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훈 조합원은 조마루 감자탕 영업사원으로 밥벌이를 하고, 밴드 드러머이자 부천FC 팬클럽 회원으로 인생을 즐긴다. 주중에는 일과 취미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꼭 하루 종일 지낸다.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일터 근처인 조마루길로 갔다. 아마도 점심으로 감자탕을 먹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는 만나자마자 ‘아시아에서 제일 맛있는 잡채밥 집’으로 나를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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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에서는 언제부터 살게 되었나?
전라도 광주에 살다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지금 괴안동으로 이사오면서 부안초등학교로 전학을 왔다.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부천에서 나와 여기가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이사 온 게 87년이니,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을 비롯한 그 위성도시인 부천도 신도시 개발을 한창 진행 중일 때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도시 외형 자체가 많이 변했다. 당시만 해도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밭이며 과수원이며 시골 같은 분위기의 동네가 꽤나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뭐 지금의 중동이나 상동은 말할 것도 없다. 원미구에 비해 오정구와 소사구의 불균형적 발전은 아쉽다.
두 아이의 아빠면서, 밴드와 축구 팬클럽 활동도 열심이다. 열정이 대단하다.
인생에 부침이 있었다. 서른 살 까지 해군에서 하사관으로 일했다. 제대하고는 보험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간관계가 좋았던지(?) 일이 잘 풀렸다. 하지만 투자 상품을 시작하고 무리를 하면서 빚을 지게 되었다. 보험 일을 그만두고 백수로 지냈는데, 아내가 벼룩시장에 난 구인광고를 보여주었다. 조마루 감자탕 영업사원 모집이었다. 이제 일한 지 6년 째인데, 최근에야 빚을 다 갚았다. 새벽에 신문을 돌렸고, 저녁엔 대리운전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살다가는 폭발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찾아간 곳이 부천 북부역에 위치한 드럼 동호회였다. 드럼을 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축구 팬클럽 또한 응어리진 마음을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
부천FC 팬클럽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축구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 주로 해외 빅리그 경기를 보다가 시야가 넓어졌다. 100년 넘은 클럽들의 역사와 전통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스토리에 감동을 받았다. 다른 그 어떤 스포츠보다 단순하면서도 깊은 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뿐만 아니라 어떤 종목이든 국가대표에 집착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즐기지 못한다. 그런데 국가대표가 국제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국내 리그 혹은 국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대회에 관심을 많이 갖고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면 더 좋은 선수들이 발굴되고 선수들의 의욕도 높아진다. 특히 단체 구기 종목은 연고지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대부분 대기업이 소유하거나 스폰을 하는데, 부천FC는 과거 그런 대기업이 등을 돌려 팬이 만들어 낸 구단이다. 몇 차례 내홍을 겪었지만 계속 승승장구 하리라 믿는다.
부천에 맛집을 잘 아는 거 같은데, 궁금하다
중식을 좋아하는데, 일단 원미구청 옆에 있는 복성원을 꼽는다.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아시아 최고의 볶음밥과 잡채밥이 강점이다. 단점은 오래된 세월만큼 오래된 실내 정도이다. 그 다음 중국집은 조마루길에 있는 태원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짬뽕집이 많고 프랜차이즈도 많이 생겼지만 옛날짬뽕 만큼은 단연 최고다. 단점이라면 테이블이 적어 대기시간이 길고 모르는 사람과 함께 먹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식은 원미구청 옆에 있는 뚝배기집이다. 정갈한 반찬이 좋고 무엇보다 밥이 맛있다. 그리고 중동 신흥고가 끝자락에 있는 전주콩나물해장국도 괜찮다. 송내법원 옆길에 청정칼국수는 들깨수제비와 바지락 칼국수가 부천에서 최고 수준이다. 상동 고려호텔 뒤편 숯불닭갈비도 별미다.
콩나물신문협동조합에 왜 오게 되었나?
아직까지는 거창하게 사상적 가치를 실현한다던지, 어떤 대의를 품고 있지 않다. 경제적 활동에 거의 모든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사회 분위기가 싫었고, 그에 지쳐 있던 나에게 세상엔 그 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는 것을 알려준 곳이다. 뭔가 함께 하고 싶었을 뿐이다.
끝으로, 부천이란 도시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면 좋을까?
부천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부천에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부천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쭉 부천에서 살게 될 것이고, 자녀들도 그러길 바란다. 부천이라는 도시가 점점 더 살기 좋아지길 바라는 건 부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것이다. 다만 부천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부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나라정치, 나라경제, 나라의 행사만 바라보며 침 튀기지 말고 내가 사는 부천의 정치, 내가 내는 지방세, 내가 사는 동네의 지역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 조금씩, 조금씩 더 좋은 도시가 될 것 같다.
글 _ 최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