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자연의 조화 속에 풍요로운 강변도시 부산 사상구. | 부산 사상구 제공
부산 사상구는 1995년 부산 북구에서 분리·신설된 새로 생긴 고장이다. 새롭게 태어난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전국적으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상은 한 때 부산의 경제를 이끌었던 부산 최대의 공업지역이었다. 공장이 빠져나가면서 과거만은 못하지만 사상은 여전히 산업과 물류, 유통의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공항과 항만, 육로, 도시철도가 입체적으로 연결된 서부산의 관문이다. 또 천혜의 자연생태계 보고인 광활한 낙동강 둔치를 보유한 고장이기도 하다.
사상구가 위치한 지역은 조선시대 동래부 사천면의 상단지역이다. 하단지역이 지금의 사하구다. 1963년 부산이 직할시로 승격되면서 부산진구에 편입됐다가 78년 북구로 편입됐다. 1995년 북구에서 분리되면서 사상구가 됐다. 동쪽은 부산진구, 북쪽은 북구, 서쪽은 강서구, 남쪽은 서구·사하구와 접하고 있다. 삼락동, 모라동, 덕포동, 괘법동, 감전동, 주례동, 학장동, 엄궁동 등이 사상구의 마을이다.
동쪽에는 백양산(642m)과 구덕산(565m)을 잇는 능선이 솟아 고지대를 이루고, 서쪽에는 낙동강이 연변에 충적평야를 펼치며 남쪽으로 흐른다. 감전동을 중심으로 괘법동·덕포동·학장동 일대는 부산 최대의 공업단지인 사상공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사상공업단지와 강서구의 삼각주 지역을 잇는 남해지선고속도로가 제2도시고속국도와 연결돼 도시고속국도에 이어진 경부고속도로에 접속된다. 경부선 철도가 L자형으로 사상구를 관통하고 있다.
낙동강변 저습지에 조성된 공업도시
1960년대 부산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공장을 한 곳에 모을 필요성이 제기됐다. 늘어나는 공장을 위해 새로운 공업용지를 공급해야 할 필요성과 급증하는 인구를 위해 기존 도심의 환경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때였다. 현재의 사상구는 당시만 해도 부산의 외곽지역인 낙동강 동쪽의 저습지였다.
1968년 착공해 1975년에 완공한 것이 사상공업단지였다. 총면적 973만 8887㎡. 공단 외곽으로는 경부선 철로가 지나고 부산 중심지와 남해고속도로가 인접하면서 많은 공장들이 사상 일대로 들어왔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소기업의 보금자리였다. 조립금속 및 기계장비업체를 비롯해 화학, 석유, 플라스틱 업체와 의복, 신발 업체가 주종을 이뤘다.
그러나 계획적 조성이라기보다는 도심 외곽지역의 일반 시가지로 개발되면서 공업지역과 주거, 상업 지역이 뒤섞이고 말았다. 공업용수와 전력이 부족하고 하수와 폐수 시설의 불량으로 심각한 도시문제를 낳았다. 공해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사상구는 살기 불편한 곳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현재는 대대적인 정비사업과 공해물질 배출업체 이전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술집약적인 도시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모습의 공업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상팔경으로 유명한 비경의 고장
사상은 예로부터 낙동강 하류에 위치한 지형적 특성으로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잦았다. 상류에서 떠내려온 모래가 퇴적돼 저습지와 모래톱이 잘 발달한 곳이다. 그래서 지명도 ‘모래사(沙)’를 쓴 사상(沙上)이다. 사상구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경이 곳곳에 숨어있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사상8경’을 사상구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대부분 사라진 절경이다.
1. 평사낙안(平沙落雁) : 과거 낙동강 하류의 저습지와 모래톱에 우거진 들풀과 갈대의 숲은 철새들의 좋은 보금자리였다. 석양을 받아 황금빛을 발하는 모래톱 위로 날아가는 기러기떼가 낙동강변에 내려앉는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지금은 도시화로 인하여 사상의 갈대숲과 모래펄은 공단으로 변해 그 자취는 사라져 버렸다.
2. 금정명월(金井明月) : 금정산은 울창한 수림과 광활한 억새밭, 기암괴석, 옛 성터 등으로 부산의 진산(鎭山)로 불리며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산 위로 떠오르는 밝은 달은 바다 위로 떠오르는 달과는 또 다른 의미와 모습으로 다가온다. 금정산의 밝은 달이 낙동강 물 위로 떠오르고 달밤에 노를 젓는 뱃사공의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였을 것이다.
3. 운수모종(雲水暮鐘) : 사상구 모라동에 위치한 고찰 운수사. 경내에 있는 약수터에서 안개가 피어올라 구름이 되는 것을 보고 이 곳에 절터를 잡아 운수사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 옛날 운수사에서 들려오는 저녁의 범종소리는 낙동강 건너 저 멀리 김해들녘까지 울려 퍼졌다.
4. 구덕조무(九德朝霧) : 구덕산은 짙은 산림이 우거져 있어 깊은 계곡과 맑은 물이 흐르는 명산이다. 구덕산에 서려 있는 아침 안개는 늘 푸른 소나무숲과 어우러져 가히 장관을 이루었다 한다. 일출의 햇살이 비추어질 때는 산 전체가 붉게 물들은 황금빛으로 변하여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장관을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5. 원포귀범(遠浦歸帆) : 사상은 도시화가 되기 이전까지는 반농반어촌인 포구였다. 고기잡이는 오늘날의 낙동강 하구인 다대포 앞바다까지 나아가기도 했는데 저녁이면 만선을 이룬 배들이 흰 돛을 펼쳐 달고 을숙도를 지나 감전나루터나 삼락동 가포나루터로 돌아왔다. 고깃배가 돌아오는 광경을 바라보면 흰 돛단 배 위로 하얗게 갈매기가 나는 모습, 뱃전에 갈라지는 물결은 멀리 석양의 불그레한 노을 빛과 어우러져 황홀경을 이루었다.
부산 사상구 낙동강 삼락둔치의 철새. | 부산 사상구 제공
6. 칠월해화(七月蟹火) : 사상은 잘 발달된 저습지와 모래톱에 형성된 갈대숲은 철새의 보금자리였다. 6~7월 무성하게 자란 갈대 숲을 멀리서 바라다보는 광경은 짙푸른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녹색지대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밤이되면 갈대밭 저습지에서 게를 잡기 위하여 횃불을 밝힌 광경이 마치 불꽃놀이를 연상케 할 정도로 장관을 이루었다 해서 ‘칠월해화’라는 말이 생겼다. 갈대숲이 도시로 변해 사라지고 이야기만 전해진다.
7. 팔월로화(八月蘆花) : 갈대는 7월까지 왕성하게 자라 짙푸른 들판을 이루다가 8월이 되면 흰 갈대꽃이 피는데 수만평에 펼쳐져 있는 넓은 습지는 온통 흰 가루를 뿌려 놓은 듯이 장관을 이루었다. 낙동강변의 사람들은 갈대가 중요한 생활자원이었다. 겨울의 부업으로 갈삿갓, 갈돗자리 등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나 지금은 옛 풍물지에도 남겨지지 않아 사상지역에 갈대밭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8. 서산낙조(西山落照) : 사상에서 바라보는 경치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경치로 해질녘의 강변풍경이다. 맑은 가을날 사상에서 바라보는 낙동강변의 저녁노을은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답다. 이 무렵에는 갈대 이삭 그림자가 강바람에 하늘거린다. 갈대는 푸른 강물 위로 떠다니듯 하얀 물결을 이룬다. 넘실거리는 갈대 숲에 역광선으로 되비치는 황금빛 햇살과 그 너머 저 멀리 산자락은 음영의 묵화(墨畵)로 바뀌고 저녁노을은 연분홍으로 물든다. 서산낙조는 강과 산, 갈대가 만들어내는 자연미의 극치다.
사상구의 비경인 삼락동 일몰. | 부산 사상구 제공
사상의 축제
새해를 맞아 구민의 만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사상구의 대표적인 연초 행사로 사상전통달집놀이를 꼽을 수 있다. 각 동별로 실시하다가 1999년 사상문화원이 개원하면서 고증을 거쳐 2000년부터는 사상구민의 축제행사로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서 개최되고 있다. 웅장한 가두퍼레이드와 함께 펼쳐지는 길놀이를 시작으로 높이 20m의 대형달집을 만들어 월령기원제를 지내고 달이 뜨면 달집을 태우는 행사로 영남권에서 가장 큰 달집태우기 행사 중 하나다.
사상구민의 한마당 축제인 사상강변축제는 ‘아름다운사상, 꿈이 있는 사상’이라는 주제로 매년 10월 삼락강변공원을 비롯한 사상구 전역에서 개최된다. 공업지역인 사상의 특성을 살려 지역기업의 생산품박람회와 각종 장터를 함께 운영된다. 각종 학술행사와 문화행사, 전시행사로 구분되어 총 20여종의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어 서부산권 시민의 범시민축제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 사상구 삼락강변체육공원에서 열리는 부산국제록페스티벌. | 부산 사상구 제공
가볼만한 곳
1.삼락생태공원은 사상구 삼락동 낙동강 둔치의 공원이다. 472만2000㎡의 넓은 면적에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운동시설로는 축구장, 야구장, 족구장, 농구장, 테니스장이 있다. 공원의 지압도로, 야생화 체험장 등을 갖췄다. 잔디광장과 70만7578㎡에 달하는 유채꽃밭은 부산의 새로운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릴레이 콘서트, 시민생활체육대회, 사상강변축제와 같은 다양한 행사가 열리면서 문화공간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조성된 공원인 탓에 환경단체는 환경파괴 사례로 꼽는다.
2. 덕포동에는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빌던 사당 2개가 남아있다. 상강선대(上降仙臺, 할배당산이라고 부름)와 하강선대(下降仙臺)다. 두 강선대는 매년 음력 12월 1일이면 신선(神仙)이 내려와 목욕을 하고 쉬어갔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강선대는 토속신앙의 상징으로 이 곳의 고목을 당산나무라고 하며 마을의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다.
연락처
부산 사상구 051-310-4000
가는 길
부산역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거나 부산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가다 서면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한 뒤 사상방면으로 갈 수 있다. 전국 주요 도시는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위치한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과 직접 연결돼 있다.
삼락생태공원의 연꽃단지. | 부산 사상구 제공
경향신문 2013.7.30 경향신문 권기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