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니가 나는 시기나 순서는 개인차가 큽니다
학령기 이전의 아이들이 가진 치아는 모두 유치(젖니)입니다. 인간이 평생 동안 사용하게 되는 영구치가 나기 전에 그 역할을 대신하며, 기능적인 차이는 없지만 나름의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영구치의 수는 총 28~32개인 데 비해 유치는 20개뿐입니다. 색깔은 청백색이나 유백색을 띠며 전체적으로 작고, 둥글고, 납작한 편입니다. 또 영구치보다 사기질이 얇아서 충치가 생기면 더 빨리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젖니는 생후 6개월 정도에 앞니부터 나기 시작하여 만 2세 때 어금니를 비롯한 모든 유치가 나며, 만 3세 때 치열이 완성됩니다. 하지만 젖니가 나는 시기나 순서는 아기마다 큰 차이를 보입니다. 빠른 아기들은 백일 때부터 올라오고, 늦은 아기들은 8개월이 넘도록 젖니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아도 젖니의 발달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아도 아기 잇몸 속에는 젖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사실 치아는 늦게 날수록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그만큼 충치 위험이 줄어드니까요. 젖니가 빨리 난 아기들은 일찍부터 젖니 관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영구치로 바뀔 때까지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는 시기는 대략 만 6세쯤에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유치 앞니부터 빠지기 시작해서 유치 송곳니, 유치 어금니 순으로 갈게 되며 만 12세경에는 어른의 치열 구조가 완성됩니다.
잘 관리하지 않으면 영구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젖니를 건강하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는 젖니가 아기 건강의 초석이기 때문입니다. 젖니는 아이가 음식물을 잘 씹어서 소화할 수 있게 해주고, 정상적인 성장 발육을 유도하며, 발음을 정확히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유치가 있어야 주위 뼈의 발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또 영구치가 날 자리를 지켜줌으로써 영구치가 제자리에 날 수 있는 것입니다.
어차피 빠질 이라며 썩어도 치료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해 두지 마세요. 그렇게 하면 자칫 합병증과 후유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젖니가 썩으면 붓고, 아프고, 뿌리가 흔들려 정상보다 일찍 빠지고, 그 자리에 영구치가 삐뚠 형태(덧니)로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구치는 유치가 나온 길을 따라 성장하므로 좌표가 사라지면 바른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지요.
젖니가 아기처럼 연약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너무 과보호를 해도 안 됩니다. 대표적인 오해 중의 하나가 이유가 끝난 뒤에도 음식을 무르게 주어야 치아 보호에 좋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기는 젖니만으로도 충분히 딱딱한 것이나 질긴 것을 씹거나 갈아먹을 수 있습니다. 설령, 치아가 다 나지 않았더라도 16~18개월이 되면 씹는 근육을 발달시킬 수 있는 시기이므로 고형 상태의 음식을 먹이세요. 이가 나지 않은 부위는 잇몸이 맞닿아서 음식을 씹을 수 있으므로 이가 없다고 먹지 못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젖니는 각각 정상적인 탈락 시기가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정상보다 먼저 빠지거나 너무 늦게까지 빠지지 않는다면 치열에 심각한 영향을 줍니다. 그러므로 젖니가 건강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합니다.
젖니 건강을 해치는 주범은 바로 ‘충치’입니다
아기의 젖니 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바로 치아 우식증, 즉 충치입니다. 충치 자체도 문제지만 영구치에 손상을 준다는 점에서 경계를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기의 젖니는 충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럼 젖니가 썩게 되는 원인을 알아볼까요?
젖니가 썩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이를 감싸고 있는 법랑질이 단단하지 않아서, 두 번째는 세균 때문에, 그리고 세 번째는 세균의 먹이가 되는 음식물 때문에 이가 썩게 됩니다. 법랑질의 단단한 정도는 유전적인 문제이므로 어쩔 도리가 없지만, 세균 때문에 혹은 음식물 때문에 썩는 경우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충격적인 이야기가 되겠지만 충치의 원인이 되는 세균은 주로 엄마를 비롯한 양육자에게서 옮겨집니다. 아기에게 입을 맞추거나, 아기의 손이나 얼굴을 만지거나, 또는 아기의 음식을 맛보거나 수저를 같이 쓸 때 감염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엄마 역시 충치가 없도록 건강하게 치아를 관리하고, 엄마 입 속에 넣었던 음식물을 아기에게 주거나 수저를 함께 사용하는 습관은 당장 고쳐야 합니다.
아울러 세균의 먹이가 되는 음식물도 줄여야 합니다. 아기에게 젖이나 밥을 조금 주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기 입 속에 남아 있는 음식물을 없애라는 것입니다. 특히 아기가 오랫동안 젖병을 물고 있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돌이 지나도록 젖병을 끊지 못하는 아이들, 분유를 먹을 때 우유 꼭지를 질겅질겅 씹으며 오랫동안 먹는 아기들은 십중팔구 치아 우식증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충치를 일명 ‘우유병 우식증’이라고도 부릅니다.
수유 후에는 물을 먹여 입 안을 꼭 헹구어주세요. 아기 입 속을 닦아주거나 칫솔질을 해주는 것 모두 세균을 없애는 방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젖니가 난 뒤에는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으세요
젖니가 나면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자주 갈 필요는 없지만 아기의 전반적인 치아 상태를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예전에는 두 돌이 넘거나 유치가 모두 난 뒤 치과 진료를 받으라고 권했지만, 그 사이에 충치가 생기는 아이들이 많아서 요즘에는 시기를 앞당기라고 권유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세 돌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치과에 가서 치아 발육 상태와 충치 여부를 확인하세요.
아마도 상당수의 엄마들이 치과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아기의 치아에 충치가 생겼다는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 엄마 눈에는 충치가 보이지 않는 까닭입니다. 흔히 이가 까맣게 되어야 비로소 충치가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아기의 치아에 까만 점이나 줄이 보인다면 그것은 이미 우식증이 상당히 진전된 상태입니다.
보통 건강한 치아는 회백색을 띠거나 투명하지만 충치가 생기면 투명도가 떨어지고 백묵색이 됩니다. 그리고 이와 잇몸의 경계가 백색이 되는데 이것은 충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다음에는 노란색에서 갈색으로, 다시 짙은 갈색으로 변했다가 마지막으로 검은색을 띱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충치는 색깔이 진할수록 진행 속도가 느리고, 색깔이 옅을수록 진행 속도가 빠릅니다. 그러니 아기의 충치가 심하지 않다고 속단하고 방심해서는 안 되겠지요.
만약 아기에게 충치는 없지만 충치가 생길 소지가 많다고 판단되면, 집중적인 관리와 함께 식이 조절이나 불소 도포 등의 예방을 위한 조치도 취해주어야 합니다. 이가 날 때쯤 침 검사를 통해 충치 세균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므로 치과 검진을 꼭 받아보세요.
병원에서는 충치 예방을 위해 이런 처치를 해줍니다
젖니 관리를 잘못하면 영구치에도 나쁜 영향을 주지만, 충치가 있다고 해서 전부 치료하는 것은 아닙니다. 충치의 진행 속도와 영구치가 날 때까지의 남은 기간을 따져보고 큰 문제가 없으면 치료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아기가 충치 치료를 받기에 너무 어리다면, 치과에서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몇 가지 시술을 해줄 것입니다.
● 치아 주름 메우기 ●
치면열구전색, 즉 어금니 씹는 면의 주름진 부위를 실런트로 메워주면 음식 찌꺼기가 치아에 남지 않아 세균이 쉽게 침투하지 못한다는 원리를 이용한 시술입니다. 물론 충치를 100%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아이들의 충치는 보통 음식을 씹는 윗면이 아니라 옆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영구치의 경우 씹는 면에 충치가 생길 확률이 90%에 이르지만 젖니는 5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두 돌 이전의 아기들에게는 시술하기 어렵습니다. 시술을 위해서는 입을 벌리고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데, 어린 아기들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어도 말귀를 알아듣는 4~5세쯤은 되어야 시술이 가능합니다.
● 불소 바르기 ●
아기의 치아에 불소를 골고루 발라서 충치가 생기지 않도록 얇은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시술입니다. 이 방법 역시 시술 후 불소를 뱉어낼 능력이 없는 두 돌 이전의 아기에게는 시술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양치질이 가능한 만 3세 정도부터 도포를 하며, 앞니에 문제가 있는 아기의 경우는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습니다.
● 불소 복용하기 ●
불소를 복용하면 치아에 강한 보호막을 형성해 충치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신중하게 투약해야 합니다. 불소가 치아에 좋다고 무조건 복용하면 불화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소아용 불소약은 치과와 일부 소아과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큰 아이들은 알약을 그대로 먹여도 되고, 어린 아기들은 시럽으로 된 것을 우유나 이유식에 타서 먹입니다. 이때 유의할 점은 먹는 불소의 경우 아이가 어릴수록 치과 의사의 자문을 구한 뒤 반드시 정량을 지켜서 먹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적으로 불소약에 의지해서도 안 됩니다. 불소 복용 이전에 양치질을 더 충분히 시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