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 보고서
영남대 산악부 14 김현경
8월 3일
하계 출발 날이다. 아침에 부실에 모여 마지막으로 장비 정리를 하고 짐을 봉지에 다시 싸서 어택에 넣었다. 짐이 많아서 다 들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넣다보니 다 들어가서 신기했다. 자체로 늦게 오실 수연형이랑 경화형이 아침에 인사해주시고 배웅해주셔서 감동이었다. 차를 타고 자다가 좀 있으니 대둔산에 도착했다. 짐을 내리고 텐트를 쳤다. 곧 있으니 이제 조별로 모이기로 했다. 나는 안동대조로 세옥이형이랑 같은조가 되었고, 우리조 대장님이신 준우형과 짧은 인사를 끝내고 바로 동기들이랑 저녁을 하러 갔다. 우리 조는 14학번이 나를 포함해 주언이, 호진이까지 3명이었다. 저녁을 먹고 텐트에 모여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고 술을 마시는데, 코펠에 홍초랑 소주를 와구 섞어 먹었다. 너무 어지러웠다.. 정각 12시에는 잠결에 일어나 어디로 가서 기합을 받았다.
8월 4일
일어나서 아침구보를 뛰었다. 처음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이여서 급 쳐졌다. 너무 힘들었다. 뛰다보니 뒤에 여자동기들과 같이 쳐지게 되었는데. 앞에 먼저 간 형들과 동기들을 따라 뛰어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몸이 안 따라줘서 속상했다. 평소에 좀 체력훈련을 해야겠다. 구보를 다 뛰고 돌아와서 물을 먹는데 마시자마자 토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울렁거리던 속은 한결 편해졌다. 그리고 텐트로 돌아와 가방을 싸고 신선암장으로 훈련을 위해 합동산행을 갔다. 신선암장에 도착해서는 나무에 확보줄을 걸고 하강연습을 해보기도 하고 후등자 확보 훈련도 받았다. 연습코스로 등반을 했다. 하강을 처음 해봤는데 무섭기도 했지만 오른손만 절대 놓지 말잔 생각하면서 조심히 내려왔다. 하산 길은 비가 와서 인지 미끄러웠다.
8월 5일
4시 20분에 기상해 동기들과 아침으로 된장찌개를 끓였다. 좀 부족한 맛에 라면스프를 넣었는데 스프 맛이 좀 강하긴 했지만 역시 기대에 부합하듯 맛이 좋았다. 형들을 깨워서 식사를 하고 6시 15분에 산행을 시작했다. 어제 갔던 신선암장에 또 가게 되었다. 오늘부터 우리 조에 찬규형이랑 연수형이 같이 오셔서 함께 하기로 했다. 어제랑은 다른 코스로 등반을 했는데 왠지 더 어려웠다. 오르는 와중에 너무 무서워서 중간에 매달려서 혼자 버둥버둥 별짓을 다한것같다. 이런 모습을 보는 형들은 더 힘들었을 것 같아 죄송..했다.
8월 6일
4시에 기상해 김치찌개로 아침을 든든히 먹고 5시 20분에 운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구조대 릿지를 오르기로 했다. 구조대 릿지는 총 11피치로 되어있었다. 릿지는 또 어떤것일지 기대반 걱정반으로 올랐다. 세옥이형이 선등으로 올라가셨는데 첫 피치에 올라가는 모습을 뵈고 저녁에 하강할 때 쯤 뵐 수 있었다. 구조대 릿지를 오르면서 9피치가 끝나고 20미터 하강을 하다가 홍석이형이 주신 코드슬링을 감고 하강을 했는데 왼손에 코드슬링을 놓쳐서 하강 도중 자동제동에 돼서 멈춰버렸다. 혼자서 풀려고 해봤지만 안 되서 결국 연수형이 내려오셔서 코드슬링을 빼주셨다. 진짜 죄송하고 감사했다. 10피치를 오르려는데 온몸에 힘이 빠질 것 같았다. 그래도 위에서 기다리시는 형들을 생각하며 힘을 내 끝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그날따라 유독 낀 안개로 경치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상쾌하고 좋았다. 오늘 중간 중간에 내가 잘 못 올 때 많은 도움을 주신 찬규형과 연수형 그리고 동기들에게 진짜 고마웠다. 그리고 하산 할 때는 어두워서 랜턴을 키고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텐트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였고 와보니 저녁이 차려있어서 눈물날 뻔 했다.
8월 7일
오늘도 아침 일찍 운행을 시작하였다. 등산으로만 정상을 찍고 내려오려고 했지만 중간에 비가 조금씩 내리더니 나중에 되니 완전 폭우가 쏟아져 결국 정상을 조금 앞두고 내려왔다. 정상으로 가는 길에 구름다리도 건너고 삼선계단도 올랐는데 특히 삼선계단을 오를 때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다리가 후덜덜 거리고 긴장이 됐다. 계단 경사가 체감 70도 정도 된 것 같다. 먼저 올라가 계신 준우형께서 사진을 찍어주신다고 멈춰보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어떻게 찍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산 길은 비가 너무 내려서 정말 추웠다. 베이스캠프로 돌아와서 씻고 다음날이 예비일인데 우리 조는 조금 일찍 대전으로 출발했다. 대전에 가서 비록 아주 조금 졸긴 했지만 영화 ‘해적’도 재미있게 보고 피자도 먹고 행복했다. 그리고 저녁쯤엔 계대조랑 영대조랑 모여서 같이 찜질방 가려다가 실패하고 모텔로 갔다 효정이형,주연이,지원이랑 한방을 쓰게 됬는데 같이 얘기도 하고, 간만에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어서 진짜 좋았다. 그날은 새벽까지 게임을 하고 놀았다.
8월 8일
오랜만에 늦게까지 잠을 자고 일어나서 홈플러스에 가서 장을 보고 설빙도 먹고 그리고 대둔산으로 돌아왔다. 와서는 우리 안동대 조 동기 주언이랑 호진이랑 이런저런 얘기도 하며 쉬었다. 축구경기도 하고 저녁에는 요리 대회가 열렸다. 감자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인데 세옥이 형 아이디어로 우리 조는 해쉬브라운을 했다. 감자를 아주 얇게 자르고 기름을 두르고 좀 볶고 중간에는 야심작인 치즈를 넣었다. 얼마 없어서 요리를 낼 양밖에 못해 아쉽지만, 끝나고 한입 먹어보니 맛있었다. 다행히 우리 조는 꼴등을 하지 않았으므로 설거지 벌칙을 피할 수 있었다. 저녁에는 하늘을 보는데 별이 많이 떠 있어서 너무 예뻤다. 한참 밖에 있다가 잠이 들었다. 예비일은 너무 좋았다.
8월 9일
계대조랑 신선암장에 갔다. 가는 길에 신선암에서 잠깐 쉬어갈 때 영대 99학번 신동협형을 처음 뵙고 인사를 드렸다. 도착해서는 주마를 처음 배워봤다. 처음 올라갈 때는 자꾸 떨어지고 그랬는데 조금 올라가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혔다. 또 아직 안 해본 연합코스로도 등반을 해보기도 했다. 점심으로는 계대조랑 같이 비빔면을 끓여먹는데 꿀맛이었다. 저녁에는 동협이형이 오셔서 맛있는 고기도 먹고 오랜만에 영대 형들도 보고 좋았다.
8월 10일 양파길
아침에 일어났는데 오른쪽 눈에 모기가 너무 심하게 물려 있어서 당황스러웠다. 오늘은 양파길을 가기로 했는데 찾는데 길을 좀 헤맸다. 가는 길에도 산에 모기가 너무 많아서 온몸이 따끔거렸다. 모기 때문에 괴로운 하루였다. 양파A코스는 첫 피치부터 어려웠다. 형들과 동기가 앞서 등반하는걸 보는데 힘들어 보였다. 손을 잡을 때도 거의 없고 발 딛는 곳도 불안정해서 계속 미끄러졌다. 형들의 도움으로 슬링을 잡고 2피치에 도착했는데 2피치도 어려웠다. 세옥이 형이 선등으로 올라가는 걸 보는데 정말 잘하셨다. 반면 나는 주마를 사용해 올라갔다. 형들과 동기들에게 죄송할 뿐이었다. 앞으로는 많이 배워서 더 잘 할수 있도록 해야겠다. 하산을 하다가 찬규형과 연수형이 14학번인 호진이랑 주언이랑 나랑 세명이서 산 입구까지 노래를 끊지 않고 이어 부르면 구보를 면해주신다고 하셨다. 우리는 정말 열심히 불렀다. 한명씩 열곡은 넘게 부른 것 같다. 입구까지 잘 도착해 구보를 면할수 있었다.
8월 11일
원래 출발시간이 6시인데 우리는 5시 30분에 일어나버렸다. 형들과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라면으로 아침을 먹고 7시에 운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솔봉이길을 오르기로 했는데 가는길이 유독 험했다. 바닥은 미끄러운 진흙이고 사람 키만한 수풀이 자꾸 양쪽에서 들이댔다. 8시 25분에 솔봉이길 도착해 세옥이형, 주언이, 준우형, 나, 호진이, 찬규형 순으로 등반을 시작했다. 동기 호진이 확보를 보는데 잘 못 본거 같아서 미안했다. 2피치 끝쯤에 오른쪽으로 꺾어 올라 가는길이 급 낭떠러지에 무서웠는지 마지막 2미터를 오르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준우형의 설명을 듣고 잘 올수 있었다. 이윽고 5피치까지 모두 다 올라 2시 45분 솔봉이 길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바라본 대둔산은 정말 멋졌다. 위에서 돌탑에 돌을 얹어 소원을 빌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 등반하면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아서 찬규형께서 화가 나셨는데 정말 반성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그런일이 없도록 할 것이다. 저녁은 오늘 같이 등반하지 못한 연수형께서 저녁을 차려주셔서 감사히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다같이 모여 하산주를 함께 하며 대둔산에서의 마지막밤을 보냈다.
8월 12일
아침에 일어나서 마지막으로 텐트와 주변을 정리했다. 내가 썻던 장비는 자체로 들어오실 형을 위해 놔두고 내 짐은 서브색에 넣었다. 다 끝나고 나서 내 짐을 챙기는데 산에서는 굳이 필요 없는 것들이 눈에 보였다. 짐만 무거워지고 그것들이 다 부질없음을 깨닫고 앞으로는 어떻게 짐을 싸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9박 10일 동안 함께 고생하며 정 들었던 안동대조 형, 동기들과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헤어졌다. 베이스에서 배티재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갔다. 대전에서 점심도 먹고 후식으로는 빙수도 먹었다. 또 유명한 성심당을 갔는데 빵들이 아주 끝내줬다. 그러고 나서 영대 형들과도 헤어지고, 주연이랑 나는 기차를 타고 대구로 돌아왔다. 영대 형들과 자체를 함께 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고 아직 대둔산에 남아있는 형들을 생각하니 괜스레 마음이 아팠다. 연맹기간동안 실수도 많이 하고, 모르는 부분도 많았는데 그럴 때 마다 형들이 잘 가르쳐주시고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하계를 통해 부족한 만큼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