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d Moon
밤하늘에 달이 두 개가 떠 있다면 어떨까? 혹자는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길지도 모르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기하게, 또는 불길하게 생각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지금 여기에 또 하나의 달이 떠오르기를 꿈꾸는 일곱 명의 사람들이 있다. 국내 최초로 에스닉퓨전을 연주하는 월드 뮤직 밴드 두번째달이 그들이다.
두번째달은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뭉친 밴드다. 리더이자 기타, 만돌린 등을 맡고 있는 김현보는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수취인 불명>등의 음악 작업을 했고 한대수 밴드에서 기타를 치기도 했다. 베이스와 퍼커션을 연주하는 박진우는 2000년도 MBC 강변가요제 대상 수상자이고 키보드, 아이리쉬 휘슬의 박혜리는 1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및 전국 CCM대회 작곡상 수상자다. 키보드, 만돌린, 퍼커션의 최진경, 드럼과 퍼커션의 백선열, 바이올린의 조윤정 모두 영화, 뮤지컬, 드라마, 라이브 무대 등을 통해 실력을 쌓아 온 사람들이다.
이런 강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보컬을 맡은 아일랜드 태생의 린다 컬린(Lynda Cullen). 밴드에서 유일한 외국인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아일랜드의 자유로움과 시원함을 가득 담고 있다. 'Anti-rain dance'와 'Communication', 'Falling stars'에서 들리는 보컬은 상당히 이국적인 느낌을 내뿜으며 두번째달의 월드 지향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로 뜰 달을 향한 이들의 행보는 '여행의 시작'이라는 명시적인 제목으로 출발한다. 마치 야니나 양방언을 연상시키는 월드 뮤직의 화려한 선율이 우리 마음을 두둥실 떠오르게 한다. 환상에 빠져들 준비를 충분히 갖춰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그들과 함께 '서쪽하늘에' 펼쳐진 보랏빛 신비를 맛보고 서정적인 '바람구두'를 신고 푸른 하늘을 가로지른다. 드넓게 펼쳐지는 '바다를 꿈꾸다'가 원더랜드에서 온 소년과 마주치기도 한다.('The boy from wonderland')
이렇게 동심을 되돌려주는 공상으로 가득 찬 음반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부분은 '꽃개구리 연작(連作)'이다. 12번 트랙 '개나리이끼 숲 위로 소나기가 지나가고..'부터 '꽃개구리들은 왜 물기로 젖은 개나리이끼 숲으로 몰려나올까?'와 '꽃개구리 상여가(喪輿歌)'까지가 우리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두번째달 능력 또한 최고조에 달하는 지점이다.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맑은 하늘에 갑자기 퍼부은 소나기로 개나리이끼 숲 속의 모든 생물들이 놀라서 도망치는 듯한 연주가 시작된다. 한바탕 소란을 피운 소나기가 지나가면 쥐죽은 듯 숨어있던 꽃개구리들이 한 마리씩 목을 빼내고 개나리이끼 숲으로 나오는 모습이 그려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나리이끼에는 꽃개구리들에게 치명적인 독이 있어서 그들을 죽이고 만다. 그래서 그들만의 제사 의식이 진행된다. 슬픈 분위기로 시작하는 음악은 점점 느낌이 고조되다가 하늘에 영혼을 올려 보내는 극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가장 토속적이면서도 가장 월드적인 넘버다.
두번째달과 함께 하는 여행은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신비하다. 모든 것이 점점 문명화 ‧ 과학화 되어서 '상상력의 부재'가 만연한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착한 일탈'을 꿈꾸게 해 준 다는 것만으로도 <2nd Moon>은 참 소중한 앨범이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가슴을 울렁이는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는 요즘, 이 앨범을 통해 두 번째 달이 뜨는 환상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 수록곡 -
1. 여행의 시작 (작곡: 김현보)
2. 서쪽하늘에 (박혜리)
3. 바람구두 (박혜리)
4. Eclipse of the red moon (최진경)
5. 바다를 꿈꾸다 (박진우)
6. The boy from wonderland (최진경)
7. Anti-rain dance (작사: Lynda Cullen / 작곡: Lynda Cullen)
8. 고양이 효과 (최진경)
9. 얼음연못 (박진우)
10. Communication (Lynda Cullen / Lynda Cullen)
11. 케-쉐트 ('무지개'란 뜻의 히브리어) (박혜리)
12. 개나리이끼 숲 위로 소나기가 지나가고.. (김현보)
13. 꽃개구리들은 왜 물기로 젖은 개나리이끼 숲으로 몰려나올까? (김현보)
14. 꽃개구리 喪輿歌 (김현보 / 김현보)
15. Ag Damhsa leis an Ghaoth [애그 다우사 레쉬 안 그웨] (Lynda Cullen / 김현보)
16. Falling stars (Lynda Cullen / 박혜리)
17. Ceu do oeste (Valtinho Anastacio / 박혜리)
프로듀서: 두번째달
2005/03 신혜림 (snow-forget@hanmail.net)
- 봄뫼 -
우리나라에 이런 뉴에이지 음악앨범이 나왔다는게 참 신기했다...
약국에서 부담없이 듣기에 참 좋습니다.
약국 분위기도 업그래이드 되고...ㅋㅋㅋ
전체적인 풍은 월드음악이라고 하면되겠네요
아프리카도 있고, 우리나라도 있고, 라틴도 있고, 팝도 있고....
잡동산이,,, 종합선물세트,,,
6번트랙은 우리가 내츄럴페이스 cf에서 듣던 음악이네요...
첫댓글 오호~! 정말 멋진 앨범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