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53-요철(凹凸)/ 이무식
산 높고 골 깊어도
세상은 둥근 것을
노픙 ㄴ덴 깎아내고
기픙 ㄴ덴 메우지만
넌 낮고
난 높아야하는
영점 잃은 저 저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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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그칠 것 같지 않다/ 우은숙
술꾼들이 모여든 단골집 포장마차
하나 둘 술기가 얼콰하게 오를 무렵
후드득 천막 지붕을 빗소리가 때린다
누구는 정치가를 핏대 세워 욕하고
누구는 사회가 썩었다고 삿대질이다
전화가 계속 울려도 약속처럼 받지 않는다
욕은 점점 날것이 된다 의자도 삐걱인다
어느새 술병까지 소리 보탠 그곳엔
마알간 백열등만이 빗소리를 적는다
도무지 그 비는 그칠 것 같지 않다
술자리도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그렇게 다 젖은 새벽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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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및 공무집행방해죄/ 김영주
팔다 만 귤바구니가 구둣발에 동그라진다
솟구치는 서러움을 울컥 토해 냈다가
죄보다
죄목이 더 큰
그런 죄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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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식/ 황점태
엄마가 된 열다섯 여린 손이 아프다
젖 물린 소녀와 눈이 맑은 아가는
담벼락 빛 들지 않는 그늘로 숨어 산다
짐승 같은 눈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억눌리고 할퀴어져도 장님처럼 귀 막고
저, 월식 끝날 즈음엔 비춰질까 둥근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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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같네/ 전연희
새는 울어 맑게 울어
날마다 가벼워라
부러운 하늘 영토
비운 새 저들의 것
못 비운
닭이나 오리
사람 같네
뒤뚱뒤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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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문학지 속의 한 편
시조시학 2014년 겨울호
바보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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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2.0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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