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7장은 로마군 백인대장의 종을 고쳐주시는 이야기와 과부의 아들을 살려주셨다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앞으로 이렇게 병을 고쳐주셨다는 이야기나, 죽은 사람을 살려주셨다는 이야기, 물 위를 걸으셨다는 이야기 등 기적에 관련된 본문이나 마귀를 쫓아내셨다는 이야기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내용이 아니라면 더 이상 설명 드리지 않고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설명이 필요하신 분은 마태복음 8장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어지는 본문은 예수께서 세례 요한의 제자들에게 자신과 요한의 위치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이야기인데, 이 본문도 마태복음에 거의 같은 내용으로 기록되어 있으므로 필요하신 분은 마태복음 11장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7장의 마지막 장면은 어떤 여자가 예수께 향유를 바르는 이야기입니다. 여인이 예수께 향유를 붓는 이야기는 사복음서에 모두 나옵니다. 마태복음 26장, 마가복음 14장, 요한복음 12장에 나오는데, 이 세 복음서에 나오는 향유 이야기의 줄거리는, 그 값비싼 향유를 팔아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제자들의 책망에 대해 ‘이 여인의 행위는 나의 장례를 준비한 것’이라고 예수께서 변호해주셨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누가복음에서는 이야기가 다르게 전개됩니다. 예수님은 한 바리새인의 식사 초대를 받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식사할 때, 낮은 의자나 방석에 비스듬히 기대서 다리를 뒤쪽으로 뻗어 반 정도 누운 자세로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가 시작되려는 순간, 한 여인이 예수님의 등 뒤 발 곁에 서더니 울면서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는 머리카락으로 닦고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발랐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모습을 보고 예수님을 초대한 바리새인이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그때 예수께서 바리새인에게 하신 말씀과 이어지는 이야기를 44~50절까지 보겠습니다.
44 그런 다음에, 그 여자에게로 몸을 돌리시고, 시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여자를 보고 있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에,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여자는 눈물로 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닦았다.
45 너는 내게 입을 맞추지 않았으나, 이 여자는 들어와서부터 줄곧 내 발에 입을 맞추었다.
46 너는 내 머리에 기름을 발라 주지 않았으나, 이 여자는 내 발에 향유를 발랐다.
47 그러므로, 내가 네게 말하거니와,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것은 그가 많이 사랑하였기 때문이다. 용서받는 것이 적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
48 그리고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네 죄가 용서함을 받았다" 하고 말씀하셨다.
49 그러자 밥상 앞에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속으로 "이 사람이 누구이기에 죄까지도 용서하여 준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기 시작하였다.
50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누가가 이 본문을 기록한 의도는, 이 여인의 지극한 헌신을 모든 제자들도 본받으라는 것과, 예수님은 인간을 넘어서는 존재, 그러니까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려는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그 여자에게 ‘네 죄가 용서함을 받았다’ 하고 말씀하시자, 밥상 앞에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속으로 ‘이 사람이 누구이기에 죄까지도 용서하여 준다는 말인가?’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문장에서 누가의 의도를 읽을 수 있습니다.
생전의 예수님을 부르는 호칭은 거의 랍비였습니다. 랍비, 선생님이라는 뜻이지요. 학식을 갖추고 율법을 해석하는 사람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선생, 그 이상의 호칭을 예수님은 원하지 않으셨다고 현대 신학자들은 말합니다. 예수님을 찾아온 어느 젊은이가 ‘선하신 선생님’ 하고 불렀을 때 예수께서 ‘나를 선하다고 부르지 마라. 선하신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뿐이시다.’ 라고 하신 말씀을 근거로 듭니다.
그런데 부활 이후에, 예수님에 대한 고백이 점점 바뀌어갑니다. 당시 위대한 인물에게 일반적으로 부여되던 신의 아들이라는 고백을 넘어, 하나님의 유일한 아들이라는 고백도 넘어서고, 서기 325년에는 니케아 회의에서 마침내 ‘하나님과 본질상 같은 분’으로 선포됩니다.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님에 대한 모든 이야기는 서기 3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기록된 시기는 마가복음이 70년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이 80년대, 요한복음이 90년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후대로 갈수록 예수님에 대한 고백이 점점 더, 저 하늘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