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하천 지킴이 보안관
고양시에는 크고 작은 하천 70여 개가 흐른다. 하천은 도시의 숨통이자 핏줄이지만 일부 낚시꾼이나 주민들이 함부로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런 환경 문제에 '보안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하천의 쓰레기를 찾아 치우는 '고양시 하천 지킴이 보안관'이다.
- 지난 11월 11일‘고양시 하천 지킴이 보안관’회원들이 도촌천 곳곳에 숨겨진 쓰레기를 주운 뒤(아래 사진) 화이팅을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지난달 11일 낚시꾼들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는 도촌천에 갑자기 하얀 깃발을 꽂은 자전거 행렬이 나타났다. '고양시 하천 지킴이 보안관(이하 하천 지킴이)' 회원들이다. 도촌천은 일산동구 식사동에서 시작해 덕양구 토당동 원능친환경사업소 앞을 흐르는 도심 하천으로 붕어와 잉어가 많아 낚시꾼들에게 인기 높다. 자전거 행렬 맨 앞에는 한기식(45) 하천 지킴이 사무국장이 있었다. 한 사무국장은 연신 무전기로 "농로가 좁아서 차가 다닐 때 회원들이 다칠 수 있으니까 길가에 바짝 자전거를 대세요"라고 외쳤다. 곧 60여 대의 자전거가 길가에 일렬로 주차를 했다. 자전거에서 내린 하천 지킴이 회원들은 재빨리 하천 정화 활동을 시작했다. 한 사무국장이 칼로 마른 수풀을 헤쳐 숨겨진 쓰레기가 드러나면 회원들이 재빨레 쓰레기봉투에 주워 담았다.
하천 지킴이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환경운동을 펼치는 환경운동단체인 '자전거 21 고양시 지부'의 정회원들이 모여 만든 동호회다. 회원수는 현재 60여 명. 이들은 특별히 하천 환경에 관심을 갖고 2011년 8월부터 하천 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다. 회원들은 지난 3년간 일산서구의 산남동·송산동·구산동·송포동·대화동·덕이동에 이르는 장월평천의 정화 작업을 실시해왔다. 최근에는 한강 나들목인 도촌교 부근까지 구역을 넓히고 있다.
주요 활동은 하천 보안관 순찰, 하천 정화, 생태 하천 지도 만들기다. 평소 한 사무국장이 하천 주위를 순찰하고 쓰레기 많은 곳을 체크해두면,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이나 수시 모임을 갖고 정화 활동을 벌인다. 회원 홍원례(57)씨는 "낚시하는 분들이 낚시하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가셨으면 좋겠다"며 "지난달에 도촌천을 청소했는데 오늘도 이렇게 쓰레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쓰레기봉투 안에는 낚시를 하면서 버리고 간 젖은 종이 박스, 스티로폼 상자, 빈 라면봉지 외에도 광고전단 뭉치, TV 브라운관 등 생활 쓰레기가 가득했다. 이날 50리터 재활용 쓰레기봉투 10개가 10분 만에 꽉 찰 정도로 하천에는 쓰레기가 많았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바람은 한 가지다. "저희가 바라는 것은 쓰레기 좀 숨기지 말았으면 하는 거예요. 그저 보이는 곳에 두기만 해도 저희가 청소하기가 얼마나 수월할 텐데…. 매번 숨겨진 쓰레기를 찾는 게 더 힘드네요."
모임을 이끄는 한 사무국장은 '고양시 토박이'로 열심이 남다르다. 그는 지난 3년간 자전거로 구석구석 다닌 경험을 발판으로 생태 하천 지도를 만들고 있는데, 고양시 79개 하천을 중심으로 세밀한 지도를 그리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에는 장월평천 지도를 완성했고 최근에는 도촌천 지도를 마무리했다. 지도에는 하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가 보라색으로 표시돼 있고 하천의 시점과 종점, 주변 어류 분포도, 교각의 이름, 하천 전경 사진 등이 빠짐없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한 사무국장은 "생태 하천 지도는 생태 교육을 담당하거나 자전거 타는 것을 즐기는 이에게 특히 쓸모 있다"며 "앞으로도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 하천을 조사해 고양시 전체 생태 하천 지도를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30여 분간의 하천 정화 활동을 마친 회원들은 한강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나갈 채비를 했다. 일렬로 달리는 60여 대의 자전거 뒤로 하얀 깃발에 그려진 황금색 보안관 마크가 햇살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