 배려해 주지 못한 내 자신에게 많은 실망을 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친구는 내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었던 친구였다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지내지 못하고 좋은 기억조차 남겨주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해서 마음이 다시 쓰라린다.
생각해보면 우리 삶은 얼마나 작고 연약한가. 저 끝없는 자연을 보면 우리에게 심각한 일들이 얼마나 작고 소소하게 느껴지는지…….
내 눈 앞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저 합강의 물결은 모든 것을 품어 하나가 된다. 그렇게 나도 다른 사람을 품어줄 수 있는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 말 없이 조용하고 포근하게, 누구에게나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제도 흘렀고 오늘도 흐르며 내일도 흐를 변함없는 저 강처럼, 나도 변함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를 꿈꾸게 한 합강의 잔잔한 물결은, 내 마음속에서 오늘도 흐른다.
마지막으로 합강을 보고 느낀 점을 시로 표현해보고 싶다.
파아란 옷 곱게 차려입은
정갈한 가을 하늘 아래,
하늘이 또 하나 있다.
각자 다른 곳에서 태어나 자란
세 친구가 만나 하나의
물줄기를 이루는 곳.
그 곳엔 미움도 다툼도
시기도 질투도,
그 어떤 악함도 없다.
단지 평화만이 흘러갈 뿐.
어제가 그랬듯
오늘도 변함없는 그 곳에서
나는 너희의 하나됨
닮기 원하고
오늘이 그랬듯
내일도 변함없을 그 곳에서
나는 너희의 넓은 품
닮기 원한다.
모든 것
하나 되어
경이로운 그 곳,
유유한 가르침을
선사하는 그 곳,
그 곳은 합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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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산문차상
해결책은 합강이어라
기린중학교 1학년 조 한 슬
우리 아빠는 가끔씩 조용필 노래를 부르시곤 하신다. 그래서인지 휴대폰의 컬러링도 조용필의 ‘단발머리’ 이다. 그런 아빠를 보면 언니와 나는 “어우~ 세대차이나!” 하며 새로 나온 최신가요를 부르곤 한다. 그러면 아빠는 우리를 보며 “그게 노래냐 뭐냐.” 하며 최신 노래에 대한 못마땅하신 생각을 나타내곤 하신다. 또, 저녁 식사 시간에 엄마는 항상 “옛날에는 이랬지......., 우리 때는 이랬는데...” 하시며 부모님께서 어릴 적 지내왔던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한다. 예를 들면, 화장실이 집 밖에 있어서 밤에 덜덜 떨면서 화장실을 갔갈 때, 달걀귀신, 몽달귀신, 처녀 귀신 등이 나올까봐 형제들이 모두 모여 화장실에 다녀온다거나, 버스가 별로 없어 등교 시간에 버스를 놓치면 먼 길을 한참동안이나 걸어서 학교에 갔다거나. 손이 꽁꽁 얼어서 동상이 걸릴 뻔 한 이야기, 소풍 때 사이다 한 병이면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잴 수 있었는지..... 늘 그런 얘기 뿐이셨다.
나는 이런 상황이 벌어질 때 마다 ‘세대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대 차이를 줄인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였다. 엄마, 아빠가 우리를 이해하시고 젊은 세대를 이해해 주시기엔 너무나도 많은 시간이 지났고, 또 우리들이 어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였다.
지금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 그 속에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오래된 것들이 없어지기를 반복한다. 이런 바쁜 세상 속에서 엄마, 아빠와 발 맞춰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한다.
그 후 , 얼마나 흘렀을까. 이러한 사태를 하나님이 아셨는지 해결의 실마리를 주셨다. 국어시간이었다. 한 참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께서 ‘온고지신’ 이라는 한자성어를 설명해 주셨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 뜻은 이해하였지만 그 때의 나는 이 것이 세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지는 몰랐었다.
그 후에도 한 참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를 뵈러 갈 때였다. 우리 할머니는 몸이 편찮으셔서 요양원에 계신다. 그런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 신남에 가곤 한다. 그럴 때 면 항상 ‘합강’을 지나곤 하는데, 늘 ‘합강, 합강’ 불렀지, 합강의 정확한 뜻은 모르고 있었다.
운전을 하시는 아빠께 여쭈어 보았다. “아빠, 합강이 무슨 뜻이예요?”
아빠께서는 “강이 합쳐져서 합강이지. ” 아빠의 짧고 굵은 대답을 듣는 순간 나는 그간 해결 되지 않고 미뤄오던 우리가족의 세대 차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온고지신’ 이라는 힌트와 함께.
나는 그날 저녁에 우리 가족에게 말했다. “우리 가족의 세대차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았어요.” 우리 가족은 모두 궁금한 눈치였다. “우리가 옛날 것에 관심을 가지고, 엄마, 아빠께서는 우리의 것을 존중해 주세요!”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도 쉬운 해결책 이였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정확한 해결책 이였다. 가족들은 모두 내 의견을 받아들여 주었다.
그날 저녁 이후 우리 가족들은 조금씩 달라졌다. 아빠가 부르시던 조용필 노래도 관심을 갖고 보니 노랫말도 좋고 박자도 쉬워서 가끔 흥얼거리기도 하고, 엄마, 아빠께서도 우리가 자주 부르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하시고 젊은 세대만 쓴다고 생각했던 말도 따라 쓰시면서 씩- 웃으시곤 하셨다.
마음이 합쳐지면 모든 것이 이리도 쉽게 해결될 것을 지금까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지말아라, 안 좋은 것이다. 하고 힘들게 지냈을까......
그리고 지금, 우리 가족은 어느 새 합강을 닮아가고 있었다.
내린천과 인북천이 합쳐서 함께 흐르는 합강이 되듯이, 우리 가족도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어 함께 흐르는 합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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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산문차하
만남의 도로
원통고등학교 2학년 양은지
해가 하늘 꼭대기에서 나에게만 햇빛을 내리 비추는 듯. 그렇게 더운 날 차를 타고 한계령을 달린다. 뭉글뭉글 손가락 사이에도 땀이 맺히게 더운 날이다. 하지만 우리는 꼬불꼬불 휘어진 도로를 달린다. 창문을 활짝 열어 살짝 후끈하지만, 상쾌한 바람을 들인다. 내 등에 흐르던 방울과 엄마 이마 위를 구르던 방울을 상쾌한 바람이 데려 간다. 날이 더워 심술 부렸던 것도 가기 싫다며 투정 부렸던 것도 바람으로 잊고 바람으로 즐긴다. 바람 속에서 초록빛 향이 나는 것만 같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이리저리 바퀴를 굴린다. 머릿속 뇌도 같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듯 머리가 어지럽다. 그러다 보면 떠나 있던 짜증이 다시 날 찾아온다. 어지럽다 짜증내고 꼭 가야만 하는 거냐며 짜증을 낸다. 그러던 중에 푸르른 상이 눈가에 맺힌다. 그 푸르른 색을 따라 고개를 돌리면 다시 짜증은 나를 떠난다.
갈색으로 칙칙했던 풍경은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생기 넘치는 초록 잎들이 생글거리며 날 보고 웃는 거 같다. 자동차 안에서 도로 옆의 푸른색 자연에 신기해하며, 나무와 꽃, 바위들을 감상한다. 나무가 높이 솟아 하늘의 해를 가리고 서 있다. 푸른 잎사귀들 사이로 반짝반짝 보이는 햇빛은 그 어떤 것들보다 눈부셔 값비싼 보석이 부럽지 않다. 저 먼 곳에서부터 바로 옆까지 낯익은 꽃들이 피어있다. 그 꽃들은 어느 유명 화가의 색 배열보다 아름답다. 지켜보기만 하고 간직할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보이는 바위들 또한 일부러 세심하게 다듬어 놓은 듯 웅장하고 예사스럽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다시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있는 것처럼 넋을 놓고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그러다보면 푸른 하늘이 내 머리 위에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높아 멀게 느껴졌던 하늘이 이번엔 가깝게 느껴진다. 늘 이런 푸른색이었는지 모르고 이렇게 가까워진 후에야 하늘이 이렇게 깊은 색이었구나 하고 생각한다. 끝이 없는 것 같은 푸른 하늘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그림을 그리고 구름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림 맞추기를 한다.
다시 하늘과 멀어진다. 꼬불꼬불한 도로가 다시 시작되어 난 또 머리가 아파올 때쯤이면 올라오며 만난 자연과는 또 다른 초록이 나를 맞아준다. 그 초록과 함께 만남을 향해 내려간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만나게 되는 반가운 사람들 생각으로 인한 기쁨과 기대감으로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고 머리가 후끈후끈해진다. 그러면 왠지 소금기가 있을 것만 같은 시원한 바람이 조금 들떠있는 마음을 진정시켜 준다. 그러다보면 산 아래에 도착하여 사람들과 기쁨을 만끽한다.
길면 1시간 30분 짧으면 1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보고픈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힘들지도 모르는 길을 달려온다. 꼬불거리는 도로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차로 인해 체력은 바닥나 버린다. 하지만 마음만은 무언가로 가득 채워진 듯 든든하다. 힘들지만 다시 달릴 수밖에 없다. 힘은 들지만 뿌듯한 마음은 늘 맛볼 수 없는 것이기에 기분 좋은 하루였다. 우린 힘들어도 다음에 또다시 달릴 수밖에 없는 한계령의 매력을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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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산문장려
개 꽃
인제중학교 3학년 김 현 정
어른이나 아이나 누구에게든 소풍은 즐거운 일 중의 하나이다. 특히 나는 유달리 소풍을 좋아해서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와 단 둘이서도 소풍을 즐기며 자주 가고는 했다. 소풍 장소는 가리지 않는 편이었지만 대개의 소풍이 그러하듯 잔디밭이 있는 공원이나 시원한 물이 흐르는 강, 어렸던 내가 오를 수 있을만한 평탄한 산 등이 소풍 장소의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장소는 집에서 멀지않은 작은 공원이었다. 봄의 햇살이 따사롭게 비취던 그 날 역시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던 그 공원으로 어머니와 단둘이 소풍을 나갔던 날이었다.
그 날 아침, 어머니께서 김밥을 준비하는 사이 나는 가방에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넣기도 하고 자그마한 돗자리를 챙기는 둥 평소와 다름없이 소풍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윽고 드디어 도시락을 다 싸신 어머니가 카메라를 가방에 챙겨 넣는 것으로 준비가 끝나자 우리는 각자의 가방을 메고 신나게 공원으로 향할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공원에 도착해 돗자리를 깔고 소풍 분위기를 내며 사진을 찍고 공원 여기저기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나는 이런 작은 소풍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어머니께서 싸주신 김밥도 좋았고 공원 여기저기에 활짝 핀 꽃도 너무 좋았다. 그 공원에 갈 때마다 종종 어머니께 꽃의 이름을 묻고는 했는데 신기하게 어머니는 꽃 이름에 대해선 거의 박사이셨다. 고향이 경상도이셔서 늘 꽃 이름을 말씀하시고는 "경상도에선 이렇게 불러......." 하고 덧붙이셨다. 그 덕에 난 공원에 핀 꽃이라면 어떤 꽃이건 이름을 맞출 수 있었다. 그랬기에 소풍을 오면 꼭 한두 장 씩 그림을 그리곤 했는데 그 날도 '오늘은 또 어떤 그림을 그려볼까'하고 돗자리에 앉아 살피고 있던 어린 나의 눈에 들어 왔던 건 다름 아닌 진한 분홍색의 예쁜 꽃나무였다.
자세히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 꽃나무에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꽃은 멀리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또한 진분홍의 꽃뿐만 아니라 그 주위로 꽃들이 하양, 연분홍 등 각기 다른 색을 가지고 자신의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문득 꽃이 너무 예뻐서 '꽃 이름이 뭐였지?'하고 한참을 생각했다. 그러나 도저히 기억이 나질 않는 것이었다. 분명 어머니께서 한 번 가르쳐 주신 적이 있던 꽃 같은데 어느새 머릿속은 하얗게 백지 상태가 되어 있었다. 결국 꽃 이름 맞추기를 포기한 나는 조금 화가 난 감정으로 그 꽃들을 보다가 돗자리에서 통화를 하고 계셨던 어머니께 물어 보기로 마음먹었다. 어리석게도, 어렸던 나는 통화를 하고 계신 어머니를 이리로 모셔오는 것보다 한 송이 꺾어들고 가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어쩌면 이름을 알지 못하는 꽃에 대한 묘한 경계심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 공원에 있는 꽃 이름을 모른다는 것은 꽃 이름을 모두 알고 있다고 믿었던 나의 어린 자부심에 금을 긋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나는 꽃을 꺾기위해 그 꽃나무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한 송이 꺾기위해 손을 뻗은 순간, "으아악!"....... 벌에 쏘이고 말았다. 꽃이 내는 화려한 색 때문에 벌이라는 복병을 잊고만 것이다. 혼비백산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다가 겨우 돗자리로 돌아가자 어머니는 통화를 급하게 끝내시더니 나를 붙잡고 다그치셨다.
"얼굴이 이게 뭐니? 뭐에 물렸어? 벌에 쏘였구나! 스케치북이랑은? 어디서 그랬는데?"
그렇게 물으며 빨리 병원에 가야겠다는 어머니의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쏘인 자리가 얼마나 아프던지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너무 아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얼굴에는 커다란 혹이 생기고 욱신욱신 쏘아대는 그 아픔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울먹이며 “쟤가 그랬어, 쟤가 그랬어.” 하며 꽃을 가리키자 어머니는 소풍이고 뭐고 나를 데리고 황급히 병원으로 향하셨다. 가시면서 내 이마를 쓰다듬어 넘기시며, “이런 식은땀이 다 나왔네.” 하시며. 그리고 그 때까지 내 손에 꼬옥 쥐여 있던 꽃가지를 발견하시고는 철쭉이구나 아이고 이런 벌집을 건드렸네 하셨다.
알고보니 봄에 피는 꽃 철쭉은 유달리 벌이 많이 모여 든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철쭉은 여러 가지 꽃 색을 가지고 있는데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어지럽도록 아름답다. 조경을 한 울타리 어디에서나 철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강렬한 색을 가진 철쭉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닐까.
봄이 돌아오면 산등성이를 울긋불긋하게 수놓는 꽃이 있다. 그 꽃은 철쭉이 아닌 진달래라는 꽃인데 나는 아직까지도 진달래와 철쭉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어머니 말씀에 진달래의 꽃잎은 홑겹이고 철쭉은 여러 겹의 꽃잎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어머니가 어렸을 적에는 진달래를 참꽃, 철쭉을 개꽃이라 부르곤 했다고 덧붙이셨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어서 따먹기도 하고 술을 담그시기도 했다는데 철쭉은 비슷하게 생겼으나 먹을 수 없어서 그런 별명을 얻게되었다는 것이다.
아침 등교하는 길에 하늘을 바라보면 부쩍 높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침저녁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반면에 대낮의 햇살은 따갑게 피부에 내려앉는다.
가을이다, 벌써 가을, 벌써 10월. 가을이 되면 왜 마음까지도 차가와 지는 듯 한지 모르겠다. 문득 그날의 봄날처럼 따스한 동심이 있던 내가 그리워진다.
딸을 위해 바쁜 생활 줄에서도 자주 소풍을 나가 주셨던 우리 어머니, 그 일이 있은 뒤 어머니는 봄소풍을 가지 않으셨다. 대신 가을 하늘 아래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곳을 찾아 한 손에는 스케치북을, 또 다른 손에는 내 손을 잡고 나가 주셨다. 이제는 그 때의 아픔이 희미해져서 철쭉을 보면 ‘와!’하고 그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르지만 어머니는 개꽃이라며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신다. 그 일로 인해 철쭉은 우리집에서는 영원한 개꽃이 되고 말았다. 교회 옆 주차장 울타리의 조경돌 사이에 잎이 다 말라 어두운 갈색이 되어버린 철쭉을 보고 있으면 이 웃지 못 할 일화가 차가워진 가을 날 내 마음의 손난로가 되어 어린 시절 그 따뜻했던 봄날을 기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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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부 산문장려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독
기린고등학교 김지겸
철쭉 하면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을 것이다. 학교를 갔다 와 여느 때처럼 TV를 시청하고 있던 내게 아버지는 ‘지겸아, 아빠랑 산에 가지 않을래?’라고 물어 오셨다. 당장에는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지만 조금 생각해 보니 봄꽃이 만발했을 5월의 산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박학다식하신 아버지 때문에 가면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채비를 하고 아버지의 뒤를 졸졸 따라 나섰다. 거의 산 가까이에 다 도착했을 때쯤 아버지의 걸음을 어린 내가 따라가기엔 무리였던 것인지, 아니면 어린 것이 꾀가 나서였을까 그때 나는 단박에 아버지의 앞으로 달려 나가 너무 힘이 들어 더 이상 걷지 못 하겠다고 칭얼댔다. 그런 나의 모습이 마냥 귀여웠던지, 아버지께서는 ‘그럼 아빠가 업어줄까?’라며 웃어 주셨다. 나를 업기 위해 살짝 앉으며 자세를 잡는 아버지의 모습이 좋아서 바로 등에 업혔었다.
아, 지금 와서 생각 하는 거지만 난 또래의 다른 아이들 보다 체격이 좋은 편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내색을 안 하셔서 모르겠지만 꽤 힘이 드셨을 텐데……. 죄송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다.
하여튼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길의 경사가 꽤 완만해서 올라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이다. 5분쯤 올라갔을까, 제일 먼저 내 시야에 꽉 들어찬 쭉 뻗은 나무들과 여기저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피어있는 봄꽃이 보였다.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시는 아버지께 내려달라고 말을 했다. 나는 아버지가 내려 주시자마자 앞에 보이는 꽃에게 달려갔다. ‘민들레다!’ 손을 뻗어 꺾으려고 하자 아버지는 한 걸음에 다가오셔서 나를 제지하셨다. 놀란 나는 입만 벙긋벙긋 할 뿐이었다. 그때 나에게 ‘살아있는 것은 사랑해 줘야지.’라고 말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 가지 질문을 했었다. ‘아빠! 근데 이상하게 여기만 햇빛이 있어.’ 하며 손가락으로 민들레를 가리켰다. 그러자 ‘원래 민들레는 햇빛이 있어야 살 수 있어.’라고 하셨다. 어린 나이에 그 말을 듣고 나니까 민들레는 참 깨끗하고, 착한 꽃이구나 생각했다. 아마도 햇빛에 대해 굉장히 순결하고 아름다운 것 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한참을 개나리 구경에 몰두하던 중 저 멀리 피어있는 붉은 꽃이 보여 아버지의 손을 잡고 달려갔다. ‘아빠, 이건 진달래야?’라고 물으니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면서‘아니, 이건 철쭉 이라고 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진달래와 비슷하게 생긴 철쭉을 보니 얼마 전 학교에서 진달래를 직접 따다가 화전을 부쳐 먹은 게 생각이 났다. ‘그럼 이걸로 화전 해 먹자!’라고 했다. 아버지는 진달래가 아니라서 먹지 못한다며 웃으셨다. 진달래는 먹을 수 있었는데 철쭉은 왜 먹지 못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답변은 ‘철쭉에는 독이 들어있어.’였다. 독이라는 말에 철쭉을 만지던 손길을 급하게 거두었다.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가졌다. ‘겉모습이 다가 아니구나.’ 겉모습이 화려하거나 아름답다고 해서 그 속까지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 것 같다. 요즘은 외모지상주의다 뭐다해서 외모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외모보단 마음을 중시하며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마음을 봐야 하는 것 이라고 말해 주셨는데 오늘날은 왜 이렇게 된 걸까? 내 생각에는 ‘햇빛’같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들레가 햇빛의 도움을 받으면 활짝 피어 아름다운 모습을 뽐낼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외모가 뛰어나지 않아도 마음속 잠재능력을 끄집어 펼치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은 외모보단 속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 세상에는 ‘철쭉’같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 나는 ‘철쭉’같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그러려면 마음을 가꿔 겉보다 속이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게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옛일을 추억해 보니 다시 한 번 아버지와 꽃이 만발한 봄의 산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년 봄에 시간을 내서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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