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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07
1. 단칸방 ( 과거, 낮 )
문이 열린다. 어두운 방 안. 벽에 기대 앉은 종구(30대)가 멍한 눈빛으로 본다.
찌푸리며 보던 흥삼(20대), 문지방에 걸터 앉는다. 꾀죄죄한 은지(8세), 엎드려서 그림 그리다가 겁먹은 듯 흥삼을 본다.
손을 떨면서 뻗는 종구, 내놓으라고 손짓.
흥삼, 종구에겐 검은 비닐 봉투를, 은지에겐 과자봉지를 던져준다.
허겁지겁 비닐 봉투 안에 주사기를 꺼내는 종구. 은지는 흥삼의 눈치보며 조심스레 과자봉지를 뜯는다.
은지가 그리던 그림은 방 한쪽에 놓인 챔피언 트로피. 한심하고 답답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흥삼.
2. 펜트하우스 ( 현재, 저녁 )
소파에 몸을 묻은 채, 추억에 잠긴 흥삼. 종구가 막 방을 나간 다음이다.
착잡하게 술잔을 비우는 태호. 그 모습을 흘끔 보는 흥삼.
흥삼 : (다 안다는 듯) ...류씨가 걱정되냐?
태호 : (멈칫 보는) ...!
흥삼 : (피식 웃고) 어쨌든 오늘... 류씨는 니가 살린 거다. 옛정이고 나발이고, 이만 치워버릴까 싶었거든, 좀 전에.
3. 호텔 앞 ( 저녁 )
참담한 기분으로 진입로를 걸어 나오는 종구, 이상한 느낌에 돌아본다.
야구 배트와 각목, 쇠파이프로 무장한 떡대와 패거리들이 우루루 호텔로 쇄도한다.
표정 굳은 채 서 있는 종구, 망설이는...
태호 : (소리)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된 겁니까?
4. 펜트하우스 ( 저녁 )
씁쓸히 웃는 흥삼, 술 한모금 마신다.
흥삼 : 오래된 일이다. 그때가 벌써... (하는데 멈칫)
복도가 소란스러워지며 비명! 발소리! 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경호하던 부하 둘이 뒤로 나동그라진다.
벌떡 일어나는 태호와 흥삼.
무기를 든 떡대와 패거리가 쏟아져 들어온다. 이내 두 사람을 둘러싸고...
5. 호텔 / 엘리베이터 안
안내판 층수가 계속 위로 올라간다.
신발끈을 단단히 묶는 종구, 일어나서 거울을 본다. 일전을 각오한 비장한 표정.
6. 펜트하우스 ( 저녁 )
떡대패를 노려보며 천천히 넥타이를 푸는 흥삼.
태호 : (나즈막히) 피하세요. 승산이 없습니다.
흥삼 : 숫자 따져가며 싸웠으면 펜트하우스까지 오지두 못했다. 살구 싶으면 너나 튀어.
결심한 태호,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쥔다. 떡대 패를 향해 격투 자세 취하는 태호와 흥삼.
같잖다는 듯 노려보는 떡대, 일순 험악해지며.
떡대 : 제껴!!
함성과 함께 달려드는 떡대 패거리.
태호와 흥삼, 피하고 때리고 뒹굴며 맞서 싸운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는 실내.
7. 펜트하우스 / 복도
딩동! 벨소리 울리고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복도를 지키던 떡대 부하들이 돌아본다.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서 있던 종구, 용수철같이 튀어 나간다. 빠르고 정확하게 주먹 꽂아 넣으면서 전진하는 종구.
쇠파이프를 피하다가 각목에 맞고, 그러면서도 상대를 제압하고... 야차같이 싸우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종구.
8. 펜트하우스
와장창! 테이블이 부서지면서 나가 떨어지는 태호. 내리 꽂히는 야구배트를 피해 뒹굴며 상대의 다리를 걷어차고 일어난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태호. 흥삼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필사적으로 맞선다.
순간 바닥에 떨어진 ‘들장미’ LP판을 본 흥삼, 주우려고 숙이는데... 누군가 흥삼의 뒤를 노리며 흉기를 휘두른다.
몸을 날리는 태호, 대신 맞고 쓰러진다.
상대의 무기를 들어 휘두르는 흥삼, 적들과 거리를 벌린 뒤, 태호를 일으켜 세운다.
어느새 구석으로 몰린 태호와 흥삼. 쓰러져 신음하는 사내들도 있지만 아직 남은 숫자가 많다. 절망적인데...
복도쪽에서 우당탕, 떠밀려 들어오는 사내들. 흠칫 돌아보는 떡대.
피투성이가 된 종구, 저승사자와 같은 기세로 쳐들어온다. 놀라서 보는 태호와 흥삼.
주춤거리던 사내들을 제압하면서 떡대패 진형을 깨는 종구, 태호와 흥삼 옆에 나란히 선다.
흥삼 : (씩 웃는) 옛날 생각나는데? 안그래, 류씨?
종구 : (못들은 척, 태호에게) 길 뚫어줄 테니까, 회장님부터 모셔.
태호 : ...왜 돌아 왔습니까?
종구 : 신경 꺼라. 너 땜에 온 거 아니니까.
태호 : (표정) ...!
흥삼 : (떡대 향해) 이 정도면 할 만큼 했다. 여기서 돌아가도 정사장한테 변명거린 될 거야.
떡대 : (눈을 부라리는) 닥쳐!! (부하들 돌아보며) 곽가부터 죽여!!
일제히 고함치며 달려드는 떡대 부하들. 처절하게 맞서 싸우는 태호, 흥삼, 종구.
비명과 고함, 부러지고 깨지는 소리. 사방에 튀는 핏방울!
/ 전용 엘리베이터를 향해 전진하는 태호, 흥삼, 종구. 앞서서 종구가 길을 뚫으면 태호가 흥삼을 보호하며 뒤따른다.
사방에서 공격하는 떡대 패거리들. 흥삼을 노리며 파고드는 공격에 태호와 종구, 필사적으로 방어한다.
누군가 휘두른 쇠파이프가 흥삼의 다리에 작열! 헉, 숨을 삼키며 쓰러지는 흥삼. 황급히 부축하는 종구.
태호, 무기를 집어들고 미친 듯이 휘두른다.
겨우 엘리베이터 앞까지 왔다. 내려가는 버튼 누르는 태호. 종구의 부축 받으며 부러진 다리를 끄는 흥삼.
엘리베이터를 등지고 선 세 사람, 필사적으로 버틴다.
마침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뒷걸음질로 들어서는 태호, 흥삼, 종구.
끝까지 밀고 들어오려는 사내들을 내지르자, 겨우 문이 닫힌다.
9. 펜트 하우스 / 전용 엘리베이터 안
몇 초전까지 처절했던 상황이 일순 적막감으로... 지친 태호, 벽에 기대고, 흥삼은 종구를 짚은 채, 숨을 몰아쉬고...
피투성이가 된 세 남자의 기진맥진한 모습에서 화면 정지!
10. 공항 / 입국 게이트 ( 아침 )
게이트 열린다. 화사한 여행객들 틈에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미주. 표정도, 감정도 없는 모습.
조금 떨어져서 따라오는 사마귀.
미주, 걸음을 멈춘다. 저만치 앞에 김의원, 마중 나온 보좌관들에게 너털웃음.
미주와 시선 마주치자 살짝 윙크하는 김의원, 보좌관들과 가고...
미주 : (김의원을 바라보며) ...개새끼.
사마귀 : 쓸데없는 소리는 삼가시죠. 마담이 결정한 여행입니다.
미주 : (냉소어린 눈빛) 미안하게 됐네? 나 감시하느라구 물에도 한번 못들어가고...
못들은 척, 핸드폰을 켜는 사마귀. 미주, 무시하고 앞서 간다.
듣다가 표정 심각해지는 사마귀.
무심코 돌아보는 미주, 자신을 바라보는 사마귀 눈빛에 뭔가 안좋은 일이 터졌구나! 직감하는.
11. 동해금융 / 정사장 사무실 ( 낮 )
쾅! 문을 박차고 거칠게 들어서는 독사와 악어, 배중사, 노숙자들.
금고는 열렸고, 바닥엔 ‘사장 정만출’ 명패가 구르고, 버리고 간 서류며 장부도 어지럽다. 다급히 달아난 흔적...
무기까지 들고 살기등등했던 독사 일행, 맥이 풀리며 집기를 걷어찬다.
12. 병원 / VIP룸 ( 낮 )
코에 튜브 꽂은 채, 여기저기 붕대를 감은 흥삼, 잠들어 있다.
묵묵히 내려다보는 미주. 침통하게 고개 숙인 사마귀.
문이 열리고, 태호가 들어선다. 얼굴에 반창고, 붕대 감은 팔목은 팔걸이에 걸쳐 있고...
뜻밖인 듯 보더니 눈인사하는 태호.
미주 : 그쪽은 생각보다 멀쩡하네요.
태호 : 처음부터 회장님을 노리고 왔으니까요.
미주 : 죽었다구 소문난 사람치구 상태가 좋단 얘기에요.
태호 : (표정) ...
미주 : 정사장은 벌써 도망쳤다면서요?
태호 : (끄덕) ...
사마귀 : (이글거리는) 잡을 겁니다. 잡아서... 고통스럽게 죽입니다.
미주 : 펜트하우스부터 수습해. 깨어나시면 그리 모실 수 있게. (돌아서는데)
태호 : 종구 형님은...
미주 : (말갛게 보는) ...
태호 : ## 병원에 있습니다. 서울역 근처에 있는 거.
미주 : 그 사람 얘길 왜 나한테 하죠?
태호 : ...?
미주 : 문병 가면 안부나 전해줘요.
칼로 자르듯 돌아서서 나가는 미주. 태호, 얼떨떨하고.
13. 무료 병원 / 옥상 ( 낮 )
빨랫줄에 널린 시트가 너울거린다.
환자복 입은 종구, 난간에 기댄 채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다가오는 나라.
나라 : 한참 찾았잖아요. 드레싱해야 되는데.
종구 : 코딱지만한 병원이 종합병원 흉내를 내구 그러냐? 대충 넘어가자.
나라 : (짐짓 흘기며) 원장님한테 이를 거에요.
종구 : (피식 웃고 거리를 내려다보는) ...
나라 : (그 시선 따라서 보며) 안오시네요, 그 분.
종구 : (쓰윽 쳐다보는) ...
나라 : 그 여자분 기다리는 거, 아니에요?
종구 : 아예 돗자리를 깔아라.
나라 : 답답하면 전화라두 해보세요. 아저씨 이렇게 다친 거, 모를 수도 있잖아요.
종구 : (묵묵히 시선 돌리는) ...
나라 : (물끄러미 보다가) ...되게 오래 전에 만나셨다면서요?
종구 : ...오래 됐지.
나라 : 어떻게요?
종구, 대꾸없이 다른 쪽을 본다. 바람에 펄럭이는 새하얀 시트.
14. 인력개발 사무실 ( 과거, 낮 )
앞 씬에서 나풀거리던 시트가 하얀 수증기로 바뀐다. 등유 난로에서 주전자가 끓고 있다.
낡은 소파에 마주 앉은 종구(30대)와 두목 박사장(40대).
그 뒤로 험악한 사내들이 버티고 서 있는데 중간쯤 아직 서열이 낮은 흥삼(30대)이 보인다.
종구 : (어이없는) 지금 뭐라고 했수?
박사장 : 간단한 일이야. 기집애들 업소에 실어다주고, 도망못치게 감시해.
돌아보는 종구. 사무실 구석에 10대 여자애들이 겁에 질린 채 옹기종기 앉아 있다.
그 중에 고개 빳빳이 들고 있는 미주(17세).
박사장 : 흥삼이가 하던 일인데, 류씨가 대신 해야겠어.
종구 : (고개 돌려 흥삼을 보는) ...
흥삼 : (묵묵히 마주 보는) ...
박사장 : (거만하게 이를 쑤시며) 그동안 밀린 약값이면 차 한 대는 뽑았어.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불쑥 일어나는 종구, 여자애들쪽으로 간다. 노려보는 박사장.
흥삼이 박의 표정 살피더니 종구에게 다가간다.
종구 : 몇 살이냐, 너?
미주 : (당돌한 눈빛) 아저씨보단 어려요.
종구 : (흘끔 박사장을 돌아본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는데) ...!
흥삼 : (경고하듯, 낮게) 사고치지 마쇼. 여기서 객기 부리면 은지는 고아되는 거요.
종구 : (꿈틀, 노려보는) ...
흥삼 : (눈빛으로 누르는) ...
15. 단란주점 ( 과거, 밤 )
황급히 들어서는 종구와 종업원.
중년 취객을 깔고 앉은 미주가 깨진 술병으로 사내의 목을 겨누고 있다. 살기등등하게 돌아보는 미주.
종구 : (황당해서 보는) 탬버린 치랬더니 뭐하는 거야?
미주 : 이 새끼가 변태짓하잖아요!
종구 : (다가가며 손 내미는) 내려 놔, 그거.
미주 : (취객을 노려보는) 죽여버릴 거야!
종구 : (손목을 나꿔치며) 이 자식이 정말!
미주 : (뿌리치는) 놔!
바닥에 뿌려지는 핏방울. 술병에 찔린 종구의 손에서 피가 흐른다. 흠칫 놀라 쳐다보는 미주.
미주 : (미안하고, 당황스럽고) 아저씨...
종구 : (뒷춤에 손을 쓱 닦고, 미주에게 다른 손을 내미는) ...가자.
미주, 종구 손을 잡고 일어난다. 돌아서려다 취객의 배를 보기좋게 걷어차버리는 종구.
16. 승합차 안 ( 과거, 밤 )
만사 귀찮은 듯, 운전석 뒤로 젖히고 누워 있는 종구.
미주가 약국에서 사온 소독약과 붕대를 갖고 차에 오른다.
미주 : 손 이렇게 해봐요.
종구 : 냅둬.
미주 : (손목을 잡고) 가만 있어 보라니깐요!
종구 : (상처에 소독약이 닿자 찡그리는) ...
미주 : 아파요?
종구 : 니가 물어볼 건 아니지 싶다.
미주 : (피식 웃고, 붕대 감으며) 아저씬 왜 안물어봐요?
종구 : 뭘?
미주 : 집이 어디냐? 언제 가출했냐? 호구조사 좀 하다가 다들 훈화 말씀으로 넘어가거든요.
새파란 게 인생 그렇게 살면 안된다, 멍멍멍...
종구 : 내 인생이 개판인데 무슨... (손을 치우고, 눈 감는)
미주 : (가만히 보다가) ...아저씨.
종구 : ...잔다.
미주 : 나하구 같이... 도망칠래요?
종구 : (멈칫, 눈 뜨고 보는) ...!
미주 : 표정만 봐두 알아요. 아저씨두 이 바닥 지긋지긋하죠? 약에 취해 버티는 것두 하루 이틀이구.
종구 : 느이 날라리들, 감시하러 나온 사람이다, 내가.
미주 : 그런 날나리들, 밥 먹었냐 물어봐주고 아픈 데 없나 신경써주는 사람은 아저씨 밖에 없어요.
종구 : (멋적은, 일부러 퉁명스럽게) 뛰어봤자 벼룩이야. 착실하게 일해서 빚부터 갚어. 그럼 놔줄 거다.
미주 : 영영 못갚으면요? 아저씬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종구 : (말문 막히는) ...
17. 교외 간이역 / 대합실 ( 과거, 낮 )
3부 50씬. 미주를 찾으러 온 종구.
미주 : 그냥 도망쳐요, 우리! (종구의 손을 덥석 잡고) 아무데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면 되잖아요, 네?
종구 : 그 다음엔 어떡할래?
미주 : 네?
종구 : 평생 도망치면서 살래? 언제 잡힐까, 마음 졸여가면서?
미주 : 아저씨...
종구 : (슬픈 눈빛으로) 미주야... 우린... 도망칠 데가 없어.
미주 : (눈물이 고이고) ...
갈 곳을 잃은 채 마주 서있는 종구와 미주 모습 위로...
흥삼 : (소리) 그때 결심했으면... 류씨 인생이 달라졌을까?
18. 병원 / VIP룸 ( 현재, 저녁 )
깁스를 한 흥삼, 휠체어에 앉은 채 창 밖을 본다. 뒤에 서 있는 태호.
흥삼 : 천만에... 링에서 내려온 복서는 링 밖에 돌아갈 곳이 없어. 다른데로 도망쳐봤자 똑같은 시궁창이지.
태호 : (냉랭한) 그런 사람한테... 약을 대줬습니까?
흥삼 : (흘끔 돌아보는)
태호 : 시궁창 속에서 계속 허우적대라구요?
흥삼 : (차가운 미소) 류씨는... 내 우상이었다.
의외인 듯 보는 태호.
시선 돌려, 창 밖을 보는 흥삼. 추억에 잠기는 표정 위로... 글러브 타격음, 관중들 환호성.
19. 전파사 앞 ( 과거, 낮 )
교련복 입은, 앳되고 꾀죄죄한 흥삼(17세), 진열장의 구형 TV를 넋놓고 본다.
트로피를 안고 있는 종구(20대)가 캐스터와 인터뷰 중.
종구 : (TV 화면 속 - 벅차고, 흥분한) 어리니까 무시당하고, 못배웠다고 깔보더라구요.
돈도, 빽도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성격상 남 밑에서 굽신거리지두 못하구...
흥삼 : (공감하며 보는) ...
종구 : 그래서... 챔피언이 돼야 했습니다.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최고가 되구 싶었습니다!
멘트에 고무된 흥삼, 저도 모르게 주먹을 꾹 쥐는.
20. 인력개발 사무실 ( 과거, 낮 )
우당탕! 바닥에 나가 떨어지는 흥삼(30대), 피투성이다.
박사장 : (부러진 각목 내던지고) 토낀 년 잡아오랬더니 약쟁이를 딸려 보내? 그것들 짝짝꿍해서 튀면 그 빚은 다 니 꺼야, 새꺄!
흥삼 :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데리구... 올 겁니다.
박사장 : (소파에 앉으며) 니미럴! 근본도 없는 고아 새끼 키워줬더니, 일처리 하나 똑바로 못하고...
흥삼 : ...!
일순, 살기로 번득이는 흥삼, 부러진 각목을 노려보는데...
그때 문이 열리고 (기차역에서 돌아오는) 종구와 미주가 들어선다. 일제히 돌아보는 박과 부하들.
종구와 미주, 피투성이된 흥삼을 보자 표정 굳는.
21. 뒷골목 일각 ( 과거, 낮 )
양지바른 곳, 종구와 흥삼이 담벽에 기대앉아 있다. 깨지고 터지고 반창고 붙인 흥삼을 착잡하게 보는 종구.
종구 : (미안한 마음) 박사장 새끼... 엉뚱한데 분풀이하고 지랄이야.
흥삼 : 미주야 류씨 책임이구, 류씨는 내가 관리하니까.
종구 : 내가... 안돌아왔으면 어쩌려구 했냐?
피식 웃는 흥삼, 검은 비닐 봉투를 내민다.
종구, 받아서 보면 주사기 몇 개가 들어 있다. 순간, 중독자다운 눈빛이 번득이는 종구.
흥삼 : (덤덤한) 그게 마지막이요. 몰래 꼬불쳐 둔 거라 사무실에서두 몰라.
종구 : (문득 의심스러운) 외상도 아니구 공짜라... 어디 죽으러 가냐?
흥삼 : ...나두 안되겠수다. 이 꼬라지로는 더 못살겠어. (차분하면서도 각오가 드러나는) 아무도 무시 못하게 최고가 되려구...
종구 : (표정) ...
흥삼 : 일 잘되면 류씨한테는 약, 반값에 드릴께. (끄응, 일어나는) 안되면... 알아서 몸 사리슈. 박사장이 벼르고 있으니까.
종구 : (불안하게 보다가) 흥삼아!
흥삼 : (돌아보면) ...
종구 : 올라가봤자 별 거 없다. 결국 굴러 떨어지게 돼 있어.
흥삼 : 아니... 난 안내려올 거요. 류씨하고 다르거든.
종구 : ...!
흥삼 : (다부진 눈빛과 함께 미소) ...
22. 인력개발 사무실 / 복도 ( 과거, 다른 날, 낮 )
비장하게 걸어오는 흥삼, 신문지로 감은 회칼을 들고 있다.
품 안에 칼을 감추는 흥삼, 사무실 앞에 선다. 그때 안에서 여자애 울음 소리!
23. 인력개발 사무실 ( 과거, 낮 )
들어서는 흥삼, 멈칫 놀란다.
사무실 구석, 겁에 질려서 울고 있는 교복 차림의 은지(중3). 미주가 다독여준다.
미주 : (은지 귀에 대고, 침착하게) 울지 마. 아무 일 없을 거야. (흥삼과 시선 마주치자 입술을 깨무는) ...
흥삼 : (끓어 오르는) ...
박사장 : (신경질적인) 약쟁이 새끼한테 전했냐! 딸년 찾고 싶으면 외상값 들고 오라구!
부하 : 예!
흥삼 : (한발 나서는) 아직 어린애잖습니까!
박사장 : 이게 다 애비 잘못 만난 죄다. (코웃음) 아, 넌 고아라서 모르냐?
흥삼 : ...!
박사장 : (일어나며, 부하에게) 나중에 갚겠다느니, 그딴 개소리하면 다리 하나 작살내버려. 딸년은 청량리 돼지엄마한테 넘기구.
순간 쾅! 난로를 걷어차는 흥삼. 순식간에 기름이 쏟아지면서 실내 일대에 불길 치솟는다.
당황하고 놀란 박사장과 부하들. 흥삼, 칼을 겨누고 서슬이 시퍼렇다.
박사장 : (불길에 놀랐지만, 으름장) 뒈질려구 환장했냐? 겁대가리 없이...
흥삼 : 고아는 그딴 거 모르거든? (미주에게) 데리구 나가!
미주, 은지를 감싸안고 피하려는데, 부하 하나가 미주의 머리채를 잡는다.
악! 비명과 함께 붙잡히는 미주와 은지.
흥삼이 여자들에게 시선 뺏기는 순간, 다른 부하가 흥삼의 옆구리를 내지른다.
칼을 놓치며 나뒹구는 흥삼. 그와 동시에 달려드는 사내들.
24. 거리 일각 ( 과거, 낮 )
미친 듯이 뛰어오는 종구. 저만치 상가 건물에 검은 연기가 피어 오른다.
창백해지는 종구, 이를 악물고 달려간다.
25. 인력개발 사무실 ( 과거, 낮 )
문을 박차고 들어서는 종구. 일렁이는 불길, 매캐한 연기를 뚫고.
종구 : 은지야! 은지야!!
미주/은지 : (소리-어디선가 들리는) 아저씨! / 아빠!
흠칫, 돌아보는 종구. 자욱한 연기 너머, 미주가 은지를 끌어안은 채 웅크리고 있다.
종구, 다가가려는데 와르르 무너지는 천장. 비명 지르며 은지를 감싸안는 미주. 어깨와 등으로 불티가 쏟아진다.
종구 : 안돼!!
허겁지겁 다가간 종구, 겉옷을 벗어서 미주 몸에 붙은 불을 끈다. 미주는 탈진 상태고, 은지는 겁에 질려 흐느끼고...
종구 : (미주에게) 괜찮아? 일어날 수 있어?
미주 : (콜록대며) 저기... 흥삼이 아저씨...
종구, 돌아보면 불길 너머에 피투성이가 된 흥삼이 꿈틀거리고 있다.
종구 : (지체할 틈이 없는) 기다려! 금방 올게.
종구, 은지를 들처안고 일어난다. 널름대는 불길을 피해 사무실을 뛰쳐 나가는 종구.
그 뒷모습을 희미하게 보는 미주, 일어나려 하지만 기운이 없는데... 우지끈! 굉음과 함께 다시 쏟아져내릴 듯한 불티.
미주, 끝장이다 싶어 눈을 감는 순간... 미주의 허리를 나꿔채며 피하는 흥삼.
겨우 고개 들어서 보는 미주. 엉겨붙은 핏자국 위로 숯검댕이 시커먼 흥삼, 절박한 눈빛으로 내려다본다.
흥삼 : 미주야! 정신 차려!
미주 : (까무룩히 의식을 잃는) ...
26. 상가 건물 앞 ( 과거, 낮 )
울먹이는 은지를 기대 앉히는 종구, 건물 향해 돌아서는데 쾅! 사무실에서 뭔가 폭발한다.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진 화염과 연기. 종구, 사색이 되는데...
연기가 자욱한 건물 입구에서 걸어 나오는 형체. 미주를 들처업고 한발씩, 내딛는 흥삼이다!
말문 잃은 채 바라보는 종구. 흥삼, 묵묵히 마주 보는.
/ 짧은 시간경과.
멀지 않은 곳에서 소방차 사이렌이 들린다. 미주를 둘러싸고 망연자실 앉아있는 흥삼과 종구, 은지.
이내 눈꺼풀이 떨리고 미주가 눈을 뜬다.
은지 : (훌쩍이다가 안도하며) 언니! 괜찮아요?
은지가 부축해주면 미주, 기침하면서 일어나 앉는다. 어깨와 등에 눌러붙은 옷조각. 화상의 통증으로 찡그리는 미주.
종구 : ...미안하다.
미주 : (찡그린 채 겨우 미소) ...
흥삼 :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일어나는) ...
종구 : (따라 일어나며) 흥삼아.
흥삼 : 이 동네부터 떠야지. 두목 까고, 불까지 질렀는데...
종구 : 그 불... 내가 지른 걸루 하자.
흥삼 : (잠시 보다가) ...그러시든가.
돌아서는 흥삼, 비틀비틀 걸어간다.
물끄러미 뒷모습을 바라보는 종구와 미주. 그러다가... 결심한 듯 미주가 일어난다. 차마 붙잡지 못하는 종구.
슬픈 미소가 스치는 미주, 저만치 흥삼을 따라 걸어간다.
27. 서울역 / 舊 역사 앞 ( 과거, 낮 )
흥삼은 바닥에 앉아 있고, 미주는 그 옆 기둥에 우두커니 기대 서 있다. 그들의 몰골을 흘끔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흥삼 : 왜 붙어 있냐?
미주 : ...
흥삼 : ...꺼져. 집에 가.
미주 : (나즈막히) 집... 없어요.
흥삼 : 따라오면... 후회할 거다.
미주 : ...알아요.
각자 먼 하늘을 바라보는 흥삼과 미주.
서울역 앞, 갈 곳 잃은 그들의 모습 위로 ‘들장미’가 흘러 나오며...
28. 펜트하우스 ( 현재, 낮 )
LP에서 흘러 나오는 ‘들장미’ 음악. 난장판이 수습되고 깔끔해진 실내.
깁스를 한 채 소파에 앉은 흥삼, 서류를 검토 중이다. 약과 물잔을 들고 다가오는 미주.
흥삼, 건네받은 약을 삼키고, 물 마신 뒤 다시 서류에 시선.
미주 : (감정없이) 무리하지 마세요. 아직 다 회복된 거 아니에요.
흥삼 : 정사장 잠수탔다고 소문나면 이놈 저놈 몰려들 거다. 사업체랑 운영하던 업소들, 노른자부터 챙겨야돼.
미주 : (냉소를 담아) 빈집털이같은 거네요.
흥삼 : (고개 들어 보는) ...
미주 : (쟁반 챙기며) 김의원은 걱정 마세요. 돈은 사마귀한테, 몸은 저한테 받아 갔으니까. (일어나는데)
흥삼 : (서류에 시선 주며, 무심히) 류씨 문병은 갔다 왔냐?
미주 : (냉랭히 보는) 제가 한 약속은 지켜요. 회장님도 약속 지키세요.
흥삼 : (서류만 뒤적이는) ...
미주 : (살짝 불안해지며) 은지 사는 곳... 정말 알고 있는 거죠?
흥삼 : 안심해라. 너만 딴 생각안하면 류씨는 딸내미 찾게될 거야.
미주 : (굳은 채 보는) ...
흥삼 : (서류 덮고 쳐다보는) 왜? 나 못믿겠냐?
진위를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미소로 바라보는 흥삼.
그때 핸드폰 울린다. 전화 받는 흥삼, 순간 눈매 날카로워지며 비릿한 미소.
흥삼 : ...공항?
29. 공항 / 주차장 일각 ( 낮 )
간단한 가방을 든 정사장, 초조하게 주위를 경계하며 걸어온다.
일순, 몇 걸음 앞에 나타나는 사마귀. 사색이 되는 정사장, 가방을 움켜안고 돌아서서 뛴다.
천천히 걸어가는 사마귀. 후들거리는 다리로 뛰던 정사장, 얼마 가지 못하고 발이 엉키면서 넘어진다.
그 앞에 멈춰서서 내려다보는 사마귀. 주저앉은 채, 뒤로 물러나는 정사장.
정사장 : 야, 야... 이카지 마라. (생각난 듯 가방 내밀며) 돈! 이거 다 돈이다! 니는 이거 묵고, 내는 여기 뜨고... 우리 그카자, 응?
사마귀 : (표정없이 싸늘한) ...
정사장 : (울음이 터질 듯한데) ...
30. 무료병원 근처 ( 낮 )
모퉁이에 서서 병원을 바라보는 태호. 노파를 부축하고 나오는 나라가 보인다.
자기도 모르게 몸을 감추는 태호.
노파에게 약봉투 주고, 친절하게 당부의 말을 한 뒤 배웅하는 나라.
그녀가 병원에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는 태호, 선뜻 앞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는.
31. 폐차장 ( 낮 )
쓰레기 봉투를 들고 버스를 내려서는 종구, 멈칫 본다.
저만치 서 있던 태호, 다가온다.
무표정해진 종구, 바닥에 구르는 빈 술병을 쓰레기 봉투에 담는다.
태호 : 벌써 퇴원하셨어요?
종구 : 이것도 집구석이라고... 며칠 비우면 그립거든. (쓰레기 봉투를 한쪽에 치우고) 뭐하러 왔냐?
태호 : (품에서 봉투 꺼내는) 곽회장이 전하랍니다.
종구 : (뜨악하게 보는) ...
태호 : (멋적은) 수고비나 격려금, 뭐 그런 거 같아요. 형님이 안받을 거라고 했는데도 굳이...
종구 : (탁! 봉투 나꿔채는) 돈 싫다는 놈 봤냐?
태호 : (뜻밖인 듯 보는) ...
종구 : (비아냥) 출세했다, 너? 흥삼이 돈 심부름까지 하고... 이제 그 녀석 100억만 털면 되는 거냐?
태호 : ...형님.
종구 : (봉투 흔들며 돌아서는) 성은이 망극하다고 전해라.
태호 : 따님 얘기... 들었습니다.
종구 : (멈칫, 돌아보는)
태호 : 곽회장 대신 방화죄로 감옥에 가셨다면서요? 따님은 외가쪽 친척이 데려갔는데 그 후론 연락이 끊겼다고...
종구 : (험악해지며) ...그래서?
태호 : 서울역 흘러 들어와서 형님한테 신세 많이 졌습니다. 돈으로 갚을 능력은 안되지만...
따님 찾는 일, 저두 힘 닿는 데까지 돕겠습니다.
종구 : (한발 다가서는) ...장태호.
태호 : ...돕게 해주세요.
종구 : 남의 딸내미 찾지 말구... (태호 어깨를 쿡쿡 찌르는) ...니 인생부터 찾어.
돌아서는 종구, 버스로 올라간다.
씁쓸히 웃는 태호, 기둥에 매달린 샌드백을 하릴없이 퍽, 친다. 그때 핸드폰 울리고... 받다가 표정 굳는.
32. 폐건물 / 복도 ( 낮 )
다급히 걸어오는 태호.
수술실 문이 열리고 독사와 의사(5부 15씬)가 나온다. 태호를 보자 멈칫하는 독사. 의사는 총총히 지나가고.
독사 : (다가와서 뜯어보는) 이 새끼... 진짜루 살아 있었네.
태호 : 정사장은 어디 있습니까?
독사 : (돌아보는) 마침 나오시네.
독사 부하가 양 손에 아이스박스를 들고 나온다. 충격으로 굳는 태호.
독사 : 외국으로 튀려는 거, 사마귀가 잡아 왔더라.
(아이스 박스를 보며 착잡한) 이렇게 될 줄 모르고 큰형님 건드렸나... 불쌍한 영감탱이...
태호 : (여전히 믿기지 않고) ...
독사 : (표정 고치고, 나즈막히) 기대해라. 너두 조만간 저 박스에 들어가게 될 거다.
멈칫, 돌아보는 태호.
독사, 침을 찍 뱉더니 부하와 함께 가버린다.
33. 폐건물 / 수술실 ( 낮 )
천천히 들어서는 태호. 재킷을 걸치던 사마귀가 돌아본다.
수술대 위에는 정사장 시신이 들어있는 비닐백이 놓여 있다.
멍해서 내려다보는 태호. 조용히 다가와 서는 사마귀.
사마귀 : (감정없이) 장태호씨가 작별 인사할 시간을 주라는 게 회장님 지시였는데... 제 실수입니다.
나이 탓인지... 오래 버티지 못하더군요.
태호 : (믿기지 않는) ...
사마귀 : 장태호씨가 살아 있다는 거 알고, 유품을 남겼습니다.
태호 : (돌아보는) ...?
사마귀 : (주머니에서 카드를 두 장 꺼내더니, 갸웃) 유언도 남겼는데... 킹생조사? (태호를 보는) 말하면 알 거라고 하던데요.
태호, 사마귀가 들고 있는 카드 두 장을 내려다본다. 떨리는 손으로 한 장을 뽑는다.
가만히 지켜보는 사마귀.
태호, 천천히 뒤집어서 보면... 선명한 킹 카드!!
카드를 쥔 태호의 손이 부르르 떨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격한 감정이 치미는...
34. 왕회장 저택 / 정원 ( 낮 )
땡볕 아래, 밀짚 모자를 쓰고 화단을 가꾸는 왕회장. 그 뒤에 붙박힌 듯 서 있는 흥삼.
왕회장 : (담담히) 기래서... 만출이는 곱게 재웠네?
흥삼 : ...죄송합니다. 회장님 재가를 받았어야 하는데.
왕회장 : 자업자득이지 어카간? (혀를 끌끌) 돈놀이하는 놈이 피 보겠다구 설치믄 제 명에 못사는 기야. 님자두 명심하라우.
흥삼 : ...네.
끄응, 일어나서 허리 펴는 왕회장. 비서가 얼른 수건을 건넨다.
왕회장 : (땀을 닦으며) 몸은 어지간하네? 다리가 상했다 기러드만.
흥삼 : 다닐 만 합니다.
왕회장 : 만출이가 굴리던 회사랑 점빵들, 탐심내구 다 먹지 말라. 기카다간 배탈나게 돼 있서.
흥삼 : 그쪽 식구들, 입에 풀칠할 정도는 남겨 놓겠습니다. 업소 몇 개도 적당히 나눠주구요.
왕회장 : (고개를 끄덕) 옳지. (생각난 듯) 거, 윤일중이가 하는 사업이 덩어리가 크다 기랬나? ...무탈하겠니?
흥삼 : 김의원하고는 얘기 끝냈고, 문차관은 중립이라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겁니다. 한중그룹 최이사는... 조만간 축출되겠죠.
왕회장 : (의미심장하게 보는) 갈라 먹을 수 없으믄 싸우것다... 흥삼이 너레 기 카드만... 결국 니가 다 먹게 됐구나야.
흥삼 : (공손히) 회장님께서 배려해주신 덕분에...
왕회장 : (손 내젓는) 공치사는 일 없고... 니 무덤 니가 팠다는 거만 알아두라.
흥삼 : (표정) ...
왕회장 : 손에 쥔 게 많아지믄 뺏겠다는 놈도 많아지는 기야. 거, 뭐 좋다고 기러케 아등바등... 쯔쯔.
고개를 저으며 안채로 향하는 왕회장.
허리 굽혀 인사하는 흥삼, 고개 숙인 표정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번지고...
35. 더 클럽 앞 ( 저녁 )
가게 앞에 서는 종구, 간판을 본다. 내키지 않아 망설이는...
36. 더 클럽 / 내실
흥삼과 독사, 악어, 배중사, 태호까지... 테이블에 둘러 앉은 일행.
미주는 흥삼의 시중 들고, 보스들 옆에도 여자가 하나씩 앉아 있다.
왁자지껄, 흥겨운 분위기 속에 혼자 술잔 비우는 태호.
문이 열리고 종구가 들어선다. 미주와 짧게 스치는 시선. 미주는 무시하고.
흥삼 : (거나하게 기분 좋은) 목이 빠져라 기다렸는데 이제 오면 어떡하나? 어서 앉으쇼. (둘러보며) 잔들 채우지.
태호 맞은 편에 앉는 종구.
태호, 눈인사한다.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미주를 돌아보는 종구. 미주는 종구를 신경쓰지 않은 채 흥삼의 잔을 채우고 있다.
표정 굳는 종구. 그 모습을 흘끔 보는 흥삼, 일어나서 잔을 든다. 좌중, 조용해지고.
흥삼 : 처음 서울역에 왔을 때, 하루 종일 하늘만 봤다. 표만 끊으면 전국 어디든 갈 수 있는 기차역에서...
정작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신세였으니까... 여기까지 흘러온 사연은 다르지만, 아마 너희들두 마찬가지 였을 거다.
흥삼이 얘기하는 동안, 태호, 종구, 독사 등... 차례로 지나가는 표정.
흥삼 : 그때 결심했다. 도망치지 않고, 숨지도 말고... 바로 여기, 서울역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구...
그날부터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살았다. (둘러보며) 다들 수고 많았어. 정사장... 어려운 상대였구, 힘들게 이겼다.
(잔을 치켜들며) 너희들이 내 전우다!
일동, 흥삼을 따라 건배한다. 묵묵히 잔을 비우는 태호. 종구도 단숨에 마시고 잔을 놓는다.
태호와 종구를 지긋이 바라보는 흥삼.
흥삼 : 이번에 류씨하고 태호가 큰 공을 세웠어. 특히, 태호는 서열상 막내지만 앞으로 날 도와서 할 일이 많을 거다.
태호 : (표정) ...
흥삼 : (독사 등을 보며) 그러니까... 너희들도 각별히 신경쓰도록 해.
악어 : 저 눔만 특별 대우하란 말씀이에유? 서열두 다 무시하구유?
흥삼 : (눈빛) ...
독사 : (거들며) 그건 좀 아니지 싶습니다. 호텔 습격때 큰형님 지킨 건, 지킨 거구 서열은 엄연히...
쾅! 술잔을 테이블에 내리치는 흥삼. 입 다무는 독사. 긴장해서 보는 일동.
흥삼, 매서운 눈빛으로 독사와 악어 등을 노려본다.
흥삼 : 그 서열... 내가 만들었다. 불만 있는 놈은 서울역에서 나가.
독사, 악어 : (아무 말 못하고) ...
37. 할매식당 ( 저녁 )
앞 씬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지만, ‘위하여!’ 외치고 잔을 비우는 해진과 영칠, 오십장, 조회장.
문을 열고 들어서던 나라, 화들짝 놀란다.
나라 : (반가운) 뭐야, 정말!
해진 : 하이~ 나라짱!
오십장 : 아따, 고새 더 이뻐졌구마이.
나라 : 다들 어떻게 된 거에요? 단체로 해외여행이라두 갔다 왔어요?
영칠 : (나라와 눈 마주치자 부끄러운) 여행은 아니고 사기... 읍!
해진 : (영칠의 입 막으며) 사기 진작 차원에서 회식 중이다, 이거지. (주방에 대고) 할매! 찌개 멀었어요?
할매 : (내다보며) 나간다, 이눔아! 어련히 갖다 줄라고...
나라 : (조회장을 흘기며) 회장님 진짜 너무했어요! 갑자기 사라지셔서 얼마나 걱정한 줄 알아요?
조회장 : 김장관 아들이 하버드를 마칠 때가 됐는데... 한번 만나 보겠나?
할매 : (주방 나와서 찌개 내려놓으며) 하바드가 아니라 핫바지도 좋응게, 이 화상이나 싸게 치워야 것소.
나라 : 할머니!
할매 : 니 방이 비어야 세를 더 받아먹을 거 아녀?
해진 : 참, 우리 다시 이사 들어오기루 했어.
나라 : (둘러보는) 네 분 다요?
오십장 : 나도 쪼까 신세져야 쓰것구먼.
할매 : (탐탁치 않은) 그나마 봐줄 만한 물건은 요절허고, 워디서 요런 지리산 곰단지가 대신 왔댜?
오십장 : (화끈) 음마! 나가 곰단지요?
할매 : 그럼 꿀단지냐!
태호 얘기에 그늘지는 나라. 영칠이 해진 눈치를 보면, 말하지 말라고 눈짓하는 해진.
그때, 찌개를 떠먹던 조회장, 불쑥.
조회장 : 장이사, 어디 갔나? 이 회식, 그 친구가 낸다하지 않았어?
해진 : (화들짝) 아, 저기... 그렇긴 한데... (나라 눈치 살피며) 본인이 직접 사과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냥...
나라 : (표정 굳는) 무슨 소리에요? 본인은 누구고, 태호씨 얘긴 뭐에요?
조회장 : (허허 웃는) 우리 회사에 장태호 이사라고 있지 않은가. 똑똑하고 잘생긴 친구...
며칠 전부터 여기 찌개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데, (문을 돌아보며) 어째 늦는구먼?
시선 마주칠까봐 재빨리 천정을 보는 해진. 영칠은 찌개에 코박고 먹는 시늉하고 시선 마주친 오십장은 어색한 미소.
나라, 설마 싶은...
38. 더 클럽 / 화장실
손을 씻는 태호. 들어서는 배중사, 흘끔 노려보더니 변기로 간다.
배중사 : (볼일 보며 취기에 흔들거리는) 내가 왜 군복 벗은 줄 아냐?
태호 : (거울로 보는) ...
배중사 : 딱 너같은 새끼가 있었거든. 뺀질대고 잔머리 굴리는 놈. 날 잡아서 반병신 되게 밟아주고 미련없이 전역했다. 알어?
태호 : (물기 닦으며) 만기전역하고 불명예 제대는 다르지.
배중사 : (울컥) 뭐 이 새꺄? (바지 추스르고 돌아서는) 진작에 수술당했어야 될 놈이... 여기서 남은 파티 끝내 줄까? 어?
그대로 주먹 날리는 배중사. 가볍게 피하는 태호, 훅을 먹인다.
쿵! 급소를 맞고 무릎 꿇는 배중사.
태호 : (냉랭하게 내려다보는) 하급자 두들겨패서 쫓겨난 주제에 군인정신 떠들지 마. 진짜 군인이 들으면 열받아.
배중사 : (숨 쉬기도 힘든) 이 새끼가...
악어 : (무심코 들어서다가 놀라는) 뭐여 시방!! (배중사 부축해 일으키며) 어이, 배중사! 괜찮냐!
배중사 : 저 새끼... 죽여 버릴 거야.
태호 : 억울한 사람은 나야. (가리키며) 6, 5, 그리구 밖에 있는 4... 느이들 차례대로 꺾어주려고 했는데
회장님 명령때문에 파티도 못하게 됐으니까...
악어 : (싸늘한 미소) 우리 동상... 큰성님 귀염 받는다구 나오는 대로 씨부리네? 아서요. 그러다 다치니께...
태호 : 그럽시다. 좋은 날인데 서로 다치지 말아야지.
39. 더 클럽 / 홀
기분이 잡친 태호, 출입구로 향한다. 내실에서 나오다가 보는 미주.
미주 : (다가오는) 왜 벌써 가요? 이제 시작인데.
태호 : 종구 형님... 오늘 왜 왔는지 압니까?
미주 : (웃는) 술집이니까 술 마시러 왔죠. 회장님이 불렀잖아요.
태호 : 형님이 마담 걱정 많이 했어요. 알기나 해요?
미주 : (미소 잃지 않고) 장태호씨는 자기 걱정해주는 사람 마음, 다 헤아리나 봐요?
부럽네요, 호텔에서 잠꼬대로 부른 그 여자분...
태호 : (표정 굳고) ...
미주 : 이름이... 정민이었나?
노려보던 태호, 미주를 지나쳐 클럽 나간다. 웃음기 사라지는 미주.
40. 할매식당 앞 ( 밤 )
밖으로 나오는 나라, 가게 앞을 대강 정리하는데...
태호 : (소리) 영업... 벌써 끝났어요?
나라, 멈칫 돌아보면 몇 걸음 떨어진 곳, 태호가 서 있다.
놀랐다가, 이내 표정이 식는 나라. 어색한 미소로 다가오는 태호.
태호 : 항상 밥때를 놓치네요. 제가 먹을 복이 없나봐요.
나라 : (다시 잡동사니를 정리하는) ...
태호 : ...나라씨.
나라 : 다들 기다리다가 2차 갔어요. 사무실인지 뭔지, 거기로 가봐요.
태호 : (잠시 보다가) ...미안해요.
나라 : (못들은 척 손이 바쁜) ...
태호 : 그만큼 중요한 일이었어요. 어쨌든 나라씨한테 숨긴 건, 사과할께요.
나라 : (일손 멈추고, 가만히 보는) ...
태호 :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해요.
나라 : 왜요? 장태호씨가 저한테 미안할 이유가 없는데.
태호 : (표정) ...!
나라 : (딱딱하게 쏟아붓는)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살아있대서... 맞아요, 조금 놀랐어요. 속았다는 생각에 살짝 서운했는데
그래두 살아 있으니까 다행이다 싶었구요. 그게 다에요. 장태호씨가 사과할 일 없어요.
태호 : (묵묵히 보는) ...
나라 : 들어 갈게요. 꾸물거린다구 할머니가 한바탕 하겠네.
태호 : 무리하지 말아요.
나라 : (돌아서려다 보는) ...?
태호 : 병원 일두, 자원봉사두... 몸 챙겨가면서 일해요.
나라 : (듣다가 문득 표정) 혹시 병원에 왔다 갔어요? 종이컵에 꽃...
태호 : (미소) 화단은 괜찮아요? 요새 좀 가물어서...
나라 : (발끈) 이봐요, 장태호씨. (한발 다가서는) 행여 오해할까봐 말해두겠는데... 그쪽이 죽었든, 살았든 나하구 상관없거든요?
그러니까... (후, 한숨 쉬고 진정하는) 병 주고 약 주는 짓, 하지 마세요. 사양할께요.
태호 : (가만히 보는) ...
나라 : 이 근처에 식당 많아요. 앞으로 식사는 다른 데서 해결했음 좋겠네요.
가게로 들어가서 소리나게 문 닫고 잠그는 나라. 이내 간판불이 꺼진다.
씁쓸히 보던 태호, 돌아선다.
41. 할매식당 ( 밤 )
불 꺼진 식당 안, 우두커니 앉아있는 나라. 태호의 발소리가 멀어진다.
벌떡 일어나는 나라, 문에 다가섰다가 멈칫! 반가운 마음 반, 서운하고 약 오르는 마음이 반...
종잡을 수 없는 기분에 찌푸리는 나라.
42. 더 클럽 앞 ( 밤 )
흥삼 일행, 미주와 종업원들 배웅 받으며 나온다. 차를 대놓고 기다리는 사마귀.
흥삼이 눈짓하자 사마귀, 독사에게 금일봉을 내민다.
흥삼 : 데리고들 가서 화끈하게 놀아. 사고는 치지 말구.
독사 : (덤덤히) 감사합니다.
흥삼 : 독사야.
독사 : 예.
흥삼 : ...고생했다.
독사 : 아닙니다. (잠시 보다가) 다음 주에 작두 형님 나오는 거, 아시죠?
흥삼 : (표정) 벌써... 그렇게 됐나?
독사 : 모범수라구 이번 특사에 들어갔답니다.
흥삼 : (모범수란 말에 흐흥, 코웃음 치더니 차에 오르는)
독사 : 큰형님 가신다.
악어 : (허리 굽혀) 살펴 가셔유!
배중사 : (흔들거리며 인사) 들어가십쇼!
흥삼 : (생각난 듯, 손짓하는)
미주 : (차창으로 다가서는)
흥삼 : 류씨... 적당히 달래줘라. 말도 한번 안섞고, 너무 그럴 거 없어.
미주 : (심드렁한) 할 얘기도 없어요.
흥삼 : (가늠하듯 보는) ...
미주 : (담담하고) ...
43. 더 클럽 / 내실
미주가 들어온다. 한바탕 거나하게 마시고 난 술자리.
종구, 소파에 길게 늘어진 채 눈 감고 있다. 취했는지, 잠들었는지 꼼짝하지 않고.
미주 : (팔짱 끼고 내려다보는) 다들 갔어요.
종구 : (미동없는) ...
미주 : 자요? 잠들었어요? (여전히 대꾸없자, 돌아서는데)
종구 : ...이유나 알자.
미주 : (돌아보는) ...
종구 : (눈을 뜬다, 취기도 가시고 멀쩡한) 흥삼이가... 뭐라구 협박했니? 너 아니면 나, 어쩌면 둘 다... 가만두지 않겠다고 하든?
미주 : 회장님 알잖아요. 그런 협박, 안하는 사람이에요.
종구 : 온다간다 말도 없이 며칠씩 연락도 안됐어. 갑자기 담장 쌓고, 문 걸어 잠그고...
너 지금 그러구 있는데,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미주 : (물끄러미 보는) ...
종구 : 서미주.
맞은 편에 앉는 미주, 남은 술을 따라서 한모금 삼킨다. 가만히 지켜보는 종구.
미주, 잠시 말을 고르다가...
미주 : 발리에 갔다 왔어요. 중늙은이 국회의원 접대하러...
종구 : ...!!
미주 : (담담하게) 오해하지 마세요. 회장님이 시킨 일이지만 강제로 간 건 아니거든요. 결정은 내가 했어요.
종구 : (겨우 참으며) ...왜?
미주 : (말갛게 바라보는) ...
종구 : 갑자기... 마음이 변한 이유가 뭐야?
미주 : (턱을 괴고, 글라스를 찰랑거리며) 이유라... 갖다 붙이자면 이유는 많죠. 철이 들었다구 할까, 겁이 났다고 할까...
(시선 들어 종구를 보는) 10년 뒤... 아니다. 그렇게 멀리 갈 것두 없이 1년 뒤에 나하구 아저씨를 봤어요.
서울역을 떠나서 우리가 살게 될 그림이요.
종구 : (표정) ...
미주 : 아저씨는 막노동 아니면 어디 공장 경비원, 난 식당 서빙이나 마트 알바를 하고 있겠죠.
(쓰게 웃으며) 겉으론 행복하다고 웃지만 점점 지쳐갈 거에요. 결국엔 서로를 원망하게 되겠죠. 그게... 겁났어요.
종구 : 변명은 됐어. 진짜 이유를 말해.
미주 : 말했잖아요. 넓은 오피스텔, 좋은 차, 명품 브랜드... 내가 누리는 사치가 진짜 이유에요.
아저씨 때문에 그걸 포기할 자신이 없다구요.
종구 : (벌떡 일어나는) 미주야!
미주 : (일어나서, 마주 보는) 아저씨가 언제나 꼬맹이로 보는 게 불만이었는데... 그게 맞았어요.
나야말로 지금까지 철없는 열 여덟에 멈춰 있었던 거에요. 이제부턴... 나이에 맞게, 현실적으로 살아 보려구요.
종구 : (미주의 팔목을 잡는) 가자, 미주야! 아무 데나, 지금이라도 떠나자!
미주 : (가만히 뿌리치는) ...꿈 깨요, 아저씨.
종구 : ...!!
미주 : (무너지지 않으려 애써 차가운) 회장님은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지만... 아저씬 그럴 수 없잖아요.
제 사춘기는... 지금 막 끝났어요.
종구 : (믿기지 않고, 흔들리는 눈빛) ...
44. 편집화면
/ 달리는 차 안.
스쳐가는 불빛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는 흥삼. 사업을 추진하고, 사람을 조종하고... 그 모든 복잡한 고뇌가 담긴 눈빛으로.
/ 밤거리.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종구. 혼란스럽고, 허탈하다. 세상이 꺼져버린 듯한 절망...
/ 클럽 내실.
아까 그 자리에 홀로 앉은 미주, 먹먹하고 괴롭다. 술잔은 비워지지만 눈물은 차오르고.
/ 골목 안 화단.
쪼그려 앉은 나라, 조심스레 흙을 다독인다. 다른 꽃들과 조금 떨어진 위치, 종이컵 그 꽃이 심어져 있다.
/ 건물 옥상.
우두커니 서 있는 태호. 저만치 서울역이 보인다. 한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갈 길은 멀고...
다짐하듯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태호. 그 표정에서 화면 어두워진다.
45. 한중그룹 / 전경 ( 다른 날, 낮 )
화면 밝아지면 한중 그룹 사옥.
46. 한중그룹 / 세훈의 사무실
테이블에 널린 자료를 검토하는 정민. 재킷 걸치면서 보는 세훈.
세훈 : 숫자에서 펑크나면 안돼요. 소수점 세자리까지 확인하시는 분이니까.
정민 : (피식) 세훈씨가 모시는 그 회장님이 절 낳아준 아빠거든요?
세훈 : 글쎄요. (미묘한 감정으로) 회장님에 대해선 제가 더 잘 알 겁니다.
정민 : (못알아채고) 자신만만하네요?
세훈, 미소 짓는데... 벌컥 문이 열리고 최이사가 들어선다.
표정 싸해지는 세훈. 정민은 자리에서 일어나고.
세훈 : (싸늘한 미소로) 쉽고 간단한 매너가 있는데 말이죠, 노크라고.
최이사 : (이글거리는) 강세훈, 너 이 놈... 니가 감히 날...
세훈 : 그나마 회장님 배려 덕분에 형사 처벌 면하신 겁니다. 은퇴하면 조용히 전원 생활이나 즐기세요.
최이사 : 날 쳐내고... 니가 무사할 거 같으냐?
세훈 : 이사님 수족들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권고사직, 한직발령... 기껏해야 둘 중에 하나겠지만.
최이사 : (꿈틀) ...!!
세훈 : (정민에게) 다녀올게요. 4시까지 검토 부탁해요. (방을 나가고)
최이사 : (부르르 떠는) ...정민아. 회장님이... 나한테 이러실 순 없다.
정민 : (표정 고치고) 자업자득이죠. 게다가... 실장님까지 납치하려고 하셨다면서요?
최이사 : (멈칫했다가) 강실장... 함부로 믿지 마라.
정민 : ...배웅 못나가요. 살펴 가세요.
최이사 : 내 말 명심해. 사람은 아무리 조심해도 작은 흠이 하나쯤 있기 마련인데...
47. 달리는 차 안 ( 낮 )
운전하는 세훈. 그 위로 앞 씬의 대사 이어지는.
최이사 : (소리) ...그 녀석은 지나치게 완벽해. 뒤가 구린 놈이 아니라면... 결코 그럴 수 없다.
오디오 버튼을 누르는 세훈. ‘들장미’가 흘러 나온다. 선율이 흘러가면서 무겁게 굳어지는 표정.
48. 레스토랑 안 ( 오후 )
맞은 편 자리를 비워놓은 채, 나란히 앉아 있는 태호와 흥삼.
태호 : 보내주신 서류들은 받았습니다. 검토해봤는데, 업체들이 제법 알짜배기던데요.
흥삼 : (물수건에 손 닦으며) 꼼꼼한 노친네라 허투로 관리하진 않았을 거야. 그래봤자 저승길은 빈 손으로 갔지만...
태호 : (표정) ...
흥삼 : (흘끔 보더니) 잘나가던 니 인생, 바닥치게 만든 인간이다. 값싼 동정심은 넣어 둬.
태호 : (표정 고치고) ...압니다. 감정도 전부 돈이니까요.
흥삼 : (싱긋 웃는) 일할 준비는 끝났구나.
태호 : 제가 뭘 하면 됩니까?
흥삼, 시계를 보는데... 테이블로 다가오는 사내, 세훈이다.
알아보고 표정 굳는 태호. 세훈도 주춤!
흥삼이 일어나자 따라 일어나는 태호.
흥삼 : 어서 오세요, 실장님. (손 내미는) 오랜 만에 뵙습니다.
세훈 : (가볍게 악수, 사무적인 태도로) 일찍 오셨네요. (태호를 보는) ...?
흥삼 : 제 부하 직원입니다. (태호에게) 인사드리지. 한중그룹 기획전략실, 강 세훈 실장님일세.
태호 : (긴장 감추고 악수하는) ...장태호라구 합니다.
세훈 : 강세훈입니다.
자기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서로 모르는 태호와 세훈, 짧은 눈빛으로 살피고... 자리에 앉는 세 사람.
흥삼 : 식사부터 하시죠.
세훈 : 아뇨. 그럴 시간은 없고, 차나 한잔 하겠습니다. (종업원에게 손짓)
태호 : (주문하는 세훈을 유심히 지켜보는) ...
흥삼 : 최이사님 소식은 들었습니다. 한중그룹의 개국공신이 그런 모양새로 물러나게 돼서 유감이네요.
세훈 : 곽회장님께는 잘된 일 아닙니까? 미래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최 이사같은 비토세력이 물러나줘야죠.
흥삼 : (의미심장한 미소) ...
태호 : (거북하고 불편한) 잠깐... 화장실에 다녀 오겠습니다.
일어나는 태호, 화장실로 가고... 태호가 사라지자 표정 바뀌는 세훈.
세훈 : (목소리 낮추고) 뭐에요, 갑자기?
흥삼 : (태연하게) 전에 얘기했잖아. 너랑 비슷한 놈이 있다구... 정사장도 저 녀석이 정리한 거다.
세훈 : (표정) ...!
흥삼 : 더 재밌는 얘기 해줄까? 니가 설계한 작전... 그거 주포 들어갔다가 쪽박찬 게, 장태호였어.
세훈 : (더욱 놀라는, 화장실 쪽을 돌아본다)
49. 레스토랑 / 화장실
세면대를 짚고 서있는 태호, 숨을 고른다.
/ 1부 52씬. 카페 안.
정민 : 어떡하지? (커피 한모금 삼키고 내려놓는) ...미안하지만 태호씨는 내 인생에 더 이상 필요가 없게 됐는데.
태호 : 윤정민!
정민 : 훨씬 유능하고, 쓸모있는 남자를 찾았거든.
/ 4부 19씬. 정민의 오피스텔 앞. 정민의 이마에 뽀뽀하는 세훈.
/ 다시 현재.
거울 속의 자신을 들여다 보는 태호. 어지럽던 표정은 가라앉고, 담담하고 차분해진 눈빛...
50. 레스토랑 안 ( 오후 )
서류를 들여다보는 태호와 흥삼.
차를 마시는 척, 태호를 탐색하는 세훈. 그 느낌에 고개 드는 태호.
시선 마주치자, 빙긋 웃는 세훈. 태호, 적당히 접대용 미소 짓는.
흥삼 : (서류 내려놓고) 생각보다 조건이 까다롭군요.
세훈 : 한중그룹의 파트너가 되는 일입니다. 큰 사업이구요.
미래도시 프로젝트는 저희 회장님께서도 진척 상황을 늘 주시하고 계십니다.
흥삼 : (돌아보는) 장과장?
태호 : (막힘없이) 투자 방식이나 투자금 규모는 약간 독소 조항이 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한중그룹에서 요구하는 법인 자격이 문젠데... 이건 홍콩이나 싱가폴에 있는 해외 법인과 연계해 우회하면 될 거 같습니다.
물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면 일이 더 쉬워지겠죠.
흥삼 : (세훈에게, 봤지? 하는 눈빛으로) ...
세훈 : (흥미로워지는) 장과장님이 실무를 맡으면 얘기가 잘 풀리겠네요.
(슬며시 떡밥 던지는) 우리 혹시... 전에 본 적 있지 않습니까?
태호 : (표정 변화 없는) 글쎄요. 초면인데요.
세훈 : (미소) 분명히 본 거 같은데...
태호 : (미소) 그럴리가요. 전 그냥... 노숙잡니다.
흥삼, 세훈 : (표정) ...!
태호 : 사업이 실패하는 바람에 서울역 지하도에서 근근히 살았구요. 회장님이 거둬주신 덕분에 사람 구실하게 됐습니다.
세훈 : (시선은 태호를 보며, 흥삼에게) 회장님... 좋은 부하를 얻으셨네요.
흥삼 : (태호와 세훈을 차례로, 미덥게 보며) 인연이든, 악연이든 사람이 만드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인복이 있나 봅니다.
각자의 생각이 얽힌 채, 시선 주고받는 태호와 흥삼, 세훈.
51. 펜트하우스 / 호텔 앞 ( 오후 )
차가 멈추고 사마귀가 내려서 뒷문을 열어준다.
내리는 흥삼. 반대편에서 내린 태호가 흥삼에게 다가온다. 사업에 관한 지시인 듯, 낮게 얘기하는 흥삼. 태호는 끄덕이며 듣고...
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습관적으로 주위를 살피는 사마귀.
그때 저만치에 막 출발하는 차가 보인다. 진입로를 돌아 나가는 차의 운전석에 배중사, 조수석엔 얼핏 악어의 모습.
안경 너머로 스치는 사마귀의 촉!
52. 상가 사무실 ( 저녁 )
프린터가 토해낸 출력물을 추려서 들고오는 영칠.
소파에는 태호, 해진, 조회장이 앉아 있고 한쪽 구석에 오십장은 공구 벨트를 차고, 사다리 위에 올라가 있다.
해진 : (영칠이 나눠준 출력물 보며) 페이퍼컴퍼니라구 맨 땅에 헤딩할 순 없구...
태호씨 말대루 간판만 남은 부실기업 찾아서 전신 성형시키는 게 낫겠더라구.
태호 : (출력물 든 채, 다른 생각에 잠긴) ...
조회장 : 헌데... 주식 매수하고 그런 거, 복잡하지 않은가?
해진 : 회장님. 제가 엔터사업 해봐서 그쪽은 빠삭합니다. 어차피 다 돈 놓구 돈 먹기에요.
(태호를 돌아보며) 안그래? 거기 업체들 리스트 봐봐.
태호 : (안들리는) ...
해진 : (태호 앞에 손가락 딱딱, 튕기는) 어이, 계세요? 누구 없어요?
태호 : (그제야 쳐다보는) 어디까지 얘기했지?
해진 : (기가 막힌) 뭐야아... 정신머리는 콩밭에 가 있구. (불쑥) 나라씨랑 아직두 화해 못했어?
태호 : (뜨악하게 보는)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와?
해진 : 남자가 정신 빠져 있는 건, 딱 두 가지 케이스 밖에 없거든. 여자 문제, 그게 아니면... 다른 여자 문제.
영칠 : (내심 질투) 태호형이랑 나라씨는 잘 안어울리는데...
오십장 : (벽에 망치질하다 돌아보는) 얼척없는 소리허구 자빠졌네. 나가 보기엔 천생연분이구만.
태호 : (짜증, 벌떡 일어나는) 거, 왜 못질을 밤에 하구 그래요, 시끄럽게.
태호, 툴툴거리며 나가버린다. 남은 사람들, 어이없어서 쳐다보는.
53. 골목 일각 ( 저녁 )
나라의 화단을 내려다보는 태호. 병실에 놓고갔던 꽃이 한쪽에 곱게 피어 있다.
착잡했던 표정에 엷은 미소... 이내 웃음 끝이 쓸쓸해지고.
54. 폐차장 ( 저녁 )
외줄기 조명 아래, 종구가 샌드백을 두드리고 있다. 흡흡, 규칙적인 호흡, 전성기만 못해도 속도와 위력이 상당하다.
미친 듯이 주먹을 퍼붓는, 땀에 젖은 얼굴 위로.
미주 : (소리) 꿈 깨요, 아저씨.
/ 7부 43씬. 클럽 내실 안.
미주 : 회장님은 내가 원하는 걸 줄 수 있지만... 아저씬 그럴 수 없잖아요. 제 사춘기는... 지금 막 끝났어요.
/ 퍽!! 카운터 블로를 날리는 종구. 샌드백이 매달린 기둥이 지잉... 울린다.
샌드백을 껴안고 숨을 몰아쉬는 종구. 그때,
태호 : (소리) 다시 시작하려구요?
돌아보는 종구. 적당히 취한 태호, 웃으면서 다가온다.
태호 : 신인왕전두 나이 제한에 걸릴 텐데요. (비닐봉투 들어보이며) 그러지 말구 소주나 일병 합시다.
심심한데 같이 마실 사람이 없네.
종구 : (수건으로 땀 닦는) ...꺼져.
태호 : (아랑곳 없이, 낡은 소파에 풀썩 앉는) 형님이 돌아갈 데는 링 밖에 없다고 하더라구요. 곽회장이...
종구 : (표정) ...
태호 : (소주병 비틀어 따는) 좋죠. 돌아갈 데가 있구,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는 거... (한모금 들이키고, 푸... 한숨 쉬는)
종구 : (가만히 보다가) ...말했잖어. 흥삼이 밑에서 일하는 거, 쉽지 않다구.
태호 : 땡!! 안됐지만 잘나가구 있습니다. 말단 대리가 전무이사 된 셈인데, 이만하면 초고속 승진이거든요.
종구 : (냉소) 흥삼이가 널 필요로 한다구 해서, 네가 중요하다는 뜻은 아냐.
태호 : 알죠, 압니다. 딱 그 정도면 돼요.
취기가 오르고 피곤한 태호, 고개 숙이고 마른 세수를 한다.
표정없이 보다가 돌아서는 종구, 버스로 가는데...
태호 : (고개 떨군 채) 저는요, 혼자가 편하거든요.
종구 : (멈추고 돌아보는) ...?
태호 : 나 혼자, 내 잘난 맛에 사는 게 편한데... 요즘은 다른 사람들 땜에 그게 맘대루 안돼요.
죽은 선배한테 미안하구, 헤어진 애인도 눈에 밟히고... 서울역 와서 알게 된 사람들까지 신경쓰이고...
(머리 북북 긁는) 아, 짜증나 미치겠네.
종구 : (감정없이 보는) 너같은 놈은 너 밖에 없어.
태호 : (고개 드는) ...?
종구 : 악당짓은 해야 되는데 착한 척도 하고 싶고... 양다리 걸치려니까 머리가 깨지지. 주인공이든 악당이든 하나만 골라.
대신... (표정 굳으며) 흥삼이 부스러기 줏어먹을 거면, 나라하군 시작하지 마라. 넌... 걔한테 상처줄 자격없어.
태호 : (노려보는, 천천히 일어나고) 그러는 형님은 어느 쪽인데요? 약도 끊고 술도 끊고... 서마담 때문에 개과천선했어요?
종구 : (꿈틀) ...!
태호 : (피식) 형님이나 저, 어느 쪽이든 해피엔딩합시다. (돌아서서 가며, 술 병 흔드는) 이 술은 아꼈다 그때 먹죠.
종구 : (멀어지는 태호를 묵묵히 바라보는) ...
55. 거리 일각 - 무료 병원 - 펜트하우스 ( 통화 교차, 밤 )
인적없는 거리. 흔들거리며 걸어온 태호, 화단 턱에 걸터 앉는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멍한 시선.
핸드폰을 꺼낸다. 잠시 망설이는... 그러다 결심하고 버튼을 누른다. 컬러링이 들리고... 긴장하는 태호.
/ 무료 병원, 간호사실.
차트 챙기던 나라, 핸드폰 울리자 꺼낸다. 모르는 번호. 의아한 표정으로 받는.
나라 : 여보세요?
태호 : ...나라씨?
나라 : (표정) ...!
태호 : 저... 장태홉니다.
나라 : (담담히) ...네.
태호 : 자는데 깨운 거 아니에요?
나라 : 병원이에요. 당직이거든요. 근데, 제 번호는 어떻게...
태호 : 전에 해진씨한테 들었어요.
나라 : 아... (잠시 침묵) ...
/ 누군가의 시선. 화단에 앉아 통화하는 태호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태호 : ...몇 시에 끝나요?
나라 : (조심스러운) 왜요?
태호 : (멋적지만 용기내서) 일 끝나면 같이...
순간, ‘곽회장’ 표시가 뜨면서 전화 들어온다. 멈칫, 주저하는 태호.
나라 : (태호 말이 끊어지자) ...여보세요?
태호 : (계속 울리는 번호 보다가) ...미안해요. 나중에 다시 걸께요.
나라 : (통화 종료된다, 어이없고 서운한) ...
태호 : (번호 밀어서 흥삼의 전화를 받는) ...네.
/ 펜트하우스.
소파에 앉아 있는 흥삼, 여유로운 표정으로.
흥삼 : 혼자 있니?
태호 : ...네.
흥삼 : 오늘 배중사... 봤냐?
태호 : 아뇨.
흥삼 : 조심해라. 배중사가 전에도 사고 친 적 있다.
태호 : 무슨... 사고를...
흥삼 : 그 친구, 너처럼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녀석을...
흥삼의 대사가 이어지는 동시에...
태호 뒤에 어리는 그림자, 칼을 치켜든 배중사! 그 살기어린 눈빛, 태호의 목덜미를 노리는 칼날!
흥삼 : ...쥐도 새도 모르게 담궜거든.
태호 : ...!!
놀라는 태호 얼굴 뒤로, 칼날이 번쩍! 허공에 튀는 핏방울!
정지된 듯 굳어있는 태호. 차분하게 말을 잇는 흥삼.
흥삼 : 그래서... 사마귀 보냈다.
그제야 풀 샷으로 보이는 상황. 가운데 서 있는 태호 뒤로... 나이프 움켜쥔 사마귀!
급소가 찔린 배중사, 고목이 쓰러지듯 천천히 무너진다. 돌아볼 엄두를 못낸 채, 굳어있는 태호.
흥삼 : ...사마귀랑 와라. 보여줄 게 있으니까.
핏방울이 튄 채 무표정한 사마귀, 배중사 시체를 질질 끌고간다.
태호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고...
56. 펜트하우스 ( 밤 )
문이 열리고, 태호와 사마귀가 들어온다. 창가에 서 있는 흥삼의 뒷모습.
태호는 아직 충격, 혼란으로 멍한데...
사마귀 : 악어 형님은... 현장에 없었습니다.
흥삼 : (창 밖을 보며) 머리 좋은 놈이라 꼬리 밟힐 짓 안한다. 배중사만 부추기고 뒤로 빠졌겠지.
사마귀 : 배중사는... 공장에서 처리하겠습니다.
목례하고 나가는 사마귀. 둘만 남은 공간에 침묵이 흐르고...
흥삼 : ...태호야.
태호 : (고개 들어 보는) ...
흥삼 : 내가 너, 좋아한다. 왠줄 아니? (돌아보는, 푸근한 미소로) 넌... 단순하거든.
자기 걸 잃으면 되찾고, 남이 가진 게 탐나면 뺏는다... 그게 마음에 들어.
태호 : (차츰 진정되는) ...
흥삼 : (다가와 태호 앞에 서는) 그래서... 내 것도 노리고 있을 테구.
태호 : ...!!
흥삼 : (미소 머금은 채) 궁금하지? 서울역 넘버원이 가진 재산... 백 억, 이 백 억, 어쩌면 그 이상일까...
언제 어떻게 훔쳐낼 수 있을까?
태호 : (당황스러운) 회장님!
흥삼 : 따라 와. (앞장 서는)
앞장서는 흥삼. 못박힌 듯 움직이지 못하는 태호.
돌아보는 흥삼, 눈빛으로 재촉하면 마지못해 다가가는 태호.
흥삼이 버튼 조작하자 책장이 미끄러지면서 열리는 비밀 공간.
함께 안으로 들어가는 태호와 흥삼.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거액의 비주얼에 압도당하는 태호!
흥삼 : ...쉬운 길하고 어려운 길이 있다.
태호 : (쳐다보는) ...
흥삼 : 날 쳐서, 이걸 전부 빼앗던가... 내가 너한테 이 금고를 물려줄 수 있게, 내 일을 돕던가... 선택은 너한테 달렸어.
(의미심장한) 니가 보기엔... 어느 쪽이 쉽겠니?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흥삼.
태호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마주 보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서 화면 어두워지면.
57. 교도소 앞 ( 낮 )
쨍쨍한 햇볕과 함께 시작되는 화면. 교도소 정문 옆, 작은 출입구가 열린다.
가방을 둘러매고 나오는 누군가, 교도관에게 공손히 허리 굽혀 인사한다. 어깨를 툭툭 쳐주고 들어가는 교도관.
문이 닫힐 때까지 굽히고 있던 사내, 고개를 드는데... NO3, 작두다!
인상 자체는 험하지만 표정만큼은 평화롭고, 인자한 모습. 바깥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뒤, 환하게 미소짓는 그 얼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