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빛은 원자나 분자에서 발생한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이루어진다. 전자가 도는 궤도는 원자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있는데 같은 종류의 원자에서는 전자수와 전자가 도는 궤도가 일정하다. 가장바깥궤도를 도는 전자(최외각전자)에 외부로부터 빛에너지를 주거나, 다른 전자나 원자를 충돌시켜 에너지를 주면 에너지를 받은 전자는 보다 바깥쪽 궤도로 이동한다. 이렇게 전자가 어떤 에너지를 받아서 보다 바깥쪽 궤도를 돌게 되는 상태를 ‘원자가 들뜬상태[勵起狀態]’ 또는 ‘원자는 들뜬준위에 있다’고 한다. 들뜬상태에 있는 원자는 불안정하므로 한 번 받아들인 에너지를 빛에너지로 외부에 방출하고 다시 원래의 궤도로 돌아가서 안정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원자가 안정한 상태에 있는 것을 ‘원자가 바닥상태[基底狀態]에 있다’고 한다.
즉, 빛은 원자나 분자가 들뜬상태로부터 바닥상태로 되돌아갈 때나 에너지가 보다 큰 들뜬상태로부터 작은 들뜬상태로 될 때에 방출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무수하게 있다. 그 때문에 발생하는 빛은 낱낱의 원자가 제각기 에너지를 받아들여 빛을 방출하므로 위상이나 파장이 서로 다른 빛의 모임으로 외부로 방출된다. 이것을 빛의 자연방출이라고 한다. 전구나 형광등, 네온사인 등이 발하는 빛은 모두 이 자연방출이다. 원자 중에는 빛에너지 등을 받아들여 들뜬준위로 될 때 이 준위에 머무는 시간이 긴 것이 있다. 크롬이온이 들어 있는 인공(人工)루비도 이런 성질을 가진 물질이며, 이 성질은 레이저광선을 만드는 데 중요한 성질이다. 이러한 물질에 빛에너지를 조사(照射)하여 들뜨게 하면 바닥준위(또는 하위의 들뜬준위)에 있는 원자수보다도 상위의 들뜬준위에 있는 원자수가 더 많아진다. 이 상태를 반전분포(反轉分布)라고 한다.
물질(예를 들면, 인공루비 등)이 들떠서 반전분포 상태에 있을 때, 1개의 원자가 어떤 계기로 빛을 내면서 상위의 들뜬준위로부터 하위의 들뜬준위로 옮겨지면 다른 들뜬 원자도 자극되어 위상이 고른 같은 파장을 가진 빛을 차례차례 발생한다. 들뜬물질의 양쪽에 깨끗이 닦은 거울 2개를 평행하게 놓으면 빛은 2개의 거울 사이를 반사하면서 몇 번씩 왕복한다. 그 동안 차례로 유도방출(誘導放出)이 생겨 빛은 자꾸만 증폭(增幅)된다. 2개의 평행한 거울은 유도방출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거울 사이에 빛의 정상파(定常波)를 만들고, 이 조건에 맞는 빛만을 증폭한다. 그 때문에 발생하는 빛의 파장은 선택되어서 하나로 된다. 이 때 2개의 거울 중 1개의 거울을 대부분의 빛은 반사하지만 일부(몇 %)만을 투과하도록 만들어 두면 거울 사이에서 증폭된 빛의 일부를 외부로 꺼낼 수 있다. 레이저광선은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빛이다.
레이저에는 들뜨게 하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고체레이저 ·기체레이저 ·액체레이저 ·반도체레이저 등이 있다.
① 고체레이저:크롬이온을 혼입시킨 인공루비나 유리 ·YAG(이트륨-알루미늄 가닛) 등의 결정을 레이저광선 발생재료로 한 것이다. 특히 루비레이저는 최초로 탄생한 대표적 레이저이다. 루비레이저에서는 들뜨게 하는 광원으로서 크세논램프를 사용하며 들뜨는 효율을 좋게 하기 위하여 루비막대와 크세논램프 주위에 반사경(反射鏡)을 설치한다. 또한 루비막대 양쪽에는 2개의 거울이 평행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크세논램프는 카메라의 스트로보스코프와 같이 순간적인 방전을 하는 발광을 내며, 레이저의 발진출력은 크세논램프를 발광시킨 순간에만 얻는다. 레이저 출력광의 에너지는 수 J(줄)인데 출력이 나오는 시간이 매우 짧으므로 단위시간당 에너지의 최대값(첨두출력)은 수백 MW에 이르는 것도 있다. 발진출력광의 파장은 0.69 μm로 분홍색이다.
② 기체레이저:헬륨과 네온의 혼합기체나 아르곤, 크립톤, 이산화탄소, 헬륨과 질소와의 혼합기체 등이 사용된다. 이 기체들을 가는 유리관에 봉입하여 네온관과 같이 고전압을 가하여 방전시키고 그 때의 전자와 원자의 충돌에 의하여 들뜨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헬륨-네온레이저는 헬륨과 네온을 1 mmHg 정도의 압력으로 봉입한 반지름 수 mm 정도의 가늘고 긴 유리관, 전극, 방전하기 위한 전원, 평행한 거울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레이저는 루비레이저와 같이 펄스적(的)인 발진이 아니고 연속적으로 출력을 꺼낼 수 있는 연속발진이며 출력은 큰 것이 수십 mW, 발진출력광은 파장이 0.63 μm인 적색광이다. 다른 기체레이저도 구성은 헬륨-네온레이저와 같지만 이산화탄소 레이저와 같이 출력이 10 kW인 것도 있으며 파장도 적외선부터 자외선 영역까지이며 기체레이저의 종류는 많다.
③ 반도체레이저:갈륨과 비소 등의 고체 재료를 사용하는데 레이저의 발생메커니즘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고체레이저와 구별한다. 반도체레이저는 갈륨과 비소의 p형 반도체와 n형 반도체를 접합한 반도체 p-n접합다이오드에 전류를 흘려서 들뜨게 하여 레이저를 발진시키는 것이다. 갈륨과 비소의 p-n접합다이오드에 p형으로부터 n형 방향으로, 즉 순방향(順方向)으로 전류를 흐르게 하면 p형 쪽에는 양의 전하를 가진 구멍[陽孔]이 증가하고 n형 쪽에는 음전하를 가진 전자가 증가한다.
이 때가 반도체레이저가 들뜬상태이다. 이 상태로부터 전자가 구멍과 재결합할 때 빛에너지를 외부에 방출한다. p-n접합다이오드에 흐르는 전류를 크게 하면 구멍과 전자가 계속 증가하여 반전분포가 형성된다. 그 때문에 왕성하게 유도방출이 일어나 p형과 n형의 접합면으로부터 레이저광선이 발생한다. 반도체레이저의 특징은 대단히 소형으로 발광부의 크기가 수 mm 정도이며, 램프 등이 필요한, 간접적으로 들뜨게 하는 방식이 아니고, 직접 전류를 흘려서 들뜨게 하므로 발진 효율이 좋다.
레이저는 발명된 때부터 많은 분야에서의 응용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실용적인 면에서의 응용을 생각하면 반드시 곧 실용과 결부되는 것만이 아니다. 레이저의 발전은 레이저 그 자체의 개량이나 새로운 개발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분야의 기술 진보를 기다려야 할 부분이 많다.
① 홀로그래피:홀로그래피의 원리를 처음으로 고안해 낸 것은 1947년 영국의 D.가보이다. 가보는 위상이 고른 빛이 있으면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하여 상(像)을 만듦으로써 입체적인 상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당시에는 레이저광선과 같은 위상이 고른 빛이 없어서 실제로 입체상을 만들지 못하였다. 그 후 1960년 레이저가 발명되고 나서 홀로그래피라고 하는 입체사진 기술이 실현되었다. 위상이 고른 빛끼리 같은 장소에서 겹치면 광파(光波)의 산과 산, 골짜기와 골짜기가 겹치는 곳에서는 강조되고, 산과 골짜기가 겹치는 곳에서는 상쇄되어 약화된다. 그 결과 2개의 빛이 비친 곳에서는 빛이 강조된 곳과 약화된 곳이 생겨서 간섭무늬가 생긴다.
레이저발진기에서 나오는 레이저광을 반투명한 거울(하프미러)을 이용해 2개의 빔으로 나누고, 피사체(被寫體)의 크기 정도로 렌즈를 벌려서 피사체를 조명한다. 보통 세밀하게 보면 피사체의 표면은 요철이 있으므로 피사체에 비친 레이저광은 여러 가지 방향으로 반사(확산)한다. 이 피사체 근처에 사진건판을 놓으면 여기에 피사체에서 확산된 빛이 들어온다. 동시에 하프미러로 나눠진 또 하나의 레이저광(參照光이라고 한다)을 렌즈로 확산시켜 사진건판에 비치면, 피사체에서 확산된 레이저광[物體光]과 참조광이 사진건판상에서 겹쳐서 간섭을 일으키고 복잡한 간섭무늬가 생긴다. 이 간섭무늬를 사진건판에 기록한 것을 홀로그램이라 한다.
이렇게 만든 홀로그램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가는 간섭무늬가 찍혀 있는데, 피사체와는 닮지 않은 무늬이다. 그러나 피사체의 형태, 깊이, 피사체의 위치나 명암까지가 모든 간섭무늬 형태로 기록된다. 다음에 이 홀로그램으로부터 피사체의 입체상을 재현할 때는, 레이저광선을 참조광을 기록할 때와 같은 방향에서 홀로그램에 조사한다. 그렇게 하면 피사체가 원래 있던 같은 위치에 마치 실물 피사체가 있는 것처럼 입체상이 나타난다. 홀로그래피는 보통 사진에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흥미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홀로그램을 만들 때 피사체에서 확산된 빛이 홀로그램의 어느 부분에나 비추었기 때문에 홀로그램의 어느 일부를 사용하여 상을 재생하여도 피사체 전체를 재생할 수 있다. 또 1장의 사진건판에 동시에 다른 상을 기록하여 놓고[多重記錄] 각각의 상을 재생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는 상의 기록이나 재생뿐만 아니라, 물체 형상의 미소변화를 측정하거나 스피커 등의 진동 해석, 컴퓨터의 메모리 등에 응용되고 있다.
② 레이저 가공:레이저광선의 큰 에너지밀도를 이용하여 딱딱한 보석에 구멍을 뚫거나, 시계 부품의 구멍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뚫는 기술은 비교적 일찍이 실행되었다. 또 양복을 대량으로 만들 때에 옷감의 재단에 레이저가 사용되고 있다. 사람이 한 장 한 장 가위나 커터로 재단하기보다 매우 빠르고 옷감의 낭비도 없으며, 자른 자리에 실밥이 생기지 않게 재단할 수 있으므로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철판의 절단이나 용접 등에도 널리 응용된다.
③ 의학에서의 응용:최근에는 이 분야에서의 응용도 증가하고 있다. 예전에는 실명(失明)을 면할 수 없었던 눈의 망막(網膜)에 생긴 종양이나 당뇨병에 의한 안저출혈(眼底出血)도 눈 외부로부터 레이저광선을 조사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레이저를 사용하는 수술용 메스가 개발되어 위(胃) 속에 생긴 암이나 종양을 제거할 수 있다. 즉, 입으로 광섬유를 삼키게 하고 여기에 레이저광선을 통하여 암이나 종양 부분만을 태우고 잘라내는 방법이다.
④ 레이저 통신:레이저광선은 전화회선 등에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파에 비하여 주파??가 수만 배에서 수십만 배나 높은 광영역에 있는 전자기파이다. 그 때문에 이것을 반송파(搬送波)로 쓰면 마이크로파의 수만 배, 수십만 배나 되는 음성 ·화상(畵像) ·데이터 등의 정보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다. 주파수가 약 4.7×1014Hz인 헬륨-네온 레이저광선에 전화 목소리를 실어서 통신을 한다면 한 번에 10억 회선 정도가 가능하며 20억인이 동시에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만큼 많은 정보 전송(電送)은 불가능하지만 전파 대신 레이저광선을 사용하는 통신이 실시되는 것은 비교적 가까운 장래의 일이라고 생각된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