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빠유에 도착했다. 우리가 스캄촉에서 점심을 먹고 1시간 가량을 쉬다가 왔기에 마지막 타프와 매트를 철거해서 들고 온 포터와 가이드 임티아스 외엔 곧바로 출발을 했기에 캠프지는 우리의 텐트와 주방, 다이닝룸까지...아니 우리의 짐까지 텐트안에 넣어져 완벽하게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2시 30분 이다. 수없이 많은 빙하를 만났지만 새벽에 출발해 빙하가 많이 녹기 전이라 건너기가 수월했고, 복병이었던 빠유피크에서 부터 흐르는 빙하계곡에 다리가 놓여져 있어 그 또한 수월하게 건넜기에 등산화를 벗고 빙하물에 빠져 건너는 일은 없었다. 날씨도 좋고, 여러가지로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하는 우리들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오늘 여정에 거대한 빙퇴석의 수직 절벽이 많기에 헬멧을 챙겨넣어 갔지만, 아무리 위험 천만이긴 했어도 그 순간 무너져 내리지 않는 한 재빨리 그 낙석지역을 피해 걸어갈 뿐 헬멧까지 쓰고 걸어갈 일은 아니었다. 하긴 안전 불감증이긴 하다만...전 구역이 모두 그렇다 보니, 작렬하는 뙤약볕 아래 헬멧을 쓰고 걸었다간 돌에 맞아 다칠 확률보다 일사병에 걸려 쓰러질 확률이 더 높아 보인다. 암튼, 헬멧을 쓰고 한 장의 사진이라도 남겼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해 모두 한바탕 웃었다. 너무 예습을 많이 한 후유증이랄까....ㅋㅋ
대충 텐트 안을 정리하고 매트를 깔고 누웠다. 일찍 도착하여 여유도 있는데다가 내일 또한 고소 적응일로 휴식날이라서 더욱 맘이 여유롭다.
미르자가 오렌지 탱쥬스를 타다 주었지만, 어제 미친듯이 3잔이나 들이켰던 것과는 달리 날씨가 뜨거워 물이 미지근하여 시원한 맛이 없으니 한 잔만 마시고 말았다.
어제 졸라에서 미르자가 타준 탱쥬스를 3잔이나 마시고, 오늘도 정수하지 않고 끓여서 식힌 물을 마셨더니, 드디어 신호가 오기 시작한다. 가끔씩 배가 살살 아프기도 하고...이내 괜찮아지기도 한다. 설사를 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봐야하나~ 연일 날씨가 좋아서 물이 그나마 깨끗한 편이었어서 그런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다.
세상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밖이 소란스럽다. 가셔브룸 5를 성공하고 하산 중이던 '안치영'팀이 도착했단다.
밖으로 뛰쳐나가 젤 처음 만난 대원은 '성낙종' 대원이었다. 화상으로 인한 상처와 그 상처 사이에 박힌 하얀 썬크림 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얼굴을 씻고 있는 대원에게 크린싱 크림과 폼 클랜징 크림을 건네 주었다. 그러나 워낙 상처의 골이 깊어 닦아내기에는 통증이 심한 지 제대로 닦여지지가 않았다.
캠프지에는 이들의 후원사 로고 K2가 박힌 거대한 카고백을 실은 수많은 나귀 부대들과 포터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그 소란스러움에 비례하듯 순식간에 이들의 식당과 부엌 텐트가 쳐졌다.
드디어 1시간 뒤에 '안치영' 대장이 도착했다. 그의 모습 역시 '성낙종' 대원과 다를바 없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날씨도 좋아 단 2주만에 브로드피크 정상에 등극한 '김미곤' 대장 팀과는 달리, 날씨가 나빠서 40여일을 베이스캠프에 있었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고, 더우기 가셔브룸 5 (해발 7,147m)에 다가서기에 기인 빙하를 건너야 하고,그것도 알파인 스타일로 오른 안치영 팀의 얼굴은 그야말로 고난과 역경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오랜 기간 머물러 식량도 떨어져가 캔디와 오트밀 죽으로 견뎌냈다고 하니, 이들의 역경이 어느정도 였을 지... 아니, 인간이 견뎌낼 수 있는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 일 지 그 극한의 한계를 점찍고 온 이들이 아닐까... 생각들었다.
아웃도어 브랜드 K2의 후원을 받고 있는 안치영 대장팀은 '가셔브룸 5봉(해발 7,147m)' 세계 초등에 성공 했다. 미봉으로 남아 있던 가셔브룸 5봉을 남동벽 루트를 통한 세계 초등한 것이다. 안치영 대장과 성낙종 대원이 7월 23일 등정을 시도, 현지 시간으로 25일 저녁 7시 20분 경 등정에 성공했다.
'2014 가셔브룸 5봉 원정대'는 안치영 대장과 이기근, 성낙종, 최형우 대원 총 4명으로 구성된 팀으로, 사전 정찰 없이 한번에 정상까지 오르는 등반법인 '알파인 스타일'(Alpine Style, 초경량 속공 등반)로 하단 빙하를 포함해 등반 거리 2300m의 고산 거벽을 3일만에 오른 것이다.
알파인 스타일 등반은 셰르파와 산소통이 없이 최소한의 장비로만 이동을 하기 때문에 성공 시 그 의미가 더 값지다. "1차 시도에서 결빙상태 불량, 날씨 등의 요인으로 베이스캠프를 옮기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정대를 이끈 안치영 대장은 지난 해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해발 8,848m)는 물론이고 네팔 히말라야 암푸1(해발 6,840m)을 세계 최초로 등정한 바 있다.
2012년에는 7회 아시아 황금 피켈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대한산악연맹에서 수여하는 대한민국산악 개척등반 상과 한국산악회에서 알파인 스타일의 뛰어난 개척등반을 한 산악인에게 수여하는 김정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셔브룸 5봉은 현재까지 등반되지 않은 미등봉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등정 난이도가 높은 지역으로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이들도 우리와 같은 '써밋 카라코람 '에이전시라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행운을 안았다.
정상 등극했을때의 심경을 물었다. 우리가 기대했던 감동 스토리 대신 뜻밖에도 그이 입에서 나온 말은 지극히 원초적이고 단순한 말이었다. '안전하게 빨리 잘 내려가야지...' 하는 생각밖에는 없었다는...
아!! 그러고 보니, 그게 가장 진정성이 있는 말이었다. 모든 사고는 하산할때 생기지 않던가!! 이들에겐 정상 등극 못지않게 안전하게 하산하는 일이 가장 절박함이었을 것이다.
특히 알파인 스타일인데 날씨가 나빠서 오래 체류하는 바람에 식량이 부족하여 눈물나는 배고픔을 겪어냈다는 말과
한식이 너무나 먹고 싶다는 안치영을 위해 나는 주방으로 가서 내가 가져간 반찬을 다 내놓으라고 쿡에게 얘기를 하고는 뭉근하게 끓여놓은 맑은 감자국에 고추장과 고추가루를 풀어 얼큰한 감자국으로 변신시켜 저녁 차림을 내어놓게 했다.
정말 맛있다고... 연신 내뱉으며 잘 먹는 모습을 보니, 얼마나 가슴이 뭉클하던 지....
그러나 옆에 있던 성낙종 대원은 아직도 힘겨운 모습으로 음식을 제대로 먹지를 못하는 모습이었다.
익발 사장이 함께 해 시작과 끝점인 아스꼴리에서 펼친 김미곤의 쎄레모니와는 달리 단촐한 식탁이었다. 그래도 식당에서 닭강정과 닭볶음, 야채와 반찬등 정성껏 요리를 만들어 냈지만...
이들이 아스꼴리에 도착하면 또 성공의 세레모니를 펼칠까?? 아님 스카루두에서?? 어디선가는 분명 성공을 축하하는 세레모니가 펼쳐질 것이다. 그때는 좀 더 맛있는 반찬을 많이 해서 이들이 맛있게 먹기를...탈진한 몸을 회복시킬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들의 피곤함을 알기에 더 오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함께 하고픈 맘을 떨궈내고서.... 그래도 이들 역시 우리못지 않게 우리를 만나 함께 하고 있음을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다음날 아침...빠유에서의 고소적응일로 휴식날이다.
밖이 소란스럽다. 안치영팀이 곧 떠날것 같은 느낌이라 일어나 배웅을 해야겠다는 마음과는 달리 몸이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그냥 누워있음이 마냥 좋다. 그렇게 민기적 거리며 누워있는데, '잘 가라'는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 허둥지둥 밖으로 나가 아직 떠나지 않은 '성낙종' 대원과 '최형우' 대원을 배웅했다. 서운하게도 안치영 대장은 벌써 떠나고 없다.
어젯밤 어두워서...그리고 너무 힘들어 보여서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찍지 못했건만.....ㅠㅠ
주방으로 가니, 된장찌개를 끓여놨다. 햄에그를 할까 하고 햄을 들고 나갔더니, 에그 팬케?을 붙여놨다. 그래서 햄은 그냥 팬에 구워서 아침상에 내어 놓았다. 김미곤팀에게서 얻은 장조림을 내었지만 벌써 맛이 상해서 버리도록 했지만 K2여정에서 이만하면 풍요로운 식탁이다. 아니, 어쩌면 최악의 식탁에 쇄뇌가 되어서 그런 지도 모르지만...ㅋㅋ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 여유로운 날에 호사를 더 누리기로 했다. 다름아닌 그동안 아끼며 냄새만으로 아로마 효과를 거두었던 '드립커피'를 마시기로 한것...ㅋ~~ 케냐산 커피의 향이 코끝에 닿으며 행복지수를 높여준다.
그렇구만~ 최악의 식탁에 쇄뇌가 되어서가 아니라 진정 풍요롭고 호사스런 식탁이 맞아~
안치영팀이 떠나기 전... 이들과 함께 한 '써밋 카라코람' 스텝들과 기념촬영 들어갔다. 함께 하진 못했어도 같은 소속이라는 동질감이랄까... 이번엔 이들이 안치영팀에 합류했지만, 어쩌면 우리의 남은 여정에 함께 할 수도 있고, 김미곤팀에게 흥분해서 약속해 버린것 처럼 내년에 또다시 와서 이들과 함께 할 수도 있으니까...
익발 사장 동생으로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의 동생 '샤키'와 보조 쿡-모신이다. 샤키는 지금 대학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유창하진 않지만 한국어를 조금 구사한다. 아마 내년에는 훨씬 더 낳아지지 않을까..생각든다.
자신들이 찍힌 사진을 보는 일이 이리도 호기심 가득할까.... 하긴 우리도 그러할까...??
점심으로 이들의 짜파티 반죽으로 수제비를 해먹기로 하고 텐트로 들어왔다. 어제 푸욱 잤는데도 또 누우니 좋다. 밀린 일기를 써야 하는데....그냥 가만히 누워있음이 너무나 좋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부지런하고 깔끔한 이풀은 벌써 빨래를 주욱해서 널었다. 뒤늦게 나도 빨래를 해서 널고 머리도 감았다. 상쾌함이 날아갈듯 하다.
포터들 4명이 내려갔다. 벌써 식량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1인당 25 kg 씩인걸 감안하면 벌써 100kg의 식량이 줄은것....
포터들의 하루-1스테이지의 임금은 900루피다. 그러니까 900루피 곱하기 4명 곱하기 4스테이지의 10%를 팁으로 주는데, 그것도 우리 일행 4명이 합해서 주는거니까 결국은 1인당 360 루피가 팁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그들의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뜨거운 악수를 하고는 헤어졌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은 유라시아는 가까운 바위산 피크를 오른다고 가이드 삼아 포터를 한 명 데리고 떠났다. 우리는 식자재를 풀어 헤쳐 정리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눈요기를 했다.
나귀의 등에 실려 나르던 많은 푸른 통들에서 쏟아져 나온 식자재들은 생각이상으로 많았다. 그야말로 없는게 없는 만물상 같아 보이는게 이것이 우리가 앞으로 16일 동안 먹을 식자재란 것에 두 눈이 부릅떠지는 것이다. 재료들을 잘 살펴보고 우리의 앞으로의 식단을 점쳐보는 일은 트래킹 못지않은 흥분과 재미를 주었다.
하나의 통이 비워질 때마다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품에 우린 열광을 했다. 제법 알차게 임티아스가 장을 봐온것 같다. 자루푸대에 들은 쌀과 밀가루를 포함 야채들과 수많은 비스켓과 과자류, 쥬스, 커피,티,치즈와 온갖 통조림들, 파스타, 파스타 소스...등등
엄청난 양에 열광했는데, 가만히 따져보니, 16일동안 하루 3끼 4명분의 식자재란것과 많은 스텝들의 16일간의 먹거리라고 생각하니 결코 많은 양이 아니었다. 그래도 우리가 준비해온게 또 엄청나니까 먹거리 부족으로 못먹어서 살이 빠지거나 허기가 지지는 않을것 같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섣부른 판단이다. 먹거리의 양과 상관없이 컨디션이 나쁘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먹히지 않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에 대한 호기심은 비단 우리에게만 있는것은 아니었나보다. 포터들이 식자재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글쎄~ 이 많은 식자재를 향한 부러움의 시선일까... 왠지 그럴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이들의 식량이래봤자 밀가루와 짜이 재료가 다 이기 때문이다. 연일 짜파티에 짜이 한 잔으로 끼니를 때우며 그 무거운 짐들을 날으는 포터들.... 이 많은 먹거리와 저들이 서로 교차되는것은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다.
위 나무상자에는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좀 특별한 식자재를 보관하는것 같다. 눈여겨 보니, 다름아닌 계란...그리고 토마토다. 계란 판에 조심스럽게 담긴 날계란과 토마토.... 어찌 저 토마토를 계란판에 담을 생각을 다 했을까... 생각도 담겨있는 모습도 너무나 깜찍하여 모두 탄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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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시가 다 되어간다. 점심 메뉴인 수제비를 내가 끓이기로 했는데, 버럭이가 오지 않는다. 모두 배가 고프다고 하여 우리끼리 먼저 먹기로 하고 주방으로 갔다. 그런데 짜파티 반죽으로 수제비를 뜨려고 했는데, 임티아스가 벌써 자파티 처럼 납작하게 다 빚어놓았다. 즉석에서 메뉴를 바꾸어 칼국수를 끓였다. 감자와 양파, 불린 미역을 넣고 채썬 짜파티 반죽을 넣고, 내가 만들어간 조미스프를 넣고 끓이니 제법 맛있다.
아~~ 그런데 미리 셋팅을 해놓고 국수 반죽을 넣어 바로 먹어야했는데, 다 끓인 뒤 셋팅을 했으니, 국수가 그만 불어터져 죽이 되어 버렸다는...ㅠㅠ 반죽이 우리네 칼국수 반죽이랑 다른 지, 더 쉬이 불는것 같다. 그래도 원정대에서 얻은 갓김치와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우리가 해먹는다는 수제비라는게 뭔지 몰라 불안했는 지, 염소고기도 빨갛게 양념해 볶아오고, 후식으로 메론까지 준비했다. 연일 성찬이다. ㅎㅎ
시간이 여유로와 담소를 나누다가 4시에 간식을 주겠다는 소리를 듣고는 텐트로 들어왔다.
그동안 밀린 일기를 쓰다보니 어찌나 시간이 잘도 가는 지...
벌써 4시가 되어 간식을 먹으라는 호출이다.
케?과 함께 나온 야채튀김이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좋아하고 꽤나 유명한 요리라는 말에 우리나라에도 똑같은 요리가 있다고 '야채 튀김'이라고 알려주었다.
디저트로 헬스 tea 인 '몽탠 tea'를 끓여주었는데 쉽게 기억하기 위해 '못된 tea'라고 말하며 또 한바탕 웃었다.
담소를 나누며 보니, 벌써 주방에선 또 저녁준비에 한창이다.
"아휴~ 배가 그득한데... 저녁을 또 어떻게 먹나~~"
저녁 메뉴로 파스타가 나왔다. '배고파서 먹을까...' '눈으로 먹을 까...'
염소고기를 듬뿍 넣어 만든 파스타가 맛이 아주 일품이다. 입맛을 화악 돋우며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게 한다. 거기다 골뱅이 통조림을 데쳐서 초장과 내었는데 그 또한 맛이 좋다.ㅋ~
그뿐이 아니다. 파스타에 왠 누룽지를 끓여준다고 밥까지 또 해왔는데, 약간 꼬들 꼬들 지어진 밥이 얼마나 맛있는 지 버럭이는 3공기나 먹었다. 배불러서 어찌 저녁을 먹을까..타령을 했던 나와 알쏭 역시 조금씩 더 먹었다. 연일 풍성한 식탁에 신바람이 나긴 한다만 ....그나 저나 이렇게 초반에 왕창 하루 4끼씩 먹어도 되는걸까...?? ㅋㅋ
화장실을 가기 위해 반대편 쪽으로 올라가니, 풍광이 또 기막히다. 겨우 캠프에서 몇 미터 벗어났는데, 이런 풍광이라니... 푸욱 쉰다고 캠프 사이트에서만 있다가 나오니 기가 다 막힌다.
<좌로부터-트랑고 타워,카테드랄,롭상스파이어,사보야캉그리(스킬브룸)>
저녁 후식으로도 메론을 먹고는 텐트로 들어왔다. 작년 팀도 그렇고, 한달 먼저 다녀간 사람들의 소식통으로도 모두들 설사를 해서 지쳐서 힘이 들었다는데.... 어제부터 정수하지 않은 물을 먹었는데도 배만 살살 아프다가 만다. 차라리 변비에 가깝다. 고산증세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물탓도 있는건 지, 화장실을 못가서 그런건 지...복합적 증상으로 연신 방귀만 터진다. 텐트를 모두 1인용으로 써서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 지.....
빠유는 모든 트래커와 포터들을 위해서 고소적응 차 의무적으로 하루 쉬게 되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시즌에는 매우 붐비는 곳이다. 다행히 우리는 일찍 도착해서 가장 좋은 자리를 여유있게 차지할 수 있었다. 우리와 안치영 팀으로 북적거렸던 캠프사이트가 그들이 떠나고 또 더없이 한적한 공간이었었는데, 저녁 즈음부터 도착하기 시작한 트래커들이 얼마나 많은 지, 더 이상 사이트를 구축할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이 K2를 가기위한 길목뿐만 아니라 8,000m급 브로드피크, 가셔브룸1, 가셔브룸2 의 길목이기도 하고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7,000m 급 피크 등반과 매혹적인 암벽등반의 트랑고 타워,,,비아포 빙하...등등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트래커들과 암벽등반가, 산악인들을 끌어들이는 매혹적인 곳의 캠프 사이트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느팀은 다이닝 텐트를 칠 공간이 없어 그냥 밖에다 탁자를 내어놓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그야말로 밤이 깊어질때까지 사이트는 압력솥 칙칙 거리는 소리와 사람들 소리로 가득했다. 그 모습이 매우 소란스럽긴 했지만, 왠지 흥분도 약간 되는것이 한바탕 축제장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내 옆으로 바짝 붙여서 쳐진 텐트의 기척소리가 마치 옆에 있는 사람 처럼 세세하다. 벌써 10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밖은 축제장이고, 내 옆의 텐트의 기척에 깜짝 깜짝 놀랄지경이니... 잠을 이룰 수 있을것 같지 않다.
내일 아침 늦어도 3시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4시반 아침, 5시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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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름다운 날들 원문보기 글쓴이: 베가
첫댓글 빠유에서 최고의 사이트에 텐트를 치셨네요
단점은 캠프사이트 바로 위에 난 길로 계속 사람들이 다녀 약간 불편한점은 있지만...
우린 바로밑 사이트여서 조용하고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식당 텐트앞에 야생장미가 많이 피어있어 식당텐트를 꽃다방이라 불렀었죠
빨래는 캠프 사이트에 사람들이 많아 휴식일에 새벽 4시에 일어나 느긋하게 하니 편하더군요
ㅎㅎ
저와 또다른 트래킹을 하는것 같은 기분이 들죠?
저 역시 그렇답니다.
수많은 사람들과 계속 다시 가는거죠..
그게 여행기를 올리는 매력인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정말 성찬을 드셨군요~ㅎㅎ
덕분에 눈에 익은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게 되네요~^^